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level 2 assassin wants revenge RAW novel - Chapter 247
247화 연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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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아이언이 벗어나려고 했지만, 카인은 그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무려 팔 한 쪽을 주고 잡은 기회였다. 어떻게든 교환하지 않으면 성이 차지 않았다.
단번에 아이언을 들어올린 카인은 그대로 업어 메쳤다.
쿵.
지면이 함몰될 정도로 큰 충격이 장내를 뒤흔들었다. 하지만 거기에서 끝낼 카인이 아니었다. 그는 무게를 실어 아이언의 명치를 팔꿈치로 내리찍었다.
“크헉.”
동시에 아이언이 헛기침을 내뱉었다.
드디어 튀어나온 피 한 방울.
그러나 기쁨은 그리 길지 않았다. 고려해야 할 건 아이언뿐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하늘에서 마법이 날아왔다.
가볍게 몸을 비틀어 일어난 카인은 나뭇가지를 밟고 크게 도약했다. 티탄의 견제는 피했지만, 그사이에 정신을 차린 아이언이 다시 뒤쫓아왔다.
“비켜, 다 비켜!”
눈에 거슬리는 건 모두 양단하면서 거리를 좁힌 아이언이 대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검면이 잘게 진동했다고 느낀 순간, 섬뜩한 예기가 목덜미를 훑고 지나간다. 이미 한 번 견식한 오의.
카인은 칼날이 닿기 전에 두 팔을 교차해 귀인 살법을 막아 냈다.
그 때문에 팔목이 깔끔하게 날아갔지만, 예상한 바.
어차피 머리와 심장만 보호하면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기에 과감하게 치고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기세가 마냥 무한한 건 아니었다.
손을 섞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대해처럼 깊고 넓었던 마력 또한 눈에 띄게 줄어들었으니까.
애당초 급속 재생은 만능이지만, 전능한 건 아니었다. 언제 어디에서든 제 몫을 하는 개념이지만, 경맥이 메마르면 그걸로 끝. 여력을 남겨 두지 않는다는 건 곧 죽는다는 소리와 일맥상통했다.
제한적인 불사.
지쳐 쓰러지기 전에 티탄과 아이언을 처리해야 했다. 그런 카인의 심정은 그대로 전투 양상에 반영되었다.
혈류 가속.
그렇지 않아도 빠른 공방 속도를 한 차례 더 끌어올린 것이다.
쿵, 쿠웅, 쿵!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격돌. 인간 크기의 자연재해가 서로 맞부딪치는 것 같은 광경이 이어졌다.
카인은 아이언과 격돌하는 와중에도 티탄의 동태를 살피는 걸 잊지 않았다.
‘어지럽군.’
상대는 한 명이 아닌 두 명. 그것도 조직에서 내로라하는 실력을 지닌 퍼스널 네임이었다.
머릿속에서 확인해야 하는 정보의 양은 배가 될 수밖에 없었다.
두 배, 아니 네 배는 족히 될 법한 양. 일반적인 사고 속도로는 따라갈 수 없었다. 따돌리는 것조차 버거웠으니까.
집중력은 자연스레 최고조에 달할 수밖에 없었다.
앞에는 언제든지 제 목을 치기 위해 준비 중인 단두대가 있었고, 뒤에는 그를 물 샐 틈 없이 엄호하는 화형대가 있었으니까.
매분, 매초가 위기였다.
제 피로 흥건한 땅바닥을 보는 것도, 잡초처럼 널린 제 팔뚝을 보는 것도 곤혹스러울 따름이었다.
하나, 그 많은 시련을 넘고도 얻은 게 없다면 거짓말이리라.
실제로 아휀과 싸웠을 때 넓어졌던 심상이 꿈틀대고 있었다.
그 대련 이래로 카인은 줄곧 생각해 왔다.
뇌 속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작용 또한 정심이 통제할 수 있다면?
정신같이 애매모호한 영역까지 의지대로 주무를 수 있다면?
한 번에 한 가지 생각밖에 할 수 없다는 것 자체가 자신을 규정하고 옮아매는 일이었다. 정심에 한계가 없다는 건 사고에 울타리가 없다는 뜻이기도 했으니까.
‘그래, 이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마저도 정심이 미치는 범위에 속해 있어.’
순간의 번뜩임이 도미노처럼 연쇄 반응을 일으키며 머릿속을 활보한다.
필요하에 변화하는 천성.
의식하에 이루어지는 개변.
정신이 분립되어 독립한 순간, 카인은 하늘이 부여한 자질을 한꺼풀 벗어던질 수 있었다.
양립된 마음이야말로 변화의 증거.
병렬 사고, 분심.
발파와 일통의 뒤를 이어 얻게 된 깨달음.
티탄을 견제하는 정신과 아이언을 추격하는 마음이 따로 반응하자 카인은 비릿하게 웃었다.
생경하고 낯설지만, 나쁘지 않았다.
“티탄, 그리고 아이언. 나를 정련시켜라.”
왼팔로는 원형을 그리며, 오른팔로는 Z자형을 그리며 두 사람의 맹공을 파훼한 카인이 반격에 나섰다.
거리낄 게 없었다. 온전히 아이언에게 신경을 기울이고도 티탄의 지원을 뿌리칠 수 있었던 것이다.
사고 능력이 배로 늘어났기 때문일까. 미래 예측이 보여 주는 잔상 또한 보다 선명해졌다.
여태까지 깊은 해저에 있다가 수면 위로 나온 것만 같은 충족감이 온몸을 감쌌다.
일찍이 기연을 얻어 한 단계 탈피한 육신은 인간이라는 종에서 한 발자국 멀어진 상태. 지친 아이언을 상대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죽어, 좀 죽으라고! 이 새끼야!”
아이언의 손에서 오의가 연달아 터져 나온다.
거목, 바위, 지면, 그리고 야생 동물 등등. 대검에 닿은 물체는 뭐든지 큐브 스테이크처럼 썰려 나갔다.
방어 불가의 마검.
다른 이가 상대였다면 베인 순간, 승부가 났을 거다.
하지만 카인은 달랐다.
왼팔이 재생할 동안 오른팔로 일권을 날린 그는 한 발자국 나아갔다. 오른팔이 잘려 나가면 다시 재생된 왼팔로. 그다음은 쉬웠다.
수레를 돌리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쿠, 궁, 쿠, 궁, 쿠, 궁.
왼주먹과 오른주먹을 교차하며 연격을 날린다.
공수 전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더 빠르게.
정련된 육신이 자아내는 충격은 공성 무기, 그 이상이었다. 오의를 남발한 아이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건 카인도 곧바로 느낄 수 있었다.
손에 전해지는 감각이 점점 묵직해졌기 때문이다. 마력으로 형성된 반탄지기가 아니라 육체 본연의 감촉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소리.
추측은 곧 현실이 되었다.
콰직.
호두가 깨지는 듯한 소리가 나며 아이언의 얼굴이 가라앉았다. 집요하게 상반신만 노린 결과가 드디어 빛을 발한 것이다.
“반푼이 새끼 주제에.”
“소문을 곧이 곧대로 믿으면 안 되지. 엄마가 가르쳐 주지 않던가? 아, 네 엄마는 찾는 사람이 많아 바쁘지?”
“이 새끼가아아아!”
악귀처럼 미간을 일그러뜨린 아이언이 있는 힘껏 대검을 내리찍었다. 모든 마력을 퍼부은 최후의 일격.
그를 입증이라도 하듯이 사방에서 마법 세례가 휘몰아쳤다. 사각 지대 따윈 없었다. 어떻게든 아이언을 보조하겠다는 티탄의 의지가 느껴질 정도였다.
두 사람의 합공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대검이 카인의 가슴에 박힘으로써.
“됐어!”
“아직이다.”
숨결이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선 카인은 검지를 내밀었다. 애당초 가슴을 내어 준 건 바로 이때를 위해서였다.
[정련정심 ― 개수일촉]푹.
노리는 건 단 한 곳, 심장이었다.
아차, 싶어 아이언이 재빨리 거리를 벌렸지만 이미 늦었다.
귀인 살법이 방어 불가라면 개수일촉은 완화 불가. 닿은 이상, 충격을 피해 가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쿠쾅!
심장을 꿰뚫고 지나간 파동은 독처럼 번지며 그 뒤에 있는 절벽까지 무너뜨렸다. 개인이 감당하기엔 터무니없는 충격.
털썩, 주저앉은 아이언이 고개를 숙인 건 한순간이었다. 그가 미동도 하지 않자 카인은 가슴에 꽂힌 대검을 빼 아무렇게나 던졌다.
두말할 것도 없이 확실한 절명.
어떻게 손 쓸 틈도 없이 아이언이 죽은 걸 확인한 티탄이 깊게 가라앉은 눈으로 카인을 내려다보았다.
“결국 이렇게 되었습니까.”
귀신이 되었을 때부터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다는 건 그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생을 마감하는 건 예정에 없었다. 적어도 세상에, 역사에 한 줄이라도 긋고 산화해야 했다.
지난 생애가 비참하지 않도록.
“슈발체베인 공작, 귀하는 어떻게든 제가 데리고 가겠습니다.”
“내려오지도 않고, 그 위에서?”
“할 수 있습니다.”
지쳐 있는 카인을 향해 그리 선언한 티탄이 랜턴을 높이 들었다. 이 안에는 그가 미리 발현해 저장해 놓은 마법들이 담겨져 있었다.
그동안 6계위 마법은 아군이 있어 사용하는 데 저어 되었다. 위력이 높은 건 물론이고, 그 범위까지 남달랐던 것이다.
하지만 아이언이 명을 달리했으니, 의미없는 배려였다.
‘아예 이 숲째로 태워 주리라.’
아이언을 기리는 티탄의 의념에 반응한 여섯 개의 경환이 미친듯이 회전했다. 마법도 성절의 오의와 같이 심화된 기술이 있었다.
혹자가 말하길 ‘비의’.
경지에 다다른 마법사만이 가질 수 있는 비기로, 그 사람이 걸어온 발자취를 보여 주는 마법이었다. 전해 주는 것도 전해 받는 것도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오로지 재능과 경험의 영역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마나의 총체였다.
디잉.
티탄이 손목을 흔들자, 랜턴에 갇혀 있던 마법들이 해방되었다.
별자리처럼 하늘을 수놓은 초고온의 응집체 무리.
티탄이 일생을 마쳐 도달한 비의에는 태양이 자리잡고 있었다.
[불볕자리]빛이 지상에 강림한 순간, 수풀은 먼지가 되어 사라지고 지면에는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일대의 기후가 변할 정도로 강렬한 마나의 폭풍.
그와 마주한 카인은 심장이 멎는 듯했다.
도망친다는 건 어불성설.
이미 티탄은 이 숲 전체를 목표로 삼았다. 살아남으려면 나는 새를 떨어뜨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 자리에서 죽으시길.”
불볕자리가 낙하하기 시작하자 원근감이 무너졌다.
하지만 그것뿐.
태양 비스무리한 불덩이가 시야를 가득 채웠음에도 카인은 냉정하게 현 상황을 바라볼 수 있었다. 비의 전체를 노릴 필요는 없다는 걸 익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애당초 자그마한 틈만 뚫을 수 있으면 되었다.
목표물은 그 뒤에 있는 티탄이었으니까.
지친 육신을 채찍질한 카인이 마지막 공방을 준비했다.
‘분심.’
그게 핵심이었다.
여태까지 티탄과 아이언 두 사람을 동시에 상대하느라 활용 방법이 정해질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남은 사람은 티탄 한 명뿐이었으니까.
머릿속에 있는 건 단순한 방범 장치가 아니라 또 다른 자신. 구태여 정련정심을 다시 익힐 필요가 없는 나였다. 그렇다면 도출되는 대답은 단순명쾌했다.
‘다른 걸 익힌다.’
정련정심 다음으로 익숙한 성절이라고 한다면 하나밖에 없었다.
오더 링크.
카인은 몸 안에 경맥을 형성했다. 지금까지 사용했던 정련정심의 것과는 다른.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인 도전이었다. 사람의 머리는 두 개가 아니었던 것이다. 동시에 두 개의 성절을 운용할 수 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분심이 그걸 가능케 했다.
무리한 운용에 뇌가 녹아내리고, 심장은 금방에라도 꺼질듯이 자맥질했지만 카인은 강행했다. 억지로 재생시키며 두 성절을 이은 것이다.
이윽고, 새로운 경맥이 순조롭게 제 모습을 드러내었다.
오더 링크를 완벽하게 익힌 건 아니지만, 개념 하나 정도는 떠올릴 수 있었다.
어린 시절, 오더 링크는 카인이 자주 탐독한 도서였으며 언젠가 한번 도전하리라 마음먹었던 과업이었으니까.
검술 보정, 검격 상승, 극진 가속.
평정 제어, 강격 연계, 전력 전개.
여섯 개의 개념 중에서 눈여겨본 건 당연히―
‘전력 전개지.’
우드득.
스승의 영광을 재현하기로 결심한 순간, 전신이 뒤틀리며 만반의 태세를 갖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