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146
146화
“도착하면 연락하라고 했잖아. 내가 교문으로 나간다니까.”
“애들이 하나둘 나오기에 시우도 끝났으려나 싶어서.”
당황한 내가 빠르게 아가사에게 다가가며 말하자, 아가사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래도 그렇지…….”
“와, 시우야. 네 친구야?”
“누나… 맞지?”
“시우 너 영어 진짜 잘한다…….”
내가 아가사에게 뭐라 더 말하려던 순간, 우리 주변에 있던 아이들이 탄성을 지르며 이것저것 사정없이 물어보기 시작했다.
이런, 한국 학교가 궁금하다던 아가사에 학교에 한번 놀러 오라고 하긴 했다.
다른 날보다 주말에 수업이 일찍 끝나니까 주말에 날을 잡자고 했는데.
설마 한국에 도착한 다음 날인 오늘 바로 올 줄이야.
“하, 하이? 하알유? 아임 파인. 앤쥬?”
“하핫. 시우 네 친구들 귀엽네.”
겨우 할 수 있는 영어로 어설프게 말을 거는 아이들을 보는 아가사의 눈빛은 따스했다.
그 광경을 보고 이걸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데.
아가사가 나를 보며 싱긋 웃었다.
그 모습을 보고 아이들 눈이 더 빛난 건 말할 것도 없었다.
눈에 띄는 외모니 어느 정도는 관심이 몰릴 건 예상했는데, 이렇게까지 시선이 집중될 줄이야.
“큐, 큐트라고 했어!”
“와아, 우리보고 귀엽대!”
나는 와글와글 정신이 하나도 없는 이 상황에 조용히 이마를 짚었다.
그나저나 애들은 아직 아가사가 누군지도 모를 텐데, 어쩐지 나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았다.
몇 시간 전만 해도 나한테 매달릴 때는 언제고…….
오늘 교실에서 너무 시달릴 때는 조금 힘들었는데, 어쩐지 이런 건 좀 섭섭… 아니지, 아니야.
“와……. 한시우.”
“어, 솔아. 너…….”
나는 옆에서 들려오는 멍한 목소리에 그제야 한솔이 생각나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나서 그대로 말끝을 흐릴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가.
한솔의 이토록 간절한 얼굴을 본 적이 없었는데, 이런 식으로 보게 될 줄이야.
“요정님…….”
얼씨구.
나는 속으로 혀를 차면서 애들에게 둘러싸이기 직전의 아가사를 빼내왔다.
“시우, 학교 구경시켜주기로 했지?”
“이렇게 바로 올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정말 제임스 초등학교와는 다르게 생겼네.”
아가사가 복도에 서 있자, 키가 커서 그런가 유독 오늘따라 우리 학교 복도가 좁아 보였다.
……기분 탓이겠지?
“너무 작지?”
“아니, 이게 더 좋은 거 같아. 정감이 가.”
사실 청염 초등학교 복도도 다른 학교에 비하면 굉장히 넓은 편이긴 한데 말이지.
나와 아가사가 능숙하게 영어로 뭐라 주고받자 우리 주변에 벌떼처럼 모인 아이들이 입을 모아 합창했다.
“와아아-”
“시우 영어 발음 짱이다!”
“미국 가서 촬영했다더니 이 정도는 되어야 하나 봐!”
그야말로 동물원 원숭이가 되어버린 상황에 나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가사의 파급력을 생각 못 한 내 불찰이었다.
게다가 하나뿐인 친구란 놈은 나를 구해줄 생각은 조금도 안 한 채, 아가사가 누군지 너무 궁금해하는 눈치다.
눈이 반짝이다 못해 번쩍이는 수준이었다.
“후우. 일단 나가자.”
나 한번, 아가사 한번 쳐다보는 한솔의 눈에 나는 일단 장소를 옮기기로 했다.
아이들이 없는 구석진 곳으로 겨우 이동하고 나서야 서로 소개를 해줄 수 있었다.
“여기는 이번에 나와 함께 영화를 찍은 아가사. 아가사, 이쪽은 내 학교 친구 한솔이야. 이름이 솔.”
“오, 솔. 예쁜 이름이네. 만나서 반가워.”
“어, 음, 으음. 나… 나이스 투 미츄, 투.”
나는 아가사 앞에서 더듬거리는 한솔을 흐린 눈으로 보다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아쉽지만, 오늘은 보다시피 선약이 있어서 말이야. 너희 집에는 다음에 갈게.”
“어, 그래. 그래야지.”
한솔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매우 아쉬운 눈으로 아가사를 힐끔거렸다.
이놈 보게?
내가 못 간다고 했을 땐 그런 표정 지은 적 없었잖아, 이 자식아.
***
끝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한 한솔까지 집으로 보내고 마침내 아가사와 나 둘만 남았다.
잠시 구석진 곳에 있었더니 아이들이 모두 하교를 하고 학교가 텅 비었다.
시끄러웠던 애들이 없어졌으니 이제야 편하게 아가사에게 학교를 구경시켜줄 수 있게 됐다.
수업이 다 끝나고 종례까지 마친 지 벌써 한 시간 가까이 흐른 뒤였다.
평소 같으면 학교가 끝나자마자 달려 나가기 바쁜 애들인데.
아가사의 모습을 보고 다들 흥분해 모여든 덕분이었다.
“내가 너무 일찍 온 건가?”
“아니야. 언제 왔어도 이렇게 됐을 거야. 차라리 토요일인 게 다행이지.”
“그래? 그렇다면 좋아.”
나는 아가사를 데리고 학교 구석구석을 소개시켜 주었다.
미국의 학교와는 교실 풍경부터가 조금씩 달랐다.
우리는 교실에 있는 강낭콩 화분을 구경하고, 아이들의 삐뚤빼뚤한 서예 글씨를 감상한 뒤, 뒤뜰로 나섰다.
“동물원이 있잖아!”
“그 정도는 아니지만, 작은 동물을 키우는 곳이 있어.”
“귀여워라.”
뒤뜰에 있는 작은 동물 우리를 보고 아가사는 흥미를 보였다.
토끼들이 아가사가 내민 손을 보고 킁킁거리면서 다가왔다가 곧 되돌아갔다.
우리는 토끼 우리를 구경하고, 그 옆에 교장 선생님이 키운다는 앵무새도 한참을 구경했다.
아가사가 생각보다 동물을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구획 별로 나눠 고학년들이 관리하는 텃밭이 있었다.
아가사는 한국의 상추를 보고 상당히 신기해했다.
“상추에 이렇게 무늬가 있다니! 그리고 손바닥만 해. 정말 작다.”
“상추를 보면서 이렇게 좋아할 줄은 몰랐는걸.”
텃밭 옆에는 정원사가 관리하는 작은 수목원도 있었다.
거기서 한국의 식물은 약간 다르게 생겼다며 신기해하는 아가사와 함께 산책을 했다.
“여긴 나도 한 번밖에 안 와봤어. 가을에는 이런 느낌이구나.”
“나무가 이렇게 낮다니. 정말 신기해.”
“그러게 LA에서 너무 큰 나무만 봐서 그런가?”
아가사에게 학교를 소개해주는 건데, 나도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덩달아 신나고 말았다.
한차례 학교를 다 둘러본 후에는 교정에 나와 운동장이 보이는 벤치에 앉아 잠시 숨을 돌렸다.
“어때? 궁금증이 좀 풀렸어?”
“응. 분위기가 정말 다른 것 같아. 수업도 들어보고 싶지만, 아마 내가 하나도 못 알아듣겠지?”
이렇게까지 학교 구경을 좋아할 줄은 몰랐다.
지금까지 라이키와 아가사 사이에 차이점이 거의 없다고 생각했는데…….
찾았다.
두 사람 다 은근히 공부하는 걸 싫어하지 않는다.
평소 아가사의 대본을 보면 분석도 열심히 하는 것 같던데 말이지.
“아무래도. 그건 좀 참아야겠는걸.”
“하긴, 나는 원래 내가 다니던 학교에 갔는데도 어색하더라고. 염색도 이런 색으로 해서 그런가 나를 굉장히 어색해 하더라고. 말 거는 사람도 없고… 촬영 때문에 학교를 너무 오랜만에 간 것 같아.”
“확실히 오랜만에 오면 어색하긴 하지.”
공감한다는 듯이 말한 내 대답에 아가사가 웃으면서 고개를 내저었다.
“친구들의 반응을 보면 그렇지도 않던걸?”
“……그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잖아. 적어도 수업은 아가사 너와 비슷해.”
“수업?”
“멍하니 있었을 뿐인데 수업이 모두 끝났던걸.”
“하하, 맞네. 다들 비슷하구나.”
우리 둘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공을 들고 있는 남자애 한 명이 쭈뼛거리며 다가왔다.
“저, 저기…… 너 한시우 맞지?”
“응. 맞는데.”
처음 보는 낯선 얼굴에 의아했지만, 일단 대꾸해주었다.
그러자 그 남자애가 청염 초등학교 건물 3층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 음, 여기 초등학교 3학년인데…….”
“아, 형이네. 응, 왜?”
같은 반 아이들이 아니어도 교정을 지날 때면 이런 식으로 종종 말을 거는 아이들이 있었다.
나로서도 차라리 이런 대우가 더 편할 때도 있었다.
연예인으로만 보고 저 멀찍이 떨어져 나를 보고 수군거리면 어찌해야 좋을지 모를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우리 같이 축구 할래?”
갑작스러운 제안에 나는 아가사를 한번 돌아보고 고개를 저었다.
내가 아가사를 쳐다보자 그 남자애 역시 살짝 아가사를 쳐다보았다.
“축구? 그건 좀 힘들 것 같은데…… 내가 손님이 있어서 말이야.”
“오, 그래? ……헤, 헬로!”
남자애는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아가사에게 짤막하게 인사를 하고 휙 돌아섰다.
아무래도 나랑 같이 축구를 하고 싶었나 보다.
이런 경우가 지금껏 종종 있긴 했다.
같이 PC방을 가자느니, 얼음땡을 하자느니.
스타와 함께하고 싶은 팬의 마음은 십분 이해한다.
옆을 보자 아가사는 재밌다는 듯이 쿡쿡 입을 가리고 웃고 있었다.
“아가사?”
“역시 우리 시우. 한국에서 완전 인기스타네?”
아가사가 어딘가 놀리는 듯한 표정으로 날 흘깃 보며 말했다.
그 표정에 나도 작게 웃음이 났다.
“아무래도 여긴 한국이니까.”
“그렇지. 시우랑 한국에서 제대로 한번 놀아보고 싶었는데. 너무 유명하신 분이라 같이 갈 수 있는 곳이 있을까 몰라~”
“그 표정은 이제 그만 해주지, 아가사.”
미국에서는 촬영 도중에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어서 조금 좋았는데.
아마 한국에서는 선글라스 하나만 끼고 사람 많은 거리를 돌아다니는 건 상상도 못 할 것이다.
“나는 아직 출연한 작품이 그리 많지 않아서 학교에서 날 알아보는 애들이 적은데……. 나도 나중에 시우처럼 되려나?”
“그럼, 당연하지. 그때 가서 귀찮다고 느낄 수도 있어.”
“하하, 정말 그렇게 되려나? 하긴, 지금도 내가 촬영 때문에 학교를 자주 못 나간다는 걸 모르는 애들이 태반인걸. 심지어 내가 엄청 심한 병에 걸렸다고 생각하는 애도 있었어.”
“그 정도라고? 그건 좀 놀랍네.”
여상하게 대꾸하며 나는 속으로 히죽 웃었다.
아마 지금은 인기인의 삶이 어떤지 실감이 안 날 것이다.
하지만, 곧 미국에서 가 개봉하고 나서는 아가사네 학교도 뒤집어지지 않을까.
그녀의 연기는 충분히 그럴만한 힘이 있으니까.
“학교 구경은 이쯤하고……. 출출하지 않아, 아가사?”
“응. 조금 배고픈 것 같아.”
“나랑 한국에서 놀고 싶었다며. 그럼, 또 들러야 할 코스가 있지. 거기로 가자.”
“그게 어딘데?”
나는 파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 아가사를 보며 씨익 웃었다.
“학교에 왔으면 학교 앞 떡볶이집에 가줘야지.”
***
아가사에게 학교 구경을 시켜준 다음 날, 일요일.
오늘은 한국에서의 ‘Dynamite’ 첫 촬영이 있는 날이었다.
심지어, 그 첫 촬영 장소는 다름 아닌 희희치킨이었다.
“시, 시우야. 아빠 정말 안 이상하니? 화장 같은 거 안 해도 된다는 데 한국어를 못 알아듣는 건지 그냥 해주더구나.”
“아빠. 저분은 바다 엔터에서 나온 스타일리스트 분들이잖아.”
“아, 아아. 그렇지.”
아버지는 나와 함께 분장을 마치고 치킨집 한쪽에 앉아서 대기 중이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아버지가 딱딱하게 굳어서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있었다.
브라이언은 희희치킨을 촬영 장소로 쓰는 것도 모자라, 아버지에게 출연을 부탁해왔다.
현지인의 실감 나는 모습을 담고 싶다나.
그 말을 듣고 분장을 마친 후에도 아버지는 떨리는지 아까부터 안절부절못하는 중이었다.
“후, 하. 후우, 하아…. 하, 할리우드 영화에 우리 가게가 나오는 것만 해도 떨리는데 내, 내가 직접 연기를 할 줄이야.”
“아빠, 괜찮아?”
아버지는 조용히 내 손을 가져다가 자신의 심장께에 대주었다.
쿵쾅쿵쾅 너무 열심히 뛰는 게 이러다 심장이 터지지는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아들 덕에 내가 하, 할리우드 데뷔도 하고… 하하. 너무 떨려서 죽겠다.”
휴, 하는 수 없지.
내가 아버지의 일일 코치가 되어 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