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irt spoon's way to escape debt RAW novel - Chapter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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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3)
그 후.
꽤 오랜 시간 동안 부르사이에게 들들 볶인 키린이었다.
하지만 마냥 심드렁한 키린의 얼굴.
같이 살아온 세월이 얼만데 이 정도의 잔소리야.
그 정도의 잔소리라면야 이미 면역력이 생긴 듯 보이는 키린이었다.
오히려 터질 듯이 달아오른 건 쉴 새 없이 입을 움직이는 부르사이였다.
그녀가 답답해 하는 이유는 하나.
무언가 움직이던가!
아니면 적어도 무슨 말이라도 하던가!
게다가 하르무를 제외한 나머지 주인들의 생각들 또한 알 수 없는 지금.
그럴 수록 오히려 지금 같은 시기에 더욱 빨리 움직여야 할 터인데 이러고 있으니…
앓으니 죽지 진짜.
속이 터지는 듯 자신의 가슴을 탕탕 내리치는 부르사이였다.
“부르사이 님. 저희 주인님도 다 생각이 있으시지 않을까요?”
그래도 가재는 게 편이라고 지네 주인 편을 드는 켄타.
나름 그녀를 달래려는 켄타의 시도였다.
하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아버렸다.
획-
화아아악-
불길이 타오른다.
순간 켄타는 영원히 꺼지지 않을 주황의 불꽃이 자신을 확 덮쳐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윽-
자신도 모르게 찌푸려지는 눈살.
오롯이 자신을 향해 뿜어내는 부르사이의 분노였다.
가득 찬 엄숙한 분노.
평소의 장난끼로 가득 찬 그녀가 아니었다.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다. 나는 지금 네 주인 키린에게 한 명의 주인으로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죄송합니다.”
주인의 권위이자 권능.
환수계에서 단 다섯 명의 주인들.
그들 만이 가진 능력이었다.
그것이야말로 주인들이 곧 주인으로 있을 수 있게끔 해주는 것.
환수들이 거기에 저항하기란 정말 쉽지 않은 것이었다.
물론 예외는 있다.
켄타처럼 아예 자신의 주인에게 종속이 된 경우라면 말이다.
그들은 다른 주인들이 자신에게 권위를 뿌리더라도 거기에 완벽하게 녹아들지는 않았다.
아니 그럴 수 없었다.
주인들 간에 힘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같은 위치에 선 존재들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근거리에서라면 완벽하게 면역이 되는 것 또한 아니기에 켄타의 몸이 움찔거렸다.
일순 경직되어버린 켄타.
훠이~ 훠이~
그 광경에 혀를 끌끌 차는 키린.
“쯧쯧. 넌 왜 우리 애한테 그러냐? 그런 거 함부로 하거나 그러면 안돼.”
먼 산을 쳐다보는 듯한 시선으로 읊조리듯 이야기하는 키린의 말에 부르사이가 고개를 홱 돌렸다.
한껏 치켜 뜬 눈초리를 한 채.
순간 불꽃이 튀는 듯한 그녀의 아리따운 눈망울.
찌릿-
그 모습에 얼른 켄타에게로 고개를 돌려버리는 키린.
“켄타. 그러니까 내가 들이지 말랬잖냐. 나 생각 중이라고.”
“죄송합니다.”
“이 녀석들이…!!!”
자신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뻔히 알면서 지금 저런 식으로 이야기한단 말이야?
두 눈을 부릅뜬 채 확 따질 듯이 날개를 활짝 펼치는 부르사이.
화려한 두 날개에 맺힌 불타오르는 불꽃들이 더욱 기세를 더해갔다.
급격히 올라가는 방 안의 온도에 얼음으로 만들어 진 벽에는 어느 새 물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장난이야 장난. 말을 못하겠네. 벽이 녹잖냐~”
“너~~~~~~어~~~”
“알았어 알았어. 다 듣고 있었어~ 아직 모든 게 결정 난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귀 따갑게 그래?”
저 천연덕스러운 얼굴에 한 대 쥐어 박아주고 싶다.
지금 이 순간 부르사이가 격하게 원하는 것이었다.
허나 눈치 하나는 차고 넘치는 키린이 아닌가.
다시 재빠르게 말을 이어가는 키린.
“하르무는 괜찮을 거고… 관여자가 둘이랬지?”
키린도 더 이상 장난을 치지 않겠다는 듯 진지한 표정으로 대화를 계속해서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에 팔짱을 낀 부르사이.
민망할 정도로 키린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그녀였다.
“그래.”
“우선 시간의 추이를 따져보면… 당연히 열쇠가 만들어진 후에 이 곳으로 넘어왔겠지. 그렇다면 통로가 막힌 후에 들어왔다는 이야기가 될 테니 온 경로는 당연히 개구멍일 것이고. 막시멈과도 만났겠고.”
“어휴. 답답아. 그냥 할 말만 해. 주변 상황에 대해 설명은 그만하고. 그 정도는 조금만 생각해도 다 알 수 있으니까.”
“일단 관여자가 둘이라는 건 우리에게도 아직 비빌 여지가 있다는 말이지.”
“그래서?”
“난 그걸 이용할 생각이야.”
“??????”
동시에 켄타와 부르사이의 얼굴에 떠오른 물음표.
너무 두서 없이 던지는 그의 말에 의문이 생긴 까닭이었다.
“말 그대로야. 열쇠를 어찌할 수 있는 건 관여자 밖에 없잖아. 켄타. 그 아이가 그 아이라면서?”
“네. 맞습니다.”
“그럼 됐잖아. 대충 들어본 대로 생각을 해보면 일단 관여자로서의 각성은 끝난 상태이고 단지 문제는 아직 나머지 한 명의 관여자보다는 약하다는 것 정도잖아.”
“그렇죠.”
“그럼 그 녀석을 강하게 만들면 되지 않냐? 그렇게 우리의 예상대로만 되면 뭐 딱히 어려울 것 없을 것 같은데? 뭔가 생각이 복잡할 때에는 오히려 간단하게 생각을 하면 되잖아.”
아!
그렇게 간단한 방법이 있었구나.
부르사이가 저도 모르게 손뼉을 짝 쳤다.
“그럼 그 아이를 찾으면 되겠네?”
“딱히 찾을 필요가 있을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 아이를 당연히 찾아서 강하게 만들어야 할 것 아냐?”
강하게?
어떤 의미로?
‘아… 이거 불안한데.’
그 한 마디에 눈빛이 싸악 바뀐 그녀의 모습에 오히려 불안해지는 건 키린의 몫이었다.
“야야~ 내가 애를 잡니? 오호호호호호호호호.”
급격히 바뀐 기분을 주체할 수가 없다는 듯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는 그녀였다.
“뭐 여하튼… 내가 보기에 그 아이가 갈 곳은 분명히 남쪽이란 말이지.”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지? 하긴 네 촉이 보통 촉이 아니긴 하지만.”
“그 아이. 내 기운을 가졌잖아. 내 기운은 아무래도 빙속성이니 그걸 중화시켜야 하지 않겠어? 그렇다면 갈 곳은 딱 한 군데 밖에 없지. 여기 환수계에서 그렇게 뜨끈뜨끈한 곳이 어디에 있겠냐? 네가 다스리는 남쪽 지역 밖에 없지.”
아~~~
그럴듯한 이유였다.
그제야 키린이 한 말이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는 부르사이.
“그럼 난 얼른 가야겠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날개를 펄럭이며 공중으로 치솟아 오르는 그녀의 몸.
그렇게 그녀는 어느 새 하나의 점이 되어 사라져갔다.
“……빠르네……”
“……저게 부르사이 님의 매력이긴 하시죠… 망설임 없는 추진력……”
할 말을 잃은 둘.
그녀가 떠난 자리에는 날개에서 떨어져 나온 불꽃의 여운 만이 키린의 방을 반짝이고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