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147
147화
“아빠. 천천히 심호흡 하고. 평소처럼 하면 돼, 평소처럼.”
“펴, 평소처럼?”
그런데 아무리 진정하라고 말을 해봐도 아버지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 큰 역할도 아니었다.
정말 치킨집 사장으로 자연스럽게 아주 조금 나오는 역할이다.
그래서 브라이언도 연기라고는 해본 적도 없는 우리 아버지에게 제안을 한 것이고 말이다.
물론 연기를 아예 처음 하는 거니 긴장되는 것도 이해는 간다.
“펴, 평소처럼. 으, 응.”
“…….”
아무리 봐도 조금 불안하다.
나는 아버지를 주방으로 끌고 가서, 치킨 접시를 들어보라고 했다.
접시에는 아까 튀겨 놓은 치킨이 소담스럽게 담겨 있었다.
심지어 연기를 위해 너무 뜨거운 건 말고, 적당히 식은 걸 평소보다 조금 적게 담아둔 상태였다.
긴장한 아버지를 위한 세팅이었다.
“이거. 들어봐.”
나는 매일매일 아버지가 최소 수십 번은 서빙하는 치킨 접시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버지는 내 말에 비장한 얼굴을 하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이렇게?”
“…….”
어디선가 아버지를 실로 조종하고 있는 걸까.
나는 순간적으로 표정을 굳히고 말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딱딱하고 어색하게 사람이 움직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내가 말을 잃자 아버지는 직감적으로 이게 아니라고 생각이 드셨는지 시무룩해져서 접시를 다시 주방 테이블에 올려두셨다.
로봇도 아니고 말이야.
마치 어디선가 지이이잉- 하는 소리가 날 것만 같았다.
인생을 두 번이나 살고 있는 나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조금 당황스러웠다.
전생이건 현생이건 연기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상당히 많았다.
그들 중 재능이 없는 이들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어려움의 이유가 있는 경우에 조언 정도는 해줘봤는데 이 수준은 어떻게 어디서부터 손봐야 할지 도통 감이 안 잡힌다.
나는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는 아버지를 보고 마음을 다잡았다.
한숨은 속으로 삼킨 채로.
그래도 해보자,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을 하다가 결심했다.
“아빠.”
“으응…….”
긴장을 넘어서 잔뜩 굳은 아버지를 보면서 천천히 릴렉스하라며 두 손을 펼쳐 들고 말했다.
“일단은…… 숨부터 좀 평소처럼 쉬어볼까? 연기의 시작은 자연스러움이니까.”
“오, 숨이라……! 알았어. 흐읍!”
……그게 자연스러워?
나는 순간 흐린 눈을 하고 아버지를 바라보고 말았다.
그런데… 그 뒤로 이어진 말은 더욱 가관이었다.
“그, 근데 시우야. 숨을 쉬어보라고? 먼저 들이마셔? 아님 먼저 뱉어? 어떤 게 더 자연스럽지? 봐줄래?”
“…….”
봐주긴.
나는 잠시 고민했다.
지금이라도 브라이언을 붙잡고 이 배우를 자르자고 말해야 하나…….
***
희희치킨집 장면을 시작으로 한국에서의 촬영 일정은 순탄하게 진행되었다.
아버지의 서빙 장면이 최대 고비였다면 고비.
그 후로는 큰 고비 없이 우리가 원하는 장면을 담아낼 수 있었다.
어느새 브라이언과 촬영팀이 한국에 온 지 2주가 훌쩍 지났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한국에서 찍게 될 가장 중요한 장면의 촬영을 시작하게 된다.
가장 중요하기에 이번 한국의 전체 일정에서 이 장면을 위해 3일이라는 시간이 할애될 예정이었다.
오늘은 그 삼 일 중 첫째 날이었다.
“튜닝부터 할까?”
“좋아요.”
딘과 아가사, 그리고 나는 혜화역에 모였다.
우리는 마로니에 공원의 야외무대에 올라 있었다.
오늘 촬영 장면은 우리 밴드가 한국에서 즉석 야외 공연을 하는 내용이다.
딩- 딩-
타미의 고향에 와서 공연을 하는 밴드 Dynamite.
타미의 응어리졌던 마음이 완전히 풀리는 것과 동시에, 헤이글의 숙원을 이루는 날이기도 하다.
딘은 벌써부터 헤이글에게 몰입했는지, 진짜 밴드를 하는 사람처럼 신이 나서 기타 튜닝을 시작했다.
튜닝을 돕기 위해 그 옆에서는 아가사가 건반으로 음계를 하나씩 눌러주었다.
나는 그 옆에 세팅된 드럼 앞에 앉아 가볍게 두드려 보는 중이었다.
음, 좋네.
이렇게 탁 트인 야외에서 연주하는 것은 처음이라 소리가 어떻게 퍼질지 궁금했는데 이 정도라면 연주를 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 같았다.
“준비되면 가볍게 아무 곡이나 쳐줘.”
“알았어. 노래도 해줘?”
“그래. 허밍으로. 마이크 음량도 체크해야 하니까.”
오디오 감독의 말에 딘은 몇 번 더 기타줄을 튕기더니 나와 아가사에게 눈짓을 했다.
우리는 준비됐다는 표시로 고개를 까닥였다.
딱, 딱, 딱!
내 스틱 소리에 맞춰 우리 세 사람의 예행 연주가 시작되었다.
공원 한복판에 울리는 연주 소리에 지나가던 사람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아까부터 적지않은 인파가 촬영팀이 야외무대에 모여 있는 걸 보고 시선을 끌고 있는 참이었다.
오늘부터 3일간 이어지는 촬영 스케줄 때문에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경호 인력이 배치된 상황이었다.
다만, 오늘은 촬영이라고 해서 사람들을 완전히 통제하지는 않았다.
그저 돌발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경호 인력일 뿐.
브라이언은 서울의 자연스러운 풍경이 담기길 원했다.
우리 밴드의 공연으로 몰려든 관객들의 모습도 그가 원하는 ‘자연스러운 풍경’ 중 하나였다.
“오케이, 이 정도면 되겠어!”
오디오 감독의 외침에 우리는 예행 연주를 멈췄다.
이제 남은 건 브라이언의 큐 사인이었다.
큐사인에 앞서 연출팀과 촬영팀이 부산하게 움직이는 걸 지켜보며 우리 세 사람은 한담을 나눴다.
“사람들 너무 많이 몰리는 거 아니야?”
“내일은 통제한다니까 오늘을 즐기자고, 관객이 있어야 흥이 오르는 법이잖아?”
“다들 시우를 알아본 거 아닐까?”
아가사가 웃으면서 관객들을 가리켰다.
아닌 게 아니라, 내가 할리우드 영화를 찍는다는 게 이미 한국에도 보도 자료가 나간 시점.
외국인 무리와 공원에 있는 걸 보고 다들 그 영화 촬영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나를 알아본 행인들이 무대 앞에 와글와글 몰려 있었다.
“한시우!”
“멋있다! 한시우, 할리우드 진출!”
“영화에 한국도 나오는 거예요?”
아무리 그대로 우리와 관중 사이에는 카메라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무대와 관중은 꽤나 떨어져 있는 상태긴 했다.
그런데도 나를 알아보고, 내가 듣길 원하며 내 이름을 부르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혹시 몰라 촬영팀을 둘러쌀 정도의 경호 인력을 준비했는데 이러다가 자칫 잘못하면 모자라지는 않을까 걱정이었다.
걱정을 하면서도, 나는 웃으면서 드럼 스틱을 들어 그들에게 흔들어주었다.
내 호응에 관중들은 한시우가 진짜 맞다면서 환호하며 좋아했다.
“저희 촬영할 때는 평범한 관중인 척해주셔야 해요?”
내가 웃으면서 그렇게 소리치자, 연기 잘해줄 수 있다며 몇 명이 크게 외쳤다.
“사람 더 몰리기 전에 시작해볼까?”
드디어 촬영 준비가 모두 끝난 모양.
감독석에 앉은 브라이언이 우리에게 직접 외쳤다.
우리는 준비 다 되었다고 머리 위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여주었다.
어차피 무대는 한 번에 완성되지 않을 거다.
원테이크로 찍는 무대도 있고, 개별 장면을 담아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
거기에 아가사와 딘이 노래하는 부분은 수많은 교차 편집을 통해 완성되겠지.
우리는 오랜 시간 연주하게 될 것을 예감하고 다들 손목과 목을 돌리며 준비했다.
미국에서도 한 곡을 연주하는 데 결코 한 번에 끝난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딘! 딘 타이든!”
“딘!”
그때, 모여든 사람들 중에서 딘을 알아본 사람들이 이쪽을 향해 크게 소리 질렀다.
기타를 잡고 있던 딘이 그 음성에 놀라 관중을 바라보았다.
“오! 날 알아봤어! 헤이, 사랑해요 한국!”
밑도 끝도 없이 터진 말에 관중들은 와하하 웃으면서 좋아했다.
할리우드에 이미 이름을 날린 딘이기에 그런 그를 알아보는 사람도 상당수 존재했던 것이다.
“이제 리허설 연주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헤드셋을 목에 건 조연출이 외쳤고,
팬들을 향해 붕붕 손을 흔들어준 딘이 슬슬 자세를 잡았다.
아가사는 키보드 위에 가지런히 손을 올려놓으며 심호흡을 했다.
큐 사인과 함께 저 모습이 광적인 라이키로 변하는 걸 직접 보면, 한국팬들은 어떤 생각을 할지.
후우.
잠시 재밌는 상상을 한 나도 괜히 자세를 고쳐잡고 드럼스틱을 가볍게 돌려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딘이 한 걸음 앞으로 나가 마이크를 잡아챘다.
“자, 그럼. 달려보자, Dynamite!”
딘의 샤우팅과 함께 신명 난 연주가 시작되었다.
***
타미는 자신들을 둘러싼 인파를 보고 침을 꼴깍 삼킨다.
앞으로 세계 무대에 서려면 타미의 담력을 키울 필요성이 있다며 헤이글은 막무가내로 한국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곳이 좋겠다며 대학로의 야외무대로 찾아온 것이다.
모두가 자신의 고향을 같이 찾아준 것은 고맙지만, 멀리 무대가 보일수록 타미의 몸은 위축되어만 간다.
“헤, 헤이글……. 여긴 사람이 너무 많지 않아요? 지금이라도 그냥 돌아,”
“가려면 너 혼자가, 멍청아. 지금 사람들이 다 날 보고 있잖아.”
몇 번 무대에 서고 난 후, 남들의 관심과 시선을 즐기게 된 라이키가 타미의 말을 묵살했다.
“……너무 많은 거 같은데.”
헤이글에게는 뭐라고 할 수 있겠지만, 라이키를 가장 어려워하는 타미는 울상인 얼굴로 공연 준비를 서둘렀다.
“헤이, 둘 다 준비됐나?”
“엉. 얼른 시작하자고요.”
“네, 네…….”
헤이글의 말에 라이키는 신나서 고개를 끄덕인다.
타미도 옆에서 마지못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럼…… 갑니다! 드럼!”
헤이글의 신호로 세 사람의 연주가 시작된다.
셋이 부르는 노래 제목은
한차례 심호흡을 마친 타미의 경쾌한 리듬 위로, 라이키와 헤이글의 연주가 더해진다.
“모두가 날 꼴통이라 부르지. 하지만 그건 욕이 아니야. 오히려 나를 즐겁게 해.”
이 노래는 헤이글보다 라이키와 타미의 파트가 많은 노래다.
두 사람이 직접 작사에 참여한 곡이기도 하다.
라이키는 평소 자신의 신념을 고스란히 가사에 담아냈다.
“차라리 꼴통으로 살래. 모두가 손가락질해도 좋아. 모두의 손끝에 닿는 꼴통으로 살래.”
경쾌한 기타 연주가 삽입되고, 라이키가 재차 마이크 앞으로 가까이 다가선다.
“맛있는 걸 먹고 싶어, 늦잠 자고 싶어, 새벽까지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도 보고 싶어. 늦은 밤 노래도 부르고 싶어,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춤추면서. 모두의 손끝에 닿는 꼴통으로 살래.”
마치 랩을 하는 것처럼 빠르게 튀어나오는 가사.
그리고 그 뒤로 백인 부부에게 입양된 가정사를 담아낸 타미의 파트가 시작된다.
“둘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
“않아!”
“않아!”
헤이글과 라이키가 타미의 파트에 맞춰 추임새를 넣어준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바로 미국으로 입양된 타미의 속내가 고스란히 담긴 가사.
라이키와 타미가 적어낸 가사는 둘 다 다소 암울한 내용이지만, 그들이 연주하는 멜로디는 결코 축 처지지 않는다.
오히려 방방 뛰고 싶을 정도로 신명 나는 멜로디와 리듬.
드럼을 치며 마이크에 입을 바짝 가져다 댄 타미가 헤이글과 눈을 마주치며 목청을 돋운다.
“모두가 나에게 같은 질문을 반복하지. 그럼 난 대답해. 꼬우면 꺼져! 꺼질 곳이 있는 놈들은 꺼져.”
꺼져! 꺼져!
“난 차라리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이방인으로 살래. 모두의 손끝에 닿는 꼴통이-.”
타미의 마지막 가사에 맞춰 화려한 드럼 솔로가 들어가고, 그다음은 셋이 다 같이 부르는 후렴 파트다.
“I like it-! I’m different from others- I like it-! My special self- I like it-!”
(오히려 좋아! 남들과 다른 내 모습. 오히려 좋아! 특별한 나 자신. 오히려 좋아!)
간단하지만 중독성 있는 가사에 어느새 관중도 후렴을 따라부르며 호응한다.
세 사람은 여러 번 후렴 파트 가사를 반복하며 관중들과 마주 보며 연주를 이어나간다.
두두두둥!
타미의 드럼 소리로 마무리된 연주.
세 사람의 노래가 끝나고 야외 공원은 관중에게서 터진 박수갈채로 가득 메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