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etective that grows by taking away others ability RAW novel - Chapter 63
063화
“솔직히 이런 말 하긴 부끄럽지만… 사일런스는 망가질 대로 망가졌습니다. 리벤지가 썩은 열매를 맺는 과실이라고 한다면, 사일런스는 뿌리가 썩어서 열매를 맺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이 조직은 한 번 갈아엎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그는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리벤지를 견제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그 조직을 내가 만들라고?”
“네.”
“거절한다면?”
그는 내 질문에 미소를 지으면서 날 노려봤다.
“필요악… 이라고 들어보셨어요?”
“…….”
“저는 사일런스가 좋습니다. 근데 만약 당신이 거절한다면… 거절하지 못하도록 수를 쓰겠죠? 당신과 적이 된다 하더라도…….”
‘이 새끼가?’
“그러니까 네가 원하는 것을 위해 날 도구처럼 이용하겠다?”
“당신이 어떻게 하냐에 따라 달라지겠죠. 도구가 될 것인지, 동료가 될 것인지… 저는 사일런스를 원래대로 돌려놓기 위해서라면 필요악이 될 겁니다.”
나는 그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이 녀석은 자신이 원하는 걸 얻기 위해 날 이용하겠다고 말하는 건데…….
왜 이렇게 이 녀석이 마음에 들지?
이상현과 이야기를 마치고, 다음날.
나는 NE 그룹으로 향했다.
회사 안으로 들어가자 보안 요원들이 내 앞을 막고는 날 내려다봤다.
“잠시만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이런 거… 오랜만인걸?’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바라봤다.
“회장님을 좀 만나러 왔는데요.”
“약속은 하셨습니까?”
“아니요.”
“그럼 들어오실 수 없습니다.”
그들이 못 들어오게 막자 나는 그들 중 한 명에게 서류 봉투를 건넸다.
“이거 그쪽 회장님께 드려요.”
“네?”
“드리면 그쪽 회장님이 아실 겁니다. 근처 카페에서 기다리죠.”
보안요원과 이야기를 마치고 나는 근처 카페로 갔다.
10분 후.
카페에서 여유를 즐기던 내 앞으로 보안요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요.”
“회장님께서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그들의 말을 듣고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자 비서로 보이는 여성이 날 회장실로 안내했다.
회장실로 들어가자 늙은 남성이 소파에 앉아 날 노려보고 있었다.
“너냐?”
“처음뵙겠습니다. 회장님.”
“도대체 너, 정체가 뭐야?”
“저요?”
나는 그의 질문에 나는 천천히 다가가며 살기를 담은 미소를 지었다.
“글쎄… 제가 누구인 것 같아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알아야 할 텐데…….”
“뭐… 뭐 하려는 거야? 오지 마!”
그가 놀라 몸을 뒤로 빼는 모습에 나는 한 번 비웃고 소파에 앉았다.
* * *
“그럼 내가 뭘 어떻게 하면 될까?”
상현은 내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서류 봉투 하나를 내게 건넸고, 그가 건넨 봉투 속에는 이해할 수 없는 글이 써 있는 문서들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이거 NE 그룹 회장한테 건네줘.”
“이게 뭔데?”
“우릴 실험했던 연구소에서 얻은 문서.”
“이걸 회장한테 줘서 뭐?”
“그 회장도 초능력 실험을 진행했던 사람 중 한 명이야. 녀석에게 보여주면 이게 뭔지 바로 알아차릴 거야.”
“그래서?”
“그래서는 뭐… 그 이후는 네가 움직여야지. 한가지 힌트를 주자면, 회장은 네 아버지에 대해 잘 알고 있어.”
“나는 모르잖아.”
“그럼 내가 하는 말 그대로 따라 해. 과거…….”
* * *
“과거 초능력 실험 기억하시죠? 아… 제가 드린 서류를 보고 이렇게 부른 걸 보니까 기억하고 있는게 당연하겠죠.”
“뭐?”
“저는 그때 그 실험의 피해자이자, 그곳의 보안팀장이었던 사람의 아들입니다.”
그는 눈을 크게 뜨고 내게 다가왔다.
“그럼 네가…….”
“네, 그 쌍둥이입니다. 형 쪽이죠. 회장님께서 저희 아버지에게 신세를 많이 졌다더라구요.”
“크흠…….”
그는 내 앞에 앉아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그놈이랑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군…….”
“그렇습니까?”
“어쨌든 그놈의 아들이 왜 날 찾아온 거지?”
“제 동생 때문에요.”
“뭐?”
“그날 그 사고… 제 동생이 일으켰다고 하더군요. 그것도 모자라서 지금까지도 당신네들한테 복수하려고 하고 있어요.”
“그래서 네 애비가 그놈들을 막으려고 조직을 만들지 않았냐?”
“네, 만들었죠. 근데 제 아버지가 죽고 난 후 그 조직에 있던 인간들이 우릴 도구 취급하네?”
회장은 귀찮다는 듯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본론이나 말해.”
“저희 아버지한테 받은 신세… 돈으로 주시죠.”
“뭐?”
“저희 아버지가 만든 조직은 현재 똥통이나 다름없어요. 그놈들 믿고 따르다가 똥독에 뒤질 것 같으니까 차라리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서 녀석들 막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그는 내 말에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 크게 웃기 시작했다.
“이 미친놈…….”
“이 미친 세상에 미치지 않은 놈이 이상한 거죠.”
“니 애비가 내게 처음 했던 부탁이 뭔지 아나?”
“글쎄. 아버지란 인간을 본 적이 없어서…….”
“너랑 똑같은 부탁을 했어. 이 미친 세상 더 미치기 전에 자신이 막을 테니 조직을 세우고, 남은 자식 똑바로 살 수 있게 돈을 달라고…….”
‘아버지가…?’
“그 애비에 그 자식이라는 건가? 그래서 얼마를 원하는 거지?”
나는 그의 질문에 미소를 지었다.
“제가 원한다고 다 받을 수 있겠습니까? 주는 놈 마음이지.”
“너… 보면 볼수록 네 애비와 똑 닮았구나. 말하는 꼬라지도 말이지.”
“그래서 불만입니까?”
“아니, 오히려 좋아. 그 망할 녀석이 마치 살아서 내 앞에 있는 것 같거든.”
“그래서 해주실 수 있습니까?”
“해주지. 근데… 그냥은 못 해주겠군. 아까도 말했다시피 이미 니 애비에게 받은 신세는 니 애비한테 갚으니…….”
나는 그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그 쪽에게 증명하라는 거네요? 내 가치를…….”
“그래, 난 장사꾼이야. 쓸모없는 투자는 하지 않지. 그러니까 내가 왜 자네에게 투자를 해야 하는지 말해보게나.”
나는 잠시 눈을 감고 곰곰이 고민하다 미소를 지었다.
“회장님이 저에게 하려는 게 투자라면 저는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겠습니다.”
“자네, 돈 필요해서 온 거 아닌가?”
“회장님은 누군가에게 돈을 줄 때 그걸 ‘투자’라고만 생각하십니까?”
그는 내 말에 씨익 미소를 지었다.
“마치 내가 말실수를 했다는 것처럼 말하는구만?”
“회장님은 제게 투자를 하는 게 아니라 보험을 드시는 겁니다.”
“보험이라…….”
“지금까지 회장님께 말씀드린 것들… 제가 알게 된 게 이제 겨우 한 달 넘었나? 그럴 겁니다. 이곳에 발 들인 지 이제 겨우 한 달 된 애가 여기까지 왔는데, 지금까지 몸 담갔던 사람들은 어떨까요?”
“이미 나에 대해 알고 있을 수도 있고, 주변에 날 노리는 녀석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군.”
“그렇죠.”
“그래서 그놈들을 내게서 지켜주겠다?”
“네.”
그는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네 질문을 다시 반대로 되묻지. 이곳에 발을 담근지 이제 겨우 한 달이 됐는데 네가 뭘 할 수 있지?”
“겨우 한 달 밖에 안된 놈이 이미 이곳 사정을 다 알게 되었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것 같은데요.”
“흐음?”
“여기는 사회랑 다르게 뒷배가 좋아도 내가 약하면 잡아먹히는 곳입니다.”
그는 내 말을 이해한 듯 씨익 미소를 지으며 소파에서 일어나더니 책상 위에 있던 전화기의 버튼을 눌렀다.
―네, 회장님
“정 비서, 지금 당장 카드와 수표 좀 가져오게.”
―네, 알겠습니다.
회장이 통화를 마치고 잠시 후 여성이 들어와 신용카드와 백지 수표 용지를 식탁 위에 올려놨다.
“내 자네 말대로 투자… 아니, 보험 한 번 들어보지.”
회장은 소파에 앉아 내게 카드와 수표를 건네며 미소를 지었다.
“필요한 게 있으면 이 카드로 쓰고, 현금이 필요하면 수표에 적어서 사용하게나.”
나는 그가 건네는 카드와 수표를 받으며 농담을 던졌다.
“이렇게 주시다 파산하셔도 모릅니다?”
“어디… 꼬맹이 하나가 대기업을 무너트릴 수 있는지 볼까?”
그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의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액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액자를 들여다보니 액자 속엔 그의 가족사진이 들어 있었다.
“왜? 내 사위라도 되고 싶어서?”
“회장님 자식분들은 전부 결혼하고 자식이 있을 나이 아닙니까?”
“그럼 내 손녀사위라도 되던지.”
“거절하겠습니다.”
나는 그의 말에 헛웃음을 치며 액자를 내려놓으려고 하자 액자 뒤가 떨어지며 그 뒤에 숨겨져 있던 사진이 떨어졌다.
바닥에 떨어진 사진을 주워 책상 위에 올려놓으려고 하는 순간.
사진 속에 아저씨가 눈에 들어왔다.
“회장님.”
“왜 그러지?”
“혹시 이 사진 속 사람…….”
회장에게 다가가 사진을 들이밀자 그는 사진 속 아저씨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웃었다.
“네 애비? 아, 너는 본 적 없다고 했었지.”
“제… 아버지라고요?”
“그래.”
그의 말 한마디로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왜 그러나?”
“아니… 이분… 제가 어렸을 때 돌봐주던 아저씨였는데…….”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이 녀석이 네 애비…….”
그는 말을 중간에 멈추고 측은한 표정을 지었다.
“에휴… 멍청한 새끼…….”
“예?”
“네 애비는 일부러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은 거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그놈이 조직을 만들고, 활동하면서 신변의 위험을 얼마나 많이 겪었는지…….”
“그거랑 아버지가 정체를 숨긴 거랑 무슨 상관입니까.”
“상관있지. 넌 본인의 신변이 위협받는 상황에 소중한 사람을 자신의 옆에 둘 자신 있나? 옆에 두면서 거리를 유지할 수는 있어? 널 위협하는 칼이 네가 아니라 네 소중한 사람을 향할 수 있는데도?”
그의 말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상황이 나에게도 닥쳤었으니까…
그 때문에 지은이가 그렇게 됐으니까…
아버지란 인간은 그런 걸 감수하면서도 날 자기 옆에 뒀다고?
나는 내 소중한 사람도 못 지켰는데?
나는 회장의 말에 실소를 터트렸다.
“그래서…….”
“녀석은 널 지키기 위해 곁에 두면서도 자신이 네 아빠라는 사실을 말하지 못한 거다.”
나는 눈물을 참기 위해 고개를 들고 천장을 바라봤다.
“회장님… 한 가지… 부탁이 더 있습니다.”
그는 내가 부탁을 말하기도 전에 미소를 지으며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가져가게.”
“감사합니다…….”
* * *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 침대에 누워 아저씨… 아니, 아버지의 사진을 바라봤다.
아버지.
어색하네.
아저씨라 부르던 사람이 내 아버지였다니…….
입술을 꽉 깨물었다.
피가 날 정도로.
아저씨의 마음…
이해가 된다.
어쩔 수 없었다는걸…….
이해가 되지만, 이해하고 싶지 않다.
“하아… 씨발…….”
그 순간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똑똑똑.
‘하… 제발… 그냥 좀 가줘라.’
똑똑.
똑똑똑.
“하아…….”
한숨을 한 번 크게 내쉬고 문을 열자 밖엔 지아가 서 있었다.
“한지아?”
그러고 보니…….
아저씨 일기장에 지아와 관련된 내용이 있었는데, 그게 얘였구나?
“무슨 일이야?”
“예? 아, 그게… 치, 치킨?”
한지아는 단호한 내 말투에 당했는지 횡설수설하다 정신을 차리고 치킨을 들며 미소를 지었다.
“뭐?”
“맥주 한잔 하실래요?”
그녀의 질문에 나도 모르게 실소가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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