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113
113화
“기사 진짜 많이 났네.”
나는 삼촌 방에서 다리를 동당거리며 기사를 검색 중이었다.
카메오 출연으로 나와 남연수가 메인인 기사가 쏟아졌다.
‘선인장 형제 케미’라는 말 혹은 ‘소년영국 케미’라는 말이 가장 많았다.
에서 나온 나와 남연수의 케미짤은 아직도 인터넷을 떠돌고 있었다.
팬들은 이번 남연수의 드라마를 통해 두 사람의 제2의 짤이 탄생했다며 좋아했다.
그 밑에는 조금 시간이 지났다고 그새 두 사람이 조금 자랐다며 우리의 분석한 사람도 있었다.
“와, 이렇게 보니까 진짜 컸네. 우리.”
단순히 키만 큰 게 아니라, 이목구비도 조금씩 달라 보이긴 했다.
그걸 요목조목 체크하며 실실거리고 웃었다.
이 다음에는…… 내 이름만 쳐봐야지.
한시우, 라고 검색하자 아까와는 다르게 내가 메인으로 된 기사가 주르륵 떴다.
“오오, 이것도 많네.”
역시나 칭찬 위주의 기사들이었다.
이 정도면 내 돌발행동 때문에 삼촌이 바다 엔터에게 한 소리 듣는 일은 없었을 것 같다.
오히려 칭찬을 받지 않았을까?
나는 안심하면서 기사를 훑었다.
기사는 내가 나온 짧은 장면을 거의 초 단위로 분석하고 있었다.
그리고 영화 촬영으로 인해 잠시 브라운관에 나오지 않았던 나에 대한 반가움을 잔뜩 드러냈다.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내 팬인 기자가 쓴 기사인 모양이다.
기사에는 카메오지만 마치 원래 있던 역처럼 자연스러운 연기라는 평이 적혀 있었다.
카메오 특유의 넉살스러움보다는 원래 기획된 배우 같은 면모를 보였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좋아, 좋아. 인터뷰하는 것보다 연기로 기사 나가는 게 좋지.”
한참 동안 내 기사를 체크한 후, 이제 거실로 나가려던 참이었다.
정오에 맞춰서 기다리던 드라마 재방송이 있었기 때문이다.
뿌듯한 마음으로 작은방에서 나오려고 인터넷 창을 하나씩 닫던 중, 포털사이트 메일함에 시선이 꽂혔다.
새로 온 메일이 있다는 알람이었다.
그런데…… 메일의 제목이 영어다.
심지어 제목 전체가 영어였다.
그 가운데에 박혀 있는 내 이름.
한시우의 영문 표기를 보고서 미간을 좁혔다.
광고메일을 이렇게 정성스럽게 쓰지는 않을 텐데……?
이게 뭔가 싶어서 나는 재빠르게 메일함으로 들어가서 메일을 확인했다.
발신인은 루카스.
새로 온 메일의 정체는 ‘레인보우 픽처스’의 루카스에게서 온 연락이었다.
그걸 확인하자마자 나는 기쁜 마음으로 읽어내려갔다.
“호오, 호오?”
루카스에게서 온 메일은 실로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레인보우 픽처스와의 인연은 쉽게 끊기지 않을 모양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루카스의 이름에 반갑기도 했다.
한국의 RUN 공연 당시, 제시카의 소개로 루카스와는 따로 만나 식사를 한 적이 있더랬다.
그때, 레인보우 픽처스 본사에서 온 높은 직급의 사람이라고 했었다.
사…… 사, 뭐랬더라.
아, 상임이사.
되게 높은 사람이라고 했는데 제시카가 편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나도 편하게 대할 수 있었지.
메일은 나에 대한 반가운 인사로 시작되고 있었다.
친근하게 내게 인사를 건넨 루카스는 안부를 묻고 나서, 놀라운 제안을 해왔다.
루카스는 레인보우 픽처스가 요즘 뮤지컬 영화를 기획 중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그 역할 중 초등학교 1학년 역할에 나를 추천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관심이 있다면 모든 비용은 레인보우 픽처스에서 부담할 테니, 미국으로 와서 오디션을 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
루카스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내 생각이 났다며, 꼭 와줬으면 좋겠다고 말을 맺고 있었다.
초등학생 애들이 주축을 이루는 뮤지컬 영화.
기획을 하면 할수록 내 생각이 났다는 루카스의 말에 절로 미소가 피어올랐다.
일전 처음 그를 봤던 식사 자리에서도 내 환심을 사고 싶다고 하더니.
진심이었나 보네.
루카스는 내가 뮤지컬 경험이 없다는 걸 알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처음 도전하는 장르이기에 어렵겠지만, 한번 해볼 생각 없느냐고.
쉽지는 않겠지만, 도전해봤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말을 전하고 있었다.
“흐음…….”
루카스의 진심이 담긴 메일을 보고 나서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뮤지컬이라.
확실히, 지금까지 못 겪어본 분야이긴 하다.
사실 아직 접해본 적조차 없었다.
비상철또 777은 뮤지컬을 올리는 곳이 아니었기에 본 적도 없고 말이다.
무엇보다 연기를 하면서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400년 전, 내가 죽고 나서야 오페라라는 장르가 생겼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
전생에도 연기와 노래, 춤이 결합된 무대를 본 경험이 전무했다.
하지만, 이번에 창을 배우다 보니 연기와 노래에 같이 관심이 생긴 것도 사실이기는 했다.
창은 소리를 잘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리를 내면서 그 박자에 맞춰 발림, 몸짓이며 표정을 섞어내는 것도 중요했으니 말이다.
이소리에게 배웠던 판소리도 생각해보고, 제시카가 말해주었던 뮤지컬 무대도 떠올려 보던 나는 결심했다.
한번 해보지 뭐.
아직 차기작으로 어떤 작품에 들어가겠다고 정해놓은 것도 없고, 도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Hi, Lucas.Thank you for the good suggestion.
It’s a project that I want to participate in just by listening to it.
Then first, ……]
나는 생각을 정리하자마자 경쾌하게 타자를 두드렸다.
컴퓨터를 자주 사용하는 것은 아니라 그리 빠른 속도는 아니었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잘 알고 있었으니.
루카스에게 영어로 긍정적인 뜻을 내비쳤다.
물론, 머나먼 미국으로 떠나야 하는 일이기에 부모님과 소속사, 그리고 주변 인물들에게 한번 물어봐야겠다는 여지를 남긴 채로 말이다.
“음, 좋아!”
이번에는 당장 가겠다고 한 것은 아니니, 삼촌이 바다 엔터에 울상인 얼굴로 전화할 일은 없을 것이다.
***
“그래서 미국으로는 언제 떠나는 게냐.”
“으음…… 아마 1월에 가게 될 거 같아요. 가서 조금 적응 시간 가지고 바로 오디션 보려구요.”
나는 노백찬의 서재에 앉아 그와 함께 백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 중이었다.
내가 차를 좋아한다는 말에 노백찬은 크게 기뻐하며 내게 여러 차를 소개해주었다.
지금까지 나는 영국인들의 티타임을 보고서 차를 먹기 시작해서 그런지, 항상 외국에서 들여온 차를 먹고는 했다.
그런데 노백찬의 저택에는 한국에서 난 귀한 차 종류가 많았다.
가끔 중국에서 가져온 차라며 내게 건네주기도 했고 말이다.
노백찬은 내가 처음 루카스에게 이런 메일이 왔다고 했을 때부터 별 동요가 없었다.
가란 소리를 하지도 않았고, 반대의 입장도 취하지 않았다.
“이야기는, 다 잘 되었고?”
“네. 부모님이랑 소속사에도 이야기하고 도전해보기로 결정했어요.”
루카스의 제안을 받고 나서 가장 먼저 가족들에게, 그 다음으로는 바다 엔터 쪽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그 뒤로 며칠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들 내 결정을 지지해주었다.
바다 엔터는 갑작스러운 뮤지컬 도전에 난색을 표했지만, 그 주체가 레인보우 픽처스라는 걸 듣고 생각을 달리한 모양이다.
나 혼자 미국에 가서 맨땅에 헤딩하듯이 부딪치겠다는 것도 아니고, 레인보우 픽처스 사의 상임이사로부터 정식으로 제의를 받은 것이니 말이다.
중간중간에 어떻게 됐느냐고 묻는 루카스하고도 메일을 주고받았고 말이다.
내가 최종적으로 미국에 가겠다는 결정을 말해주자, 루카스는 크게 기뻐하며 당장 비행기 티켓을 알아보겠다고 성화였다.
“어차피 안 될 수도 있는데요, 뭐.”
“마음에도 없는 소리. 이왕 하겠다고 했으니 열심히 준비할 것 아니냐.”
노백찬은 실로 어이없는 소리를 들었다는 듯이 대꾸했다.
하긴, 나도 이왕 미국까지 가는 김에 반드시 배역을 따올 생각이었다.
“헤헤, 그건 그렇죠.”
1월에 있을 오디션을 위해 그 전까지는 오디션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기로 했다.
아무리 루카스가 레인보우 픽처스의 상임이사라지만, 나를 바로 그 자리에 캐스팅하는 건 무리가 있었다.
같이 뮤지컬 영화를 준비하는 감독이나 투자자들의 마음에도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루카스가 애초에 오디션 제의를 해온 것이고 말이다.
“루카스도 걱정 없는 것 같던데요. 저라면 모두를 만족시킬 거라면서 아주 자신만만한 상태예요.”
“하하! 그거 참. 대충해갈 수 없게 되었구나. 가서 제대로 된 걸 안 보여주면 너만 민망하고 넘어가는 게 아니니.”
“그러게요. 그럴 생각도 없긴 했지만.”
나는 노백찬과 마주 보고 씨익 웃었다.
루카스의 바람대로 모든 심사위원들의 혼을 쏙 빼줄 생각이었다.
안 그러면 나를 추천해준 루카스와 나를 선택한 걸로 레인보우 픽처스 사내에서 유명한 제시카의 얼굴을 볼 면목이 없으니 말이다.
“그래도 준비 기간이 넉넉해서 다행이네요.”
“고작 한 달 조금 넘게 남았는데 널널이라? 네놈도 참 대단타.”
“에이,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연기가 베이스가 되는 건 똑같잖아요. 아예 처음 연기를 배운 사람보다는 넉넉하다는 말이죠.”
나는 노백찬의 날카로운 말에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노백찬은 나를 보고 어이 없다는 듯이 웃었다.
그러더니 곧 조용해져서 팔걸이를 툭툭 내리치며 조용히 덧붙였다.
“뮤지컬은 처음 해보는 분야니 준비할 게 만만치 않을 게다.”
갑자기 생전 안 해본 큰 도전을 하게 된 나에게 건네는 심심한 위로랄까.
아이 참, 그렇게 걱정 안 하셔도 된다니까.
문희성과 고독진도 이런 비슷한 반응을 보여주었다.
내 주변 어른들은 은근히 걱정이 많은 것 같다.
유일하게 재밌겠다고 말해준 건, 강용휘 정도랄까?
“안 그래도 조금 걱정이에요. 레인보우 픽처스에서도 뮤지컬 실사 영화는 처음으로 준비하는 거라, 엄청나게 공을 들이고 있대요.”
“걱정하는 사람의 얼굴이 아니다, 이놈아.”
노백찬에 타박에 그냥 웃으며 차를 들이켰다.
만면에 미소가 가득인 걸 들키고 말았다.
“그냥, 뮤지컬의 기본기를 다지고 가려고요. 뭐 대단한 걸 준비할 생각은 없고.”
“그래. 괜히 나서서 욕심부리는 것보다는 낫지.”
“그래서 할아버지. 뭔가 팁 같은 거 없나요? 지금까지 뮤지컬 영화는 안 만들어보셨죠?”
“뮤지컬? 허허, 나 같은 뒷방 늙은이가 무슨 뮤지컬 영화냐. 나는 늙은 사람이라 그런 건 모른다.”
“흐음, 아쉽네요.”
노백찬의 작품을 거의 대부분 보긴 했으니, 큰 기대는 없었다.
그래도 아예 문외한인 나보다 나을까 싶어서 물은 건데…….
하긴, 뮤지컬 영화라니.
노백찬의 영화는 결이 맞지 않는 장르이긴 했다.
대부에게도 장르는 있는 법이니까.
“흐음, 그나저나 뮤지컬이라…….”
“오, 뭔가 떠오르셨어요?”
“내가 뮤지컬 영화 만드는 법은 몰라도 도움이 될 것 같기는 하다만.”
“네? 어떤 도움이요?”
정말로 궁금해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노백찬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글쎄. 뮤지컬 공연 VVIP 티켓 같은 거? 나이가 드니 가진 게 인맥 말고는 없으니 말이다.”
“허어…….”
대수롭지 않게 엄청난 발언을 일삼는 노백찬의 모습을 헛웃음을 지으며 바라봤다.
노백찬은 보여주겠다며 바로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