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villain's infinite absorption power RAW novel - Chapter 135
136. 드미트리의 음모
“고작 슬라임인데?!”
자신의 마법이 슬라임을 죽이지 못하자 자존심이 상한 이명한이 이번에는 더욱 거칠고 야만적인 불꽃을 내뿜었다.
휘유우우우- 콰과광. 파스스스.
그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위력에 천장이 흔들릴 정도였다.
천장의 돌가루가 밑으로 떨어졌다.
모두의 시선이 마법이 떨어진 곳으로 집중되었다.
불길이 잦아들고 매캐한 연기가 사그라든 뒤 보이는 잔뜩 타 버린 슬라임 파편의 모습에 이명한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의 위력인데 안 될 리가 없지.”
“어어… 움직인다.”
“진짜로…?”
앞에서 구경하던 홍영기의 말에 이명한이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을 보였다.
꾸물꾸물.
시커멓게 탄 슬라임 덩어리들이 슬금슬금 움직이더니 한 가운데에 모이더니 전부 합쳐졌다.
이번에도 역시 덩치가 더 커진 상태였다.
노르돌이 고개를 연신 저으며 말했다.
“쯧쯧. 내가 얘기했잖아. 저놈이 도통 죽지를 않아. 키프로스 님이 어떤 키메라를 만드셨는지 몰라도 저 녀석은 특이해.”
노르돌의 말이 끝나자 수혁이 머리 위를 쳐다보았다.
키프로스라면 답을 알고 있겠지?
그러나 공중에 떠 있는 그의 표정은 경악 그 자체였다.
“난 저런 건 만든 적이 없는데?!”
키프로스도 모른다니 별수 없지.
그럴 땐 정공법이다.
“고작 슬라임이야. 한꺼번에 공격하자고. 영기, 마린느. 두 사람이 힘을 좀 써야겠어.”
““네!”.”
젤리처럼 몸이 물렁물렁한 슬라임에게는 둔기류가 최고의 효율을 자랑했다.
마법으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하니 남은 것은 하나였다.
“공격하자.”
수혁이 말을 끝내고 제일 먼저 달려갔다.
키메라 슬라임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존재들을 느끼자 본능적으로 몸을 부풀렸다.
통로의 절반 정도를 뒤덮을 정도로 부푼 슬라임의 온몸에서 기다란 촉수들이 튀어나와 공격했다.
“하아압!”
수혁이 절삭력을 높인 대검으로 촉수를 잘라내며 접근하자 그 뒤를 바짝 따라온 홍영기와 마린느가 좌우로 몸을 움직였다.
“죽어라!”
“얏!”
홍영기의 망치와 마린느의 철퇴가 연달아 슬라임을 때렸다.
퍽. 퍽. 퍽. 퍽.
두 사람의 둔기 공격에 슬라임의 몸통이 뜯겨나가며 사방으로 비산했다.
수혁 또한 내지른 대검의 옆면으로 슬라임을 쳐내 최대한 몸을 부수려 노력했다.
촉수들이 수혁을 노리며 앞뒤 좌우로 다가왔지만 한 손으로 전부 낚아챈 다음 아예 통째로 뜯어 버렸다.
휘익. 퍽.
촉수가 반격하며 홍영기의 갑옷을 때렸다.
묵직한 위력이 담겼음에도 이를 악다물고 버틴 홍영기는 촉수를 방패로 밀쳐 내고는 부지런히 망치를 휘둘렀다.
퍼버벅.
“크윽.”
잔뜩 늘어난 촉수가 계속해서 몸을 후리자 홍영기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 나왔다.
결국 촉수에 두들겨 맞다가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피슉. 피슉.
박이현의 마력 화살이 슬라임의 몸을 관통했으나 큰 대미지는 주지 못했다.
“칫.”
결국 그녀는 자신의 화살로 슬라임의 몸통 대신 길드원들을 공격하는 촉수를 노렸다.
“내가 막아 줄 테니 계속 때려!”
“땡큐!”
그녀의 말을 믿은 홍영기가 다시 한번 부스터를 쓰며 슬라임에 다가갔다.
공기를 가르며 돌진한 홍영기를 저지하고자 날아든 촉수가 마력 화살에 맞아 터져 나갔다.
마린느 역시 김예현과 최지헌의 도움으로 촉수를 피해 슬라임에게 계속해서 타격을 입히는 중이었다.
“하앗! 절(絶)!”
김예현의 검에서 튀어나온 원반형의 검기가 촉수를 와르르 갈라 버렸다.
최지헌은 검막을 펼치며 마린느를 노리는 촉수를 막아 냈다.
마린느가 슬라임을 철퇴로 때릴 때마다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슬라임의 몸통이 찰흙처럼 떨어져 나갔다.
모든 길드원들이 달라붙어 촉수를 피하며 슬라임을 공격하자 거대한 덩치의 슬라임도 서서히 형체를 잃어 갔다.
파바바밧.
김예현의 검술에 난자된 슬라임 조각이 형체조차 찾지 못하는 틈에 수혁이 입을 열었다.
“무시하고 지나가자!”
“자… 잠깐!”
“?”
그대로 지나치려는 수혁을 노르돌이 다가와 말렸다.
“이대로라면 다시 이 녀석이 되살아나 뒤에 따라올 드워프들을 힘들게 할 텐데. 어떻게 좋은 방법 없을까?”
“음….”
차라리 이 슬라임 덕에 드워프들이 위로 오지 못하게 되어서 쓸데없는 분쟁이 없는 게 낫지 않을까.
아니면 드워프들을 최대한 이용해 드미트리를 몰아낸 다음 키프로스의 설득을 통해 전투를 피할까.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사이 키프로스와 무언가 얘기를 나눈 비비안이 다가왔다.
“좋은 방법이 떠올랐어요.”
“방법?”
“이 슬라임이 죽지 않는다면 이대로 시간을 멈춰 버리는 거죠.”
“시간 역행 마법?!”
키프로스의 죽음을 멈추어 놓은 바로 그 마법. 시간 역행 마법이었다.
슬라임이 조각난 상태 그대로 유지시킬 생각이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지속하려면 마력을 불어넣어야 할 텐데?”
“마석을 쓰면 돼요. 드워프들이 곧 따라온다고 했으니 그 정도의 시간은 벌어 줄 거예요.”
“오오오- 그대는 제법 실력이 높은 마법사였군! 시간 마법은 키프로스 님이 아니라면 아무나 사용하지 못할 텐데. 수혁. 자네의 파티원들은 대단한 존재들이였어!”
비비안의 말을 들은 노르돌이 박수를 치며 수혁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담긴 경외심과 존경심을 느낀 수혁은 별수 없이 비비안의 의견에 찬성해 주었다.
드워프가 부디 큰 도움이 되길 바라며.
“좋아.”
수혁의 허락이 떨어지자 비비안이 곧바로 아공간에서 마석을 꺼내 손에 들었다.
슬라임 조각이 흩어진 바닥에 육망성의 형태로 마석을 놓은 그녀가 바닥에 손을 짚으며 주문을 외웠다.
그녀의 손에서 뻗어 나온 빛이 마석을 타고 흐르더니 슬라임 주변에 스며들었다.
“됐어요.”
그녀의 주문이 끝나고 노르돌이 석궁 끝으로 바닥에 무언가를 부지런히 새겼다.
“드워프들이 혹시나 건들지 않도록 주의를 남기는 걸세.”
노르돌이 글을 바닥에 새기는 모습을 곰곰이 지켜보던 수혁의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노르돌? 드워프들이 우리 뒤를 쫓아올 때 이 슬라임 좀 챙겨올 수 있겠어?”
“이 마물을 왜?”
영문을 모르는 노르돌이 고개를 들어 수혁을 바라보았다.
“제법 큰 도움이 될 것 같거든.”
드미트리의 부하가 된 거인족들에 용왕 코드러스까지 남아있으니, 싸울 때 머릿수가 하나라도 많으면 뭐든 좋을 것이다.
드미트리가 또 무슨 수를 썼을지 모르니 이쪽도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들어 보는 법이다.
* * *
“오오-!!! 이곳을 보는 것은 나도 오랜만이군. 이곳이 바로 키프로스 님의 실험실이라네.”
마침내 기르돌의 안내에 따라 탑의 위층으로 향할 수 있는 키프로스의 실험실에 도착했다.
돌로 만들어진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안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여러 가지 실험 도구들이 즐비했다.
한때는 실험 용액들이 잔뜩 담겼을 도구는 전부 텅 비어 버린 채 먼지만 가득 쌓여있었다.
다들 호기심 어린 눈으로 기물들을 구경하는 사이 키프로스에게 미리 설명을 들은 비비안은 실험실 한쪽 구석의 벽으로 다가갔다.
벽 사이를 누르자 조그만 마석이 천장에서 하나 내려왔다.
“이건가?”
“네. 마력을 주입할게요.”
수혁이 다가와 묻자 비비안과 키프로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마석에 손을 대고 마력을 주입하자 마석이 진동하더니 곧 게이트 하나를 만들어 냈다.
게이트가 생성되자 수혁은 구경하던 길드원들을 전부 불러 모았다.
“가자.”
이제는 다시 위로 올라갈 시간이다.
기다려라.
드미트리.
* * *
“이… 이게 자네들이 한 짓이라고?!”
그들이 도착한 곳은 탑의 1층.
키메라들과 정신없이 싸운 공간은 파괴와 살육의 흔적이 그대로 유지된 상태였다.
키메라들의 사체가 저 멀리 언덕 너머까지 즐비한 모습에 노르돌이 마른침을 삼켰다.
어깨가 한껏 높이 치솟은 홍영기가 노르돌에게 다가갔다.
콧구멍이 벌렁거리는 것이 잔뜩 자랑하고 싶은 게 분명했다.
“저 멀리서부터 키메라들이 마구 달려왔는데! 우리가 살아남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힘을 합쳤더니 별거 아니더라구. 푸하하하!”
“대… 대단한 전사들이었군. 내가 살면서 본 그 어떤 전사들보다 가장 용맹스러운 증거물이야. 과연… 신의 시험을 통과할 자격이 있어! 내 그대들의 용맹스러운 모습을 대대손손 이야기로 만들어 알려 주겠어.”
“그럴 필요는 없는데 굳이- 만들겠다면 뭐… 말리지는 않고. 흐흐.”
노르돌이 홍영기를 마구 떠받들어 주자 어느새 최지헌이 슬쩍 그의 옆에 다가왔다.
“영기 형님이 키메라를 붙잡는 동안 나의 애검 엑스칼리버가 저놈들을 마무리했지.”
“오오-!!! 자네의 검이 흉악한 키메라의 목을 자르고 날카로운 발톱을 무디게 만들었구먼. 그 내용도 대대손손 이야기하겠어.”
“언제는 이렇게 안 싸웠나. 이게 뭐 자랑거리라고… 쯧쯧.”
세 남자가 시시덕대는 모습에 박이현이 혀를 찼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입가의 미소를 지우지 못했다.
“우리가 이렇게 싸우고 있다는 것을 누군가가 알아 주면 좋긴 하지. 안 그래? 이 전쟁이 끝나고 난 뒤를 상상해 보면 어떨까? 고통받던 지구의 시민들이 전부 너를 칭송하는 거지.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고 말이야.”
“끝나고 난 뒤요?”
수혁의 말에 박이현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자 한때는 아이돌을 꿈꿨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는 그렇게 누군가가 자신을 알아봐 주는 것이 꿈이었던 시절이었다.
결과적으로 아이돌은 망하고 헌터로서의 명성이 올라갔지만,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는 항상 아쉬움이 존재했다.
아직도 그녀는 스타가 되고 싶다는 갈망이 존재했다.
“하긴. 내가 스타가 되어야 똥을 싸도 사람들이 박수라도 쳐 주겠죠.”
“이번 일만 끝나면 넌 진짜로 전 세계적인 스타가 될 거야. 지구를 구한 영웅이자 일명 월드 스타지.”
“월드 스타….”
혼자서 깊은 생각에 빠졌는지 박이현의 눈이 몽롱해졌다.
이만하면 그녀에게도 충분한 동기 부여가 되겠지.
길드원들이 수혁을 믿고 따라온 이상 전투가 끝나고 얻을 보상에 관해서도 지속적으로 알려줌으로써 이들의 사기를 유지할 필요도 있었다.
홍영기나 최지헌이 돈보다는 명예와 의리를, 이명한과 김예현이 수혁의 도움에 갚고자하는 은혜로운 마음을 가졌다면 박이현은 남들과 달랐다.
다행히 수혁의 말이 제법 먹혔는지 박이현은 전보다 더 기운이 솟는 얼굴을 보였다.
“빨리 위층으로 가자!”
키메라킹을 쓰러트리고 생겨난 게이트 앞에서 한 번 더 최종 점검을 마쳤다.
“드미트리가 또 무슨 수를 썼을지 모르니 단단히 각오하고 들어가자고.”
“네!”
이번에는 노르돌까지 멤버가 한 명 추가된 상황에서 수혁과 길드원들은 게이트를 통과하려 했다.
제일 처음 수혁이 지나간 뒤, 곧바로 뒤따르던 홍영기가 사라진 게이트로 인해 그저 앞으로 걸어 나갔다는 점이 문제였다.
게이트를 통과한 사람은 수혁이 끝이었다.
“엇?!”
“길드장님?!”
수혁만 홀로 사라지고 길드원들만 이곳에 남은 상황.
당황한 길드원들이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사이 하늘에서 사악한 기운이 담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클클클클. 이런 버러지들 같으니. 너희들은 그곳에서 놀고 있어라.”
하늘에 생긴 먹구름이 시야를 어둡게 하더니 곧이어 천둥 번개와 비바람이 휘몰아쳤다.
빛이 번뜩이는 하늘과 심상찮은 분위기에 생긴 불안감은 곧 현실이 되었다.
“키메라가 다시 움직인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에 몸이 잔뜩 적셔진 키메라의 시체들이 조금씩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마력의 움직임을 감지한 키프로스가 재빨리 밑으로 내려와 입을 열었다.
“드미트리의 흑마법이다! 언데드화를 한 것이 분명해!”
“전투준비!”
키프로스의 설명과 함께 최지헌이 우렁찬 소리를 내뱉었다.
“크르르르….”
“케르르… 케르르….”
전투의 여파로 엉망진창이 된 몸을 억지로 일으킨 키메라들은 전보다 더 흉악한 모습으로 변해 블러드 길드원들을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