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villain's infinite absorption power RAW novel - Chapter 118
119. 망토의 활약
선데이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수혁이 먼저 움직였다.
외신의 기운을 지키는 가디언의 힘을 얕보지 않은 그는 있는 힘껏 주먹을 내질렀다.
콰직.
검붉은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일렁거리는 주먹이 가디언의 심장 부위를 관통했다.
“끄륵….”
그대로 피거품을 토한 가디언이 죽어 버리자 수혁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경험치가 형편없잖아?
죽은 가디언은 보랏빛 연기로 변해 기화되며 사라졌다.
“뭐야. 왜 이렇게 약해?”
선데이는 눈도 깜빡하기 전에 적의 몸통을 주먹으로 꿰뚫은 수혁의 실력에 화들짝 놀랐다.
자신 역시 나름 챔피언 등급의 각성자라는 자신감이 있었지만, 그가 움직이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게 마스터의 진정한 힘!’
오랜만에 직접 목격한 마스터의 실력에 전율을 느낀 그녀와 달리 수혁은 실망스러운 얼굴로 터덜터덜 돌아왔다.
“경험치도 짜고 기대 이하인데?”
“…전 기대 이상입니다. 적의 실력보다 마스터의 실력이 너무나 월등해서 일어난 일 아니겠습니까.”
“쓰읍… 일단 더 가 보자.”
공손하게 고개를 조아린 선데이를 뒤로 하고 수혁이 앞장서서 걸어갔다.
통로의 끝에 다다르자 보랏빛으로 발광하는 게이트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게이트를 본 수혁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럼 그렇지. 이제 시작이군. 선데이, 너는 여기에서 대기하는 게 좋겠다.”
“네. 마스터.”
선데이가 아공간에서 의자와 돗자리, 샌드위치 등을 꺼내 세팅했다.
뜨거운 물에 커피까지 내린 그녀는 다리까지 꼬고는 의자에 편하게 앉았다.
마치 피서라도 나온 모양새였다.
“잘 다녀오십시오.”
그만큼 수혁의 실력을 믿는 그녀의 태연한 말투에 피식 웃은 수혁은 손을 흔들고 게이트 내부로 들어갔다.
[경고. 신의 영역을 침범했습니다. 당장 나가지 않으면 경험치 획득에 불이익이 주어집니다.]“뭐가 그렇게 쫄리냐. 신이라는 녀석이 말이야.”
눈앞에 뜬 메시지를 읽어 본 수혁이 비웃음을 날리자 메시지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지만 그 문구에 적힌 불이익은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경험치 감소라는 말이군. 그토록 막으려 하니 더욱 안 들어갈 수 없지.”
누구보다 경험치가 급한 수혁이었지만, 경험치 감소가 두렵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었다.
이곳을 파괴하지 않으면 드미트리가 지구를 파괴하러 나타날 것이 분명하니까.
아쉬운 마음을 굳게 잡은 수혁이 힘차게 발을 내디뎠다.
마치 그리스의 신전처럼 하얀 대리석 기둥이 좌우로 정렬된 통로 위로 뻥 뚫린 천장이 보였다.
무지갯빛 오로라가 가득한 하늘 속 은하수에는 이따금 빛을 크게 내뿜는 별들이 긴 꼬리를 매단 별똥별로 변한 뒤 번쩍이며 사라졌다.
신전의 끝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존재가 수혁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사람보다 덩치가 큰 독수리였지만 두 다리로 굳건히 땅을 디딘 채, 양손에는 보랏빛 색이 일렁이는 창을 든 상태였다.
부리부리한 두 눈 속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했다.
“신의 제물이 될 필멸자여. 괜히 이곳에 들어와 불이익만 얻었구나. 하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어서 네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거라. 그렇다면 신께서는 널 용서해 주실 거다.”
“얌전히 돌아가서 외신에게 목숨을 바치라고? 그게 네 유언이냐? 조인족(鳥人族)?”
마린느에게 다양한 종족에 관해 배운 수혁은 한눈에 조인족을 알아보았다.
사람처럼 말도 하고 양손으로 도구도 다루는 날개가 달린 종족.
마린느의 세계에서도 전설적인 종족으로 자취를 감춘 지 몇백 년이나 흘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조인족인 것도 알다니, 제법 유식하구나. 그래서 더 안타깝다. 너라는 존재가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져야 하다니.”
“서로 동상이몽이네.”
“내 이름은 아르긴. 신의 대리자인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어리석구나.”
아르긴이 손에 들린 창을 휘두르자 하늘에서 번쩍하며 보랏빛 번개가 창에 떨어졌다.
파지지직. 파지직.
창에서 퍼진 전류가 아르긴의 몸을 뒤엎더니 황금빛 갑옷으로 변해 몸을 감쌌다.
게이트에 들어오기 전 봤던 가짜와 달리 아르긴의 몸을 휘감은 광채는 심상치 않았다.
“싸울 맛이 좀 나겠네.”
“너 정도의 수준이라면 나와 같은 대리자까지 갈 수 있었을 텐데! 고개를 들어 저 밝게 빛나는 붉은 별을 보아라.”
수혁이 고개를 들자 다른 별들보다 유독 덩치가 큰 별이 주변의 별을 압도하며 발광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의도된 빈틈이었다.
휙. 쾅!
서로의 생각이 일치했는지 모습을 감춘 두 사람은 어느새 통로의 중간에서 대검과 창을 맞부딪쳤다.
“위를 보라고 해 놓고 공격을 해?”
“너야말로 일부러 빈틈을 보인 것 아니냐. 피차일반이다.”
수혁이 비아냥거렸으나 아르긴은 한마디도 지지 않았다.
“내가… 큭.”
쾅!
아르긴의 입이 열릴 때 수혁이 쇄도해 대검을 내리쳤다.
묵직한 대검에 눌린 창대가 파르르 떨리는 틈을 타 수혁이 내지른 발에 맞은 아르긴이 뒤로 튕겼다.
우당탕탕.
몇 바퀴나 뒤로 구른 아르긴이 날개를 펼치고 발톱으로 땅을 긁으며 몸을 멈추었다.
불똥이 튀어 오르며 발톱에 긁힌 바닥에 세 가닥의 기다란 상흔이 생겨났다.
“과연… 가장 밝은 별을 지닌 자군. 제법 싸울 줄 알아. 오랜만에 흥이 돋는구나.”
한 대 얻어맞았음에도 아르긴은 오히려 날개를 부르르 떨었다.
이번에는 아르긴이 창을 높이 잡아 수혁을 향해 내리찍었다.
낭창하게 휘어진 창이 채찍처럼 거침없이 다가오자 수혁은 직접 맞대는 것 대신 몸을 옆으로 돌려 피했다.
그는 창을 무시하고 곧장 아르긴을 공격하려 했다.
땅!
바닥과 맞닿은 창이 경쾌한 소리와 함께 튀어 오르더니 돌진하는 수혁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큭.”
갑옷이 움푹 파일 정도의 위력에 맞고 날아간 수혁은 신전의 기둥과 부딪쳤다.
이어서 고개를 옆으로 젖히자 아르긴의 창이 귓불을 지나 기둥에 꽂혔다.
수혁이 즉시 손으로 창을 잡으려 했으나 창의 회수가 더욱 빨랐다.
“합!”
기둥을 붙잡은 수혁이 그대로 허리를 접으며 몸을 위로 피했다.
수혁이 머무르던 자리에 아르긴의 창이 연달아 꽂혔다.
자석이라도 달린 것처럼 끈질기게 쫓아오는 아르긴의 창을 피해 수혁이 쉬지 않고 몸을 움직였다.
“몸도 날랜 것이 제법이구나!”
신이 났다 아주.
그러나 아르긴의 창술이 뛰어난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비슷한 실력에서 대검과 창의 리치 차이는 극복하기 어려운 점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압도적인 힘으로 꺾는 방법뿐.
권능의 힘을 끌어올린 수혁의 몸에서 검붉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며 눈이 검게 변했다.
아르긴 역시 수혁의 변한 모습을 보고는 지체없이 신에게 부여받은 기운을 끌어냈다.
창에 서린 보랏빛 기운이 뭉쳐지더니 유연한 곡선을 지닌 뭉툭한 전갈의 꼬리처럼 창의 끝부분이 변했다.
창끝에서 보랏빛 액체가 땅으로 떨어지자 ‘치이익’ 소리와 함께 땅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힘을 끌어올리자 억눌려 있던 본성이 밖으로 튀어나왔는지 점잖았던 전과 달리 눈빛에 야만적인 심성이 잔뜩 드러났다.
“고통은 좀 받겠지만 기왕 이렇게 된 거 너를 죽이고 살점을 잘게 뜯어먹어 주마.”
썩은 고기를 주식으로 삼아 왔던 아르긴이 혀를 날름거리며 결국 자신의 욕구를 결국 드러냈다.
“고상한 척하더니 역시 짐승이었군.”
“크흐흐흐. 네가 오랜 시간 홀로 금욕의 생활을 겪게 된다면 그런 말은 못 할 거다. 동물의 살점을 맛본 지 너무 오래되었다.”
날개를 펼치며 하늘로 펄쩍 뛰어오른 아르긴이 멀리서 창을 내질렀다.
창끝에서 보랏빛 독기가 날아오자 수혁이 지지 않고 자신의 검기로 맞부딪쳤다.
십자 형태로 대검을 휘둘러 검기를 날리자 독기를 뚫고 지나갔다.
“크하하하!”
날개로 곡예비행을 펼치며 검기를 피한 아르긴이 팽이처럼 몸을 뱅그르르 돌리며 수혁의 머리 위에 다가왔다.
한 번 더 창을 휘두르자 창끝에 마디가 여러 개로 갈라지며 늘어나더니 마치 전갈의 꼬리처럼 수혁의 등을 찌르려 했다.
몸을 숙이며 창을 피한 수혁이 대검으로 창의 마디를 잘라 냈다.
콰직. 피슈슈슈슉.
잘린 창의 단면에서 마치 피처럼 진한 보랏빛 액체가 마구 뿜어졌다.
“이 자식이?!”
창끝이 잘려 나가자 아르긴이 흥분을 멈추지 못하고 수혁에게 발톱을 휘둘렀다.
까가가각.
대검의 넓은 면으로 발톱을 막은 수혁이 대검을 휘두르자 이번엔 아르긴이 발을 모아 대검을 쳐 냈다.
따라라라라락.
눈 한 번 깜빡일 시간 동안 묵직한 대검과 날카로운 발톱이 수십 번 부딪쳤다.
검기를 넓게 두른 것이 아닌 대검을 조금 더 빠르고 강하게 힘을 집약시켜 나가자 발톱 끝이 조금씩 닳기 시작했다.
“이이익!”
창끝을 재생시킨 아르긴이 이번엔 발톱과 창으로 위아래를 동시에 공격했다.
거기에 날개를 펄럭거리고 머리 위 공간을 유영하는 아르긴이 수혁의 빈틈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오랜 시간 단련된 수혁의 감각은 아르긴의 공격을 놓치지 않았다.
서걱.
다시 한번 더 아르긴의 창이 대검에 잘려 나갔다.
“신께서 하사하신 물건을 감히-!”
지옥에서 얻은 대검의 강도는 수혁의 힘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신의 하사품과도 견줄 만했다.
창이 잘리자 거리의 이점이 사라진 아르긴이 오히려 바짝 붙었다.
초근접에서 수혁이 대검을 휘두르지 못하도록 할 생각이었다.
주먹과 발톱을 날리며 근접전을 펼쳐오자 오히려 수혁이 반가운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대검을 최대한 빠르게 휘두른다지만 아르긴이 재빨라 유효타를 맞추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때리고 할퀴는 아르긴의 손과 발톱이 수십 개로 나뉘며 시간차로 눈을 어지럽혔다.
그에 맞서는 수혁의 주먹은 모든 손과 발톱을 부숴 버렸다.
주먹과 맞닿은 갑옷이 우그러지자 아르긴이 답답했는지 갑옷마저 벗어 던졌다.
까드득. 투닥. 투둑. 까득.
살과 살이 맞부딪치는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수혁과 아르긴이 땀을 줄줄 흘렸다.
“아르르르르르….”
시간이 지나자 이제는 짐승의 울음소리를 내뱉는 아르긴의 부리가 벌어지더니 톱니처럼 잘게 난 이빨이 수혁을 위협했다.
텁.
부리를 내밀자마자 양손으로 붙잡은 수혁이 발로 아르긴의 몸통을 차는 동시에 두 손을 비틀었다.
콰지직.
“크에에에엑-!”
두 부리가 부러지자 아르긴이 비명을 질렀다.
날개를 퍼덕거리며 고통에 뒤로 물러나려는 아르긴의 부리를 놓지 않은 수혁이 연달아 발로 가슴팍을 걷어찼다.
퍽. 퍽. 퍽. 퍽. 퍽. 뿌지직.
순식간에 가슴이 함몰되자 아르긴이 수혁의 다리를 붙잡으려 했지만 이번엔 가슴팍을 차는 것 대신 발을 위로 올려 찼다.
“꾸엑-!”
목젖을 강타한 발에 위로 치솟은 아르긴의 신형을 수혁이 빠르게 두 주먹으로 난타했다.
퍼버버버버버벅.
소나기 펀치에 정신없는 아르긴이 도주를 위한 날갯짓을 시도하기도 전에 뒤에서 붙잡은 수혁이 그대로 허리를 젖히며 저먼 스플렉스 기술을 날렸다.
콰직.
단단한 땅과 부딪친 아르긴의 목이 기괴하게 꺾이며 혀를 길게 내뺀 채 죽어 버렸다.
수혁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아르긴의 발톱에 당해 넝마처럼 변해버린 갑옷이 치열했던 싸움의 흔적을 그대로 드러냈다.
갑옷의 찢어진 부위가 자동 복구 기능 덕에 조금씩 아무는 중이었다.
그러나 막상 적을 죽인 수혁의 표정은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경험치가 감소한다더니 이건 S급 게이트를 혼자 깬 것보다 못하네.”
가디언을 만나 오랜만에 치열하게 싸운 결과치고는 너무나 미흡한 결과였다.
다량의 경험치를 기대했던 마음을 버린 그는 드미트리가 지배한 탑과 연결을 끊는다는 원래의 목표를 달성하기로 했다.
아르긴이 최초에 하늘을 구경하고 있던 자리에 가자 조그맣고 새하얀 원형 접시가 하늘을 향해 빛을 쏘아 대고 있었다.
접시에서는 수혁이 느끼기에도 경이로운 힘이 넘실거렸다.
“이걸 부수면 되겠지?”
수혁이 주먹을 먼저 내지르기도 전에 등에 달려있던 망토가 먼저 움직였다.
게걸스러운 혀처럼 접시를 마구 핥는 모습에 황당한 수혁이 잠시 동작을 멈췄다.
“이건 또 왜 이래?”
그러나 망토가 접시를 핥을수록 접시에 담겨 있던 힘이 조금씩 본인에게 옮겨 오는 것을 느꼈다.
직접적으로 몸 안에 기운이 차오르는 것도 부족했는지 상태 창의 경험치까지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어라?!”
이러면 지켜볼 수밖에 없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