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165
165화
“대한! 독립! 만세에-!”
어두컴컴한 무대에서 누구의 것인지 모를 고함이 들려온다.
몇 번이고 반복하던 목소리는 곧 사그라진다.
“으아아!”
이내 무대에 불이 들어오면 독립을 외치다가 순사로부터 도망가는 조선사람들이 보인다.
정신없이 도망가는 조선인들 뒤로 보이는 총과 몽둥이를 들고 쫓아가는 일본 군인들.
허름한 천에 기운 듯한 흔적이 가득한 누더기옷을 걸친 조선인들이 군복을 갖춰 입은 일본 순사들에게 쫓기다가 결국 따돌리지 못하고 그 자리에 쓰러진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조선인 남자 한 명.
이때다 싶어서 일본 순사들이 그 조선인 위에 올라타 매질을 시작한다.
“에잇, 쥐새끼 같은 조선놈들! 죽어랏!”
“강 씨!”
그러다 겨우겨우 도망친 조선인이 사색이 되어 자신의 동료를 구하기 위해 돌아온다.
“이 자식들! 사람을 이렇게 패는 게 사람 새끼더냐!”
농기구 하나만 든 조선인이 악을 쓰며 일본 순사 두 사람에게 달려든다.
무장을 한 일본 순사 두 명은 비웃으며 그런 그를 천천히 궁지로 몰아넣는다.
칼과 총으로 무장한 일본 순사 두 사람에게 점점 밀리기 시작하는 조선인.
그는 결국 개머리판에 맞은 가슴을 부여잡으며 땅바닥에 쓰러진다.
“이 자식들, 우리를 이렇게 애먹게 하다니.”
“목숨은 질긴 것들이니 조금 타작하고서 데려가면 되겠군!”
일본인 순사들은 비릿하게 웃더니 신나서 조선인 두 사람을 발로 걷어찬다.
“커헉!”
“쿨럭, 쿨럭…….”
소름 끼치는 신음 소리가 조선인들 사이에서 흘러나오던 그때, 한 아이가 바람같이 무대 한쪽에서 뛰쳐나와 일본 순사의 허리춤에서 총을 빼앗는다.
왼쪽만 바라보고서 조선인들을 둘러싸고 있던 일본 순사들의 빈틈을 노린 공격이었다.
“어떤 놈이냐!”
자신의 허리춤을 더듬거리는 일본 순사를 향해 얄밉게 훔친 총을 흔들어 보이는 아이.
겁도 없는지, 아이는 씨익 웃으면서 일본 순사들에게 말한다.
“하하! 이거 찾냐? 여기 있지! 이 도둑놈들아! 도둑놈들이 도둑질당해 보니 기분이 어떠냐!”
다소 거칠고 겁 없는 아이, 강기동(한시우)이 무대에서 일본 순사들에게 이리저리 쫓긴다.
덕분에 일본 순사들의 시선에서 벗어난 조선인 남자들은 다시 일어난다.
“잘 있어라!”
강기동은 바람처럼 순사들의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서 쏙 무대에서 퇴장해버렸다.
“당했다!”
“저 애송이를 빨리 붙잡아!”
일본 순사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정신을 차린 조선인들이 강기동이 사라진 쪽으로 날래게 도망친다.
“동료들을 다 불러 모으자!”
“좋아. 저 아이를 보호해야 하네!”
***
첫 장면부터 펼쳐진 호쾌한 액션.
배우들의 멋진 열연으로 첫 장면에서의 관객들의 몰입을 이끌어냈다.
그 이후 이어지는 스토리와 연출도 흥미진진해서 관객들은 무대에서 눈을 못 뗐다.
무대 양옆으로 큼지막하게 달린 모니터에는 배우들이 말하는 타이밍에 맞춰 일본어 대사가 번역되어 자막으로 달렸다.
무대 상황과 자막의 싱크도 완벽하게 맞아 들어 관객들의 몰입도를 헤치지 않으면서 실감 나는 무대를 완성할 수 있었다.
“나카모토-!”
공연은 점점 클라이막스로 향해갔다.
관객들은 구슬픈 한시우의 목소리가 무대를 뒤흔들자,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렇지 않으면 저절로 헉 소리가 새어 나갈 것 같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슬픈 감성의 배경음악.
엔딩으로 치달을수록 객석 여기저기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의 러닝타임은 총 한 시간 삼십 분이었다.
그러나 그 긴 시간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훅 지나갔다.
드디어 마지막 장면.
무대 위, 한 노인의 대사가 조용히 극장에 울렸다.
“나카모토를…… 아시나요.”
고요하게 객석을 응시하는 노인의 대사가 끝나고서, 조명이 서서히 잦아든다.
그와 함께 마음을 울리는 잔잔한 BGM이 흘러나오며 노인이 서서히 눈을 즈려감았다.
그렇게 고요하게 공연이 끝나고, 사람들은 모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냈다.
“너무 슬프잖아! 흐윽.”
“진짜 좋았어요! 배우들 다 최고!”
객석에서는 환호 소리와 함께 엄청난 극찬이 연이어 터졌다.
한동안 무대의 모든 불이 꺼지고 관객들의 박수 소리만 울려 퍼지다가 조명이 다시 켜졌다.
그리고 본 공연처럼 배우들이 한 사람씩 나와서 커튼콜을 진행했다.
이것 역시 리허설이었지만, 마치 본 무대처럼 차례차례 이어졌다.
“너무 멋져요!”
“잘했다!”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일본인 순사를 비롯해 여러 단역을 일인 다역을 소화한 배우들, 그다음에는 두 주인공의 부모를 맡은 사람들.
그리고 나카모토 쇼타를 맡은 성지훈이 등장하자, 박수 소리가 더 커졌다.
“너무 잘한다, 성지훈!”
성지훈의 지인인지 울먹이는 고함 소리가 무대 위로 날아들었다.
공연의 여운이 남았는지 희미한 미소를 띤 채 손을 흔들던 성지훈이 그 소리에 활짝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성지훈까지 인사를 마치고 모든 배우가 무대 뒤쪽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거기서 쓰고 있던 모자를 품에 꼭 안은 채로 뛰어 들어오는 한시우가 있었다.
“강기동! 강기동!”
“너무 멋지다-!”
한시우가 객석을 향해 모든 방향으로 인사를 하는 동안 박수 소리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점점 커져만 갔다.
그리고 모두가 일어서서 박수를 치는 사이.
객석에서 단 한 사람, 남연수만이 넋이 나간 채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
평소 한시우에 관한 일이라면 누구보다 적극적이고 표정이 밝아지는 남연수다.
그는 지금 단순히 극이 슬퍼서 조용해진 것이 아니었다.
“…….”
남연수의 매니저 김성후는 그런 아이의 마음을 알 것 같아서 뭐라 말을 붙이지 못했다.
지금 남연수가 저 작은 머리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아서.
제법 긴 시간 동안 자신도 남연수를 위해 많은 공연을 보고, 해석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극을 보는 눈이나 해석하는 능력이 높아졌다.
직접 일을 하는 배우만큼은 못해도, 배우를 보필할 만큼은 된다고 자부할 만큼.
그런 김성후는 를 보고 나서 알 것 같았다.
이 공연으로 한시우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는지.
솔직히, 감탄밖에 나오질 않았다.
저 나이에 이토록 깊은 생각이 가능하다니.
그리고 이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해 선택한 시대 상황이 다른 것도 아니고 일제강점기라니.
자신이 해석한 게 맞다면…… 지금 남연수의 가슴은 먹먹함으로 가득할 것이 분명했다.
섣불리 이 상태에서 자신이 뭐라고 남연수에게 말을 해주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조용히 남연수의 생각 정리가 끝나길 기다리기로 했다.
‘아빠랑…… 함께 보러 오라고.’
한편, 남연수는 아까 한시우가 했던 말을 떠올리는 중이었다.
그냥 보호자와 함께 오라는 의미라고만 생각했는데.
아빠랑 같이 오라고 했던 말에 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았다.
아마 자신의 예상이 맞다면 이 극의 메시지를 아빠한테도 전달해주고 싶은 거겠지……?
“성후, 형…….”
“어어, 연수야. 왜.”
남연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옆에 앉은 김성후를 불렀다.
“……시우가 아까 연극제가 시작되면, 아빠랑 같이 보러 오라고 초대해줬어요. 가장 좋은 자리를 남겨두겠다면서.”
“…….”
“아빠가…… 같이 와줄까요?”
남연수가 던진 건 분명 질문이지만, 답을 바라는 건 아니었다.
그저, 같이 가달라는 말을 아빠에게 꺼낼 용기 한 스푼을 매니저가 얹어주기를 바랄 뿐.
“하하, 그럼. 남 PD님도 이번 작품 은근히 신경 쓰고 계셨으니까 연수 네가 보러 가자고 하면 기쁘게 오실 거야.”
“……그래요?”
“그럼. 나는 그날 데려다주고 먼저 갈게. ……남 PD님이랑 둘이서 오붓하게 봐야지.”
“…오붓하게.”
“그래. 아마, 남 PD님도 이번 공연을 좋아하실 거야. 좋은 작품은 마다하지 않는 분이시니.”
“…….”
김성후의 말에 남연수는 가만히 입을 다물고 무대 위를 올려다보았다.
환하게 웃으면서 객석을 향해 단체로 인사를 하는 배우들의 뿌듯한 얼굴을.
이 공연을 만든 한시우의 마음을 제대로 담아가고 싶어서.
***
일주일 뒤, , 줄여서 일명 ‘공예창’의 입상작 연극제의 날이 되었다.
2월의 27일인 오늘부터 3일간 혜화의 지정된 극장들에서 5개의 극이 발표된다.
외에 네 개의 작품들의 포스터가 혜화 거리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었다.
, , , .
나카모토팀을 비롯한 다섯 팀이 준비한 연극의 포스터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둘러서 있었다.
“아, 도 보고 싶었는데.”
“그러면 나랑 바꿀래?”
“싫어. 다른 건 몰라도 는 절대 양보 못 해.”
곳곳에 많은 이들이 공예창의 연극을 기대하는 듯 재잘거리는 소리가 가득했다.
“그렇게 열심히 티켓팅을 했는데, 다섯 공연 다 못 잡은 게 말이나 되냐.”
“가 워낙 인기였잖아. 매일 좋은 자리 잡던 사람들도 그 공연은 티켓팅 못 한 사람들 많대.”
“와, 진짜로? 우리나라에 티켓팅 잘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어?”
이전에는 휑했던 대학로가 거짓말인 것처럼, 거리 분위기는 페스티벌이라도 열리는 듯했다.
3일 동안 한 극장에서는 한 연극만 공연된다.
공연은 하루에 두 차례.
낮 공연과 저녁 공연으로 연극제 기간 동안 총 여섯 번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사전 티켓팅은 다 끝났고, 예매에 성공한 사람들이 삼삼오오 대학로로 몰려들고 있었다.
“와, 우리 저거 먹고 갈래?”
“어묵 두 꼬치 주세요.”
사람들이 몰려들 걸 알았다는 듯이 오늘따라 길거리에는 노점상도 많이 열렸다.
공연을 기다리는 이들이 그냥 지나치지 않고 간식거리를 사면서 재잘거리는 광경은 대학 축제를 방불케 했다.
“와, 여기가 우리가 알던 대학로 맞아?”
“아무리 주말이라고 해도 이렇게 사람이 많다니. 내가 여기 20년 있으면서 이렇게 많은 인파는 처음 본다.”
“이거 그거겠지? 한시우 효과?”
“아, 당연하지.”
극단이나 주변 가게로 출근하는 이들은 생전 처음 보는 풍경에 입을 떡 벌렸다.
오늘 첫 공연이 시작되기 전,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연극제 오프닝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덕분에 오전부터 마로니에 공원에는 어마어마한 인파가 모여있었다.
“언제 시작하는 거야?”
“이제 15분 남았어.”
“아씨… 좀 일찍 시작해도 되는데.”
다름이 아니라 오늘 오프닝 행사 마지막에 있는 경품 행사를 노리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추첨을 통해 받을 수 있는 경품 중에 공예창의 연극 티켓이 있는 것이다.
혹은 다른 상품권들도 있어서 사람들이 눈에 불을 켜고 있었다.
“생방송 준비 다 됐어요?”
“음향 체크만 한 번 더 해볼게요!”
몇몇 방송국에서도 나와 이 광경을 촬영 중이라 더욱 복잡했다.
심지어 공중파 뉴스에서도 이 광경을 생중계하기 위해 중계차도 도착해 있어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었다.
“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모두의 관심이 쏠려 있을 때, 진행자가 오프닝 멘트를 던졌다.
“그럼 지금부터 연극제를 시작합니다!”
이른 아침 마로니에 공원에 작은 폭죽이 터지며 공예창의 화려한 시작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