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villain's infinite absorption power RAW novel - Chapter 134
135. 협력하겠다.
“오리하르콘이 전부 깨졌어?!”
“그럼 우리는 이제 어떡하지?”
웅성웅성.
수혁이 내리친 망치로 인해 오리하르콘은 가루가 되어 버렸다.
“일단 오리하르콘 가루부터 어서 주워 담아라! 저게 얼마나 귀한 건데!”
“네!”
부질이 소리치자 주변의 드워프들이 곧장 다가왔다.
자루를 들고 온 그들은 곧 가루 하나라도 날아갈까 두려운지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꼭 감싼 오리하르콘 가루를 자루에 넣었다.
“흙이랑 섞여도 상관없어. 어차피 제련하는 과정에 불순물은 전부 사라지니까. 하나라도 흘리지 마!”
“뛰지 마! 가루 날린다!”
우르르 몰려든 드워프들이 부산을 떠는 사이 기르덱이 수혁에게 다가왔다.
복잡미묘한 심경을 얼굴에 그대로 드러낸 채 말이다.
“으음… 자네… 굉장한 인간이군! 조상 대대로 전해 오는 이야기 속에서도 자네와 같은 인물은 등장한 적이 없었어.”
“그런가?”
있는 힘껏 치라면서.
치라는 대로 쳤는데 다들 호들갑이군.
“자네야말로 이 탑의 꼭대기까지 오를 수 있는 진정한 실력자군. 신께서도 자네가 오길 기뻐하실 거야. 그 드미트리란 녀석이 못된 짓만 하지 않는다면 말이지. 이럴수록 신께서 우리를 이곳에 있도록 놔두신 이유가 있다고 생각되는군. 이것은 정말로 신의 안배가 분명해! 하지만….”
말을 흐리는 기르덱이 자신의 턱수염을 만지작거렸다.
“이렇게 망치의 시험 결과가 나온 것은 처음이라 아무래도 어디까지 도와야 할지에 관해 의견을 나눠 봐야겠어. 나 혼자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리기에는 어려운 문제로군. 잠시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해해 주겠나?”
“시간은 걸린다 치더라도 키프로스의 실험실까지는 안내해 주겠지?”
“그건 당연한 소리지! 시험을 통과했으니 걱정 말게나.”
“기왕이면 좀 빨리해 줬으면 좋겠군.”
“노르돌!”
기르덱의 부름에 노르돌이 옆으로 다가왔다.
“탑에 오를 전사들에게 술과 고기를 제공해 주고 휴식을 취할 공간을 주도록.”
“네. 폐하.”
노르돌은 블러드 길드를 성의 연회장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들고 온 것은 흑맥주와 정체를 알 수 없는 고기구이였다.
“많이들 먹으라구. 나는 회의에 참석해야 해서 말이지. 결과가 나오면 바로 알려 줄게.”
노르돌이 떠난 뒤에 아무도 선뜻 먹지 못하자 비비안이 음식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안티 베놈.”
초록빛이 음식을 감싼 뒤 사라지자 비비안이 방긋 웃으며 말했다.
“다행히 독은 없어 보여요.”
그녀의 말을 들은 홍영기가 과감히 맥주를 입에 넣고 꿀꺽꿀꺽 삼켰다.
“꺼억- 미지근하고 시큼털털한데 먹을 만은 하네.”
이어서 고기구이도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었다.
“좀 질긴데 그냥저냥 먹기에는 괜찮네요.”
홍영기가 맛있게 먹자 그제야 다른 사람들도 조금씩 술과 고기를 입에 넣었다.
“그런데 이 지하에서 고기를 어디서 구한 걸까요?”
“그러게? 직접 성에서 키우는 모습은 안 보이던데 혹시 지하에 돌아다니는 쥐라도 잡아먹나?”
멈칫.
박이현의 물음에 비비안이 대답하자 모두 고기를 씹던 걸 멈추었다.
말을 꺼낸 비비안마저 안색이 창백해지며 천천히 고기를 내려놓았다.
“아니겠지? 좀 있다가 드워프가 오면….”
“아니야! 물어보지 마. 그냥 이대로 지나가자. 모르는 게 약이랬어.”
박이현의 간절한 눈빛에 비비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맥주로 배를 채운 길드원들이 휴식을 취하는 사이, 노르돌이 환한 얼굴로 돌아왔다.
“다들 푹 쉬었나? 결과가 나왔으니 나와 같이 가자고. 으응? 안색이 왜 이래?”
영문을 모르는 노르돌을 뒤로하고 블러드 길드원은 어색한 웃음만 지었다.
* * *
“지금껏 겪어 본 적 없던 결과에 모두의 의견을 모으는 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더군. 하지만 우리가 도울 수 있는 부분에서 모든 힘을 다하자는 결론이 나왔다네. 우선은 장비부터 강화시켜 주겠네. 부질?”
“네.”
“이들의 장비를 모아 오리하르콘 가루를 합성시켜 주도록.”
“네. 폐하.”
기르덱의 명령에 부질이 블러드 길드에 다가왔다.
“이거 넘겨줘도 되는 거야?”
자신들의 갑옷과 무기를 가져간다는 말에 길드원들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그간 조용히 있던 키프로스가 위에서 내려와 처음으로 말을 꺼냈다.
“드워프들의 손재주는 하늘이 내린 재능이라 칭한다. 저들이 너희의 장비를 강화시켜 주겠다고 한다면 넙죽 받아. 저들이 만든 갑옷과 무기는 대대로 보물처럼 내려오니까 말이야.”
그의 말에 길드원들이 갑옷과 무기 등을 순순히 넘겨주자 부질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더욱 강하고 튼튼하게 만들어 주지.”
무장이 없어서 어색하게 서 있는 블러드 길드원들을 향해 기르덱이 말을 이어 갔다.
“오리하르콘이 누구 덕에 가루가 되어 버렸으니 작업은 하루면 다 끝날 걸세. 작업이 끝나는 대로 탑의 위층으로 가는 길은 노르돌이 안내할 거라네. 다만….”
“다만?”
그가 말을 흐리자 수혁이 되물었다.
“자네들이 가려는 키프로스님의 실험실 앞에는 몬스터 하나가 길을 막고 있다네. 그놈은 제법 골치 아픈 녀석이거든.”
“몬스터? 그 정도라면 우리가 처리하지.”
“으으음… 쉽지 않을 텐데… 하긴, 오리하르콘도 박살 내는 실력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군. 이만 연회장에서 만찬을 즐기고 푹 쉬게.”
연회장에 잔뜩 놓인 맥주와 고기구이를 본 길드원들은 말없이 아공간에서 전투식량과 육포 등을 꺼냈다.
맥주와 직접 가져온 음식만 먹다 보니 연회장에 들어온 노르돌이 의아한 얼굴을 지었다.
“다들 고기를 별로 안 좋아하나 보군. 입맛이 특이해… 맥주는 더 갖다주겠네.”
노드돌까지 나가고 나자 드워프들은 무엇이 분주한지 연회장으로 들어오는 자가 한 명도 없었다.
결국 블러드 길드원끼리 소박한 만찬을 즐기는 가운데 홍영기가 수혁을 바라보았다.
“길드장님이 그 오리하크? 무슨 광석 깨 가지고 일이 좀 수월하게 풀리네요.”
“오리하르콘. 별이 대지에 내려 준 선물이라는 광석인데 마력의 효율을 높여 주고 강도를 더욱 튼튼하게 해 주지. 드워프들이 직접 무장을 보강해 준다면 그것 자체로 엄청난 선물이야.”
테이블에서 넙죽 맥주를 받아 마시던 키프로스가 부연 설명을 했다.
“만약 이들과 전부 싸웠다면 큰 손해가 날 뻔했네요.”
“길 안내도 해 줄 테고, 다 길드장님 덕분이죠 뭐. 헤헤.”
박이현과 김예현이 수혁을 보며 웃자 수혁 또한 미소로 응대해 주었다.
그간 쌓인 노고를 풀 수 있는 이런 휴식 시간 덕분인지 길드원들의 사기가 올라가는 것 같았다.
다음 날, 휴식을 푹 취한 블러드 길드는 기르덱의 앞에 다시 섰다.
잘 쉰 덕에 피부에 윤기가 흐르는 블러드 길드원들과 달리 기르덱은 밤새 잠을 못 잤는지 시꺼먼 눈 밑이 더욱 짙어졌다.
“편하게 휴식을 취한 것 같군. 마침 자네들의 무기 손질도 전부 끝났다네. 부질! 가져와라!”
부질과 다른 드워프들이 양팔로 검과 갑옷 등을 가득 안고는 앞에 내려놓았다.
자신의 무장을 찾아 옵션을 확인해본 길드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신체 수치가 2배에 마력 효율이 최대 증가했어!”
“마력 수치가 엄청 늘었는데? 거기에 마법 저항력까지?! 대바악!”
“…우와아-!!! 스킬 사용 시 옵션 능력치가 엄청 늘어났어요!”
기뻐하는 길드원들처럼 수혁 역시 자신의 대검과 갑옷의 수치가 비약적으로 상승한 것을 확인했다.
만족하는 그들의 모습을 본 기르덱이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허허허허. 우리 역시 오리하르콘을 가루 형태로 사용해 본 것은 처음이라 무척이나 재미있었다네.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니지.”
“?”
미소를 지우고 진중한 표정을 지은 기르덱이었다.
“우리는 자네들을 도와 드미트리를 몰아내겠네. 이 탑의 진정한 기능을 되찾기 위하여 전쟁을 치르겠어.”
“전쟁?!”
기르덱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오히려 당황스러운 것은 수혁이었다.
“다만 전쟁 준비를 위해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네.”
“우리는 이제 더는 기다릴 수 없어. 우리 세계로 드미트리가 거인족들을 내보내 공격하는 중이니까 말이야.”
“그래. 잘 알고 있네. 그러니 자네들은 먼저 가게나. 우리는 준비를 마치는 대로 뒤를 따르겠어. 노르돌. 이들을 키프로스 님의 실험실로 안내해 주게.”
“네. 폐하.”
기르덱의 명령에 노르돌이 블러드 길드로 합류했다.
드워프들이 자신을 돕는다는 말에 수혁과 길드원들 모두 말없이 머리를 굴려 봤으나 이게 좋은 일이 될지 나쁜 일이 될지는 알 수 없었다.
노르돌이 자신의 장비를 챙기러 간 사이 블러드 길드원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었다.
“드워프들이 돕는 건 좋은데 얘들도 결국 적 아니에요?”
“이거 적만 더 늘어나는 것 같은데….”
길드원들의 의견에 수혁 또한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가 된다면 내가 나서지. 내가 저들을 설득해 보겠어.”
“키프로스?”
“저들은 나의 말만 믿고 탑을 건설한 불쌍한 자들이지. 내가 저들을 책임지고 너희와 싸우지 않도록 얘기해 볼 테니 믿어주겠나?”
위에서 내려온 키프로스의 진중한 말에 수혁이 잠시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불필요한 전투를 치를 필요가 없다면 그의 말이 맞지만 과연 신실한 믿음을 가진 드워프들이 그의 말을 들을까.
확률과 확률의 싸움이지만 키프로스를 한번 믿어 보기로 했다.
자신이 행한 일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려는 모습이었으니.
“좋아. 드미트리를 잡을 때까지는 저들을 믿어 보지. 그 뒤에는 어떻게든 우리와 싸우지 않도록 해야 할 거야.”
“걱정 말게! 그다음은 내가 알아서 하겠네!”
미소를 되찾은 키프로스가 힘차게 위로 날아올랐다.
그에 맞춰 등에 무언가를 잔뜩 짊어진 채 중갑옷을 입고 석궁을 손에 쥔 노르돌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출발할까?”
탑을 지었다는 드워프답게 노르돌은 거침없이 지하수로의 길을 지나갔다.
왼쪽, 오른쪽, 중앙, 그리고 오른쪽으로 복잡해 보이는 길을 지나가는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속도를 낮추었다.
“여기서부터는 쥐새끼들이 튀어나오는 곳이야. 조심해야 돼.”
“쥐는 우리가 처리할 테니 그냥 계속 속도 유지해서 가도 괜찮아.”
“으음… 하긴 오리하르콘도 박살 낼 수준의 전사에게 고작 키메라 쥐 따위는 별거 없지. 좋아. 속도를 다시 내 보겠어.”
짧은 다리로 부지런히 길을 안내한 노르돌은 지하수로를 벗어나 널따란 통로에 도착했다.
통로 바로 앞에서 멈춘 노르돌이 입을 열었다.
“이곳을 건너면 키프로스 님의 실험실이 나올 거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어.”
“문제?”
“저 통로를 지키는 몬스터가 있거든.”
“몬스터?”
노르돌이 가리키는 곳을 보자 통로 중간에 꾸물대는 무언가가 보였다.
둥그런 애벌레처럼 꿈틀거리는 무언가는 형태가 명확하지 않고 진흙을 잔뜩 뭉쳐 놓은 것 같은 생김새였다.
물론 수혁을 비롯한 몇몇 사람들은 몬스터의 존재를 알아보았다.
“슬라임이잖아?”
슬라임은 노비스 등급에 불과한 몬스터로 게이트 내에서도 최하급으로 취급받는 몬스터였다.
기본적인 공격력이 거의 없으며 둔기로 때리면 몸이 알아서 부서질 정도의 약한 존재였다.
“저 녀석도 키메라인 거 같은데 중요한 건 날붙이가 전혀 먹히지가 않아. 그래서 여태껏 이 다리를 건너지 못했지.”
“그래? 그렇다면 별거 없군. 이 헌터님?”
수혁의 부름에 이명한이 자신감 있게 앞으로 나왔다.
그가 손을 하늘로 뻗자 볼링공만 한 시퍼런 화염구가 나타났다.
“가랏!”
슈우우우우- 쾅!
화염구에 맞은 슬라임은 폭발로 인해 몸이 수십 조각으로 흩어졌다.
통로 중간에 너저분하게 널브러진 슬라임 잔해를 본 수혁이 노르돌을 쳐다보았다.
“됐지? 그럼 가 볼까?”
“아니… 끝나지 않았어.”
노르돌의 말에 수혁이 다시 고개를 돌려 통로를 쳐다보았다.
수십 조각으로 흩어진 슬라임이 꾸물꾸물 움직이더니 다시 스르륵 몸이 합쳐졌다.
처음 봤을 때보다 덩치가 더 커진 슬라임으로 변해 있었다.
“저놈은 도저히 죽지를 않아. 게다가 파괴당할수록 덩치가 오히려 커진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