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tory of a Knight In A Ruined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81)
다음날, 아르센은 엘로이즈와 함께 지샤란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 다시 한번 이렌느와 만나기를 청했다.
다시 만난 이렌느는 어제보다 훨씬 기운을 찾은 듯 보였다.
“그래, 내 어제는 너무 피로하여 실례를 범했구나.”
“아닙니다.”
“일단 어제 받은 물건을 쓰는 법을 알려줘야겠구나. 잠시 줘보련?”
이렌느의 말에 엘로이즈는 들고 온 지팡이를 내밀었다.
이렌느는 비쩍 마른 손으로 지팡이를 받아든 뒤, 엘로이즈에게 말했다.
“한번 지속 가능한 마법을 써보렴. 빛이나 불 같은.”
“알았어요.”
엘로이즈가 잠시 정신을 집중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불로 이루어진 동그란 구슬 하나가 나타났다.
이렌느가 그것을 보며 웃었다.
“귀여운 화염 구슬이구나. 어디 보자······.”
이렌느가 마법을 향해 지팡이를 겨누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엘로이즈의 화염 구슬이 변하기 시작했다. 나비, 꽃, 새, 사슴, 여러 동물의 모습으로.
아르센은 이런 모습을 본 적 있었다.
어린 시절, 엘로이즈가 마법을 능숙하게 쓰는 것을 연습하고자 불꽃의 형상을 바꾸지 않았던가.
그 모습을 본 엘로이즈가 깜짝 놀라 마법을 거뒀지만, 불꽃은 사라지지 않고 끊임없이 춤을 추었다.
“다른 사람의 마법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건가요? 뺏거나?”
“그래. 그게 이 지팡이의 능력이란다. 완전히 모든 마법을 통제할 수 있는 무적의 지팡이는 아니다만······이 능력을 모르는 상대에게는 악몽이 될 수 있겠지. 그뿐만이 아니라, 마법을 쓸 때 지팡이를 매개로 하면 편해질 거란다.”
마침내 다시 구체로 돌아온 불꽃은, 창밖으로 쏘아지며 그대로 사라졌다.
이렌느가 엘로이즈에게 다시 지팡이를 내밀었다.
“마음에 드니?”
엘로이즈는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르센 역시 고개 숙여 감사를 표한 뒤, 본론을 꺼냈다.
“선물 감사합니다. 이렌느 님, 그보다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만.”
“무엇이냐?”
아르센은 그들 사이에 기억을 지울 수 있는 마법을 가진 마법사가 있음을 밝혔다.
그리고 이를 이용하면, 큰 문제 없이 바즈라 영주의 아들을 돌려보낼 수 있으리라는 것도.
그 이야기를 들은 이렌느가 다소 놀란 기색으로 물었다.
“정말로 그런 게 가능하다고?”
“네, 가능합니다.”
“기이하구나. 예전 살던 마을에도 그런 마법은 없었거늘.”
“그 영주의 아들이 이곳을 본 게 얼마 전입니까? 몇 달 안쪽이면 충분하다고 합니다만.”
“그리 오래되지 않았단다. 요즘 시간을 헤아리기 힘들긴 하다만······길어야 한 달 정도일까.”
이렌느는 가볍게 기침을 한 번 하더니 물었다.
“그래서, 이 일에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냐?”
“네. 귀한 선물도 받았으니까요. 이참에 아예 바즈라 영지에서 숲에 들어올 생각도 하지 못하게 만들 방법이 있습니다.”
실제로, 이 계획을 실행하는 데 있어 아르센 일행이 소모해야 할 기력과 시간은 거의 없을 정도로 간단한 방법이었다.
그러면서도 이렌느에게는 큰 호의를 베풀 수 있을 것이고.
아르센의 말에 이렌느의 얼굴에 따뜻한 웃음이 어렸다.
“고맙구나. 정말로 고마워. 내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도우마. 또한 보답도 해야겠지. 어떤 계획이냐?”
“숲에 괴물 하나를 만들 생각입니다.”
그냥 이락을 풀어줘 봐야, 언제 제 2의 이락이 생겨날지 알 수 없었다.
아르센은 확실하게, 아예 그 누구도 들어올 엄두가 나지 않는 헛소문을 만들 계획이었다.
* * *
아르센의 요구에 따라, 이렌느는 사람을 시켜 이락을 집 앞으로 데려오게 했다.
어제 봤던 금발 청년이 두 손을 뒤로 꽁꽁 묶인 채로 나타났다.
“이거 빨리 풀어라! 내 나가기만 하면 네놈들을······!”
성질을 내던 청년, 바즈라의 이락이 아르센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그도 잠시, 분노를 토하듯 소리쳤다.
“너 이 비겁한 놈아! 구하러 온 사람이 눈앞에 있는데 도망가 놓고 무슨 낯짝으로 다시 여기 온 거냐!”
그의 헛소리에, 아르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전 당신을 구하러 온 사람이 아닙니다. 여기 오기 전까진 이락이라는 사람이 있는 줄도 몰랐으니까요.”
“뭐, 뭐라고?”
아르센이 구출대가 아니라는 사실에 절망했는지, 이락의 얼굴에 낭패한 기색이 어렸다.
그도 잠시, 그는 다시 큰 소리로 요구하듯 소리쳤다.
“아무래도 좋다! 너도 기사라면 명예가 뭔지는 알겠지? 이 비열하기 짝이 없는 악당들에게서 나를 구해라! 악한 자를 무찌르고 고귀한 혈통을 구하는 데 목숨을 거는 것만큼 위대한 명예가 어디 있을까!”
아르센은 이락이 어떻게 환몽에 걸리지 않을 수 있었는지 깨달았다.
누구든 자신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당연하다 여길 정도로 확고한 자의식이라면, 그 안에 사소한 불안이나 공포 따위는 들어갈 여지조차 없었으리라.
자신은 고귀한 존재이니, 반드시 모험에 성공해 온갖 영광을 얻으리라는 믿음만이 가득했을 테니까.
사실 아르센은 원한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닌 사람의 기억을 마음대로 주무른다는 사실에 다소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덕분에 그런 감정이 싹 사라지게 되었다.
이런 인간이라면 기억이 좀 지워져도 될 것 같았다.
잠시 후, 마룬이 마법사 한 명을 데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기억 삭제 마법의 달인이라는 제론이었다.
“여기 이 사람입니까?”
“맞습니다. 한 달 정도 됐다는군요. 혹시 모르니까 좀 여유롭게 두 달 정도로 지웠으면 하는데, 조절 가능합니까?”
“가능합니다.”
고개를 끄덕인 제론이 이락을 향해 다가갔다.
그를 붙잡고 있던 마을 사람들이 마법사의 접근에 움찔했지만, 제론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무릎 꿇게 하고, 꽉 잡고 있어 주십쇼. 좀 아플 거라서요.”
마을 사람 중 한 명이 오금을 걷어차자 이락은 맥없이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제론이 얼굴에 두 손을 얹자, 뭔가 불안해졌는지 크게 소리쳤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이 마법사 놈아! 내 평소에 너희 족속을 나쁘게 보지 않았는데, 영지에 돌아가기만 하면······아아아아아아아악–!”
제론의 손에서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한 순간, 이락은 말을 잇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쇠가 긁히는 듯 처절한 목소리여서, 주변에 서 있던 마을 사람들조차 기겁해 한 걸음 물러설 정도였다.
거기다 버둥대는 힘은 또 어찌나 강한지, 어깨와 무릎을 강제로 짓누르던 마을 사람들이 힘에 겨워 신음을 흘렸다.
두 눈은 이미 새하얗게 뒤집혀 핏줄이 올라오고, 입에서는 게거품을 흘리는 모습이 전기 고문이라도 당하는 듯했다.
아르센은 마룬을 보고 물었다.
“저거 정말 괜찮은 거 맞습니까? 영 상태가······.”
“괜찮습니다. 원래 다 저래요. 어차피 아픈 기억도 날아가니까요. 저도 어릴 때 장로님들이 보지 말라고 했던 비밀문서 하나를 봤다가 당해 봤는데, 아팠던 건 기억이 안 나더군요.”
아련한 추억을 상기하는 듯한 마룬의 표정을 보며, 아르센은 내심 마룬이 어렸을 때 기억 삭제를 당한 부작용으로 지금 같은 꼴이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론의 손에서 빛이 사라짐과 함께 이락의 비명이 뚝 끊겼다.
이락의 얼굴에서 손을 뗀 제론은 눈물과 콧물 등, 온갖 분비물로 더러워진 손을 마법으로 닦아냈다.
그 모습이 굉장히 능숙한 것이, 이런 짓을 한두 번 해본 것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끝났습니다. 반나절쯤 지나면 깨어날 겁니다.”
“다시 기억이 돌아올 여지는 없습니까?”
“절대로 없습니다. 비유하자면 기억을 완전히 재가 될 때까지 태워버린 거라서, 기억을 다시 복구한다는 건 다 타버린 음식을 식재료 상태로 되돌린다는 거랑 마찬가집니다.”
제론의 확답에 아르센은 고개를 끄덕였다.
* * *
어둔숲의 동쪽, 바즈라 영지의 구출대는 간단히 야영지를 꾸리고 재정비 중이었다.
고통에 신음하는 부상자들의 목소리 탓인지, 야영지 내에는 암울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얼마 전 어둔숲을 탐험하겠다며 떠난 영주의 아들, 이락을 구출하는 데 실패한 탓이다.
구출대의 대장, 기사 우발은 얼굴을 찌푸렸다.
조금 있으면 반란이라도 일으킬 것 같은 부하들의 격한 반발 때문이었다.
“절대로 다시 못 들어갑니다.”
“차라리 노역형을 받겠습니다!”
어둔숲에 들어갔다가 공격을 받은 병사들은, 거의 정신병적인 공포를 호소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중 몇몇은 아직 음식조차 쉽게 넘기지 못하고 있을 정도였으니.
그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싸울 것을 교육받은 병사였지만, 어둔숲의 결계 안쪽은 그런 그들조차 의지가 꺾일 정도로 악몽 그 자체인 공간이었다.
우발 역시 마음 같아서는 그대로 영지로 돌아간 뒤 자신의 안락한 침대에 누워 푹 자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지금 항명하겠다는 건가?”
우발이 탁자를 쾅 내려찍자, 나무로 조악하게 만든 탁자는 그대로 굉음과 함께 으스러졌다.
기사의 우수한 완력으로 후려쳤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 격한 제스처에 겁을 먹었는지, 항명하던 부하들 역시 겁먹은 기색으로 고개를 숙였다.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쉰 우발이었지만, 이것이 임시방편에 불과함은 그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아직 그들은 저 숲의 악몽을 뚫을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고, 따라서 이락을 구하는 것 역시 불가능했다.
‘머저리 같은 새끼, 도대체 저긴 왜 들어가서······.’
들어가서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되려 모험심이 끓어오른다며 뛰어든 얼간이.
마음 같아선 뒈지고 싶어서 갔으니 뒈지라고 하고 싶었지만, 다 늙어서 얻은 늦둥이를 향한 영주의 사랑은 상상 이상이었다. 심지어 후계자도 아닌데도.
“우발 경! 우발 경!”
그때, 천막 밖에서 급하게 그를 찾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발은 퉁명스레 대꾸했다.
“뭐냐?”
그런 그에게, 전혀 상상치도 못한 대답이 들려왔다.
“도련님이 돌아오셨습니다!”
“뭐?”
우발은 물론, 병사들을 대표해 퇴각을 요구하러 왔던 이들까지 일제히 천막 밖으로 뛰쳐나갔다.
여기저기 으스러지고 뜯겨나간 갑옷을 입은 기사 한 명이 진을 탄 채 다가오고 있었다.
그의 어깨에는 금발의 청년 하나가 축 늘어져 있었는데, 그가 구출 대상인 이락임을 알아보기는 어렵지 않았다.
구겨지고 허름해지긴 했어도, 특유의 화려한 옷을 그대로 걸치고 있었기에.
“그대는 누구요?”
진에 탄 기사가 묵묵히 답했다.
“벨루안의 아르센이라고 합니다.”
“아, 저분은······!”
얼마 전 평야 지대에서 지원군으로 파견 온 병사 몇 명이 아는 기색을 보였다.
물어보니, 상대는 저 먼 동부에서 온 기사라고 했다.
산맥의 약탈자 군주를 토벌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바즈라의 젊은 기사 일곱 명을 모두 고꾸라트릴 정도의 무예를 갖춘 강력한 기사라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여긴 어떻게? 아니, 일단 도련님부터!”
“여기 있습니다. 그냥 기절했을 뿐입니다.”
아르센이 실신한 이락을 한 손으로 들어 내밀자, 병사들이 황급히 달려들어 그를 받아들었다.
아르센의 망가진 갑옷 곳곳에 묻어난 핏자국을 보고, 우발이 급히 외쳤다.
“일단 치료라도 좀 받아야······잠시만 기다리시오. 이봐! 치료사를 불러와!”
“아닙니다.”
아르센은 고개를 저으며 우발을 제지했다.
“다시 들어가 봐야 합니다. 아직 안에 살아남은 동료들이 몇 명 있을 거라서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요?”
“숲에 괴물이 있습니다. 사람의 영혼을 빨아먹는 괴물이요. 괴물에게 영혼이 빨려나가고 있던 그 도련님을 구하느라 제 동료 대부분이 죽었습니다.”
아르센은 우울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바즈라의 영주님께 전해주십시오. 절대, 그 누구도 숲에 발을 들여서는 안 된다고.”
협박처럼 느껴지는 엄포에, 우발이 되물었다.
“도대체 얼마나 강력한 괴물이기에?”
“고작 몇 초 만에 제 동료 기사들이 살해당했습니다. 변변한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요. 아마 기사 백 명이 덤벼들어 봐야 강물에 소금 한 줌 넣은 것처럼 녹아 없어질 겁니다. 그래요, 아무 의미 없이, 마치 버러지처럼.”
미친 사람처럼 중얼대는 아르센의 목소리에는 진한 공포가 묻어나고 있었고, 그 공포는 이야기를 듣던 구출대원들에게도 쉽게 전염되었다.
그 말을 하는 이가 아르센이라는 점이 공포를 부추겼다.
식견이 짧은 이라면 모를까, 산맥의 군주를 죽이고 일곱 기사를 연이어 꺾은 기사조차 겁에 질릴 정도라니. 백 명의 기사가 의미 없을 정도의 존재라니.
아르센의 말이 사실이라면 여기 있는 병력은 물론, 바즈라와 인근의 모든 영지가 힘을 합친다 해도 사냥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재앙이었다.
“그놈에 비하면 숲의 가장자리에서 출몰하는 괴물 따위는 갓난아이에 불과합니다. 여러분이 살아남은 건 그냥 운이 좋아서였을 뿐입니다. 명심하십시오. 절대, 절대 다시 들어가선 안 됩니다.”
“그럼 아르센 경도······.”
우발이 무슨 말을 할지 안다는 듯, 아르센은 고개를 저었다.
“저는 가야 합니다. 동료들을 버릴 수는 없으니.”
투구를 쓰고 있어 얼굴을 볼 순 없었지만, 아르센은 말하던 도중 감정이 북받쳤는지 거의 흐느끼는 듯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우발과 병사들은, 아르센이 얼마나 괴로워하고 있는지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럼 언젠가, 살 수 있다면 다시 뵙겠습니다.”
“아, 이보시오! 잠깐!”
제지할 틈도 없이, 아르센은 진을 몰아 다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
그 모습을 황망히 쳐다보던 우발과 병사들의 시선이 서로 맞닿았다.
“기사님,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냥 들어가 버리셨는데.”
“뭘 어째? 조금 전까지 들어가기 싫다던 놈들이······.”
우발은 이락이 깨어날 때까지 기다린 후, 곧바로 영지에 복귀하겠노라 선언했다.
도련님을 구출해 준 은인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목숨을 잃을 것이 뻔한 상황에 뛰어들고 싶지는 않았다.
거기다 그에게는 중요한 새 임무가 있었다. 이락을 영지까지 호송하는 한편, 아르센이 전해준 중요한 정보를 영지에 전달함으로써 영주가 숲에 사람을 보내는 것을 막아야 했다.
어둔숲이 절대로 정복할 수 없는, 강력한 괴물의 소굴임이 밝혀진 상황 아닌가.
아마 자신을 내던진 용감한 기사 역시 그것을 바랄 것이라고, 우발은 자기 자신을 정당화했다.
적어도 동료들을 버리지 않고 자신을 희생한 기사의 이야기는 무훈시로 남기겠노라 생각하며.
잠시 후 이락이 깨어났지만, 그는 근 두 달간 일어난 일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를 괴물이 혼을 빨아먹은 탓이라 생각한 우발은 두려움 섞인 목소리로 복귀를 명령했다.
원래부터 불길한 곳으로 여겨졌던 어둔숲이지만, 이제는 절대 근처에도 다가가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다짐했다.
“모두 복귀 준비해라! 야영지 해체!”
아르센은 숲속에 숨은 채, 그들이 떠나는 모습을 관찰하다 한숨을 내쉬었다.
‘아, 마지막에 웃을 뻔했네. 하긴, 작정하고 이런 연기를 한 게 얼마 만인지.’
우발이 젊은 기사를 구하러 가지 못했노라 작은 죄책감을 느끼고 있을 때, 정작 그 젊은 기사는 감정 조절이 잘 되지 않았노라고 자책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