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irt spoon's way to escape debt RAW novel - Chapter 157
156
문(1)
골똘히 생각에 잠긴 자.
키린이었다.
그는 현재 감금 상태.
인간계와 환수계 사이에서 아무런 알림 없이 힘을 사용한 죄로 갇혀 있는 중이었다.
사방이 틀어막힌 새하얀 방.
솔직히 감옥이라고 하기에는 또 뭣하다.
이 정도라면야 한 지역의 주인이라면 금방이라도 열고 나갈 수 있을 정도로 허술한 감금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
그것은 환수들 사이의 약속.
룰을 깬 자에 대한 자신들 나름의 규칙이었다.
“흠… 이상한데… 그걸 어디서 느꼈더라?”
그가 지금 고민에 빠진 이유.
마지막으로 봤던 체스에 대한 것이었다.
그 자에게서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기운의 냄새.
분명히 맡은 적이 있는 냄새였다.
“거참. 생각이 안 나네. 분명히 내가 아는 자의 냄새인데 그게 기억이 안 난단 말이지. 이거 나이를 좀 먹었다고 단기 기억상실증이나 이런 게 온 건 아니겠지?”
이렇게 의문스러울 때는 켄타에게 물어보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인데…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딱 그 짝이지 않은가.
“아휴. 답답해. 물어볼 녀석들도 없고…”
답답하기 그지없는 키린이었다.
****
뚜벅뚜벅-
“이번에도 고생이 많았네. 이번에는 특히나 좀 큰일이었다지?”
자신의 옆에서 함께 걸어가고 있는 남자에게 자상하게 말을 건네는 남자.
오픈도어의 수장인 덴테였다.
그가 말을 건네고 있는 남자는 등 뒤에 온갖 만병을 가진 남자.
불과 얼마 전에 체스와 한 판 벌인 페릴턴이었다.
“그 정도는 큰 일도 아닙니다.”
대수롭지 않았다는 듯 대답하는 페릴턴.
“그래? 하긴 뭐 자네가 갔으니 나야 걱정할 게 없긴 하지. 협회장도 둥지에서 벗어났었으니 말이야.”
“어차피 그게 진정한 저희의 노림수 아니었습니까? 협회장을 오게끔 만드는 것. 그래서 우리가 그렇게 움직인 것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아쉬운 건 있습니다. 저도 거기에서 랭킹 1위의 실력을 한번 보고 싶기는 했었는데 말입니다.”
간만에 말을 길게 하는 페릴턴이었다.
그의 말투 곳곳에는 아쉬움이 잔뜩 배여 있었다.
평소에는 말을 별로 하지 않는 그였지만 이번 만큼은 유난히 뭔가 불만족스러운 듯 보이는 그였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페릴턴 만큼 로스티와 붙고 싶어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랭킹 1위라.
그 이상의 매력적인 단어는 페릴턴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전에도 그런 강자는 없었고 이후로도 그런 강자는 없을 것이라 불리우는 로스티였기 때문이다.
“그렇지. 그 심정은 이해하네. 하지만 자네는 우리 오픈도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전력. 혹여나 다치기라도 하면 그만큼 손해가 또 있을 수 없지. 우리가 하려는 일에도 지장이 생기고 말이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번에 자네가 빠지는 건 당연한 것이야. 아직 우리가 전면에 얼굴을 내세울 수는 없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그 협회장이랑 붙은 마수들은 다 어떻게 되었지?”
“아시면서 왜 물어보십니까?”
뭘 뻔한 걸 물어보냐는 듯한 페릴턴의 되물음.
“아. 하긴 그렇지. 내가 괜한 질문을 했군. 으하하하.”
그랬다.
데몬 스코르피는 오로지 양동작전을 위해 버리는 말.
데리고 간 마수들 대부분은 마수 사냥꾼들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다.
단지 페릴턴이 그 현장에 없었을 뿐.
아예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마냥 모습을 감춰버린 것이었다.
모든 것은 처음부터 약속되어 있던 것.
그리고 그들의 노림수는 완벽하게 먹혀 들었다.
“그런데 내가 궁금한 게 하나가 있네.”
“무엇입니까?”
뜬금없는 덴테의 말에 아무런 표정의 변화 없이 응답하는 페릴턴.
“내가 얼마 전에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말이야. 그 헬캣과 같이 다니는 녀석이 관여자라고 하던데… 내가 들어보지 못했던 단어여서 말이지. 그래서 말인데 관여자가 무엇인지 자네는 혹시 아나?”
관여자라…
어글리불이 지나가듯 이야기한 것이다.
하지만 덴테는 확실히 거기에 대해 알고 있지 않았다.
어떠한 문헌을 찾아보아도 거기에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
심지어 자신처럼 마수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모두 모른다는 대답 뿐이었다.
“…글쎄요. 전 잘 모르겠습니다. 그게 무엇입니까?”
순간 미세하게 떨리는 페릴턴의 눈가.
스치듯 지나가는 그의 표정 변화였다.
‘호오~’
그리고 그걸 재빨리 캐치한 덴테.
페릴턴과 같이 지내온 세월이 얼만데 그것 하나 알아차리지 못할 덴테가 아니었다.
‘이 놈 봐라? 감히 나에게도 숨기는 게 있단 말이지? 내가 네 녀석을 키워준 게 얼만데?’
덴테가 저리 생각하는 이유.
이들의 인연이 참 길기 때문이었다.
둘이 만나게 된 것.
그것은 페릴턴이 아주 어릴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귀족들의 압정에 그만 목숨을 잃어버린 그의 부모.
그리고 그 곁을 지나가던 중 우연히 마주치게 된 둘.
그때 처음 페릴턴을 보게 된 덴테는 아주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부모의 시체를 바로 곁에 두고도 아무런 감정의 변화도 보이지 않던 그 아이.
한낱 꼬마 아이가 아닌가.
한창 아양을 떨고 애교를 부릴 나이에 부모가 그렇게 되었다면 응당 눈물을 흘려야 할 터인데 아이는 정말 무감각해 보였다.
이 아이라면… 가능할 수 있겠다.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말로서의 역할을 말이다.
그렇게 페릴턴을 데리고 왔고 둘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 그게 쭉 이어져 지금까지 함께 움직이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 그가 뭔가를 자신에게 숨긴다?
안 될 말이지.
하지만 더 파고 들기에는 지금 당장은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 덴테였다.
그렇기에 짐짓 아무 것도 보지 못한 척 아무 것도 모르는 척 말을 슬쩍 돌리는 덴테.
“그래? 그렇군. 자네가 모른다면 내가 알아보고 가르쳐 주지.”
“네. 저도 관여자라는 게 무엇인지 궁금하군요.”
“그래. 그래. 그나저나 빨리 가세. 이제 곧 문을 열어야지. 하하하하하.”
둘은 더 이상의 잡담은 그만둔 채 목표물이 있는 곳으로 계속 걸음을 이어갔다.
****
“야이씨. 날 어디로 끌고 온 것이야??? 빨리 날 놔줘!”
대롱대롱 매달린 채 소리를 꽥꽥 지르는 로레인 공주.
그리고 그녀의 앞에는 어글리불이 미간을 있는 대로 찌푸린 채 팔짱을 끼고 서있었다.
“안 지치냐?”
“야! 너 같으면 지치겠냐? 곱게 말로 해도 될 걸 그걸 이렇게 우왁스럽게 묶어두냐? 빨리 풀어!”
“하… 내가 웬만하면 안 건드릴려고 했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
딱-
어글리불이 손가락을 따악 튕겼다.
그러자 그에게 다가오는 오픈도어의 부하들.
“저 여자. 입에 뭐라도 좀 물려라. 그리고 그 남자아이도 데려오고.”
그의 말에 재빨리 움직이는 부하들.
읍읍읍- 읍읍읍- 읍읍읍읍-
“진작에 이렇게 할 걸. 이제야 좀 살겠네.”
지극히 만족스러워하는 어글리불의 미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