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irt spoon's way to escape debt RAW novel - Chapter 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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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째 만남(1)
“야. 내 이름 밖에서 함부로 부르지 말랬지? 또 지난 번처럼 ”
날이 선 목소리.
“조심하라고 했지? 절대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잖냐?”
옆의 동료 하나가 낮은 목소리로 그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아차차.
“아… 그렇죠. 대장님.”
이들에게는 금기시되는 게 있었다.
그것은 에밀리의 본명을 부르는 것.
그 이유인즉슨 에밀리는 밖에서 자신의 이름이 불리는 걸 극히 싫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렇게 조그만 키에 귀염상의 얼굴.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몹시도 사랑스러운 그녀였다.
하지만 그 말이 몹시도 싫은 그녀.
자신은 엄연히 마수 사냥꾼이다.
그것도 랭킹 30위의 랭커란 말이다.
자신은 마수 사냥꾼으로서 인정을 받고 싶은 것이지 여자로서 인정을 받고 싶은 게 아니었다.
좋은 소리도 수백 번 들으면 지랄 맞다는데 하물며 싫은 소리를 그렇게나 들으니…
그렇기에 오히려 그 말에 발끈할 수 밖에 없는 그녀였다.
“…조심해라. 정말 단체로 곡소리난다.”
에밀리가 낮은 목소리로 말을 하자 모두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순간 온 몸에 소름이 쫘악 돋는 모두들.
그녀가 한번 꼭지가 돌면 정말이지 떠올리기조차 싫을 정도로 개고생을 하는 그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네, 네, 조심할게요.”
긴장감이 역력한 투로 대답을 하는 녀석들을 보며 에밀리는 다시 어느 곳을 보았다.
“왜 안 오는 거야? 도대체. 짜증나게.”
엄한 곳에 화풀이를 하는 에밀리였다.
****
체스는 헬캣과 함께 다시 밖으로 이동 중이었다.
켄타는 자신과 계약을 맺자마자 바로 환수계로 돌아갔다.
키린이 구속상태인 이상 자신이 오랫동안 지역을 비울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목적지는 이미 켄타가 일러 주었다.
그들이 회수해야 될 것은 두 명의 사람.
켄타의 말로는 둘 다 반드시 구해야 하는 존재들이라고 했다.
묵묵히 이동을 하고 있는 둘.
침묵 만이 둘 사이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 침묵을 먼저 깨뜨린 건 헬캣.
-너. 가족 사항이 어떻게 되냐?
전혀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갑자기 꺼낸 말이 자신이 생각했던 범주의 그런 게 아니었던 터라 달려가던 체스가 멈칫거렸다.
“에?”
-가족 말이야. 가족.
“갑자기 왜… 가족은?”
-궁금한 게 있어서 그런다. 좀 알아야 할 것도 있어서 말이지.
실은 켄타가 헬캣을 따로 불렀을 때 그들이 나눈 대화는 체스에 관한 것이었다.
처음부터 궁금하던 것.
서로가 가졌던 의문.
그들은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서로 대화를 나누었다.
“흠… 제 가족은 엄마 한 명이었죠. 엄마는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는 않구요. 그래서 지금은 뭐 부모 형제 한 명도 없는 고아가 되어 버렸죠. 혼자 열심히 살아가는 집안의 가장이죠. 그래봤자 건사해야 할 식구가 있는 건 아니지만요.”
-아버지는?
“후… 아버지요? 그 인간은 부모라고 불릴 자격도 없어요. 내가 지금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을 하는데. 얼굴은 너무 어릴 때 본 것이라 기억은 전혀 없어요. 심지어 말이죠. 제가 빚 얘기도 했었죠? 다 그 인간 소행이라구요.”
갑자기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지 체스가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열변을 토해내었다.
-그래? 아버지의 얼굴이 전혀 기억이 아예 안 나냐? 전혀? 완전?
“네. 날 리가 없죠. 그게 도대체 언제적 이야기인데. 기억이 나는 게 오히려 이상한 것 아니에요? 그러고 보니 엄마가 그 인간 이야기를 얼핏 했던 것 같기는 해요. 저랑 완전 판박이라던데… 뭐 여하튼 그딴 인간. 이미 죽었겠죠. 암. 아니지. 오히려 떵떵거리면서 사려나? 아니겠지. 죽었을 거에요. 분명히.”
절대 살아있을 리가 없다.
단호한 말투로 이야기하는 체스.
그의 말을 듣는 헬캣의 표정이 약간 미묘하게 변하기는 했지만 체스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오히려 욕에 욕을 더해가며 말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왜 그러는 거에요? 제 가족이 갑자기 왜 궁금한 거에요?”
-쓰읍. 아닌데… 켄타 녀석마저 그러는 걸로 봐서는 분명한데.
“그러니까 뭘요?”
-네 아버지라는 사람. 아마 우리가 아는 그 자일지도 모르겠다.
헬캣의 말에 놀란 건 오히려 체스.
그럴 리가.
분명히 죽었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존재 아니가?
오죽하면 엄마도 아빠는 죽었으니 찾지 말라고 했지 않나.
헌데 지금 들려오는 헬캣의 말을 종합해 보면 살아있다는 말에 진배 없잖은가?
게다가 그들이 안다라…
응?
아니. 잠깐만.
뭔가 이상한 점이 들었다.
둘이 어떻게 그 자를 동시에 아는 것이지?
그리고 그와 동시에 어디론가 생각이 미치는 체스.
“…설…마…? 그 인간이라는 게 마수 아니지 환수는 아니겠죠?”
말을 더듬거리면서 물어보는 체스였다.
-모든 건 확실하지 않다. 나도 처음에 좀 그렇게 생각을 하긴 했었기에 물어본 것이기도 하고. 단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고 싶었을 뿐이다.
“아니에요. 아니야. 그 생각하는 그건 절대 아닐 거에요. 죽었어요. 저이게 이제 가족은 없어요.”
-그래. 그래. 가자.
나중에 더 지켜보면 알 것.
헬캣은 더 이상 말은 않은 채 대신 멈춰있던 걸음을 이어갔다.
****
탁-
온 몸이 찌릿찌릿하다.
헬캣과 체스의 몸이 동시에 멈춰섰다.
“뭐지? 뭐야?”
그의 감각이 알려주고 있었다.
앞에는 어마어마한 놈이 있다는 것을.
금방이라도 자신들을 양단해 버릴 정도의 강력한 살기.
너무나도 강렬한 예기가 자신의 피부를 따끔따끔하게 할 정도로 몹시도 강렬한 기운이었다.
-… 그 녀석이다.
“그 녀석?”
-그 녀석. 우리가 그때 만났던 녀석. 다시 말해 너와 똑같은 한 명의 관여자란 말이지.
그때 스윽 모습을 드러내는 자.
바로 만병의 주인인 페릴턴이었다.
그들의 2번째 만남이었다.
“용케도 알아차렸군.”
-그렇게 살기를 뿜어내는데 못 알아차릴 사람이 누가 있냐?
“너에게는 볼일이 없다. 난 마지막 퍼즐을 완성하기 위해 또 다른 관여자를 없애기 위해 온 것일 뿐이니까.”
페릴턴이 이 곳에 온 이유.
관여자가 2명이 되어버린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둘 중 하나는 사라져야 한다.
애초에 반드시 존재하는 존재였으나 반드시 한 명만 있어야 하는 그런 존재이니까.
원래부터 그렇게 만들어졌다는 말이다.
-내가 가만히 있을 것 같나?
“오늘 참 많은 말을 하게 만드는군. 근 일 년 치 모든 이야기를 다 하는 것 같은데. 그리고 그때도 졌는데 이번에는 이길 성 싶나?”
앞에 저렇게 있는 걸로 봐서는 이번 싸움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긴장한 체스가 검을 뽑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