A detective that grows by taking away others ability RAW novel - Chapter 38
038화
다음 날.
나는 점심이 지날 때까지 숙취로 인한 두통 때문에 침대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그런데 아직 숙취로 허우적거리고 있는 중에 누군가 도어락을 누르고 집 안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저씬가? 이른 아침에 뭐야…….’
“아저씨야? 뭐야, 이른 아침에.”
“벌써 10시가 넘었는데 뭐가 이르다는 거야? 그나저나 생각보다 술은 못하네.”
‘뭐지… 여자 목소리?’
눈을 한 번 꾸욱 감았다 뜨자 눈앞엔 아저씨가 아니라 지은이가 서 있었다.
“너?! 여긴 어떻게 온 거야! 설마… 너 그날 우리 집 주소 외웠냐?”
“설마 그럴 리가. 음~ 그나저나 지난번엔 정신이 없어서 몰랐는데… 생각보다 좋은 데에서 살고 있었구나? 거기다가 우리 집보다 더 깨끗한 것 같고… 월세? 전세? 그것도 아니면 자가인 건가?”
“자가… 가 아니라! 도대체 우리 집 주소는 어떻게 알아낸 거야? 그리고 술 마신 건 또 어떻게 알아차린 거고?”
“집 주소랑 비밀번호는 아저씨가 알려주셨고, 술 마신 건… 네 몸에서 술 냄새가 아주 진동을 하고 있거든.”
나는 지은이의 말에 몸의 냄새를 맡다 지은이를 노려봤다.
“왜? 나도 탐정이야! 그 정도는 네 상태 보면 쉽게 유추할 수 있다구!”
‘라고 하기엔 저 봉투 속에 보이는 황태포…….’
“참나, 탐정은 무슨… 황태포를 사왔다는 걸 보면 이미 우리 집에 오기도 전부터 내가 어제 술을 마셨다는 걸 알고 있다는 건데…….”
그러자 지은이는 당황해서 나와 눈을 못 마주치고 눈알을 이리저리 굴렸다.
“너, 어제 나 봤지?”
“봐, 봤지? 어제 사무소에서…….”
그녀의 당황하는 말투에 난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블루문에서 난 어제 널 본 것 같은데.”
‘물론 실제로 본 기억은 없지만, 함정 수사라고 할까?’
그리고 지은이는 본인을 봤다는 말에 순순히 꼬리를 내렸다.
“알았어… 그래도 가서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진 않았어. 잘했지?”
지은이의 대답을 듣고 한숨을 내쉬고 소리쳤다.
“내가 가지 말라고 했지! 이번 일은 평소와는 다른 일이야.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는 게 걱정돼서 한 말이기도 하지만… 이번 일은 하루 사건 때 보다 더 위험하다고!”
지은이는 내 말에 놀라 눈을 한 번 꽉 감았다 뜨고 불쌍한 고양이 눈으로 날 올려다봤다.
“미안해… 그래도 내가 네 파트너잖아.”
‘하아… 사과를 하니까 더 혼낼 수도 없고…….’
나는 지은이의 말에 머리를 벅벅 긁다 지은이의 볼을 꼬집었다.
“알면 됐어.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도 않았고, 이번 일에 휘말리지도 않았으니까. 그러니까 더 이상 그 클럽에 가지 마.”
지은이는 내 말에 대답 대신 미소를 씨익 지었다.
“그나저나… 어디서 타는 냄새 안 나?”
“응?”
지은이는 내 말에 멀뚱멀뚱 가만히 서 있다 눈을 크게 뜨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아, 맞다!”
“왜?”
“찌개 끓이고 있었는데 깜빡했어.”
“찌개?”
지은이는 불을 끄고 냄비를 식탁 위에 올렸다.
“응, 지난번에 나한테 북엇국 끓여준 것도 있고, 너 술 취해서 괴로워할 것 같아서 김치찌개 끓였어.”
“아, 그래? 그럼 저 황태는?”
지은이는 내 질문에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사실 북엇국을 끓이려고 했는데 재료를 황태만 사고 다른 건 못 샀거든… 나중에 술 안주해. 집에 있는 재료들로 대충 만들었어.”
그녀의 말에 냄비 뚜껑을 열자 그 안에서 매우면서도 달콤한? 이상한 냄새가 풍겼다.
“쿨럭쿨럭… 이게 무슨 냄새야?”
“왜?”
지은이는 내 질문의 의도를 모르겠다는 듯 해맑은 미소를 지었고, 나는 그녀의 미소에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앉았다.
“배고프다. 밥 먹자~”
지은이는 흥얼거리며 냉장고를 뒤적거리며 반찬거리를 꺼내고, 밥을 퍼 내 앞에 놓았다.
‘이걸 먹어야 하나? 반찬은 누님이 만들어준 거라 맛있을 것 같긴 한데… 밥은 죽인지 밥인지 구분이 안되고, 김치찌개… 라는 건 에휴… 말을 말자.’
나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밥을 먹었고, 지은이가 만든 김치찌개만큼은 피해서 반찬을 집어 먹었다.
“음… 다른 반찬은 다 먹으면서 왜 내가 만든 김치찌개는 안 먹어?”
그리고 들켰다.
“아니야, 안 먹긴. 먹고 있었는데.”
지은이는 내 대답에 미소를 지으며 국자로 김치찌개를 퍼서 내 밥 위에 올렸다.
“많이 먹어~ 밥이랑 말아 먹으면 더 맛있을 거야.”
여태 수많은 일을 겪었고 위험한 일을 많이 겪었지만, 이렇게 두려웠던 적은 처음이었다.
떨리는 손으로 밥과 함께 김치를 입안에 넣었다.
‘그래도 냄새와는 다르게… 는 개뿔! 드럽게 맛없어… 도대체 안에 뭘 넣은 거야…’
“쿠웁… 너… 도대체 안에 뭘 넣은 거야.”
“응? 김치랑 물이랑…….”
“그거 말고!”
“고춧가루도 넣고, 소금, 후추… 아, 이러면 너무 맵고 짤 것 같아서 설탕도 넣고, 설탕을 넣으니깐 매운 맛이 덜할 것 같아서 매콤한 소스도 좀 넣…….”
나는 지은이의 입을 막았다.
‘후추부터 재료가 이상해졌어…….’
“그, 그럼 너는 왜 안 먹어?”
난 지은이의 대답을 듣자마자 바로 싱크대로 달려가 입안에 있던 음식물을 뱉었다.
“너, 다시는 요리하지 마라.”
지은이는 내 말에 대답 대신 미소를 지었다.
입을 헹구기 위해 물을 마시던 중 지은이가 갑작스러운 질문을 했다.
“근데 어제 함께 술 마시던 여자는 누구야? 엄청 예쁘던데… 여친?”
지은이의 질문에 나는 마시던 물을 뿜고, 기침을 하며 그녀를 바라봤다.
“쿨럭… 뭐? 아냐! 그냥 일하면서 잠깐 만난 여자야.”
지은이는 내 대답을 듣더니 ‘으흠~’하며 콧방귀를 뀌며 왠지 모를 살기를 내뿜었다.
식사를 마치고, 지은이를 집에다 보내고 김성현에게 받은 자료를 정리하던 중 그에게 전화가 왔다.
그는 내가 건네준 페이지에서 내게 의뢰했던 그 마약의 성분이 검출되었다고 한다.
약물을 찾음으로써 이번 의뢰는 여기서 끝났지만, 괜스레 찜찜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여기서부턴 의뢰가 아닌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더 깊이 들어가게 된다면 김성현에게 도움은 물론이고, 정말로 위험해질 것 같지만, 내 탐정의 촉이 말하고 있다.
여기서 끝내면 안 된다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 지은이에게서 연락이 왔다.
“여보세요?”
―저기… 아까 까먹고 말 못 한 게 있는데…
“뭐? 혹시 너 또 그 클럽에 간 거 아니지?”
―아하하… 아직 간 건 아닌데…….
“아직?”
―그, 사실 어제 클럽 가서 만난 지인이 있는데 그 사람이 오늘 잠깐 나와달라고 부탁해서… 중요한 사람이라 뺄 수도 없어. 아까 말하려고 했는데… 미안…….
그녀의 얘기를 듣고 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알았어. 그럼 일단 사무소에서 만나.”
* * *
사무소에 도착하자 지은이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허억, 허억… 허억…….”
“왔어? 뛰어왔나 보네? 땀범벅이야.”
“내가 왜 이 고생을 하는데!”
지은이는 크게 숨을 내쉬고 있는 날 보곤 미소를 짓더니 가방 안에서 손수건을 꺼내 내 손에 건넸다.
“이걸로 땀 좀 닦아.”
손수건을 받고 나니 기분이 묘했다.
‘내가 왜 이렇게 달려온 거지? 대체 왜 내가 쟤를 걱정하고 있는 거야? 뭐 때문에 내가… 정말… 내가 미친 건가?’
이상한 생각에 건네받은 손수건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아…….”
‘내가… 내가 왜 이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켜주고 싶어.’
지은이 가방에 초소형 카메라와 도청장치를 달고, 지은이와 함께 블루문 클럽으로 향했다.
클럽 근처 주차장에 도착하고 지은이를 내려줬다.
“내가 다 듣고 있으니까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기면 도와달라고 소리쳐.”
“응.”
지은이가 클럽 안으로 들어가는 걸 확인하고, 핸들에 몸을 기대 심호흡을 크게 내쉬었다.
지금 가려는 곳이 어떤 곳인지 잘 알고 있기에 무섭다. 두렵고…….
그렇지만 지은이를 지키기 위해 가야만 한다는 생각 하나로 차에서 내려 클럽 안으로 들어갔다.
클럽은 어제와 똑같은 분위기였지만, 그녀와 만나고 나서일까?
다르게 보였다.
악마들의 광란의 파티로…….
나는 사람들 틈으로 들어가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지은이를 찾았고, 지은이는 한 남성과 함께 VIP존으로 향하는 걸 발견했다.
‘괜찮겠지…….’
입술을 깨물며 생각하던 중 덩치 큰 남성이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를 바라보자 그는 위층을 가리켰고, 그곳엔 어제 만났던 여자, 한지수가 날 보며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
‘왜 날 보고 웃은 건지… 설마 내 정체를 알아차린 걸까? 그나저나 지은이는 괜찮을까?’
많은 생각을 하며 그녀가 있는 층을 향해 계단을 올랐다.
이제 계단 다섯 칸만 올라가면 그녀와 마주치게 된다.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다 보니 계단 끝까지 올라왔고, 한지수는 내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넸다.
주변의 소음 때문에 그녀의 말은 들리지 않았지만, 입모양을 보자니 ‘어서와. 꼬마 탐정’ 이라고 말한 것 같았다.
‘내 정체를 알고 있어?’
입모양을 해석하자마자 나는 놀랐지만 애써 침착함을 유지한채 그녀에게 다가갔다.
“오랜만이야, 탐정님?”
그녀의 말 한마디에 다시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너, 나에 대해 알고 있었어?”
“얘는 몰라. 나는 알지만.”
“무슨 소리야?”
그녀는 내 질문에 미소를 지었다.
“뭐 하고 있어? 앉아서 얘기 좀 하는 게 어때?”
그녀의 말에 나는 의자를 꺼내 그녀의 앞에 앉았다.
분명히 그녀는 어제 만났던 한지수, 그 여자가 분명하다.
그러나 한지수가 아닌 것 같다.
분명히 어제도 위험한 여자였었지만, 오늘은 어제의 위험함과 또 다른 위험한 냄새가 풍겼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날 기다리고 있던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글쎄,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뭘 먼저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 그럼 이것부터 물어볼까? 내가 건넨 페이지는 푸른 눈의 경찰에게 잘 전달했어?”
그녀의 질문에 나는 침을 삼켰다.
‘이미 내가 한 행동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 아무 짓도 하지 않겠다는 건가?’
“뭐, 그래도 가장 궁금한 걸 물어보는 게 좋겠지? 왜 내 앞에서 능력을 한 번도 쓰지 않는 거지?”
“너… 그걸 어떻게…….”
‘아까 푸른 눈의 경찰이라고 한 것도 김성현의 눈 색을 알고 있었…….’
그녀는 내 질문에 입술이 볼에 닿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와 속삭였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은데. 지금 여기선 당신이 어떻게 살아남을지 걱정해야 하는 거 아냐?”
그녀의 말에 주변을 둘러보자 내가 들어왔던 계단을 포함한 모든 곳에 같은 뱃지를 달고 있는 남성들이 있었다.
“그래서. 죽이기라도 할 거야?”
그녀는 살의가 가득 담긴 눈빛으로 날 바라봤다.
“포커페이스 제대로 하네?”
“너… 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 거야?”
“일단 형을 죽일 생각은 없어. 왜냐면 나한테 소중한 사람이니까.”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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