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villain's infinite absorption power RAW novel - Chapter 121
122. 대통령의 야욕
카부토는 잊고 있었다.
수혁이 언제나 여유가 넘치는 이유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숫자에 취해 판단력이 흐려진 것을 스스로 반성했다.
이제 남은 길은 단 하나뿐.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굳이? 살려 줄 테니 이제 죄짓지 말고 살아.”
카부토의 충성을 수혁이 단칼에 거절했다.
그는 비셔스의 지부장이었던 만큼 온갖 악행을 도맡아 했던 자였다.
그러나 그 덕분에 비셔스를 대부분 없앨 수 있던 공로가 있으니 목숨만큼은 살려 줄 생각이었다.
“입 벌려 봐.”
수혁의 말에 카부토가 순순히 입을 벌렸다.
손을 뻗자 카부토의 심장에 자리 잡았던 그의 피가 다시 위를 통과하더니 입으로 튀어나왔다.
“쿨럭.”
새빨간 핏덩이가 튀어나오더니 슬라임처럼 움직였다.
슬금슬금 기어가던 핏덩이는 이내 수혁의 발밑 그림자에 흡수되었다.
“가봐. 빌런 짓하다 걸리면… 알지?”
수혁의 말에도 카부토는 무언가 미련이라도 남은 사람처럼 떠나지 않고 머뭇거렸다.
카부토가 머뭇거리는 사이 수혁이 먼저 발을 뗐다.
비비안이 알려 준 좌표를 향해 걸어가자 카부토가 슬금슬금 뒤따라왔다.
“어디 가십니까?”
“사냥.”
“게이트입니까?”
“뭐… 그런 거지.”
모든 기반을 잃어버린 카부토는 수혁이 혼자 떠나라고 한들 딱히 목적지가 없었다.
오히려 그동안 수혁의 밑에서 강제로 고생했으니 뭐라도 좀 얻어 가고 싶었다.
수혁처럼 강한 헌터가 홀로 게이트를 깬다는 것은 분명 S급 게이트일 테고, 그곳이라면 좋은 아이템이 나올 거라 생각했다.
‘강제 은퇴당했는데 뭐라도 챙겨서 나와야지.’
다행히 카부토가 쫓아와도 수혁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뒤에서 구경만 하다 콩고물만 주워 먹고 갈 생각에 카부토가 히죽거렸다.
비록 시킨 일이었지만 자신이 이끄는 부하들이 전부 죽었음에도 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었다.
수혁은 그의 눈에 깃든 탐욕을 느꼈으나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외신의 기운이 있는 보랏빛 게이트 앞에 도착했다.
여전히 뒤를 쫓아오는 카부토를 향해 수혁이 슬쩍 고개를 돌렸다.
“죽을 확률이 높아. 후회할 텐데?”
“푸하핫. 제가 이래 보여도 불사신의 카부토 아닙니까.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만 명 단위를 쓸어버리는 수혁은 실질적인 지구상 최강의 사나이.
카부토는 그의 말을 흘려들었다.
‘저런 괴물하고 가는데 무서울 게 뭐가 있어. 적당히 아이템만 먹고 가야겠다.’
수혁이 가는 곳은 그조차 목숨을 장담할 수 없는 곳이었으나 경고는 한 번으로 족했다.
게이트를 통과하자 저번과 같은 신전에 도달했다.
단지 저번에는 독수리의 얼굴을 한 조인족이었다면 이번에는 앵무새의 얼굴을 한 조인족이 화려한 깃이 수놓아진 활을 들고 서 있다는 점이 달랐다.
“필멸자여. 네가 해서는 안 되는 짓을 했다는 걸 알고 있나?”
“건방진 새대가리의 모가지를 좀 비틀어 주었지.”
“신의 대리인, 나 라모스는 너를 벌하겠다.”
우르르릉. 콰과광.
신전 주변에 보랏빛 번개가 내리쳤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라는 걸 카부토가 알아차렸을 때는 너무 늦은 상태였다.
“죽어라!”
푸드덕.
알록달록한 날개를 펼쳐 날아오른 라모스가 자신의 날개를 활에 걸고 당기자 수백 개의 깃털이 화살처럼 앞으로 쏘아졌다.
무지개 색깔이 서로 교차하며 날아드는 깃털을 수혁이 대검을 휘둘러 막아내는 사이, 카부토 역시 자신의 검을 들고 막았다.
빠직.
“컥!”
퍼버버벅.
검이 부러지며 깃털 수십 개가 몸을 뚫고 지나갔다.
그의 생각과 달리 깃털 하나마다 강철보다 더한 강도와 바위보다 강한 무게가 실려있었다.
깃털 하나조차 막지 못한 카부토는 나무토막으로 변하며 수혁의 뒤에 나타났다.
“자… 잠깐!”
수혁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전 또다시 라모스의 깃털이 사방을 점유하며 폭풍 같은 기세로 떨어졌다.
주변을 전부 믹서기로 갈아 버리려는 것처럼 휘몰아치는 깃털에 의해 카부토는 한 번 더 갈가리 찢겼다.
있는 힘껏 깃털들을 막아 내느라 수혁은 카부토를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수혁이 대검을 휘두르며 막아 내는 곳을 제외한 공간은 이미 라모스에 의해 지배당한 상태.
“살….”
결국 한 번 더 모습을 드러낸 카부토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깃털에 의해 죽어 버렸다.
참으로 허무한 죽음이었지만 수혁은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
쏟아지는 깃털의 비는 대검의 빈틈을 뚫고 들어와 갑옷에 틈틈이 상처를 입히는 중이었다.
집중, 또 집중하지 않는다면 찰나의 순간이 죽음으로 연결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의 눈부신 집중력은 한 번 더 변화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눈으로도 쫓기 힘든 깃털을 본능적으로 쳐 내는 수혁의 움직임이 조금 더 간결하고 효율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온몸의 감각이 더욱 예민하고 뚜렷한 깃털의 동선을 잡아내기 시작했다.
변화무쌍한 움직임을 보이는 깃털의 최종 목표는 결국 수혁의 몸뚱어리.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팍. 팍. 팍. 팍.
종이 한 장 차이로 깃털이 수혁의 발 옆에 박혔다.
이어서 갑옷을 스치는 깃털들의 숫자가 조금씩 줄어들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수혁의 옆에 잘려 나가는 깃털들이 쌓여 갔다.
라모스는 자신의 공격이 조금씩 막혀 간다는 것을 느끼곤 활에 걸었던 날개를 다시 옆으로 펼쳤다.
“아르긴이 고작 제물에게 죽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는데, 과연 너는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 자구나.”
작은 감탄사와 함께 라모스가 손을 들자 하늘의 보랏빛 번개가 활로 떨어졌다.
콰광! 파직. 파직.
보랏빛 전류가 흐르는 활을 손에 건 라모스가 곧장 수혁을 향해 겨누었다.
“신의 화살은 꿰뚫지 못하는 것이 없다.”
슉.
마치 레이저처럼 올곧게 날아간 보랏빛 화살은 어느새 수혁의 얼굴 앞에 다가와 있었다.
다급히 얼굴을 젖히며 피한 화살이 곧바로 땅에 꽂히는 것도 모자라 깊숙이 파고들며 모습을 감추었다.
전보다 위험한 상황이었으나 중요한 것은 기세.
“안 막고 피하면 되지.”
“하하하하. 어디 한 번 꽁무니가 빠지게 도망쳐 보거라!”
이번엔 수혁이 먼저 라모스를 향해 돌진했다.
그러자 라모스가 다시 한번 활시위를 당겼고, 보랏빛 화살이 수십, 수백, 수천 개로 불어나 폭격처럼 퍼부었다.
쏟아지는 화살 비를 아슬아슬하게 뒤로 넘긴 수혁이 곧장 땅을 밟고 날아가 라모스를 향해 대검을 휘둘렀다.
슈아악.
“느리다!”
공중에서 날개를 펼치며 방향을 바꾼 라모스의 옆을 대검이 지나갔다.
오히려 자신의 발톱으로 대검을 낚아챈 라모스가 통째로 대검을 옆으로 집어던졌다.
대검과 함께 날아간 수혁을 향해 다시 한번 화살 비가 쏟아졌다.
“쳇.”
기예와 같은 움직임으로 몸을 뱅그르르 회전하며 쏟아지는 화살을 수혁이 뒤로 흘렸다.
이어서 신전의 기둥을 딛고 무릎을 굽힌 수혁이 다시 한번 몸을 튕겨 라모스에게 날아갔다.
“날지 못하는 인간은 날 따라올 수 없다!”
수혁의 동선을 확인하고 위로 치솟은 라모스가 날개로 상대방의 시야를 가리며 날카로운 발톱을 아래로 휘둘렀다.
그의 생각대로라면 밑에 도달한 수혁은 발톱에 머리통이 수박처럼 깨져야 정상이었다.
휙.
그러나 그의 발톱은 애꿎은 허공만 갈랐다.
“날개가 없다고 날지 못할 거라는 건 네 생각이지.”
이무기를 죽이며 중력의 영향력을 벗어날 수 있는 수혁은 날아가던 가속 상태에서 곧바로 중력을 없애더니 어느새 라모스의 머리 위에 다다른 상태였다.
“아니?! 컥.”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놀란 라모스가 급히 활을 들었다.
그러나 묵직한 대검은 활을 자르는 것도 모자라 라모스의 머리부터 사타구니까지 일자로 쭉 몸을 갈랐다.
두 조각으로 잘린 활과 몸통이 땅으로 힘없이 떨어졌다.
망토를 펄럭거리는 수혁은 여전히 공중에 뜬 채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래서 적들은 그가 무슨 수를 사용하는지 알지 못하는 것이 중요했다.
상대방의 방심을 불러일으키기 좋으니까.
쿠르르릉. 쿠구궁.
라모스가 죽자 하늘에 치던 천둥소리가 마치 분노한 것처럼 커졌다.
그렇게 분노한 걸 티 내서 뭘 어쩔 건데?
“분통 터지냐! 꼬우면 내려오든지-!”
수혁이 하늘을 향해 중지를 내밀었다.
그러나 천둥소리만 요란할 뿐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외신도 분명 상황을 알고 있겠지만 직접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이번에 라모스란 녀석이 저번에 만났던 아르긴을 죽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 다음번에는 같은 방법을 쓰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다.
그렇다고 해도 폭주 기관차처럼 나는 전진할 뿐이다.
꾹. 꾹.
등에 매달린 망토가 팽팽하게 펴지며 수혁을 잡아당겼다.
“밑으로 가자고?”
보아하니 외신의 기운을 탐내는지 망토가 배고픈 짐승의 혓바닥처럼 마구 날름거렸다.
다시 땅으로 내려간 수혁이 신전의 끝에 있는 외신의 기운을 향해 다가가자 망토가 참지 못하고 앞으로 튀어 나갔다.
슥삭슥삭.
머리통을 간지럽히는 망토에게 불만 어린 말을 꺼내지도 못했다.
레벨 84 달성.
레벨 85 달성.
레벨 86 달성.
레벨 87 달성.
외신의 기운을 흡수한 이후로 더 이상 게이트를 깨도 레벨 업을 못 하는 수혁에게 유일한 레벨 업 수단이 되어 버렸다.
몬스터의 피를 흡수해 능력을 올릴 수는 있었지만 그것은 새 발의 피에 불과했다.
오히려 다른 핥을 거 더 없는지 수혁이 찾아봐야 할 정도였다.
흡수가 전부 끝났는지 묻기도 전에 신전에는 암흑이 찾아왔다.
타슈켄트 공항으로 가는 게이트를 바로 생성해 낸 수혁이 곧장 공항으로 복귀했다.
게이트를 통과한 수혁은 신전의 어두운 하늘에 갑자기 나타난 보랏빛 번개가 다른 곳으로 향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 * *
파지지직. 퍼버벙!
자신이 만들어 낸 게이트가 폭발하자 드미트리의 미간이 잔뜩 구겨졌다.
“빌어먹을! 왜 갑자기 이러는 거지?”
키프로스가 남긴 마법진을 그대로 구동시킬 뿐인데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마력 회로가 꼬이면서 게이트 생성이 잘 안됐다.
마력을 잔뜩 때려 부어야 한 번 생성될까 말까 한 수준이 되자 그는 답답함을 느꼈다.
탑에 잔뜩 굶주린 부하들을 만들어 놨는데 써먹을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탑의 제일 꼭대기에 올라온 드미트리가 키프로스가 남긴 서적을 뒤적거리며 머리를 싸맸다.
그러나 굳을 대로 잔뜩 굳어진 그의 머리는 키프로스의 서적을 들여다보다 이내 곧 성질을 내며 집어던졌다.
그가 적어놓은 차원 마법에 관한 수식어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피와 살점을 이용한 혈마법과 흑마법이 특기이지 차원 이동 마법은 그의 전문이 아니었다.
“젠장. 코드러스 녀석은 놔둘 걸 그랬나.”
탑에서 가장 강한 존재였던 용왕 코드러스가 끝까지 반항하자 결국 머리통을 날려 버리고 강대한 육체만 되살렸던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강대한 마력으로 밀어붙이면 되긴 할 텐데….”
게이트 생성을 방해하는 회로를 강력한 마력량으로 밀어 버리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럴 만한 도구를 찾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그때, 그의 등 뒤에 먹구름이 조금씩 밀려들더니 자그마한 블랙홀 같은 공간이 생겨났다.
툭.
그곳에서 보랏빛 전류가 흐르는 자수정 하나가 곧장 땅으로 떨어졌다.
“?!”
어둠의 검을 만들어 재빨리 몸을 돌린 드미트리가 땅에 나타난 자수정을 보고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이건….”
끊임없이 갈구하는 파멸의 갈증을 해소할 수만 있다면, 어째서 외신이 자신에게 필요한 도구를 주는지에 관한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 * *
통일 한국의 대통령 배영수는 고민이 깊어졌다.
이미 역사책을 새로 쓸 만큼 통일이라는 위대한 업적을 만들어 낸 그였지만 그는 여기서 멈추고 싶지 않았다.
“내가 아니라면 누가 이 나라를 이끌겠어. 내가 계속하는 게 맞아.”
과거라면 대통령이 곧 국군 통수권자로서 힘이 막강했지만, 헌터라는 존재들이 생겨난 지금 그들은 통제하기 어려운 존재였다.
군대가 아닌데 힘이 있는 자들.
그렇기에 헌터 협회의 김상중과 가깝게 지냈지만, 그의 힘이 너무나 막강해지자 오히려 불편해졌다.
게다가 자신이 하는 명령이 헌터들에게 부당하다며 틈틈이 반항까지 보인 헌터 협회였다.
헌터 협회를 견제하기 위해 중길연을 키웠으나 생각보다 허무하게 쓰러져 버렸다.
“블러드 길드를 잡아야 해.”
조용히 게이트만 깨고 다니는 블러드 길드장, 이수혁이 혼자서 100명도 상대할 만큼 강한 자라는 것은 잘 알았다.
중국에서 전쟁을 멈추기 위해 벌어진 1대 100의 싸움으로만 수혁을 판단한 배영수였다.
그러나 그가 아는 상식으로는 헌터가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고작 개인에 불과했다.
마침 중길연의 김덕수는 충실히 여론전을 펼치고 있었다.
점점 대중의 좋지 않은 관심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것은 헌터 협회와 함께 블러드 길드가 조그만 틈만 보이면 무력으로 밀어붙일 생각이었다.
“100명이 안 되면 1,000명으로 찍어 누르면 되지.”
그의 책상에는 충성을 맹세한 몇몇 길드들의 명함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끝까지 충성을 외치지 않는 헌터 협회를 일벌백계할 생각에 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