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73
73화
“차린 건 없지만 많이 드세요. 극단장님.”
“저희 엄마 요리 잘해요!”
“허허, 그래그래. 잘 먹겠습니다. 괜히 제가 와서 신경 쓰이게 해드린 거 아닌지.”
“아니에요. 저희 시우 너무 잘 챙겨주셔서 제가 한번 꼭 대접하고 싶었어요.”
오늘은 김상철이 어머니의 초대로 우리 집에 왔다.
항상 도와줘서 고맙다며 어머니가 계속 김상철에게 전화를 해서 초대하라고 한 것이다.
자신이 부르면 부담스러워할 테니 나보고 초대해보라고 했다.
그 말에 냉큼 전화를 했더니 조금 망설이던 그는 결국 약속을 잡고 오늘 왔다.
어머니가 평소 내 보양식을 챙겨주던 솜씨를 발휘한 덕에 우리 집 식탁 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많은 음식이 차려졌다.
“그나저나 요즘 드라마가 끝나서 그런가. 시우한테 예능 제안서가 엄청 들어오지 뭡니까?”
“예능?”
“응, 그래. ‘달리는 남자’나 ‘막무가내 게임왕’ 같은 거 보지?”
“우웅.”
드라마나 영화를 더 즐겨보기는 하지만, 가끔 광고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면서 저런 예능 프로도 보긴 한다.
내가 별 관심이 없는 거 같자, 김상철이 내심 당황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런데 안 나가고 싶어? 나가서 게임하고 그런 거라 재밌을 텐데.”
“괜찮아요.”
결국 몸을 쓰고 망가지면서 웃기는 프로그램 아닌가.
배우로서 웃긴 역할을 맡으면 잘하겠지만, 예능에 나가서 웃길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런 재능이 있는 사람은 따로 있기 마련이다.
“코미디 장르라면 좋아요.”
“연기 말이냐?”
“네. 근데 예능은 별로. 웃길 생각도 없고, 자신도 없어요.”
단호하게 말하면서 앙, 하고 어머니가 주는 쌈을 한입에 오물오물 먹었다.
음, 오리가 아주 맛있다.
“나도 그런 예능은 아직 시우한테 이르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에 제안 들어온 것 중 하나 괜찮은 게 있더라고. 요즘 나오는 그런 리얼 버라이어티랑 달라서 한번 자세히 봤다.”
“우웅? 뭔데요?”
김상철이 이렇게까지 말하자 조금 호기심이 생겼다.
나가고 싶은 건 아니고 뭔데 저렇게 말하나 싶었던 것이다.
사실 최근에 찍은 시리얼 광고가 분위기도 좋고 일하는 데도 재밌었다.
광고가 나온 후로 반응도 아주 뜨겁고 말이다.
김상철이 골라준 거라는 생각에 그의 의견이라면 조금 궁금해진 것이다.
안목이 제법인 것 같단 말이지.
“나도 처음 들어보는 장르이긴 한데, 관찰하는 다큐 예능이라고.”
“다큐 예능이요?”
“아, 어머님이 다큐를 하셨다고 했나요? 잔잔하게 다큐 촬영하듯이 찍는 건데. 그걸 꾸밈없이 보여주면서 잔잔한 재미를 주는 거라 관찰 예능이라고 하는 것 같더라고요.”
“으음. 나쁘지 않겠네요. 기분 좋은 재미를 줄 수 있겠어요.”
“허허. 그렇죠? 역시 척하면 척 알아들으시네.”
예전에 다큐 감독이셨던 어머니까지 호기심을 보이자 김상철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래서 정확히 뭘 하는 거냐면…….”
지이이잉-
본격적으로 김상철의 이야기가 시작되려는 찰나였다.
옆에 두었던 내 핸드폰이 격렬하게 진동했다.
누군지 보니 ‘남연수’에게 온 전화였다.
정확히는 남연수의 집 전화번호였다.
마지막 촬영 때 핸드폰 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더니, 아직 자신은 번호가 없다며 집 전화번호를 알려준 것이다.
아빠가 없을 때는 몰래 통화를 하자면서 말이다.
나보다 훨씬 바쁠 텐데, 아직 핸드폰이 없다니.
대부분 남연수에게로 오는 연락은 매니저나 아빠가 처리한다는 말에 그러냐고 하고 말았다.
“웅, 형. 무슨 일이야?”
-시우야, 그 이야기 들었어?!
수화기 너머 커다란 남연수의 목소리가 뚫고 나왔다.
누가 들어도 엄청나게 기대하고 있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뭐?”
-예능!
예능?
나는 혹시나 싶어서 김상철을 한번 힐긋 본 뒤에 물었다.
“혹시 다큐 관찰 예능 제안 말하는 거야?”
-어?! 맞아! 그거 우리 둘한테 같이 들어왔대. 시우야, 나랑 같이할 거지? 여행하면서 그냥 찍는 거라는데…… 그럼 시우 너랑 같이 여행 갈 수 있는 거잖아! 난 꼭 할 거야.
“아, 그래? 나 방금 이야기 들어서 자세히는 몰라.”
-아 진짜? 그럼 나랑 꼭 하는 거다? 나 너무 기대돼! 일류 배우는 이런 것도 출연하고 그러는 거라고!
“형, 잠깐. 잠깐만. 확인 좀 하고.”
나는 신나서 와다다 말을 쏟아내는 남연수의 전화에 잠시 귀에서 핸드폰을 떼고 김상철을 바라보았다.
정신없는 남연수의 말이 바깥에까지 들렸는지 김상철은 아주 흥미로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혹시 지금 말하던 거요. 연수 형이랑 같이하는 다큐 예능이에요?”
“어? 어어. 맞다. 남연수랑 동시 출연 제의가 들어왔어.”
얼떨떨하게 대답해주는 김상철의 말을 듣고 다시 남연수에게 말했다.
밥 먹다 말고 이게 뭐 하는 짓인가 모르겠다.
“아, 맞구나. 어, 형. 맞나봐. 나도 들어왔어.”
-그치! 우리 이거 꼭 하자. 김산호 PD님 알지? 그분이 하는 거래. 무조건 재밌을 거야.
“김산호? 그 사람이 누구….”
-아, 아! 시우야. 나 아빠 오실 시간 다 됐어. 이러다 들키겠다. 나중에 또 연락할게!
뭐라고 물어보려고 했더니 뚝 끊었다.
한차례 폭풍이 몰아친 것만 같았다.
나는 벙쪄서 한동안 끊어진 핸드폰만 바라보고 있다가 김상철에게 고개를 돌려 물었다.
“그거 어떤 예능인데요? 김산호는 또 누구예요?”
때마침 온 남연수의 전화로 내가 관심을 보이자, 김상철의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
***
“다녀오셨어요…!”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에 남연수는 얼른 안방으로 다가가 작게 속삭이듯 말했다.
현관과 거실이 꽤 멀기에 거실에서 하던 통화는 안 들릴 것이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남연수는 아빠가 자신의 통화가 들렸는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빼꼼 안방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어……? 아, 안 계시네.”
아빠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쭈뼛거리던 남연수는 안방에 딸린 화장실에서 인기척이 들리자 화들짝 놀라 자신의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의 마지막 촬영이 끝난 지 얼마 안 됐지만, 책상에는 언제나처럼 새로운 대본이 3-4개 쯤 쌓여 있었다.
“히힛. 예능은 처음이다. 그래도 관찰 예능이면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들뜬 목소리로 홀로 중얼거리던 남연수는 폭 침대 위로 누웠다.
게다가 이번에는 혼자 나가는 것이 아니다.
항상 어른들에게 둘러싸여서 뭐가 뭔지 모르게 웃다가 촬영이 끝나기만 했는데.
이번에는 다르다.
자신보다 동생이긴 하지만 의지할 수 있는 동료인 한시우와 함께 나가는 것이다.
일을 하는 거지만 이토록 설렌 적은 처음이었다.
남연수는 입을 가리고 킥킥거리면서 웃었다.
그때, 완전히 닫지 못한 방문 틈으로 거실에서 아빠가 전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 건 알아서 잘라야 할 거 아냐! 지금 한시우랑 같이 나가서 좋을 게 뭐가 있다고!”
한시우……?
아빠의 고성에서 익숙한 이름이 들렸다.
남연수는 살금살금 방문 근처로 가서 아빠의 음성에 귀를 기울였다.
잔뜩 겁을 집어먹었지만, 한시우의 이름이 나온 걸로 봐서는 방금 전까지 이야기 중이던 그 예능 이야기인 것 같았다.
“일 똑바로 못해? 내가 이런 것까지 일일이 지시하려고 김 실장한테 월급 주고 있는 줄 알아?”
헉, 김 실장이라면 자신의 매니저였다.
남연수는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아마…… 자신의 아빠는 한시우와의 예능에 나가는 걸 반대하는 모양이었다.
“지난번에 말한 황 감독이나 컨택해. 연수 다음 작품은 황 감독이랑 해야 돼.”
그 뒤로 뭐라고 전화 통화가 이어졌지만, 남연수의 귀에는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남연수는 방문을 마주 보고 벽에 주르륵 흘러내리듯 주저앉았다.
드라마 촬영이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심지어 이번 작품은 전 국민이 자신을 알아볼 정도로 크게 성공하기까지 했다.
앞으로는 조금 쉬면서 작품을 고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황 감독은 또 누구란 말인가.
차기작이며 황 감독이며, 남연수는 죄다 처음 듣는 소리였다.
항상 아빠는 자신이 출연할 다음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남연수랑은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익숙하다.
매년 그랬으니까.
일 년에 2, 3 작품에 꾸준히 출연하기.
데뷔 때부터 아빠의 의도대로 촬영해왔으니 말이다.
드라마 한 편의 제작 기간은 편차가 있지만 거의 100일에 육박한다.
2, 3 작품이면 금방 1년을 채운다.
그의 부친은 남연수가 마음 놓고 쉬거나 다른 생각을 할 틈을 주지 않았다.
‘이제 어쩌면 좋지.’
우울해진 남연수가 혼자 생각을 정리하는데, 밖에서 큰 소리가 다시 한번 들려왔다.
“뭐? 그걸 연수한테 이미 말했다고? 그걸 왜 말해! 끊어!”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은 아빠가 남연수의 방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벽에 기대 주저앉아 있던 남연수는 그 소리에 놀라서 얼른 일어났다.
그리고는 다시 책상에 앉아 대본을 펼쳤다.
아빠는 조금 열려있던 방문을 세게 확 더 열고 말했다.
“방금 김 매니저랑 통화했다. 다음 작품은 황 감독 작품이 될 거다. 황 감독 영화 보고 보고서 써와라.”
“……네, 아빠.”
“음.”
그러고 나가려던 아빠는 멈칫하더니 남연수를 빤히 바라보는 게 아닌가.
엿듣는 걸 들켰나 싶어서 남연수는 조용히 숨을 죽였다.
“여, 열심히 할게요.”
“그래.”
잠시 텀을 두던 남연수의 부친은 도로 문을 닫고 나가려고 했다.
남연수는 망설이다가 그런 그의 등 뒤에 대고 물었다.
“저, 아빠.”
“왜 그러냐.”
딱딱하기 그지없는 무표정한 얼굴.
항상 무슨 말을 하든 자신이 어떤 기록을 세우든 아빠는 저 표정에서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남연수는 입술을 잘근 물더니 다시 용기를 내서 입을 열었다.
이대로 다른 작품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방금 한시우에게 전화를 해서 꼭 같이하자고, 너도 해야 한다고 했는데….
다음은 예능에 나가고 싶었다.
평소처럼 아무것도 안 하고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이번만큼은, 아빠의 말을 곧이곧대로 따르고 싶지 않았다.
촬영장에서도 촬영하랴 분장하랴 한시우랑 제대로 이야기를 하지 못했는데, 이번 예능을 찍으면 정말 친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 아까 실장님이 저보고 예능에 나갈 수도 있다고 했는데. 관찰 예능이라고 제가 뭐 특별히 안 해도 돼서 괜찮다고 하셨거든요.”
나가고 싶은 마음에 말이 주절주절 길어졌다.
핫, 남연수가 그걸 깨닫고 입을 닫았다.
요점 없이 말이 길어지는 것.
아빠가 평소 제일 싫어하는 짓이었다.
더 이상 말을 잇는다면 호통이 날아올 게 뻔했다.
“그래서,”
어……?
바로 호통이 날아올 줄 알았는데, 자신의 의중을 물어봐준다.
남연수는 평소와는 다른 아빠의 모습에 자신을 가지고 조금 밝아진 얼굴로 말을 이었다.
“저, 저 그 예능 하면 안 돼요? 선인장 찍으면서 시우랑도 많이 친해졌고. 김산호 PD님 예능이라면 인지도 상승 면에서도 좋을 것 같은데…!”
“너는 생각이 있는 거냐, 없는 거냐!”
“……어.”
이게 아닌데.
남연수는 생각지도 못한 고함에 잔뜩 얼어붙어서 입을 열지 못했다.
“이번 드라마에서도 고작 여섯 살짜리를 못 잡아먹은 주제에 걔랑 예능이 하고 싶냐. 아직 한참 멀었다, 멀었어! 쯧쯧.”
쾅!
결국 큰 호통 소리를 듣고 말았다.
남연수는 잔뜩 풀이 죽어서 대본을 펼쳐 놓은 책상에 그대로 엎드려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