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243
243화
“그렇게 되면…… 이 영화와 마찬가지로 해당 작품으로 거둬들일 수 있는 수익 창출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상관없으시다는 거겠지요?”
김화진은 훈훈한 대화가 이어가던 도중, 지연화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아니, 물론 지 감독님께서 처음 저희에게 제안을 주셨을 때 개런티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신 건 기억하고 있습니다. 영화 과 마찬가지로 좋은 의미에서 그렇게 말씀해주신 것도 잘 알고요. 다만…….”
어렵게 말을 시작한 김화진은 아까워하고 있었다.
겨우 지연화가 다큐 감독으로 복귀하는 작품인데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건지 말이다.
그의 마음이 느껴져 지연화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애초에 수익을 얻기 위해 이번 작품을 찍은 것이 아닙니다. 누누이 말했다시피 제가 워낙 오랜만에 카메라를 잡기도 했고요.”
“그런 말씀은 마십시오. 정말 좋은 작품을 만드셨으니까요.”
“그거면 됐습니다. …사실 긴장 많이 하고 있었거든요. 우리 아들, 시우한테 피해가 되지는 않을까. 아니면 지금까지 고생해주신 다른 분들에게 도움도 안 되면서 괜히 시작한 건 아닐까 해서요.”
그림 제작사에서 인력과 제작비를 도와주긴 했다.
그럼에도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이 정도로 훌륭한 작품을 완성해왔다.
인력을 제외하고는 지연화 혼자의 에너지로 만든 작품이나 마찬가지라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만큼 조금 더 욕심을 부리려면 충분히 부릴 수 있는 작품이었다.
“저희에게 엄청나게 힘이 되는 제안이었으니 그건 걱정 마세요.”
“다큐도 아주 잘 나왔고요.”
“네. 그래서 전 그거면 됐습니다.”
단호하게 떨어진 지연화의 대답.
두 남자는 뭐라고 더 말할 생각을 못 하고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정말 이거면 됐어요.”
아무런 미련 없다는 듯 고개를 젓는 지연화는 작게 미소 지었다.
“제가 노백찬 감독님의 다큐를 찍었다는 걸로도 이미 만족합니다.”
한 시대에 꿈을 준 사람을 자신이 담았다는 것만으로 이미 큰 가치였다.
그리고 공적인 의미를 넘어 사적으로도, 자신의 아들에게 큰 의미가 있는 사람이 아닌가.
“게다가 다른 분도 아니고 저희 아들 친구분이시잖아요. 노백찬 감독님 이름을 팔아서 돈 벌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앞으로 다큐는 계속 무료로 풀 예정이에요.”
“거참, 모전자전이라는 건가……. 시우군이 어머니 성정을 닮은 모양이네요.”
“그런가요? 저희 아들이 좀 야무지긴 하죠.”
아들의 칭찬에 환하게 웃는 건 영락없는 어머니의 모습인데 말이다.
김화진은 확고해 보이는 지연화의 모습에 결국 졌다는 듯이 웃었다.
“우리 영감님…… 인생 참 잘 사셨어. 그쵸?”
“그 이야기 스승님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에이, 장 감독. 그걸 또 그렇게.”
세 사람의 미팅은 훈훈하게 마무리되었다.
***
“엄마! 빨리! 빨리 나와.”
“어어, 알았어. 미안미안.”
시간은 빠르게 흘러 12월 초가 되었다.
화창한 토요일 아침.
주말이지만, 나는 정신없이 어머니를 재촉하는 중이었다.
오랜만에 제대로 투피스 정장에 코트까지 차려입은 어머니가 재빠르게 가방을 들고 나왔다.
“으아, 너무 떨린다.”
“괜찮아. 엄마 말 엄청 잘할 거야.”
오늘은 바로 노백찬 감독의 영화 의 너튜브 라이브방송이 있는 날이었다.
의 최초 공개가 너튜브 라이브를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소식이 전 세계 영화팬이 지난 몇 달 동안 기쁨의 비명을 질렀다.
제작사 그림은 의 공개 소식 이전에 너튜브 채널을 만들어 제작사, 유통사와 합의가 이뤄진 영화에 한해서 라이브방송을 통해 영화를 공개해왔다.
실시간으로 관객들과 평을 나눌 수 있는 라이브방송 상영회는 우리의 생각보다 큰 인기를 끌었다.
다만, 서버 문제나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이슈가 터질 때마다 김화진 대표와 한국 너튜브가 몸살을 앓긴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노백찬의 영화를 공개하기 전에 그런 불상사를 다 경험해보아서 무엇보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내가 무대 인사 몇 번 해봐서 아는데. 그냥 가볍게 생각하고 다녀와. 알았지? 엄마는 그래도 엄청 잘할 테니까.”
“우리 아들밖에 없네?”
그리고 마찬가지로 오늘 최초공개되는 노백찬 다큐멘터리의 감독인 어머니는 상영관에서 이루어지는 라이브방송 행사에 초청되었다.
제작사 그림 측과 장진홍이 바쁘게 뛰어다닌 덕분에 몇 개의 영화관에서 이번 라이브방송을 함께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작품의 의의와 라이브 공개 방송에 호의적인 영화관이 몇 군데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중 제일 규모가 큰 곳에서 장진홍 감독과 어머니가 관객들과의 대화 이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영화관 상영회 역시 라이브방송과 동일한 레퍼토리를 모두 상영하기로 해서였다.
영화 공개 전에 최초로 공개되는 ‘노백찬 다큐’의 감독인 어머니를 영화관 쪽에서 먼저 초대했다고 한다.
나와 문희성은 오늘이 아니라 다른 날에 영화관을 찾아가기로 했다.
이번은 어머니에게 스포트라이트가 갔으면 하는 바람이기도 했고.
“노 감독님께 안부 전해드리렴.”
“응!”
오늘 나는 영화관에 갈 수 없어서였다.
처음 공개되는 날이니만큼 노백찬과 함께 병실에서 라이브방송을 지켜보기로 했으니 말이다.
각자의 작품이 처음 공개되는 날이라 나와 어머니는 엘리베이터에서 너무 떨린다고 호들갑을 있는 대로 떨며 내려왔다.
“집에서 보자 우리 아들.”
“엄마 파이팅!”
어머니와 나는 아파트 입구 앞에서 헤어졌다.
나를 데리러 온 삼촌이 어머니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오오, 지 감독~ 파이팅이야~”
“얼른 가기나 해! 늦을라.”
아직 라이브방송을 시작하기까지 세 시간이나 남았지만, 삼촌은 오늘도 어머니의 구박을 받았다.
“이제 가볼까?”
“응! 삼촌 가는 길에 멜론 사가자.”
“이미 사놨지. 백화점 들렀다가 오는 길이야.”
삼촌은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뒷좌석을 가리켰다.
아니나 다를까, 거기에는 고급스러운 포장지에 놓인 커다란 멜론 두 개가 보였다.
노백찬이 평소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 바로 멜론이었다.
날이 날이니만큼 가장 좋아하시는 걸 사다가 드리려고 했는데 삼촌이 이렇게 센스 있는 준비를 해 두었을 줄은 몰랐다.
“오, 삼촌이 웬일이야?”
“…수정씨가 사서 가라고 해서.”
삼촌이 쑥스럽게 말했다.
그럼 그렇지.
나는 흐린 눈으로 삼촌을 한 번 보고서 강수정에게 문자를 했다.
멜론을 사줘서 고맙다고.
그러자 바로 감독님하고 맛있게 먹으라는 답장이 왔다.
“이럴 거면 그냥 수정 누나랑 같이 오지.”
“아니, 누나랑 마주칠까 봐……. 그리고 오늘은 노 감독님이랑 너랑 둘이서 오붓하게 보내라던데?”
역시 이 센스는 모두 강수정에게서 기인한 것이었다.
나는 진심을 가득 담아 삼촌에게 말했다.
“삼촌은 진짜 수정이 누나한테 잘해라…….”
“야, 너한테까지 그 소리를 듣고 싶지는 않다. 나 노이로제 걸릴 거 같아.”
요즘 안 그래도 누나가 만날 때마다 은근히 그 소리를 한다고 아무래도 눈치챈 게 분명하다고 비명을 질렀다.
그럼 당연히 눈치채지.
집들이 때 벌써 눈치챘을 것이다.
삼촌은 아직도 자신의 누나를 잘 모르는 모양이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잠잠해진 삼촌이 운전에 집중하는 동안 나는 어느새 하나둘 크리스마스 장식을 달기 시작한 형형색색의 나무들을 창밖으로 구경했다.
드디어 이날이 왔구나.
내가 노백찬과 만든 첫 영화.
그게 온 세상 사람들에게 공개되는 날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뤄질 수 있을까 꿈만 꿨던 일이기에 그만큼 의미가 남달랐다.
***
“이, 이이 지금 지나간 그거 뭐라고 한 거냐?”
“어떤 거요?”
나는 노백찬의 침상 옆에 앉아서 커다란 노트북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병실에서 봐야 하기에 최대한 큰 노트북을 찾아서 들고 오기는 했는데 돋보기를 쓴 노백찬의 눈에는 실시간 채팅의 글씨가 너무 작은 모양이었다.
현재 제작사 그림의 채널에서는 노백찬 감독의 이 공개되기 전 스페셜 방송들이 송출되는 중이었다.
은퇴를 선언했던 노백찬이 복귀하겠다고 마음먹은 후 촬영한 인터뷰로 스페셜 방송이 시작되었다.
그 뒤로 지금까지 노백찬이 이룬 업적에 관한 이야기, 그 업적에 대한 동료와 전문가들의 인터뷰가 삽입되었다.
그다음으로는 그 인터뷰를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게끔 노백찬이 촬영하던 이번 작품 촬영 현장을 담은 비하인드 영상이 공개되는 중이었다.
영상에서는 노백찬이 흉흉한 눈빛을 빛내며 스태프들을 다그치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방금! 방금 뭐라 뭐라 올라간 게 있었는데… 분명 욕 같았는데 말이지. 에잉.”
“할아버지. 여기 수많은 칭찬글이 있는데 왜 욕을 읽으시려고 하세요.”
“뭐라고 욕하는지 내가 봐야겠으니까 그렇지.”
노백찬은 너무 빠르게 올라가는 실시간 채팅을 보면서 아쉬워했다.
욕이라고 해봤자 조금 싫은 소리 정도였다.
저런 상사 밑에서 일하면 피곤하다느니 정도가 다였다.
많은 사람들이 오늘 노백찬이 이 방송을 본다는 걸 알고 있어서인지 채팅창에는 그를 향한 응원의 말과 존경의 말이 잔뜩이었다.
“나중에 제가 댓글 모음 같은 거 찾아 보여드릴게요. 영상 보세요. 영상.”
“아니 자꾸 저게 옆에서 지나가니까 정신이 하나도 없다.”
노백찬은 화면 옆에 빠르게 흘러가는 댓글이 영 신경 쓰이는지 메이킹 영상에 집중하질 못했다.
항상 감상실에서 무섭도록 집중하던 노백찬만 보았던 나는 이런 그의 모습이 신선했다.
“엄청 바쁜 것치고 건지는 게 너무 없는 거 같은데요. 할아버지.”
“네 놈이 봐봐라. 저걸 어떻게 읽느냐고.”
노백찬 결국 지쳐 나가떨어졌다.
나는 웃으면서 나도 겨우 읽은 몇몇 댓글을 읽어드렸다.
“힘내세요, 감독님. 음 그리고… 쾌차를 빕니다. 오늘 영화 너무 기대돼요. 감독님 영화 어릴 적부터 열 번은 넘게 봤어요. 이런 댓글이 많네요.”
“그게 정말 읽은 게 맞아? 저걸 읽을 수 있다고?”
“저도 다는 못 읽어요.”
그도 그럴 것이 읽을 수 있는 문장이 반, 아니면 정신없는 이모티콘이나 따봉, 하트 같은 게 너무 많이 올라와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나도 1분에 몇 개 읽을까 말까였다.
“와, 외국인들도 진짜 많아요. 다 영화에 대한 기대를 표하고 있네요. 영어랑, 프랑스어, 독일어도 보여요.”
“이거 참, 신통하기는 하구나.”
많은 이들의 반응을 알고 싶다던 노백찬은 쉴새 없이 달리는 댓글에 약간 들떠 보였다.
“한 외국인이 노백찬의 영화. 엄청 오래 기다렸는데 이렇게 보게 되다니 너무나 감격이래요. 어느 나라 사람인지는 모르겠네.”
“그래?”
설핏 미소 짓는 노백찬을 확인하고 나는 다른 댓글도 살폈다.
“오, 저에 대한 이야기도 많아요. 저 귀엽대요. 음, 그리고 이번 배역 너무 찰떡인 거 같아요, 얼른 봤으면 좋겠네요. 이런 이야기네요.”
“그럼 당연하지. 누가 캐스팅한 건데 말이다.”
뿌듯해하는 노백찬을 보고 웃는데, 막 화면이 바뀌면서 어머니의 다큐가 흘러나왔다.
“어어, 할아버지. 다큐 나와요, 다큐!”
내 말에 노백찬은 얼른 자세를 고쳐 앉아 화면에 집중했다.
이번에는 정신없이 올라가는 댓글에도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거…… 딱 봐도 지연화 감독 작품이네.”
“그걸 보면 아세요?”
“…보면 알지. 보면 알아…….”
어머니가 할아버지를 촬영해 가고 난 후, 할아버지는 어머니의 다큐를 손꼽아 기다리셨다.
그리고 오늘까지 일부러 완성본을 안 보고 기다리신 것이다.
우리 두 사람은 잠자코 조용히 어머니의 다큐를 끝까지 보았다.
다큐가 끝나고 노백찬이 나직이 읊조렸다.
“정말… 힘들 썼구나. 고맙다, 시우야.”
“뭘요. 할아버지를 위해서 다들 하겠다고 한 거예요.”
잠시 검은 화면이 띄워져 있을 동안 노백찬은 조용히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드디어, 이 공개되었다.
그와 함께 미친 듯이 실시간 채팅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우리 둘은 사람들의 반응을 기대하며 영화에 집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