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28
228화
그사이 주요 포털 사이트의 메인은.
[김한영, 빌보드 1위]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같은 말로 도배되었다.
[다누시아를 밀어내고 1위를 차지해] [무관의 황제에서 유관의 황제로] [그는 어떻게 역주행에 성공했나] [지구촌 소식) 세계는 지금 김한영을 듣고 있다] [음악 시작 3년 차 신인 뮤지션이 홀로 이루어 낸 기적] [처음이자 마지막]엄밀히 말하자면 틀린 말이 많았다.
신인 뮤지션이 빌보드를 정복하는 일 정도쯤이야 1년에 한 번씩 일어난다.
한국에서는 없었지.
하지만 해외에서는, 특히 영미권 뮤지션이라면 간간이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였다.
당장 레베카 로드리게즈부터가 그런 사람이지 않나.
더 멀리 보자면 ‘Adele’ 같은 살아가는 전설도 있다.
역주행도 내가 처음은 아니었다.
지금보다 마케팅의 힘이 훨씬 강력했던 옛 시대에도 역주행으로 빌보드 1위를 잡아먹은 뮤지션은 종종 존재했다.
물론.
[우리의 김한영에서 세계의 KHY로]그렇다고 내가 해낸 일이 대단하지 않은 일이 되는 건 아니고.
내 눈앞, 채팅창으로 비처럼 쏟아지는 채팅들이 이 사실을 증명했다.
[?????????????????????] [와 미친 도랐] [김한영 실화냐?] [아니 시1123 김한영이 1위?] [이 세상이 잘못된 건가?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하지? 내가 틀렸던 거고 김한영이 옳았던 건가?] [김한영을 죽이다] [김한영이 이 세상을 망치고 있어] [조만간 상태창 열리는 각이냐?]댓글 반응만 봐도 확 와닿지 않나.
충격에 빠져 현실을 부정하는 사람들까지 두루두루 흘러넘치고 있었다.
[진짜 미국 사람들 입맛을 모르겠네] [햄버거랑 콜라 먹던 사람들이 왜 청국장 들이키고 크어뻑예 외치는 건데]많았다.
[다누시아 좋지 않나?] [김한영이 다누시아를 이긴다고?]정말 많았다.
[난 솔직히 김한영 좋은데.] [쉿] [닥쳐] [형 분위기 못 읽어?]그만.
그만 좀.
[쟤가 그 랩틸리언 그거 아님?]……아무리 그래도 저렇게까지 내 성공을 부정해야 할 필요가 있나.
다들 내 팬인데.
나와 함께 지금까지 함께 방송해 온 사람들인데. 팅 식구까지는 아니어도, 팅 파트너라고 생각해 왔는데.
“후우.”
나는 섭섭한 마음에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여러분이 아무리 제 성취를 부인하고 부정하셔도 전 빌보드 1위 가수, 대한민국이 낳은 보물, 다누시아를 꺾은 슈퍼 김치맨, 김한석의 환생, 세상이 사랑하는 뮤지션, 김한영이 맞습니다.”
[졸라 킹받네.] [좀 제발] [겸손함이라는 걸 모르나?]한층 더 섭섭해졌다.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젓고는 말했다.
“어쩌겠습니까. 이게 저의 있는 대로의 모습인데. 전 빌보드 1위 가수이자 한국 3대 차트 1위를 정복한 가수입니다. 어쩌면 대한민국이 배출한 역대 아웃풋 1위가 될지도 모르는 빛한영…….”
이번에는 즐겁다.
그래서 한마디 더 해 보기로 했다.
“제가 빌보드 1위 찍은 게 죄는 아니잖아요.”
[한영아 제발] [꿀밤마렵네] [넌 성격이 문제야] [나는 김한영 노래 안 싫은데? 오히려 좋아] [└그러니까 좀 분위기 읽으라고!!] [이건 미국인들이 잘못한 게 맞다고 본다] [저 거만한 놈이 미국물까지 들었으니 어찌할꼬.]저 쏟아지는 말들을 듣고 있으려니 떠오르는 말이 있었다.
게임 하다가 욕을 들었다면, 사실 그건 상대방이 보내는 극찬이라고.
무려 38만 명이 실시간으로 쏟아 내는 축하 인사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어 버렸다.
‘이번 빌보드 1위에는 이 사람들도 한 몫 보탰겠지.’
어찌 됐든 1위는 1위다.
빌보드 1위 달성과 동시에 채팅창이 이른 오후부터 축하 파티가 시작됐다.
[다누시아는 뭐라고 했을라나.] [아까 SNS에서 뭐라고 하고 있던데?] [뭐라고?] [빈집털이 축하한대] [ㅋㅋㅋㅋㅋㅋㅋ] [정신승리 오졌네] [다하다 추나시아야]응, 내가 보기에는 그거 마케팅이다.
최근에 몇 달 동안 느낀 건데, 다누시아 그 사람은 매사가 마케팅이다.
아마 본인은 이번 논란으로 본전 따위야 뽑을 만큼 뽑았다고 생각하고 있을걸.
‘꺼억- 잘 먹고 갑니다.’라고 중얼거리면서 배 두드리는 모습이 눈앞에 훤했다.
‘애초에 2달을 1위 했으면 볼 장 다 본 거지.’
이후에 따라잡혔다지만,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는 경쟁 영역이 조금 다르기도 하고.
저쪽 덕을 보기도 했으니 그의 음악도 존중해 줄 생각이었다.
[한영아 어쨌든 축하한다] [첫 뮤비 보고 팬 됐는데 여기까지 왔네] [정신이 얼떨떨함]슬슬 순수한 축하 인사도 보였다.
나한테 할 말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축하 인사를 듣고 싶은 사람들이 더 있었다.
그러니까 예를 들자면.
끼익.
문이 열리더니 세 사람이 허겁지겁 들어와서는 내게 말했다.
“야! 김한영! 고기 사 줘!”
“한영아 축하해. 나중에 누나 잊어버리는 거 아니다?”
“형, 형, 형, 진짜 1위예요? 진짜?”
우리 팅 식구들 말이다.
나는 그들을 바라보기를 잠시, 모니터 화면과 그들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저 잠깐 식구들이랑 오붓한 시간 좀 가지겠습니다.”
모처럼 방송 카메라를 껐다.
오늘은 날이다.
똥 싸는 장면까지도 컨텐츠로 파는 게 우리 일이라지만, 가장 값진 시간은 온전히 우리만의 것으로 남기고 싶었다.
“한우 뜯으러 가죠. 청보리 한우.”
역시 고기와 함께.
* * *
한국의 어느 방송국.
그곳의 PD, 문선욱은 최근 방송을 꾸려나가는 데 있어서 큰 난항을 겪고 있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같은 포맷 돌려막기 너무 심하네]소재가 고갈됐다는 지적이 그러했다.
[치트키이기는 했는데, 치트키만 쓰니까 조금 그럼.] [ㅇㅇ 요즘 좀 선 넘었지] [그래서 쟤가 누군데 씹덕아]문선욱이 제작하는 방송, [보이스 오브 레전드]는 옛 전설의 목소리를 기술적으로 재현하는 방송이었다.
더불어 그 목소리로 현대의 가수와 듀엣을 시키는 방송.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었다.
한국 트로트계의 전설, 김두영 옹의 목소리를 재현하는 거다.
그리고 현대에 트로트로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는, 안방 대통령 임영욱과 듀엣을 시킨다면 어떨까.
시청률은 안 봐도 보장된 일이다.
실제로 몇 년 사이 인기 예능으로서 승승장구했던 게 사실이었고.
문제는, 이 세상의 그 아무리 잘난 포맷이라고 한들 결국 수명의 한계가 있다는 것이었다.
‘으, 슬슬 방송을 정리할 때가 됐다.’
문선욱 PD가 심란한 마음에 손가락으로 책상을 딱딱 두드렸다.
사실, 여기에서 더해도 상관은 없다.
시청률이 떨어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본전은 뽑히고 있다.
그의 커리어상 최대 히트작이기도 하고.
하지만 끝내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었다.
재 밑에서 꽃이 피어난다고, 이번 방송의 종영이 더 나은 프로그램의 탄생으로 이어질지도 모르니까.
문제는 달리 있었다.
‘어차피 끝낼 방송이라면, 화려하게 끝내고 싶은데.’
끝내는 방식이었다.
시청자들의 기억에 아름답게 기록되고 싶다.
철 지난 PD의 낡은 로망일지 몰라도, 시청자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으로 회자할 방송으로 끝마치고 싶다.
그게 문선욱 PD의 유일한 바람이었다.
문제는.
그간 킬러 콘텐츠로 쓸 만한 사람은 죄다 초빙해서 촬영을 마쳤다는 정도일까.
“이걸 어쩐다.”
답답한 마음에 혼잣말을 중얼거린 순간이었다.
“또 그 고민이세요?”
그의 옆자리로 후배 PD가 다가와서는 슬쩍 앉으며 말했다.
“그냥 끝내 버리라니까요. 로망은 로망이고, 현실은 현실이죠.”
“로망이 왜 로망인데. 어려우니까 로망이지.”
문선욱 PD가 억울하다는 듯 호소했다.
“나는 내 방송이라면 다 내 자식이라고 생각한다. 자식을 떠나보낼 때면 전셋집이라도 안겨 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 아니야?”
“그래요? 저는 딱히.”
“야, 너도 나랑 같은 PD잖아.”
“전 예능보다는 드라마 전문이라.”
후배 PD가 킥킥 웃었다.
하지만 문선욱 PD의 고민을 듣고 있노라면, 같은 PD로서 언뜻 공감되는 부분이 있기는 했다.
‘아름다운 마무리라.’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안다.
한창 인기를 끄는 프로그램이라면 종영할 이유가 없지. 인기가 떨어진 프로그램이라면 그 끝도 추할 수밖에 없고.
‘흠, 올릴 가수가 없다고 했지?’
고민하기를 잠시.
후배 PD가 언뜻 떠오른 이름을 입에 올려 보았다.
“김한영은 어때요?”
그 순간이었다.
“…….”
“…….”
아무런 말이 없었다.
문선욱 PD는 조금 전까지 신나서 하소연을 풀어 놓았던 게 거짓말이라는 듯, 그저 아무런 말도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저 시선은 굳이 말하자면 이런 거였다.
‘뭐지? 이 미친놈은.’
그 눈빛의 정체를 알아차린 후배 PD가 항변하듯 외쳤다.
“아, 김한영이 뭐 어때서요. 딱 좋잖아요! 김한석이랑 듀엣 시키면.”
“김한석?”
“네! 평소에 김한석 좋아한다고 맨날 말하고 다니잖아요. 자기가 김한석의 환생이라고 드립도 치고.”
저거 유명하다.
김한영이 평소 자기가 김한석의 환생이라고 우기고 다니는 거.
처음에는 미친 놈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지. 하지만 빌보드 1위를 찍은 지금은 아예 저게 김한영의 별명이 되었다.
[김한석의 환생]실로 가슴이 웅장해지는 별명이다.
“하하.”
문선욱 PD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하하.”
그 웃음소리가 마음에 들었던 걸까. 후배 PD도 함께 웃기 시작했다.
“하하!”
“으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
그래, 좋지.
김한영은 훌륭한 가수다.
뛰어난 실력에 캐릭터까지 좋고 화제성마저 보장되어 있다.
김한석 팬보이이니만큼 케미도 좋겠지.
하지만.
문제는 역시 따로 있었다.
“야!!!!!”
참다못한 문선욱 PD가 욱하는 마음에 외쳤다.
“너 미쳤어!”
“아, 왜 소리를 지르십니까.”
“이유를 물어? 이유를? 지금 나한테 이유를 물어봤어?”
문선욱 PD가 인상을 악마처럼 일그러뜨리며 일갈했다.
“이 모자란 놈아! 빌보드 1위 찍은 사람을 퇴물 프로그램에 어떻게 데리고 와?”
그렇다.
김한영이 누구인가.
한국 1위 찍고 훌훌 미국으로 떠나더니, 반년이 채 안 지나서 미국 땅에서도 1위를 찍어 버린 인재였다.
그것도 현재 빌보드 1위를 6주째 유지하고 있지 않나.
앨범 판매량으로는 다누시아에게 밀리지만, 스트리밍으로는 이미 따라잡았다.
최근에는 아예 50억을 넘겼다지.
일일 스트리밍 수가 1억을 넘기며 [1억의 사나이]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그 말마따나 몸값으로 따지자면 한국 1위라고 불러도 좋을 지경.
“야, 넌 내가 웃기냐?”
결국, 문선욱 PD는 그간 쌓여 있던 감정이 폭발했다는 듯 외쳤다.
“요즘은 걔가 한국에서 공연하면 내한이라고 하는 거 몰라? 그런 애가 부른다고 한들 남들처럼 어이쿠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할게요~ 하고 올 것 같아?”
“그건 불러 봐야 알죠.
“하, 참, 나, 하! 하!”
문선욱 PD가 헛웃음을 연달아 터뜨리더니 다시 외쳤다.
“야! 그리고 애초에 김한영 유명하잖아. 섭외 제안하면 제안서 읽지도 않고 거절부터 한다고!”
“엥? 그래요?”
“넌 드라마니까 모르지. 이 새끼야. 김한영 걔, 섭외 100개 제안하면 100개 거절한다고 유명해. 아예 처음부터 거절당할 거 생각하고 못 먹을 감 찔러는 본다는 생각으로 찌르는 캐릭터라니까?”
“너무 떠서 그런가?”
“뜨기 전부터 그랬어!! 완전 바닥 신인일 때부터! 일단 거절하고 봤다고! 그러니까 못 먹을 감이지!”
흥분한 문선욱 PD가 끝내 소리까지 질렀다.
후배 PD가 그의 딱한 사정에 공감은 못 해 줄지언정, 놀리려고 작정했다고 생각했기 때문.
“으으.”
끝내 듣다못한 후배 PD는 귀를 틀어막고 신음을 흘리다가 말했다.
“아니, 선배님, 제 말 좀 들어 보십쇼.”
“한마디로 해 봐.”
“물불 가릴 때가 아니잖아요.”
“야!”
“아니, 더 들어 보시라니까. 선배님 말대로 못 먹을 감이면 한번 찔러나 봐서 나쁠 게 뭐가 있다고.”
“섭외도 은근 노동인 거 모르냐? 이거 오는 사람 주워 먹는 드라마 PD라고 말 함부로 하네.”
“선배님! 좀!”
말이 이어질수록 후배 PD의 기분이 언짢아졌다.
딴에는 생각해 줘서 한 말인데, 저쪽에서는 한심한 소리 한다는 듯 계속 부정만 하니 기분이 좋을 리가 있나.
“하여간 드라마 찍는 놈들은 세상 물정을 몰라요.”
끝내 역린까지 닿은 순간이었다.
후배 PD는 참다못해 욱하는 감정에 외쳤다.
“그럼 내기하던가요.”
“내기?”
“네, 내기.”
“너랑 내가?”
“왜요.”
문선욱 PD의 코웃음 치는 소리에 후배 PD가 눈을 찡그리며 외쳤다.
“김한영 한번 찔러 봐요. 그래서 오면 선배님이 저한테 참치 사요.”
“고작 참치?”
“뭐래요. 참치 한 마리 통째로! 즉석에서 코스로 썰어 주는 가게 있습니다.”
“허.”
문선욱 PD가 재차 코웃음을 쳤다.
승률 없는 싸움에 후배 PD가 자존심을 걸었다고 생각한 모양.
침묵이 흐르기를 잠시.
문선욱 PD가 눈을 좁게 뜨고는 물었다.
“거절당하면?”
“제가 한우 스테이크 삽니다.”
“한우 통짜 추가.”
“…….”
“쫄리냐?”
“……하겠습니다.”
“좋아, 스테이크라, 맛있겠네.”
문선욱 PD는 눈을 반달로 뜨고 후배 PD의 안면을 응시했다.
이어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김한영에다가 김한석이라. 옛날 전설이랑 새로운 전설인가? 둘이 듀엣한다면 역대급이기는 하겠네.”
말마따나 이번 방송이 한창 전성기였던 시절에도 못 봤을 방송이다.
볼 것도 없이 대박이겠지.
섭외가 성사만 된다면 말이다.
‘그럴 가능성은 없겠지만.’
계산을 마친 문선욱 PD가 피식 웃고는 말했다.
“콜.”
이 순간까지도 그는 몰랐다.
김한영은 어디까지나 들어오는 섭외를 모조리 거절하는 사람일 뿐.
처음부터 거절할 생각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아니라는 사실을.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