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352)
마교 (4)
콰지지지직!
한참이나 천겁 결계를 후려치던 진귀시는 이를 악물었다.
“크윽, 제길…!”
어느새 그의 몸에는 육극귀왕 전명훈이 날려 댄 뇌전들이 웅웅 울리고 있어 움직이기조차 힘든 상황이었다.
한데 설상가상으로, 점차 저 거대한 천공도가 다시금 움직이려는 듯한 기색이 느껴진다.
위이잉―
천공도에서 축성문이 뿜어졌다.
그리고 점차 천공도가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전명훈은 천겁 결계 안쪽으로 몸을 숨기며 웃었다.
위이이잉―
점차 천공도가 가속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진귀시는 잔뜩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사혈을 토하면서도 비릿하게 웃었다.
[하, 보아하니 일정 거리를 하루의 기간을 두고 이동하는 법술일 터. 이 근처 반경 20만 리는 모두 흑색귀골궁의 손이 닿는 곳이다! 본궁의 지부 곳곳에서 머무르는 모든 합체기 귀왕들에게 연락이 갈 것이야! 언제까지고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으냐!? 언제까지고 그 천겁 결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으냐!]그러나, 전명훈은 결계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시큰둥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흠, 확실히 20만 리씩만 이동하면 조금 위험하긴 하지.”
콰지지지직!
그는 천겁을 극복하는 중인 오현석을 쳐다보았다.
“어차피 현석 형님도 조금 있으면 천겁이 끝나니 천겁 결계도 무한히는 못 펼치겠지만….”
상관은 없었다.
위잉― 위잉― 위잉―
천공도는 앞으로 나아갈수록 10배씩 가속되었다.
점차 빨리 가속되다가 어느 순간 축지법을 사용해서 수십만 리를 주파하는 것이 계멸축지진.
그리고 이 계멸축지진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었다.
번쩍!
[네놈이 어느 방향으로 도망치든! 절대로! 우리 흑색귀골궁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총 7번의 축지진을 사용할 때마다, 축지진이 가용할 수 있는 공간의 왜곡이 심해져, 10배로 가속되는 천공도처럼 한 번 접어 달리는 공간의 길이가 2배로 늘어난다는 것이었다.
‘방금 전에는 20만 리를 주파했으니, 이제는 40만 리인가.’
전명훈은 내심 혀를 차며 끌끌거렸다.
‘이 세계는 정말… 단위의 길이가 어지러울 정도라니까.’
* * *
콰과과과과!
광음역이 또다시 2차 목적지를 향해 계멸축지진을 발동했다.
번쩍!
“2차 목적지, 도착했습니다.”
[모두 수고했다.]나는 진법사들을 치하해 준 후, 의식을 뻗어 광음역 주변을 살폈다.
첫 축지는 20만 리.
다음은 40만 리.
‘총 60만 리다. 나쁘지 않군.’
계멸축지진은 한 번 움직일 때마다 2배씩 이동 거리가 늘어나고, 총 7번의 축지 도약을 할 수 있다.
처음 시작할 때의 거리가 20만 리였으니, 총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2,500만 리.’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의 숫자였지만, 어쨌든 가능했다.
‘이것이, 인간의 악의를 이동능력으로 변환했을 때의 능력….’
참 정신 나간 거리다 싶었다.
‘40만 리도 합체기들에게 그리 긴 거리는 아니지만, 하루이틀 지나면서 점차 배로 이동할 테니 더더욱 따라잡기 힘들어지겠지.’
콰지지지직!
거기에, 점차 하늘에서 떨어지던 천겁이 옅어지다, 이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오현석이 서 있던 자리.
그곳에 8쌍의 날개를 단 별빛의 거신이 나타났다.
쿠구구구구!
오현석이 대성한 창령성광오채대법은, 나나 창호자가 대성한 것과는 조금 달랐다.
나와 창호자의 체내에서는 별빛이 번뜩였다면, 오현석의 체내에선 별빛도 별빛이었지만, 신비로운 보랏빛의 구름이 뭉글뭉글 뿜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그의 능력의 일환인 듯했다.
‘뭐, 좋아. 어쨌든 이것으로….’
무극교단의 사대호법 전원이 최소 사축기급의 전투력을 갖추게 되었다.
전명훈, 홍범, 오현석은 현재 전부 사축기에 올랐고, 유일하게 사축기에 오르지 못한 김연은 무극교단의 근본이나 다름없는 괴뢰들의 제2 명령권자였다.
언제든지 무극교단 전체를 총동원할 수 있는 그녀였기에 본인의 경지는 상관이 없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서….’
[조금 당황스럽긴 하군. 이렇게 빨리 결정을 뒤집다니.]“….”
내 교좌 앞에 서 있던 유혜는 얼굴을 살짝 붉혔다.
“…그야, 영락없이 마교인 줄로만 알았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둘러보니 복지도 잘 되어 있고, 상당히 평화를 추구하는 종교 집단인 건 잘 알겠습니다.”
“…? 교주의 내면의 죽음이 겉으로 드러난 게 아닙니까?”
[으음….]나는 할 말이 없어져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뭐, 어쨌든. 흑색귀골궁과 본궁의 사이를 잘 부탁한다.]“흠, 저는 교주님의 말을 본궁에 전달이나 해 볼 뿐입니다. 결정하는 건 본궁의 몫이지요. 제가 무극교단에 대해 잘 말씀드려도 토벌령이 떨어질지도 모릅니다.”
[뭐, 알았다. 그건 어쩔 수 없지.]나를 한참 두려워하던 유혜는 무극교단을 한 번 둘러본 후, 백린과 위시혼, 음와 등을 다시 만나본 후.
그제야 우리에 대한 오해를 풀었다.
물론 나를 볼 때마다 내 죽음 때문에 몸을 움찔거리긴 했지만 그건 본능적인 현상이었으니 뭐라 할 순 없었다.
유혜는 결국 나의 진중한 설득에 감화되어 우리의 의지를 추후 흑색귀골궁에 전달하기로 약속해 주었다.
[그나저나 ‘시술’을 받아 보지 않겠나? 정말 마음에 들 텐데.]“됐습니다. ‘시술’을 받으면 지금 가진 귀체를 개조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렇지.]“이 귀체는 제 상관이신 차조귀께서 만들어 주신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개조는 필요 없습니다.”
[뭐, 그렇다면 마음대로 해라.]본인이 싫다는데 굳이 강요할 생각도 없었다.
그녀는 차조귀라는 말을 꺼내더니 문득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그나저나 차조귀 님께 연락할 수 있게 전음부라도 한 장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저는 정말로 잘 있으니 걱정 마시라고 연락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만….”
그러나 그녀의 말에 홍범이 고개를 저었다.
“전음부를 사용하시려는 것 같습니다만, 아마 힘드실 겁니다. 앞으로 며칠간 수십, 수백만 리의 공간을 뛰어넘을 터인데 그 영향으로 공간과 천지귀기가 비틀어져, 전음부가 잘 전송될 가능성이 매우 적습니다.”
“흐음, 정말 힘든 겁니까? 전음부를 한 백 장 정도 보내면 그중 한 장은 도달하지 않겠습니까?”
“도달할 확률의 문제가 아니라, 천지귀기가 비틀려 전음부가 전송되는 와중 전음부에 담긴 내용이 변질될 가능성이 있어 드리는 말씀입니다.”
유혜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말했다.
“그 정도는 감수하겠습니다. 전음부에 담긴 음성이 변질되어 봤자 얼마나 변질되겠습니까. 조금 변질될지언정 차조귀 님께서 걱정하실 테니 제 안전을 말씀드리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뭐, 원하신다면….”
홍범은 조금 안 내킨다는 듯 본인의 저물도에서 전음부를 꺼내 건네주었다.
“감사합니다, 수호법님.”
“별말씀을.”
“그럼 저는 잠시 제 방으로 가서 전음부를 날리고 오겠습니다, 교주님.”
[그래, 연인들의 대화를 엿듣진 않을 테니 걱정은 말라.]유혜는 그 말에 살짝 얼굴이 붉어지더니 본인에게 지정해 준 숙소로 올라갔다.
[좋을 때군.]나는 그 뒷모습을 보며 껄껄 웃었다.
* * *
유혜는 그녀의 방으로 돌아가 홍범에게서 받은 전음부를 펼쳤다.
“차조귀 님, 잘 계시나요? 유혜입니다. 여긴 현재 무극교단의 본부입니다. 전음부를 보내는 이유는 너무 큰 걱정은 말라는 말씀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그녀는 헛기침을 하며 전음부에 그녀의 목소리를 녹음했다.
그리고 유혜는 이곳의 상황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지옥 같을 거라 생각한 곳이었지만, 예상외로 교주는 인의를 아는 선량한 귀물입니다.”
우선 교주인 무극귀왕 서은현부터 시작해서, 그에게서 들은 무극교단의 목적 등.
“또한 이들의 목표는 평화로운 명귀계를 꿈꾸는 집단이더군요. 참으로 커다란 꿈입니다. 저는 일단은 외부인이기에 이들의 최종 목적지는 알지 못하지만, 저도 차후에 풀어준다 합니다. 저를 찾아오지 않으셔도 제가 다시 흑색귀골궁으로 돌아갈 터니 굳이 찾아오시지는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본인의 상관인 동시에 연인인 차조귀가 이곳을 죽자 살자 쫓아올 것을 염려한 유혜는 차조귀에게 당부를 보냈다.
“그리고 흑색귀골궁에서는 굳이 무극교단을 더 적으로 두고 쫓아오지 마시는 것 역시 좋을 것 같더군요. 자세한 건 복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유혜는 흑색귀골궁과 무극교단의 연수를 염두에 두며 말했다.
“또 친우분이신 백린이란 분께서는 위시혼과 음와라는 수호귀왕 부부의 진정한 사랑을 보고 마음이 가라앉으신 듯했습니다. 조금 풀이 죽으신 듯했지만 이전처럼 분노에 눈이 타오르지는 않더군요. 우리는 어쩌면 이 교단에 너무 오해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차조귀가 이 전투에 뛰어든 직접적인 원인.
그의 벗인 백린의 여부 역시 전달했다.
“…이곳에서 본 것들은 쉬이 잊지 않을 것 같습니다.”
유혜는 무극교단에서의 일을 떠올렸다.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의외로 친절하고 청렴한 교주.
그리고 행복과 여유, 평안에 차 있던 광음역의 귀물들.
유혜는 어쩌면 이 평화로운 광음역에서의 광경을 쉬이 잊지 못할 것만 같았다.
“그리고 또… 잡혀 가기 전 유언이라도 남기는 것처럼 말을 남겼습니다만… 음, 조금 부끄럽군요. 그동안 모셨어서 좋았던 맞습니다만, 그 유언을 남기는 것 같던 말투는 잊어 주십시오. 영원히 기억 속에 묻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녀는 전명훈에게 끌려가기 직전, 차조귀에게 아련한 눈빛으로 유언을 남겼던 생각이 떠올라 얼굴이 빨개졌다.
당장이라도 침상 속으로 들어가 이불을 마구 걷어차고 싶은 기분이었다.
“뭐, 이 정도면 제가 무사한 건 아셨겠지요. 저는 정말 무사합니다. 세뇌당해서 이곳에 좋은 말을 남기는 것도 아닙니다. 아, 그리고….”
우우웅―
그녀는 창밖으로 떨리는 광음역을 바라보았다.
‘얼마 안 있으면 다시 출발한다고 했었나?’
그렇다면 이제 슬슬 전음부를 보낼 때였다.
“이제 곧 출발한다고 하는군요.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전음부 내용이 왜곡된다 했는데 그리 왜곡되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이만, 안녕히 계십시오. 곧 돌아가겠습니다.”
유혜는 무극교전 바깥으로 나가 전음부에 귀도법력을 불어넣었다.
유혜의 곁으로 다가온 홍범이 살짝 걱정스럽게 물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공간 파동이 가라앉지 않았기 때문에 내용이 왜곡되어 도착할 수 있습니다. 아마 몇몇 부분의 음성이 날아간다거나 치직거리는 소음이 섞여서 전달될 수 있습니다.”
“흠, 괜찮습니다. 제 상관께서는 제 말씀이라면 어떻게 전달해도 다 알아들으시니 그 정도 왜곡은 알아서 알아들으시겠지요.”
“그렇다면 뭐….”
파아앗!
얼마 후, 유혜의 손에 있던 전음부는 한 줄기 빛살이 되어 어딘가로 날아갔다.
* * *
백음역이 있던 곳.
그곳에서, 한 척의 섭명함이 빠르게 어딘가로 날아가고 있었다.
섭명함의 함장실.
그곳에는 선원들이 모여, 거의 혼이 나간 것만 같은 차조귀에게 응원을 해 주고 있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함장님. 아마 부관께서는 무사하실 겁니다.”
“그분의 성격이시라면 어쩌면 마교주 놈들에게 호통을 쳐서 교육 중이실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거기다가 지금 도망치는 놈들인데 무슨 여유가 있어 부관님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빨리 마교를 잡아내면 부관께서도 무사히 돌아오실 겁니다!”
차조귀는 선원들의 성원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 고맙다. 모두… 함장으로서 못난 꼴을 보였….”
그때였다.
파아아앗!
차조귀의 함장실로, 한 개의 맑은 빛이 들어왔다.
“그, 그건…!?”
“전음부!?”
차조귀는 흠칫 놀라며 전음부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전음부에서 은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조귀 님….
유혜의 목소리였다.
차조귀가 눈을 부릅떴고, 섭명함의 선원들 역시 조용해졌다.
치직, 치지지직―
어쩐지 상당히 치직거리긴 했지만, 차조귀는 침을 꿀꺽 삼키며 목소리를 떨었다.
“유, 유혜…! 괜찮은 거냐? 그렇다고, 그렇다고 답해 다오…!
치직, 치지지직―
어딘지 치직거리는 소리가 많았지만, 어찌 되었든 유혜가 보낸 전음부는 차조귀에게 그녀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치지직…여긴…치지직…걱정… 지옥…치지지직….
“…유, 유혜….”
―교주… 치지직… 참으로 커다란… 오지…마…요… 사랑… 잊지 않을….
“….”
―영원… 치지직… 세뇌… 이제 곧… 안녕… 치지직….
치직, 치지지지직….
그것을 끝으로 전음부는 꺼졌다.
그리고, 30번 섭명함 함장실.
그곳에서 어마어마한 귀력의 파동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마교도 놈들!!!]쿠구구구구구!
[죽여 버릴 테다!!!]두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차조귀가 이를 악물었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 *
7일이 지났다.
쿠구구구구―
마침내, 무극교단과 광음역은 2,500만 리의 정신 나간 거리를 주파하여, 명귀계의 북쪽 끝.
안계 지역과 난계 지역의 경계에 접어들었다.
“이제 곧인가.”
나는 교좌에 앉아 웃었다.
전명훈은 내 오른편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곧이다.”
이제 곧, 금신천뢰문의 나머지 제자들을 구할 수 있을 것이리라.
쿠구구구구―
광음역은 하늘 위에서 움직였다.
계멸축지진은 이제 더 이상 쓸 수 없지만, 그냥 이동하는 것 정도는 광음역의 용맥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었다.
얼마 후.
우리는 개열기 진인의 침식을 받아 폭주한 이의 유해가 있는 지역에 들어왔다.
저벅, 저벅….
나는 무극교단의 상공으로 날아올라, 저 멀리 보이는 광경에 헛숨을 들이켰다.
“저것이… 진인의 침식을 받아 죽은 자의 말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