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irt spoon's way to escape debt RAW novel - Chapter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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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아시시(7)
지금 몹시도 심기가 불편한 어스아시시였다.
눈에 난 상처가 미묘하게 치료가 되질 않는다.
보통이라면 바로 회복이 되었어야 할 터인 자신의 눈이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은 것이 영 꺼림칙했다.
뭔가 술수를 부린 것 같은데.
이 빌어먹을 인간들을 빨리 처리하고 가질 것만 가지고 얼른 빠지고 싶건만.
저기 위에서 자신의 이 꼴을 보고 비웃고 있을 헬캣도 몹시 신경에 거슬리고 말이다.
게다가!
자신의 매끈하고도 탐스러운 다리도 몇 개가 잘려나간 것 같다.
인간들의 반격이 이리도 거셀 줄은 몰랐다.
이게 다 그걸 얼른 손에 넣지 못한 탓이다.
‘…어서 그걸…’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함이 더해갔다.
어스아시시는 3개의 눈알을 희번득거리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심사장 안에 들어와 있는 인간들의 수가 많아서인지 자신이 너무 흥분한 탓인지 그건 쉽사리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그렇다면 또 방법이 있지.
어스아시시의 미간 사이가 살짝 빛이 맴돌았다.
그러자 그의 주변에 있는 모든 감각들이랄까 모든 게 몽땅 자신의 뇌 안에 마치 지도가 촤악 펼쳐지듯 펼쳐졌다.
일명 ‘기감탐색’
적어도 S급 이상의 환수들은 모두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능력이었다.
물론 급이 더 높아지면 더욱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다고 들었지만 지금의 어스아시시에게는 이것이 한계였다.
하지만 지금 자신이 가진 능력 만으로도 충분하다.
고작 이 정도 넓이의 심사장이라면 자신의 기감탐색 만으로도 충분히 탐색이 가능한 정도였다.
촤라락-
그의 뇌 안에 펼쳐진 지도에 하나씩 하나씩 빛이 그려졌다.
어스아시시의 감각에 모든 것들이 걸려 들어온다는 증거였다.
이 빛들은 주변에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을 의미했다.
수는 정확하게 현재 심사장 안에 있는 모든 생명체의 수와 같았다.
단지 다른 것은 형형색색의 각각 다른 색과 크기들.
맨 처음 뇌에 새겨진 것은 당연히 확연히 눈에 띄는 한 빛덩이.
그것은 여기 심사장 안에 있는 그 어떤 빛덩이들보다도 크게 보였다.
‘이건.’
어스아시시에게서 약간 떨어진 곳에서 마치 자신의 존재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아주 강하게 빛이 나는 커다란 빛덩어리였다.
으득-
‘저건 딱 봐도 헬캣 그 자식이군.’
어스아시시는 저도 모르게 빈 틈 하나 없이 빼곡히 나있는 이빨을 으득 깨물었다.
‘그것만 손에 넣으면… 그것만 손에 넣으면…’
더욱 더 욕구가 강해진다.
그것만 있다면 자신의 빛은 저기 커다랗게 보이는 빛 따위는 한 입에 씹어 먹어버릴 정도로 크게 될 것이다.
그 외 자신의 주변에 보이는 자질구레한 빛덩이들.
이따위 것들은 아니다.
…분명히 있었는데…
조바심을 내며 어스아시시는 조금 더 기감탐색을 끌어올렸다.
일순 어스아시시의 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리고 그에 공명이라도 하듯 자잘한 빛 중 하나가 그 크기를 더해가기 시작했다.
오오!
처음 자신이 끌려서 오게 되었던 바로 그 기운이었다.
그 기운은 약하디 약한 빛에서 시작했지만 점점 빛에 빛을 더해가며 강하게 퍼져나오고 있었다.
‘저 녀석이다!!!’
크와아아아아아악-!!!
어스아시시는 크게 괴성을 질러댔다.
크앗-
그리고 몸을 한껏 들어올려 단번에 짓밟아버리려는 찰나.
일순 어스아시시의 몸이 휘청거렸다.
‘뭐…뭐냐 이건?’
어마어마한 힘이 자신의 한쪽을 당기고 있었다.
쇠사슬이 묶인 양쪽 중 한 곳이었다.
일순 자신의 몸이 그 쪽으로 당겨지는 느낌을 받은 어스아시시는 몸에 힘을 줘 버텼다.
하지만 되레 힘에 밀리는 건 자신.
그 녀석이었다.
‘저…저 미친 놈이…’
어쩐지 빛이 점점 강해지더라니.
괜히 기감탐색을 돌린 건 아닌가 잠시 후회가 드는 어스아시시였다.
자신의 기운이 저 녀석의 그 기운을 잠에서 깨게 만든 건 아닌지.
순간 아주 기가 막힌 생각이 어스아시시의 뇌리를 스쳤다.
당기면 끌려가면 그만.
순리에 역행하려 하니 반발이 생기는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 저 녀석이야말로 자신이 노리는 녀석이지 않나.
이건 그냥 넝쿨 째 자신을 먹어줍쇼와 똑같지 않은가.
그렇다면 또 넙죽 받아 먹어줘야지.
어스아시시는 자신의 온몸을 휘감고 있던 몸의 힘을 풀었다.
그리고는 체스의 당기는 힘을 역이용해 입을 쩍 벌린 채 체스에게로 달려들었다.
-내놔라!!!!!!!!!!!
크와아아아앙-!!!
****
한편 힘을 줘 당기는 것까지는 좋았다.
워낙 기세좋게 당긴 터라 어스아시시가 끌려오는 게 체스의 손끝에 여실히 느껴졌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정도로 너무 쉽게 끌려오는 어스아시시.
그에 따라 쇠사슬이 지나치게 느슨해지며 축 늘어져갔다.
“얼레??? 뭐…뭐야 이거. 이럴 리가 없는데.”
다시 고개를 들어 정면을 바라보니 자신을 향해 온 몸을 내던지는 어스아시시의 얼굴이 두 눈 가득히 들어왔다.
‘시발. 눈이 4개나 되네.’
입을 쩍 벌린 채 자신에게 달려드는 어스아시시.
침을 질질 늘어뜨리며 자신에게 미친 듯이 달려드는 마수의 모습은 공포스럽다기보다는 기괴하게만 보였다.
‘…이빨이 다 몇 개야…? 저기에 물리면 작살이 나겠네. 아주 그냥.’
그 당황스러운 와중에도 쩍 벌려진 입 안의 이빨을 세는 체스.
하지만 넋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도망가기에는 이미 늦은 것 같고.
쇠사슬에서 손을 놓은 체스는 적절한 위치를 잡기 위해 클링어를 발사하는 한편 재빨리 자신의 대검을 빼어들었다.
어스아시시의 입은 어느 새 지척.
쩍 벌린 입 안은 지독한 악취와 함께 안의 치석까지 보일 정도로 선명하게 보였다.
‘니기미’
“야!!!!!!”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마리안느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다 알고 있다고!’
이야아아압-
체스는 클링어를 약한 육질 쪽에 박아 재빨리 어스아시시에게 매달렸다.
그리고는 공격을 하는 대신 한 손으로 대검을 수직으로 세웠다.
곧추세운 대검은 어스아시시의 쩍 벌려진 입에 그대로 끼워졌다.
커어어업-
체스를 물려던 마수의 입에는 응당 물려있어야 할 인간의 몸뚱아리 대신 어스아시시가 제일 싫어하는 시퍼런 날붙이가 아래위로 끼워져 있었다.
어버버버-
갑작스레 입천장을 뚫고 들어온 날붙이였다.
그것의 차가운 느낌에 어스아시시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ㅍ ㅏ…
입이 벌려진 탓에 제대로 다물려지지 않았다.
마수의 예상대로라면 지금쯤 인간의 몸뚱아리가 물려있어야 할 터인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물건이 물린 탓에 희열 대신 고통이 어스아시시의 몸을 지배했다.
자신의 큰 머리를 양쪽으로 힘껏 흔드는 어스아시시.
대검을 내뱉으려는 의도였다.
그리고 대검을 끼운 체스에게 그 행동에 따른 결과가 고스란히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