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villain's infinite absorption power RAW novel - Chapter 94
95. 담금질
“말도 안 돼!”
자신의 주먹에 금이 간 걸 확인한 마몬이 믿지 못하겠는지 경악했다.
그러나 한가하게 확인할 틈은 없었다.
수혁의 주먹세례가 계속해서 퍼부어졌다.
“왜! 더 강해지지?!”
싸울수록 강해진다.
레벨을 올릴 수 있는 것이 각성자로서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특히 다른 각성자들과 수혁은 레벨이 오를 때마다 엄청난 차이가 존재했다.
요구하는 경험치 양이 다른 만큼 수혁이 레벨을 올랐을 때 능력치가 큰 폭으로 치솟았다.
게다가 이곳 지옥에서는 다른 각성자들처럼 경험치를 얻을 수 있었는데 경험치 부스터까지 얻자 날개 돋친 듯 마구 날아올랐다.
이 사실을 모르는 마몬은 황당할 따름이었다.
쾅. 쾅. 쾅. 쾅. 까드득. 까드드득.
주먹과 주먹이 부딪칠수록 얼음 주먹에 간 금이 점점 커졌다.
이미 붙을 만큼 가까이 붙은 상태에서 함부로 몸을 돌릴 수도 없었다.
틈을 보였다간 바닥에 놓인 검을 들고 곧바로 자신의 등이 찔릴 테니까.
마몬이 눈알을 굴리며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곧바로 알아차렸다.
능력치가 오르며 체력을 전부 회복한 후 승기를 잡자 더욱 밀어붙였다.
까드드득. 콰지직.
수혁의 암흑 정권이 얼음 주먹과 팔꿈치를 지나 어깨까지 관통했다.
재빨리 몸을 비틀어 충격을 해소한 마몬이 팔을 재생하려고 대지의 눈을 긁어모았다.
땅에서 끌어모은 눈이 마몬에게 흡수되자 새하얗던 대지의 투명한 얼음이 그대로 드러났다.
얼음으로 뒤덮인 땅은 빙결 감옥 그 자체였다.
눈이 사라진 탓에 시야가 드러나자 빙결 감옥에 갇힌 존재들이 하나둘 비명과 아우성을 멈추었다.
대신 그들 모두는 수혁과 마몬의 싸움에 집중했다.
그들의 묘한 바람과 갈망 가득한 눈빛이 수혁에게 쏟아졌다.
암흑 주먹이 복구된 팔을 다시 부순다.
없어진 팔은 다시 재생되었다.
이제는 재생력과 파괴력의 싸움.
승기를 잡은 수혁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마몬의 양팔을 모두 부순 수혁이 발로 걷어차자 마몬이 저 멀리 나뒹굴었다.
땅을 구르는 마몬의 시선과 빙결 감옥 죄수들의 눈이 마주쳤다.
죄수들 모두 그가 고통받는 걸 바라고 있었다.
“이런 버러지들이! 눈 안 돌려?”
‘저 자식만 잡으면 나중에 죄수들의 눈을 전부 뽑아 버려야겠다!’
이 땅을 다스린 이후로 마몬은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맞아 본 적이 없었다.
자신이 힘을 빌려 준 사람들의 영혼을 수거해 그들을 괴롭히는 즐거운 나날들이 지속되었다.
바알님이 저자를 지옥으로 들여보낸 이유는 명확했다.
저 강대한 영혼을 사로잡아라.
강대한 영혼이 쌓일수록 악마들은 강해진다.
사실상 이 땅에서 진정한 악마는 본인 혼자고 나머지 부하들은 그저 영혼을 관리할 수족에 불과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죄수들이 마몬을 꼴좋다고 쳐다보는 중이었다.
자신들의 지배자를 감히!
마몬의 자존심에 견딜 수 없는 상처가 생겼다.
이렇게 만든 저 침략자를 도저히 죽이지 않고서는 참을 수가 없다.
“널 죽여 버리겠다아아-!!!”
콰지직.
고함 소리가 무색하게 정면에서 날아온 수혁의 발이 마몬의 가슴팍을 파고들었다.
발차기에서 뿜어진 충격파가 원을 그리며 마몬의 신체에 자국을 남겼다.
발에 얻어맞고 마몬이 또다시 뒤로 한참이나 날아갔다.
까가가가각.
대지의 얼음에 미끄러지듯 겨우 자세를 잡은 마몬이 고개를 들었다.
“젠장!”
칠흑 같은 암흑의 기운이 넘실거리는 검이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간신히 고개를 옆으로 피했지만 검은 쇄골을 파고들며 가슴, 배, 사타구니까지 전부 갈라 버렸다.
쪼개진 몸에서 엄청난 양의 생명력이 증기 기관차가 내뿜는 수증기처럼 마구 뿜어졌다.
“안 돼!!!”
생명력을 복구하기 위해 몸에 매달고 있던 보석들을 깨트렸다.
강대한 영혼들을 따로 담아 놓은 보석들에서 비명 소리와 함께 생명력이 마몬에게 흡수되었다.
서걱. 서걱. 서걱. 서걱.
그러나 수혁의 검격은 한 번이 아니었다.
오망성의 형태로 이어진 검격은 마몬의 몸을 계속해서 잘랐다.
“멈춰라아-!”
“지랄.”
마침내 마몬이 저항할 육체가 망가지자 때가 왔다.
검은 아지랑이가 일렁이는 수혁의 몸에서 무저갱의 암흑 그림자가 먹물처럼 공간을 잡아먹었다.
빠르게 퍼진 그림자가 수혁과 마몬 두 사람을 감쌌다.
“잡았다.”
머리 부분만 공중에 떠 있는 마몬과 수혁의 두 눈이 마주쳤다.
검게 물든 수혁의 두 눈 속으로 마몬의 시야가 블랙홀처럼 빨려들어 갔다.
암흑천지. 빛 한 점 없는 이 공간에서 마몬은 자신이 꽁꽁 묶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느꼈다.
분명 자신의 앞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그 존재는 계속해서 그를 붙잡고 지켜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반대로 모든 걸 느낄 수 있었다.
‘살려 줘.’
마몬은 입을 벌렸으나 아무런 목소리도 낼 수 없었다.
이 공간을 지배하는 자의 허락 없이는 아무런 행동을 할 수 없었다.
사각사각. 사각사각.
공간을 감싼 어둠이 자신을 조금씩 갉아먹는 것을 느꼈다.
산 채로 붙들어 잡아먹다니 이 얼마나 악마다운 행동인가.
이곳에 쳐들어온 저 침략자는 인간이 아닌 악마인가.
발끝부터 시작된 소음이 마침내 목을 지나 얼굴로 향하자 마몬의 의식은 어둠에 잠겨 버렸다.
[강력한 냉기 저항을 얻었습니다.]레벨 64 달성.
어둠을 회수하고 홀로 서 있던 수혁이 풀썩 주저앉았다.
김이 펄펄 끓어오르던 육체가 빠르게 식었다.
과부하가 걸린 육체에 한계가 다가왔었는데 레벨 업 덕분에 위기를 넘겼다.
“빌어먹게 세네.”
차가운 빙판 위에 앉아 있어도 시린 기운을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벌러덩 뒤로 누워 버렸다.
활기가 돋는 육체와 달리 소모된 정신력은 쉽사리 채워지지 않았다.
하늘에서 펑펑 퍼붓던 눈도 마몬이 죽은 뒤부터 내리지 않았다.
고요한 빙판 위, 수혁은 홀로 드러누워 휴식을 취했다.
* * *
잠깐 눈을 감아 전투를 복기한 뒤 일어난 수혁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빙결 감옥에 갇힌 모든 죄수가 어느새 자신의 밑에 모여 있었다.
하나같이 그를 향해 소리치지만 뭐라고 하는지 들리지는 않았다.
“나보고 어떡하라고?”
수혁이 양손을 벌려 어깨를 으쓱거리며 모른다는 제스처를 취했지만 빙결 감옥의 죄수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간곡히 그들이 바라는 것은 해방이겠지.
하지만 이들을 해방시키는 방법은 모른다.
툭툭.
단단한 빙판을 발로 두들겨 보았다.
감옥을 해방하는 법을 모르면 그냥 부수면 되지.
검을 역수로 잡아 수직으로 세운 뒤 빙판에 박았다.
콰직.
단단한 빙판에 옅은 흠집이 생겼다.
콰직.
한 번 더 빙판에 검을 박았다.
검 끝이 조금이나마 빙판에 박혔다.
콰직.
한 번 더 내리찍자 검이 마침내 고정될 정도로 박혔다.
수혁이 검을 내리칠 때마다 빙결 감옥의 죄수들이 잠잠해졌다.
마침내 검을 내리치는 소리만 공허한 대지에 울렸고 죄수들은 하나같이 수혁의 행동에 집중했다.
검을 내리치는 와중에도 그들의 눈빛이 느껴진다.
‘나 좀 꺼내 줘.’
‘우리를 좀 꺼내 줘.’
‘살려 줘.’
내가 이들을 왜 도와야 할까?
악마에게 힘을 빌려서 무슨 짓을 해 왔는지도 모르는데.
어쩌면 사람을 죽이기를 좋아하는 온갖 죄를 저지른 자일 수도 있다.
혹은 복수심에 불탔을 수도 있고.
미약한 본인에 비해 강대한 적은 권력가일 수도 있고, 재력가일 수도 있었겠지.
이런저런 상상이 든다.
하지만 계속 눈이라도 덮여 있었다면 몰라도 고통받는 그들의 시선을 지켜본 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
그게 나니까.
이들이 지은 죄의 무게를 저울에 대고 잴 수 없다.
신이 아닌 이상 그걸 어찌 알겠나.
하지만 나의 자비심(慈悲心)은 모두에게 평등하다.
다들 운 좋은 줄 알아.
콰직.
검신이 절반 정도 박혔다.
이제는 검을 새로 빼서 박는 것 대신 손잡이를 때려 박기로 마음먹었다.
망치처럼 때릴 마땅한 것이 없자 그냥 주먹으로 내리쳤다.
콰직.
콰지직.
검이 박힌 곳 주변으로 얼음의 균열이 늘어난다.
빙결 감옥 죄수들의 눈에도 기대와 희망이 차올랐다.
저렇게 쳐다보면 멈출 수가 없잖아.
콰직.
콰지직. 까드득. 뿌득.
깊이가 어느 정도 되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검신이 깊이 들어갈수록 검 끝에서 느껴지는 저항이 약해지는 것을 느낀다.
얼마 남지 않았다.
콰직.
마침내 검신이 전부 얼음에 박혔다.
느껴진다.
이제 감옥의 끝에 도달했다는 것을.
한 번만 더 내리치면 된다.
간절한 염원을 담아 마지막으로 주먹을 내리쳤다.
쿠-웅.
검의 진동과 함께 대지가 울렸다.
검을 빼자 빙결 감옥의 균열에서 푸르른 빛이 솟아오른다.
빛 사이로 갇혀 있던 영혼들이 하나둘 빠져나가 하늘로 승천한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당신은 영웅이에요.”
“고통이 끝났다!”
수혁이 못 알아듣는 말이었지만 그들의 감사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빙결 감옥 밑에 갇혀있을 때와는 다른 환한 밝은 표정이었으니까.
얼마나 많은 영혼이 갇혀있었는지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댐에 생긴 작은 균열이 물의 압력에 의해 점점 커지듯 빙결 감옥의 균열 부위가 점점 넓어졌다.
솟아오른 푸른 빛은 하늘과 연결하는 기둥을 이루며 더욱 두꺼워졌다.
해방되는 영혼들의 수가 점점 불어난다.
종래에는 그들도 말을 꺼내는 대신 손을 흔들었다.
그들의 인사에 검을 빙판에 박아 넣은 수혁도 옅은 미소로 답해 주었다.
마침내 모든 영혼이 승천했는지 해방되는 영혼이 보이지 않았다.
“끝났나?”
수혁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하늘과 연결되었던 푸른 기둥이 조금씩 줄어들더니 방향을 틀어 빙판에 박아 놓은 검으로 향했다.
“엇?!”
당혹스러운 말도 잠시, 검이 푸른 빛을 계속해서 빨아들였다.
영혼이 해방된 후 감옥에 남은 그들의 생명력이 갈 길을 잃자 검으로 향했다.
악마 기사단의 검은 끊임없이 생명력을 탐하는 무기.
허공에 맴도는 생명력을 빨아들이며 목적에 충실한 도구였다.
그러나 검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자 조금씩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어어?!”
검이 갈라지는 것을 본 수혁은 아공간을 뒤적거리며 지금의 사태를 해결할 도구들을 찾아 봤으나 마땅한 것이 없었다.
까딱 잘못하다간 이곳에서 쓸 수 있는 검을 잃어 버리게 생겼다.
“젠장!”
일단 검을 붙잡자 잔뜩 과열된 것처럼 손잡이가 뜨거웠다.
검에서 흘러나오는 막대한 생명력을 느낀 수혁이 자신의 권능을 불러왔다.
상대방의 피나 육체를 잡아먹는 법은 알아도 무형의 기운을 흡수하는 법은 몰랐다.
발밑에서 끌어올린 그림자로 검을 감싸 생명력에 부서지지 않도록 계속해서 힘을 불어넣었다.
밖에서 유입되는 생명력이 계속해서 검을 달궜고 그림자는 달궈진 검을 식히기 위해 노력했다.
뜨겁고 푸르른 생명력과 차가운 암흑의 권능이 서로 힘의 균형을 맞추며 줄다리기를 시작하자 수혁이 진땀을 뻘뻘 흘렸다.
아직도 빙결 감옥에서 흘러나오는 생명력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검이 망가질 위기라 더욱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어쩌면 마몬과 싸울 때보다도 더욱 힘든 시간이었다.
육체가 아닌 오직 정신력으로만 행할 수밖에 없으니.
“버텨라. 버텨라아-!”
끝날 것 같지 않았던 힘의 줄다리기도 마침내 균형이 깨졌다.
빙결 감옥에서 흘러나온 기운이 조금씩 힘을 잃더니 빛이 꺼져 갔다.
형체도 구분 못 할 정도로 그림자를 겹겹이 쌓아 놓은 검은 다행히 깨지지 않은 것 같았다.
“후우우- 살았다.”
얼마나 집중했는지 이마의 땀을 훔친 수혁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이곳에서 탈출하지도 못했는데 검이 없어서는 안 되니까.
그림자를 회수한 수혁의 시선이 검에 꽂혔다.
힘겹게 지켜 냈으니.
그런데 어라?
그의 눈이 점점 커지더니 믿기지 못하겠는지 눈을 비볐다.
“검이 변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