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0
10화
“뭐? 내가 미튜브에 나왔다고?”
나는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그리고 속으로 작은 뿌듯함을 느꼈다.
‘이제 나도 알 거는 다 안다 이 말이야.’
미튜브.
2021년 세계 최고, 최대 규모의 영상 플랫폼이라고 봐도 될 곳이었다.
국내 시장에서는 그나마 경쟁자였던 아메리카와 트위지도 집어삼키며 최근 압도적인 시장 일인자로 부상했다.
이제는 어지간한 연예인보다 구독자 많은 미튜버가 더 낫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
‘사실상 연예인이라고 했지.’
뿌듯하다.
이제 더 이상 21세기 문화를 잘 몰라서 혼동하는 일은 없다.
지난 보름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나는 전생과 현생의 기억을 완벽하게 합치는 데 성공했다.
내가 생각해도 놀랍다.
은근히 기뻐하고 있으려니 고희범이 말을 이었다.
“너 지난번에 대학로에서 동아리 사람들이랑 버스킹한 거 있잖아.”
“있었지.”
“그때 그거 영상을 누가 찍었나 봐. 그게 미튜브에 올라왔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엄청 좋아.”
“그래? 한번 보자.”
“잠깐만.”
고희범은 핸드폰을 켜더니 내가 나왔다는 그 영상을 보여 주었다.
[중경대학교 대학로 일반인 버스킹.] [조회 수 : 91,194.]오.
진짜로 꽤 높았다.
요즘 막 널린 조회 수 몇십만짜리 영상과 비교할 수준은 아니지만, 일개 버스킹치고는 상당하다고 말해도 좋을 수준.
‘이렇게 많은 사람이 내 영상을 봐준 건가? 은근히 기분 좋네.’
그런데 조회 수보다 달콤한 건 그 댓글이었다.
[와, 뭔가 갬성이 있다.] [자기만의 색깔이 확실히 있네.] [몇십 년 전 음악 듣는 것 같음.] [기타든 노래든 ‘뭔가 엄청나게 쩐다~’라는 건 없는데, 계속 찾아 듣게 되는 맛이 있다] [벌써 10번째 반복해서 듣고 있음.] [미튜브 알고리즘 좀 탔으면 좋겠네. 여기서 묻힐 게 아닌데.]그야말로 호평 일색.
그런데 정말로 놀라운 건 그 아래에 달린 댓글이었다.
[이거 김한석 노래 아님?] [오, 그러고 보니까 김한석이랑 묘하게 느낌이 비슷하네?]전생의 나와 지금의 나의 연관성을 알아본 사람이 있었다.
‘눈썰미가 좋은데?’
지금까지 누군가가 날 김한석과 연관 지어서 알아봐 준다는 게 기쁘다.
참으로 생소한 기분에 취해 있기를 잠시, 고희범이 내게 말했다.
“이거 다른 동아리 사람들 영상도 많이 올라왔는데, 네가 제일 조회 수 높아. 진짜 대단한 거 아니냐?”
“대단하긴 뭘.”
내 나름대로 겸손히 대답한 순간이었다.
“너는 기타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
“…….”
요즘 자주 듣는 말이 날아왔다.
그렇다.
다른 동아리 멤버들이야 나를 두고 평범히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고희범은 이번 생의 나를 알게 된 것이 오래되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순식간에 실력을 늘렸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한영이가 재능은 정말 엄청나지.”
조은솔이 입술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
“나는 기타를 거의 10년 가까이 쳤는데도 이런데, 어떻게 이렇게 차이가 나나 몰라.”
그야 차이가 날 수밖에 없지.
나는 기타만 거의 27년을 쳤는데.
그중에서 기타 하나로 밥벌이한 게 10년이 넘는데, 취미로 10년 친 대학생이랑 같을 수가 있나.
‘그럼 그게 더 불공평한 거지.’
속으로 피식 웃는데 조은솔이 마저 물었다.
“한영아, 말해 봐. 대체 실력의 비결이 뭐야? 진짜 어디 학원 다니나?”
“그냥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연습했죠.”
“우와, 되게 한국대 합격생들 인터뷰처럼 말한다. 교과서 위주로 예습 복습 철저히 했다고 말하는 그런 거.”
아니, 이게 사실인데 그럼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하나.
됐다.
굳이 숨길 필요가 있나.
나는 설득하기를 포기하고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사실, 전 80년대 전설의 싱어송라이터 김한석의 환생이에요.”
진실을 말한 순간이었다.
“에이, 그건 너무 나갔다.”
“…….”
조은솔은 내 말이 농담이라고 생각했는지 깔깔 웃더니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네가 묘하게 김한석이랑 비슷한 느낌이 있기는 해도, 실력으로 한참 못 미치지.”
“…….”
“한영이도 농담을 할 줄 아는구나.”
이 양반아.
지금 그 사람이 당신 눈앞에 있는데, 이걸 왜 못 알아보나.
그녀를 게슴츠레 쳐다보고 있는 사이 고희범이 내 어깨를 두드리면서 말했다.
“형님은 네 말 믿어 줄게.”
“……필요 없어.”
오늘은 무슨 날인가.
이 둘이 나를 아주 쌍으로 엿 먹인다.
고희범은 아직도 만족 못 한 듯 말을 이었다.
“그래도 재능이 있는 건 좋은 거야. 나한테도 너처럼 음악에 재능이 있었더라면……아! 왜 때려!”
“그냥, 조금 맞자.”
“야, 너 설마 지금 농담 때문에 삐져서 이러는 거 아니지?”
“사람이 화났을 때 삐졌다고 말하는 게 제일 나쁜 사람인 거 몰라?”
“아! 아! 잠깐! 명치! 명치!”
“명치를 때려 달라고?”
한창 고요했던 동아리가 난장판이 되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그러길 잠시.
고희범은 뭐가 그리 억울한지 조금 전의 나처럼 부들부들 떨더니 말했다.
“나는 그래도 너 잘되라고 그런 건데…….”
세상 다 억울한 목소리였다.
나는 그게 묘하게 웃겨서 이제야 웃으며 말했다.
“뭐가?”
“아니, 미튜브에서 모처럼 조회 수 좀 나왔잖아. 그러니까 하는 말이야.”
“그러니까 그게 왜.”
“왜기는.”
그는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너 기타 잘 치잖아. 노래도 나름 괜찮고. 그러니까 한번 이런저런 곡 커버해서 온라인에 올려 볼 생각 없냐고 말하려고 했지.”
……오.
고희범이 뭔가 쓸모있는 말을 가져왔다.
* * *
“확실히 한영이가 괜찮기는 하지.”
조은솔이 그의 의견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단순히 잘 치는 것도 있지만, 뭔가 계속 듣고 싶어지는 맛이 있어. 동네 밥집 같다고 해야 하나? 고급 레스토랑처럼 화려하게만 잘하는 사람들은 은근 많지만, 한영이처럼 느낌이 있는 사람은 잘 없지.”
“그러니까요. 누나, 그게 제 말이에요.”
고희범은 목숨의 동아줄을 잡은 것처럼 그녀에게 필사적으로 달라붙으며 말했다.
“한영이라면 가능성이 있다니까요. 미튜브 시작하면 또 금방 뜨고 그럴 거예요. 확신이 있어요.”
“흐음.”
나는 그의 말을 두고 잠깐 고민해 보았다.
미튜브라.
확실히 요즘 세상이 미튜브 위주로 굴러가고 있기는 하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막 성공할 가능성이 커 보이지도 않았다.
‘하루에만 영상이 거의 60만 시간 분량만큼 올라온다고 했나.’
경쟁자가 어마어마하게 많다.
미튜브 시장은 레드오션이라고 말하기에도 모자랐다.
엄밀히 말하자면 피바다.
그것도 개미지옥처럼 조금만 손가락을 대면 저 나락으로 빨려 들어가는 피바다였다.
장비값이나 뭐나 생각해 보면 섣불리 도전하기에는 리스크가 컸다.
라고 생각하기도 잠시.
나는 내가 생각하기에도 우스워서 피식 웃었다.
‘하긴, 생각해 보면 음악 시장이라고 크게 다를 건 없긴 하지.’
여기나 저기나 경쟁자가 많고 바닥으로 추락하기 쉽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를 것도 없다.
차라리 표면상으로는 누구나 기회를 쥘 수 있는 미튜브가 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무엇보다도, 마침내 음악을 대중에게 어떻게 들려줘야 하나 고민하던 참이기도 했다.
‘이 몸에 익숙해질 때까지 기타 좀 치고, 또 발성 훈련이나 하다가 때가 오면 어디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나가 볼까 생각하던 참이었는데, 미튜브라.’
생각해 보면 크게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몇 가지 디테일한 부분에서 의문이 들어 고희범에게 물었다.
“괜찮은 생각이네.”
“그렇지?”
“그런데 몇 개만 물어보자.”
“뭔데? 뭐든 물어봐!”
너 묘하게 열정적이다.
나는 그게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고는 말했다.
“영상 찍고 그러려면 장비도 막 필요하잖아. 안 그래?”
“필요하지.”
“또 영상 편집해서 올리려면 편집자도 필요하고. 아니면 편집 기술을 익히던가.”
“그것도 그렇지.”
“다 생각해 보면 말로는 쉬워도 당장 시작하기는 어려운 일 아닌가?”
“그렇기는 해.”
고희범이 자신 있게 삼 연속으로 인정했다.
나는 재차 물었다.
“그런데도 미튜브를 하자는 건, 뭔가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런 거겠지?”
“물론이지!”
고희범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일단, 장비는 빌릴 수 있어.”
“어디서?”
그다음 순간이었다.
고희범은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을 꺼냈다.
“우리 학교 옆에 카페가 하나 있거든. 거기에서 인터넷 방송용 스튜디오를 대여해 주고 있어.”
“스튜디오?”
반가운 단어에 귀가 솔깃한데 고희범이 급히 말했다.
“응. 요즘 말하는 스튜디오 카페라고 하는 건데, 들어 봤지? 시간당 요금 내고 이용하는 거.”
고희범은 자신 있게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게 또 의아해서 물었다.
“스튜디오 카페? 그거 돈 많이 들지 않나? 시간당 만 원 이상 나갈 것 같은데.”
“그게 꼭 그렇지만도 않아.”
고희범은 이번에는 고개를 좌우로 도리도리 젓더니 말했다.
“여기는 사장님이 좀 더 넓게 보고 운영하는 곳이거든. 가능성 있는 사람들이 있으면 카페에서 자체적으로 지원해 주면서, 스튜디오에서 창출한 수익금을 쉐어 하는 거지.”
“흠, 그럼 일단 사장님 마음에만 들면 스튜디오 이용 요금 자체는 무료라는 거지?”
“일단은 그래.”
듣자 하니 나름대로 일리는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아직 관문이 남았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그럼 편집자는? 이것도 사장님이 다 도와주시나?”
그렇다.
본격적으로 영상 제작을 시작하려면 편집자가 꼭 필요했다.
혼자 영상을 찍겠다고 지지고 볶아 봤자 제대로 될 리가 만무하다.
편집을 도와줄 사람이 있어야만 했다.
‘애초에 나는 기계를 잘 못 다루기도 하고.’
이게 참 이상한 일이었다.
남들은 다 쉽게 다루는 기계들인데, 그걸 만지려면 묘하게 거부감이 느껴졌다.
어렵고 머리가 아프다.
사실, 이게 은근히 부담스러워서 미튜브를 생각도 안 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고희범은 이것도 미리 준비해 왔다는 듯했다.
“편집은 내가 하면 그만이지!”
“……네가?”
“그래, 내가!”
고희범이 가슴을 탕탕 두드렸다.
이거 좀 못 미더운데.
아무리 봐도 좀 그래서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고희범은 찔린 듯 말했다.
“내가 그동안 시간만 낭비한 게 아니다. 이 말이야. 부끄러워서 남들한테는 말을 안 했지만, 사실 고등학생 때부터 게임하는 거 찍어서 미튜브에 올리고 그랬어.”
아.
어쩐지 너무 게임만 붙잡고 산다 했다.
그런 비화가.
그런데 그 말을 들은 순간, 내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잠깐만, 하나만 묻자. 솔직하게 대답해.”
“응.”
“희범아, 너 설마, 네가 방송 찍으려다가 영 인기를 못 끄니까 나를 팔아먹으려는 거 아니지?”
내 의문에 고희범은 당당히 말했다.
“맞아!”
“…….”
이건 좀 너무 당당하지 않니.
그나마 자라나려던 호기심이 팍 식으려는 찰나 그는 다급히 말했다.
“아니, 한영아, 생각해 봐. 이게 나만 잘되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잖아. 나는 쌓아 둔 편집 기술을 활용할 수 있으니까 좋고, 너는 편하게 콘텐츠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까 좋고! 우리는 환상의 듀오야!”
좀 필사적인 설득이었다.
하지만 또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는 것도 사실.
‘어차피 이대로 가만히 기타만 치고 있어 봤자 시간 낭비밖에 안 될 텐데, 뭐라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본질적인 의문이 가슴 속에서 고개를 치켜들었다.
고희범의 제안은 이 부분에서 보자면 꽤 그럴듯하기는 했다.
어쨌든 꽤 괜찮은 제안 아닌가.
‘카페 사장님 마음에만 들면 스튜디오 이용 요금은 공짜라고 했지? 그럼 망하더라도 손해는 없을 것 같은데, 도전해 볼까?’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내 결론을 내렸다.
‘해도 손해가 없는 일이라면, 오히려 안 하는 게 손해다.’
일단은 찍먹이라도 해 보자.
찍먹.
나는 최신형 표현을 생각해 냈다는 데 스스로 대견함을 느끼며 고희범에게 말했다.
“좋아, 해 보자.”
“진짜?”
“그래, 하자.”
“야, 친구야, 진짜 고맙다. 후회하지 않을 거야. 내가 진짜 최선을 다할게.”
고희범은 뭐가 그리 기쁜지 아예 방방 뛰기 직전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의 말을 자르면서 말했다.
“다 좋은데, 조건이 하나 있어.”
“……조건? 그게 뭔데?”
“자.”
나는 그에게 말했다.
“수익이 발생하면 내가 8이다.”
“…….”
“네가 2고.”
내 말에 고희범은 잠깐 멈칫하더니 말했다.
“어쩐지 숫자가 좀 자세하다?”
“좀 알아보긴 했거든. 그래서, 할래? 말래? 8대 2.”
“8대 2라…….”
고희범은 머릿속으로 엄청난 고뇌를 거친 듯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7대 3으로 하자.”
“8대 2.”
“아니, 7대 3. 사업 제안은 내가 했잖아.”
“그럼 7.5대 2.5. 여기서 타협은 없어. 잘 생각해. 나는 지금부터 나 혼자서 공부하고 시작해도 그만이야.”
그는 잠시 말이 없더니 한숨을 내쉬고 입을 열었다.
“흐으, 좋아. 하지만 나중에 수익이 늘었다고 내치거나 그런 건 없기다.”
“난 그런 쓰레기가 아니야.”
그렇게 우리 둘은 일종의 동맹을 맺었다.
한편,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조은솔이 중얼거렸다.
“얘들아, 나도 여기 있거든?”
* * *
어떻게 극적인 협상이 타결되었다.
기본적인 계약 비율 7.5대 2.5에, 가끔 조은솔이 참여하면 그때는 따로 방송 참여분에 따라 나누기로 하였다.
또 기타를 동아리 비품으로 구매한 만큼, 그만큼의 예산도 따로 책정했다.
‘나름대로 재밌기는 하네.’
동아리에서 방송 계약을 맺었다.
기껏 해 봐야 아직 시작도 안 한 일이니 조금 우스운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심장이 두근거리는 게 사실이었다.
이거야말로 청춘 드라마의 한 장면 아닌가.
비록 7.5대 2.5로 점칠 된 사이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여기가 맞나?”
“조금만 더 가면 돼.”
그렇게 고희범을 따라서 걷기를 한참.
곧 카페 하나가 나타났다.
건물 2층에 벽이 파란색으로 칠해진 가게가 당당히 박혀 있었다.
나는 묘한 떨림에 심호흡을 내쉬고는 말했다.
“들어가자.”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