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151
151화
“와아, 여기서 브릿지 한국지사야?”
“응. 삼촌. 쫄았어?”
“아니거든!”
“알았어. 들어가자.”
우리 두 사람은 강남에 위치한 브릿지의 한국지사에 들어갔다.
대기업처럼 크지는 않지만 화려하고 번쩍이는 5층 건물이었다.
로비로 들어가자 내 얼굴을 알아본 안내데스크 직원이 친절하게 우리를 엘리베이터 앞쪽으로 안내해주었다.
“디자이너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5층으로 가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우리는 제일 높은 층인 5층으로 올라갔다.
어떤 방으로 들어가야 하나 안 물어봤다고 엘리베이터에서 삼촌과 속닥거렸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어머나, 시우 군! 잘 왔어요. 어서 들어와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바로 쇼룸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는 짙은 와인색의 웨이브 진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한 여성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작은 얼굴에 큰 키.
당장 모델을 해도 손색이 없을 법한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그녀는 우리를 발견하고 활짝 웃으며 반겨주었다.
“안녕하세요, 배우 한시우입니다.”
“저는 브릿지 한국지사를 책임지고 있는 브릿지 디자이너, 한소희예요. 엄밀히 말하자면 브릿지의 키즈라인을 총책임지고 있죠.”
“우와, 굉장하시네요.”
“별말씀을. 저야말로 오늘 시우 군을 만나서 영광인걸요? 자, 이쪽으로.”
한소희는 탁 트인 쇼룸의 안쪽을 가리켰다.
옷을 직접 디자인하고 생산하는 라인은 영국 본사에 있지만, 이곳도 쇼룸처럼 브릿지의 역사를 전시해놓은 건물이다.
“잠시 이쪽을 구경시켜 드릴게요.”
“와아.”
“진짜 멋있네요.”
한소희의 안내에 따라 브릿지의 역대 디자인과 디자이너의 연보를 구경할 수 있었다.
작은 박물관처럼 꾸며진 곳은 멋스러운 브릿지의 컨셉을 충실히 소화해내고 있었다.
한소희는 브릿지의 역사를 간단하게 소개시켜 주었다.
삼촌은 그런 브릿지의 쇼룸을 둘러보며 연신 감탄했다.
“잠시 숨 좀 돌릴까요? 치수 재기 전에요.”
“좋아요.”
우리는 한소희를 따라 쇼룸 한가운데 응접실처럼 꾸며진 소파에 앉았다.
소파가 어찌나 푹신한지, 그리고 앞에는 애프터눈 티 세트가 차려져 있었다.
“저희가 영국 브랜드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홍차를 즐겨 먹는 사람이 많아요. 시우 군, 홍차 괜찮아요?”
“저 차 마니아예요.”
이게 웬 떡이냐.
나는 얼른 나의 차 사랑을 피력했다.
한소희는 예상치 못한 말이었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좋아했다.
“아하하, 정말요? 그거 다행이네. 매니저님도 홍차 괜찮으세요?”
“네, 아무거나 잘 먹습니다.”
한소희는 손수 홍차를 우려 우리 두 사람에게 따라주었다.
“핑거푸드도 이것저것 준비했으니 홍차랑 같이 곁들어 드세요.”
“감사합니다.”
나는 눈을 반짝이며 한소희가 가리키는 3단 트레이를 구경했다.
이거야말로, 내가 죽은 뒤 후대 영국 귀족들이 즐겼다는 티타임의 풍경 아닌가!
뭘 좀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매우 흡족하게 스콘과 홍차를 즐겼다.
그냥 브릿지의 의상만 보고 왔는데 굉장히 횡재한 기분이랄까.
“시우 군 나이에 홍차를 즐기기 쉽지 않은데. 다른 음료도 준비했지만 필요 없겠네요.”
“향이 너무 좋아요.”
나는 알맞은 온도로 우려진 홍차를 음미하며 아주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소희는 그런 나를 보고 귀엽다는 듯이 웃으며 한 티팟을 들어 올렸다.
“밀크티로도 마셔보겠어요?”
“한 잔만 더 먹고요.”
“저어… 저는 밀크티로 부탁드립니다.”
“아, 물론이죠. 이리 주세요.”
그 말에 삼촌이 나 대신 얼른 찻잔을 들이밀었다.
나는 혼자서 티팟 하나를 다 비웠다.
삼촌도 밀크티는 입맛에 맞았는지 케이크와 함께 열심히 먹었다.
“홍차도 맛있네.”
“삼촌, 입에 크림 묻었어.”
“아, 어….”
“두 분 사이가 참 좋으시네요.”
충분히 티타임을 즐긴 우리는 드디어 본격적인 미팅으로 들어갔다.
“먼저 시우 군 치수부터 잴까요?”
“네.”
한소희는 키즈라인 책임자답게 아이를 잘 다루는 듯했다.
편안한 미소를 지은 그녀의 뒤를 따라 접대실로 들어가 치수를 전부 쟀다.
그리고 다시 푹신한 소파로 돌아왔다.
“브릿지에서 이번에 시우 군을 위해 준비한 수트가 어떤 스타일인지 보여드릴게요.”
삼촌과 나는 한소희가 건네준 룩북을 들여다보았다.
“천천히 보시고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있거나, 원하는 게 있으면 말씀하세요.”
“네.”
백룡영화상에 입고갈 의상이기 때문에 나는 날카로운 눈으로 브릿지의 디자인을 훑었다.
카라 크기와 모양, 단추 사이즈와, 셔츠 재질까지 꼼꼼하게 살폈다.
옆에서 삼촌은 슬그머니 룩북을 내려놓았다.
봐도 뭐가 뭔지 모르겠는지, 내가 하는 걸 지켜보았다.
“흐음, 다 멋지네요.”
“그렇죠? 어떤 게 마음에 들어요?”
“전반적으로 다 괜찮은데….”
브릿지는 댄디하고 쿨한 느낌의 옷이 많지만, 어딘가 부족하단 말이지.
나는 휙휙 여러 개의 룩북을 다 살펴보고 나서 잠시 고민했다.
아예 새로운 느낌을 추가해보면 어떨까.
브릿지의 시그니처에 영국 귀족의 느낌을 더하는 거지.
“디자이너님. 제가 원하는 스타일을 말씀드려도 될까요?”
“그럼요. 저희가 그러려고 맞춤을 제안 드린 겁니다. 어떤 스타일을 원하시죠?”
한소희의 말에 나는 클래식한 브릿지의 수트 라인 하나를 콕 짚은 다음 설명했다.
“이런 핏에 벨벳 재질 자켓, 안쪽에는 브릿지의 시그니처 안감을 더해 내구성을 살리고…. 음각이 화려한 은색 단추를 달면 좋겠어요.”
“…….”
술술 흘러나오는 주문에 한소희는 멍하니 입을 조금 벌렸다.
옆에서 삼촌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이제는 별로 놀라지도 않는 눈치였다.
“다만, 제 나이를 고려해 약간은 캐주얼한 느낌을 살리는 것도 좋겠네요. 너무 진중하게 입으면 과해 보이거나 느끼해 보일 수도 있으니까. 셔츠에 적당히 발랄한 포인트가 있으면 좋겠는데, 가능할까요?”
“아, 네, 네…….”
잠시 굳어있던 한소희는 급하게 무언가를 빠르게 메모했다.
그러면서도 나를 힐끔거리는 표정이 적잖이 놀란 듯했다.
“놀랍네요.”
“뭐가요?”
나는 그녀가 놀란 걸 알았지만, 일부러 시치미를 떼며 물었다.
“솔직히 이렇게 디테일한 제안을 해올 줄은 몰랐거든요. 시우 군, 정말 여덟 살 맞죠?”
“네, 아직은요.”
“아하하, 그리고 시우 군이 제안한 디자인 센스가 아주 탁월해요. 시상식에 어울리는 화려함을 살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가요?”
“네. 그러고 보니 생각하는 컬렉션이 있네요. 조금 더 디테일하게 들어가 볼까요? 잠시만요.”
한소희는 갑자기 시동이 걸린 사람처럼 쇼룸 안쪽에서 두꺼운 파일철을 가득 들고 나왔다.
“이건 2007년 파리 컬렉션에 선보인 수트예요. 방금 시우 군이 말한 자켓 느낌이랑 비슷하지 않을까요?”
“여기서 핏은 조금 조정했으면 하는데요.”
“물론이죠. 그건 얼마든지 가능해요. 그리고 이건…….”
한소희는 여러 가지 컬렉션을 보여주며 빠르게 아이디어를 말했다.
나는 역시 디자이너라고 생각하며 신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보탰다.
“그럼 이런 식으로 진행할게요. 피팅 날짜가 정해지면 연락드리겠습니다.”
한참을 의견을 나눈 뒤, 한소희가 만족스럽다는 듯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네. 저도 무언가 생각나는 게 있으면 연락드려도 될까요?”
“물론이죠. 생각보다 시우 군 옷을 만드는 작업이 재밌어지겠는걸요?”
“다행이네요.”
이런 식으로 노아 바텐베르크 때 길러둔 안목이 도움이 될 줄이야.
우리 둘이 화기애애하게 옷 이야기를 이어나가자 옆에서 삼촌이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시우야, 너는 뭘 입어도 예뻐… 이제 그만해.”
다 죽어가는 목소리를 듣고 바로 눈치챘다.
이제 집에 가고 싶구나.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물론이죠. 최고의 옷을 만들어줄게요. 오늘 재밌었어요.”
“저도요.”
후련한 얼굴로 악수를 나누는 우리 둘을, 삼촌이 질린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
“시우야, 마지막으로 여기 좀 보자.”
“네.”
나는 스타일리스트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옆에 거울을 들고 있는 스타일리스트가 내 모습을 보고 볼을 감싸 쥐었다.
“정말… 우리가 꾸몄지만, 오늘 시우 넌 진짜 최고야.”
“하하, 감사해요. 예쁘게 꾸며주셔서.”
“무엇보다 브릿지 옷이 끝내주게 뽑혔다. 이를 갈았다던데, 정말인가 보네.”
“디자이너님이 신경 많이 써주셨거든요.”
오늘 나는 바다 엔터테인먼트에서 준비해준 밴에 타서 레드카펫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노미네이트가 되고서 벌써 2주가 훌쩍 지난 오늘은 바로 백룡영화제 당일이었다.
“자아, 다 됐다. 이 단추는 앉을 때는 푸르고 설 때는 잠그는 게 핏이 예뻐.”
“네. 알겠어요.”
마지막까지 옷매무새를 봐준 스타일리스트의 말에 나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시우 이제 곧 레드카펫 데뷔네? 안 떨려?”
“조금? 그보다는 기대돼요.”
스타일리스트들은 내 대답에 역시 여유가 넘친다며 꺄르륵 웃었다.
내 말에 운전석에 있던 삼촌이 앞차가 움직인다며 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시우야! 이제 입장하나 봐. 파이팅!”
“응. 나 잘하고 올게.”
-문 열겠습니다. 준비해주십시오.
그러자 바로 문 바깥에서 경호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마지막으로 옷을 점검하고 심호흡을 했다.
드륵.
밴의 문이 열리고, 쏟아지는 함성 소리와 함께 차에서 내렸다.
“여기 한 번만 봐주세요!”
“시우 군, 여기도요!”
내가 레드카펫에 올라서서 홀 쪽으로 다가서자 양옆에서 수많은 플래시가 터졌다.
쉴 새 없이 들리는 셔터 소리에 나는 여유롭게 손을 흔들면서 앞으로 걸어 나갔다.
“시우야.”
“와, 오늘 진짜 멋진데?”
무사히 앞에 위치한 포토존에서 나를 기다리던 ‘천명’ 일행을 만났다.
매일 촬영장에서 편안한 차림이었던 장진홍 감독도 오늘만큼은 아주 멋쟁이처럼 꾸몄다.
“감독님! 선배님들!”
나는 오랜만에 보는 장진홍과 남태룡, 이희준에게 다가가 해맑게 웃었다.
크고 험악한 남자들 셋 사이, 해맑게 웃으며 뽀송뽀송한 나의 모습에 주변 기자들이 귀엽다며 소리쳤다.
훗, 브릿지에서 맞춰준 옷이 빛을 발하는군.
“시우 너, 오늘 수상하려고 작정을 했구나. 아주 쫙 빼입고 왔네?”
“만반의 준비를 해야죠.”
“어쭈, 아니라고는 안 하네?”
“헤헤.”
남태룡의 말에 나는 웃으면서 스리슬쩍 넘겼다.
상 욕심은 없다는 말은 솔직히 오늘 하면 거짓말이지.
“시우 진짜 멋있다. 오늘 레드카펫 베스트 드레서는 시우 거네.”
“선배님도 진짜 멋있어요!”
역시 이희준밖에 없다.
나는 그에게 엄지를 치켜세워 주었다.
“팀 여기 봐주세요!”
이런저런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 포토존에 우리가 올라섰다.
나는 장진홍 감독과 남태룡, 이희준에게 둘러싸여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와 브릿지 옷이 좋긴 좋다. 딱 봐도 고급스러워 보이네.”
“브릿지에서 협찬해주는 아역은 시우밖에 없을걸요?”
“아역이 문제가 아니야. 나도 못 받는걸.”
“히히.”
동료들의 칭찬에 나는 기분이 좋아져 히죽 웃었다.
아, 오늘 진중한 모습으로 사진 찍히려고 했는데.
“시우 군! 여기 보면서 웃어주세요.”
“여기로 하트 좀 쏴주세요!”
포토존에 서 있는데 기자들이 유독 시우를 많이 부르며 여기 봐달라고 소리쳤다.
나는 여유롭게 웃으며 여러 가지 포즈를 취했다.
“왕자님이 따로 없네.”
“오늘 다른 배우들 다 죽겠는데?”
“브릿지가 협찬했다고 했지? 기사 나가면 한몫 단단히 잡겠네.”
기자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도 작게 들려왔다.
한소희와 나의 역작이 빛을 발하는군.
“꺄악! 시우야! 너무 귀여워!”
“이권 전하! 오늘 너무 멋있어요!”
그리고 한편에서는 레드카펫 양쪽을 가득 메운 관중들이 귀엽다며 꺄악 소리를 질러댔다.
이것 봐라.
이 소리, 관심. 나쁘지 않다.
아니 너무 좋다.
레드카펫… 짜릿하다.
또 하고 싶은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