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139
139화
반에서는 도저히 친구를 만들지 못해 비인기 밴드 동아리 Dynamite의 문을 두드린 타미.
하지만, 그는 도리어 이곳에서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어, 저, 저는…… 나중에…….”
서로 악을 지르는 고문 선생과 단 한 명의 Dynamite 부원, 라이키.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겁을 집어먹은 타미는 그대로 부실에서 나가려고 한다.
“잠깐! 일단 왔으면 둘러보고 나가야지.”
타미를 잡은 건 항시 부원 부족으로 폐부 위기를 걱정하던 고문 선생 헤이글이었다.
밴드를 유지하고 싶은 고문 선생인 헤이글에게 지금 신입 부원은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였다.
“어, 음. 저는…….”
“라이키! 게임 좀 그만하고. 신입 부원이 들어오려는 순간이잖아. 선배로서 뭔가 조언 없어?”
타미가 우물쭈물 거절의 말을 하려 할 때, 헤이글이 말을 끊고 라이키를 부른다.
마이크를 대충 소파에 던져놓은 후, 구석으로 가서 자리를 잡은 라이키는 게임기에 시선을 두고 타미는 제대로 보지도 않는다.
“뭐래. 들어오게 되더라도 나한테 말 걸지 마.”
“라이키!”
퉁명스럽게 대꾸하는 라이키의 말에 헤이글이 희게 질려 소리쳤다.
그 소리에 조이스틱을 두들기던 손가락을 삐끗한 라이키가 질세라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 젠장! 헤이글, 당신 때문에 죽었잖아!”
“욕하지 말랬지!”
“…….”
그리고 그 사이에 낀 타미는 헤이글에게 붙잡힌 채 뭐라 말도 못 하고 입술만 달싹일 뿐이다.
***
“됐어! 좋아요. 뭐야, 세 사람 오늘 처음 해보는 거 맞아? 어쩌면 이렇게 호흡이 척척이야?”
브라이언의 발언으로 우리의 첫 대본 리딩이 무사히 끝났다.
처음엔 이렇게 파티장 같은 곳에서 무슨 대본 리딩인가 했는데, 순식간에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조용히 숨죽이고 있던 다른 배우들도 모두 박수를 치며 굉장했다고 말을 보탰다.
“나도 방금 떠오른 안무가 한 두 개가 아니야. 벌써 내 머릿속에서 이미 너희 셋이 완성돼서 돌아다니고 있다고.”
이번 우리 영화의 뮤지컬 장면을 담당하는 다니엘 감독 역시 방금 우리의 짧은 연기를 보고 나서 영감이 샘솟는다며 난리였다.
“감사해요….”
방금 전까지 찰지게 헤이들을 향해 욕을 하던 아가사는 자신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수줍어졌다.
나는 칭찬을 보내는 배우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도 잊은 채 그 모습을 보고 경악했다.
연기의 전후가 이토록 다른 배우는 난생처음이었다.
한시우로 살 때도, 노아 바텐베르크로 살 때도 이렇게 갭이 큰 배우를 만난 적은 없었다.
배우라면 당연히 본래의 성격과 별개로 자신이 원하는 연기를 할 수 있어야 하긴 하지만, 아가사는 그 갭이 정말 대단했다.
“와, 진짜 배우는 배우인가보다. 바비큐 파티장에서 이렇게 몰입하는 게 가능해?”
잠시 배우를 해본 적이 있는 삼촌도 그런 아가사의 연기에 믿을 수 없다는 듯 감탄을 하며 말했다.
나도 놀랄 정도였으니, 이번만큼은 삼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시우. 타미의 디테일을 잘 살리던데?”
“아가사의 라이키만 할까. 나 정말 깜짝 놀랐어. 순간적으로 다른 사람이 들어온 줄 알았다고.”
사람들이 나와 아가사의 연기에 관한 칭찬을 늘어놓았지만, 솔직히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 내 신경은 온통 아가사에게 향해있었으니.
그토록 거칠게 행동했던 라이키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다시 세상에서 제일 얌전한 숙녀로 바뀌어있었으니 말이다.
보통은 연기를 하더라도, 자신과 완전 반대의 이미지를 한다기보다는 어느 정도 융화가 되는 캐릭터를 연기하기 마련이다.
그런 걸 업계에서는 일명 이미지 캐스팅이라고도 부르고.
하지만, 라이키를 연기한 아가사는 융화를 했다고 전혀 느껴지지 않는 연기였다.
나 같은 경우에는, 하고 싶은 배역이 내 이미지와 다를 경우 오히려 그 캐릭터를 내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해 한시우라는 캐릭터를 어느 정도 입혀 표현하곤 했다.
배역에 나를 완전히 맞춘다기보다는, 그 배역을 내 색깔로 덧칠하는 느낌이랄까.
그러나 아가사는 달랐다.
아가사라는 탈은 완전히 벗어버리고, 온전히 라이키에 맞춰서 사람이 변모했으니 말이다.
그게 부자연스럽거나 하지도 않았다.
마치, 이중인격인 사람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스위치가 있는 사람처럼 라이키가 되었다가, 아가사가 되었다가 하는 것 같았다.
배우들마다 가지고 있는 방식의 차이겠지만, 아가사처럼 이토록 극단적으로 변하는 배우는 보질 못했다.
이전에 그녀가 출연한 작품을 보았을 때, 어린 배우가 이토록 섬세한 연기를 어떻게 해내는 건가 생각했는데 이래서 가능한 것인가 싶었다.
한 가지 걱정되는 건, 이런 식의 연기는 몸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촬영 기간이 길어지면 자신이 맡은 배역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겪는 경우도 생긴다고 하니 말이다.
“너무 차가운 물은 몸에 좋지 않아. 미지근한 물 가져다줄까?”
“아, 괜찮아. 이 물로도 충분해.”
아가사를 힐끔거리며 그녀를 관찰하는데, 눈이 마주쳤다.
아가사는 생긋 웃으면서 내가 마시고 있는 생수병을 가리키며 물었다.
나는 괜찮다며 고개를 절레 저었지만, 그녀는 이미 자리에서 일어난 후였다.
“내가 먹는 김에 가져다줄게. 동욱은 괜찮아요?”
“아, 노, 노우, 땡큐?”
삼촌의 어설픈 대답에 아가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에게 미지근한 물을 떠다 주었다.
자신도 어린 편이면서, 동생뻘인 내가 들어오자 여러 가지로 신경을 써주는 모습이었다.
“이제 대본 리딩이 시작일 텐데. 목을 잘 신경 써야 한다고 했어.”
“고마워, 아가사.”
“이 정도로 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갭이 너무 심한 거 아닐까?
이 정도의 연기를 보자니, 과연 어느 쪽이 그녀의 본성과 가까운가 싶었던 것이다.
나는 누나처럼 세심하게 챙겨주는 아가사와 거친 말투와 험악한 표정을 짓는 라이키를 떠올리며 고개를 기울였다.
혹시…… 저 안에 작은 악마가 살고 있는 건 아닐까.
***
바비큐 파티장에서 행해진 대본 리딩이 끝나고 나서, 우리는 레인보우 픽처스 사의 연습실로 자리를 옮겨 연습을 이어나갔다.
시간이 한정적인 만큼, 휴식을 취할 여유는 없었다.
“하나, 둘, 셋, 턴! 대형 맞추고! 다시 둘, 둘, 셋, 넷! 넷에 다 같이 왼쪽으로 그렇지!”
우리는 다니엘의 호령과 음악에 맞춰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단체 안무를 연습해나갔다.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새 이번 미국 연습 스케줄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빰!
경쾌한 소리와 함께 단체 군무가 들어가는 넘버 한 곡이 끝이 났다.
노래가 꺼짐과 동시에 다니엘이 박수를 한번 짝, 치자 전부 숨을 헐떡이며 바닥에 널브러졌다.
“허억, 허억…….”
“와, 우리가 이걸… 해냈네.”
한두 번 연습한 것이 아니었다.
평소에 사람 좋아 보이던 다니엘은 일에 있어서만은 엄청나게 엄격한 완벽주의자였기 때문에 그가 마음에 찰 때까지 몇 번이고 안무를 반복, 또 반복해야만 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다니엘 표정이 좀 좋지 않아?”
“맞아. 이대로 끝날 수도 있을 것 같아.”
함께 연습하고 있는 배우들은 모두 바닥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 작게 속닥거렸다.
“오늘 딱 두 장면만 연습하자고 해서 좋아했더니만, 이 두 곡이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누가 알았겠어?”
이번 안무는 특히나 계속 사람이 추가되고 장소를 이동해가며 촬영할 예정이라, 같이 춤추는 모든 배우들은 물론 스텝들과의 호흡도 굉장히 중요한 넘버였다.
지금은 비록 연습실에서 다 같이 연습하고 있지만, 나중에 촬영을 할 때는 로케 사정에 맞춰서 복잡한 동선이 더 추가될 예정이었다.
본 촬영 때 어수선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확정된 지금 안무를 최대한 완벽하게 숙지하고 연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처음에는 모두 조금 버거워하는 것 같았지만, 방금 전 끝낸 연습은 모두의 합이 꽤나 잘 맞은 것 같았다.
나와 아가사도 한숨을 돌리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다들 쉬면서도 다니엘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있던 다니엘이 박수를 짝짝 치며 모두의 주목을 집중시켰다.
“수지, 에이미.”
그리고 두 배우의 이름이 불렸다.
기대에 찬 눈을 하고 있던 단원들은 모두 한숨을 내쉬며 자세를 정돈했다.
아무래도 이번이 끝이 아닐 것 같은 예감이 확 밀려왔다.
“1절에서 후렴구로 들어갈 때 학교 건물 입구로 빠져나오는 장면 말이야. 여기서 맨 뒤에 붙는 수지와 에이미의 동작이 어색해.”
아니나 다를까 디테일한 다니엘의 피드백이 따라붙었다.
호명당한 수지와 에이미는 다니엘의 말에 이마를 짚으며 항의했다.
“다니엘…… 그 부분은 아직 정문의 폭이 확정되지 않은 부분이잖아요.”
“하지만, 삼각형으로 넓게 퍼진 대형에서 지금 눈에 너무 띄잖아. 현장에 가서 그런 변명을 늘어놓을 생각은 아니겠지?”
다니엘은 그건 프로답지 못한 거 아니냐며 도발했다.
그러자 두 배우가 발끈하면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전투적으로 내놓았다.
폭이 좁을 때, 폭이 넓을 때.
그리고 정문의 폭에 맞춰서 카메라 구도가 어떻게 잡힐지에 대해서도 각각 다른 아이디어를.
사실 지금 다니엘이 지적한 장면은, 로케 상황에 따라 수지와 에이미의 안무가 아예 빠질 수도 있었다.
정문의 폭이 너무 좁아질 경우, 대형이 맞춰지지 않기 때문에 제일 끝에 등장하는 수지와 에이미를 제하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비교적 두 사람은 소극적으로 연습에 응하고 있었는데, 그 부분을 다니엘이 지적한 것이다.
“자아, 그럼 다시 한번 처음부터 가볼까?”
결국 두 사람과 더 좋은 타협점을 찾은 다니엘이 싱글벙글 웃으며 연습 재개를 알렸다.
빠라라라- 빰!
경쾌한 도입부와 함께 타미의 독무가 시작되고, 그런 내 뒤로 여러 명의 배우들이 따라붙으며 대형이 갖춰졌다.
반대편에서는 라이키와 배우들이 합을 맞추며 다가왔고, 드디어 모든 배우들이 합쳐져 거대한 동작을 맞추며 안무를 이어나갔다.
길고 길었던 넘버가 다 끝나고, 우리는 다니엘의 박수를 받으며 연습을 마칠 수 있었다.
“브라보! 지금까지 중에 가장 완벽한 공연이었어.”
“당연하죠, 다니엘.”
“최고의 지도였어요.”
투덜거리는 배우도,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는 배우도 모두 마지막에는 다니엘을 향해서 엄지를 치켜들었다.
열심히 구른 만큼 다니엘과 모두가 만든 결과물은 흡족하기만 했다.
“하하, 더 굴릴까도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합이 잘 맞아서 말이야.”
“여기서 더요?”
“정말… 끔찍한 소리 좀 하지 마세요.”
다니엘의 만족스러운 말에 배우들이 고개를 절레 내저었다.
“그리고 시우.”
“네, 다니엘.”
“솔직히 걱정 했어. 다들 미국에 거주하고 있으니 시간 날 때 불러서 맞춰보면 되지만. 시우는 이번 열흘에 많은 걸 완성해야 하잖아?”
“하하, 다니엘을 만족시켰다니 다행이에요.”
“후, 혹시 몰라서 수준을 낮춘 안무도 마련해놨는데 말이지. 정말 쓸데없는 걱정이었지 뭐야.”
다니엘의 너스레에 모든 배우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모두가 안 것이다.
다니엘의 걱정스러운 추측이 빗나갔다는 사실을.
나도 동료들을 따라서 신나게 웃었다.
그들의 웃음이 무슨 의미인지 알았으니 말이다.
“오히려 시우에게 맞춰서 수준을 더 높여도 되겠어.”
다니엘이 장난스럽게 덧붙인 말에 나는 그러면 큰일 난다고 말하려 했다.
나는 지금 안무도 겨우겨우 따라가고 있었으니….
하지만, 나보다 빠른 이들이 있었다.
“다니엘! 시우가 주인공이라고 너무 시우 생각만 하는 거 아니에요?”
“우리 생각도 좀 해달라고요.”
“저 허리 끊어져도 다니엘…….”
수준을 높이겠다는 말이 나오자마자 여기저기서 우는 소리가 터져 나온 것이다.
나는 그들의 장난스러운 하소연을 들으며 즐겁게 연습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