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ility Succession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2
이능 계승잔데 특성이 있다 2화
“큰형, 정부에서 냉병기를 일반에 판매한다고 하던데 그거 정말이야? 만약 그런 거면 정부에선 각자 알아서 살아남으란 소리라고 봐야 하는 거 아냐?”
차남 유성의 말에 장남 기성은 제 아버지를 슬쩍 바라보았다.
모나지 않은 성격과 능력으로 인해 기성은 한풍 그룹의 공식 후계자로 일찌감치 정해졌다.
다행히 기성의 형제들은 이에 반발하지 않았다.
재벌가의 자식들답지 않게.
덕분에 한풍가 형제들은 여느 재벌가의 자식들과 달리 매우 돈독한 관계였다.
“정부 입장에선 다양한 가정을 세울 수밖에. 냉병기의 판매 역시 그 일환이라고 봐야지.”
“그럴 거면 냉병기가 아니라 미국처럼 총기류를 팔아야 하는 거 아냐?”
“그건 정부 입장에선 위험부담이 큰 선택이다. 대피소 문제로 사회적으로 불만이 커진 상황에서 총까지 일반에 판매한다면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들처럼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어. 그리고…… 흠, 이건 내 생각이지만 총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정부에서 산정한 게 아닐까 싶어.”
“그럼 그 이야기가 정말인가?”
“이야기? 무슨 이야기?”
“박 총리님의 둘째 아들 녀석이 내 대학동기인 건 알지?”
“도훈이?”
“어, 그 녀석. 걔가 전에 이런 말을 하더라고 정부에서 웹소설을 참고해서 이런저런 대책을 세운다고 말이야. 그땐 그 말을 믿지 않았는데 형 말을 들어보니깐 진짜 그런 게 아닌가 싶네. 참, 다른 대기업들은 각자 대피소를 마련한다고 하던데 우린 어떻게 할 거야?”
유성의 말에 기성은 대답을 하지 않고 시선을 돌렸다.
김정수 회장을 보았다.
장남이 자신에게 공을 넘기자 김정수 회장은 이를 거절하지 않았다.
“우리도 대피소를 건설 중에 있다. 처음엔 정부에 협조해서 정부 시설에 들어갈까도 생각해 봤지만 정부 관계자와 대화를 나눠 보니 불편한 점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더구나.”
잠시 말을 끊고 차로 입을 적신 김정수 회장이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가 준비 중인 대피소의 완공까지 앞으로 4개월이다. 대피소에 입소할 사람들은 그룹 직원을 대상으로 검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늦어도 다음 달까진 인원 선발이 끝날 거야.”
“역시 우리도 하고 있었네요. 입소자들 중에 이능 계승자도 있어요?”
대한민국 정부는 물론 각국 정부 역시 이능 계승자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는 다가올 새로운 세상에서 그들의 활약이 기대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능 계승자는 정부의 지휘를 받도록 법을 개정하기까지 했다.
그러니 기업이 이능 계승자를 확보하는 행위는 엄밀히 말하면 정부 정책에 반하는 일이다.
“물론이다.”
이 자리에 타인이 끼어 있었다면 김정수 회장은 이를 부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 가족이었기에 김정수 회장은 순순히 이를 인정했다.
물론 가족이라고 모든 비밀을 공개하는 건 위험하다.
자식이라도 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니까.
그럼에도 김정수 회장이 이를 순순히 말해준 건 자식들 모두 경솔한 성격이 아님을 알기에 숨기지 않고 밝힌 것이다.
“아무튼 그리 알고 있어. 그리고 여기서 들은 말은 절대 밖에서 하면 안 된다.”
“가족의 안위가 달린 문젠데 누가 떠들고 다니겠어요.”
“저도 입 다물고 있을게요.”
누가 쌍둥이 아니랄까 봐 유성과 미성이 동시에 한 목소리로 말했다.
남매 혹은 형제끼린 자주 다툰다고 하지만 저들 쌍둥이는 지금까지 크게 싸운 적이 없었다.
어디 두 사람뿐이랴, 형제들 역시 다르지 않았다.
은성은 형들과 누나를 훔치듯 쳐다본 뒤 고개를 돌렸다.
그의 마음속에도 저 화목한 가족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막상 그 앞에 서면 견디기 힘든 긴장감에 짓눌려 매번 도망쳤다.
그때마다 그는 스스로를 책망했다.
자신의 행동이 가족들에게 상처가 된다는 걸 알기에.
‘앞으론 내가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형들과 누나를 지켜줄게.’
장난처럼 이어진 비밀엄수 서약(?)은 이제 그 공이 은성에게로 넘어왔다.
물론 저들은 은성이의 대답을 기대하지 않았다.
또한, 그가 이 비밀을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지 않는…… 아니, 차라리 그랬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었다.
은성의 아버지로부터 시작해서 가족들의 시선이 은성에게서 멀어졌다.
사람들의 관심이 은성에겐 중압감으로 작용하는 걸 알기에 장난으로도 시선을 그에겐 오래 줄 수 없었다.
바로 그때.
“저, 저도…… 비밀을 지킬게요.”
가족들 모두 놀라 자빠졌다.
“우, 우리 막내 입 무거운 거 내가 잘 알지, 암. 잘 알고말고. 형도 잘 알지? 아버지, 어머니도 잘 아시죠?”
마치 귀신을 본 얼굴을 하고선 유성이 생각나는 대로 떠들었다.
은성은 고개를 더욱 바깥쪽으로 돌렸고, 그런 은성을 멍하니 쳐다보던 가족들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곤 유성의 말에 맞장구쳤다.
‘은성이가 달라지려고 하는구나!’
‘다행이야, 다행이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식당으로 들어오던 은성의 모습에서 그런 느낌을 받긴 했지만 한순간의 변덕이 아닐까 생각했던 기성, 유성 형제는 이젠 인정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이제 막 틀을 깬 연약한 상태가 아닐까 싶어 그 용기가 퇴색하지 않도록 가족들은 그를 신경 쓰면서도 이를 내색하지 않고 좀 전이 주제로 넘어갔다.
그것이 지난 세월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막내를 대하는 저들 가족의 자세였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슬픔이나 안타까운 감정의 발로에 의한 배려가 아닌 그 안에 희망과 기대가 담겨 있었다.
* * *
쫓기듯 자신의 영역으로 들어선 은성은 참고 참았던 숨을 그제야 터트렸다.
쿵쿵쿵쿵.
심장은 절구처럼 무겁고 요란하게 뛰었다.
머릿속의 온갖 그림은 하얗게 지워져 버렸다.
화이트아웃이랄까?
이는 은성에게 익숙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전과 달리 지금은 식은땀도 나지 않았고, 호흡 역시 산소호흡기가 필요할 정도로 가쁘지 않았다.
생경함에서 오는 조금의 부끄러움과 어색함만이 그의 얼굴을 화끈거리게 만들었다.
‘튜토리얼을 이겨낸 보상이 내겐 능력 하나로 그친 게 아닐지도.’
반년 전, 그날도 은성은 여느 날과 다름없이 홀로 보냈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곳으로 전송되었다.
당시엔 이게 죽음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현상은 설명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두렵진 않았다.
오히려 편했다.
그래서일까?
-72시간 동안 몬스터로부터 생존하시오!
사후는 다 이런 줄 알고 그 말에 순순히 응했다.
막상 몬스터를 보자마자 솟구치는 공포심을 제어하지 못해 결국 도망치기 급급하여 벼랑도 보지 못하고 떨어지는 참변(?)을 당했으나 결국은 그 일을 계기로 특성을 얻게 되었다.
다시 생각해도 이건 기적이 아닌가 싶다.
덕분에 내리 3일을 푹 자고 일어났더니 이능 계승자가 되었으니, 촌극도 이런 촌극이 또 있을까 싶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뒷목 잡고 쓰러질 사람들이 한둘은 아니겠군.’
반년 전의 화두를 다시 꺼낸 은성은 곧 이를 털어버렸다.
지금은 가슴 가득 차오른 무거운 부끄러움을 털어냈다.
은성은 인형 병을 소환했다.
검과 방패를 든 1기의 인형 병이 그 앞에 홀연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스탯 : 근력(1). 체력(1). 민첩(1).
지난 17년간 마음의 깊은 병을 앓느라 운동과는 담쌓고 지냈다.
활동량도 많지 않았기에 배가 고플 때만 음식을 먹었다.
그렇다 보니 몸은 마르고, 힘도 없었다.
하지만 튜토리얼을 완료하면서 달라졌다.
몸은 여전히 말랐지만. 자세히 보면 근육질로 변하였고, 힘도 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은성 자신이 워낙 허약했기에 남들은 애매하게 느끼는 부분조차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시작해.”
그렇게 달라진 그 힘으로 은성은 자신을 굴렸다.
지금처럼.
은성의 명령과 동시에 인형 병의 검이 은성을 향해 곧장 쇄도했다.
대련이기에 상대를 죽이기 위한 공격은 아니다. 애초에 인형 병들은 자신의 군주에게 해를 끼칠 수 없다.
하지만 공격의 속도와 기세는 보통이 아니었다.
탁!
집 안 그리고 마당 곳곳에 목검을 숨겨둔 은성은 그중 가장 가까운 곳에 숨겨둔 목검을 꺼내어 인형 병의 공격을 막고는 곧장 상대를 향해 공격했다.
거침없이 빠르게.
빠르면서도 정교한 솜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이는 지난 반년간 그의 노력이 낳은 결실이었다.
아니, 재능이 이제야 꽃을 피운 것이라 해야 할 것이다.
‘진검을 잡으면 어떤 느낌일까?’
순간 집중력이 흩어진 은성의 몸에 인형 병의 검이 닿았다.
그 순간 인형 병의 공격은 물리 법칙을 거절하듯 멈추었다.
“미안, 다시.”
또다시 둘의 대련은 시작됐다.
이번엔 제대로 집중하고 있었기에 좀 전과 같은 일은 없었다.
물론 이 상태론 이길 수 없다.
하지만 이능을 사용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순간적으로 인형 병의 후방으로 이동한 은성의 목검이 인형 병의 목을 벤다.
하지만 은성의 손아귀에서는 무언가를 가르는 느낌이라기보다는 둔탁한 통증만이 느껴졌다.
목검의 한계였다.
‘진검을 휘두르면 어떤 느낌일까?’
생각이 여기에 꽂힌 은성은 인터넷으로 구입이 가능한지 알아보기로 위해 곧장 집으로 들어갔다.
* * *
은성을 배웅한 김정수 회장은 첫째와 둘째 아들과 함께 개인 서재로 향했다.
유성은 자신까지 아버지의 개인 서재로 부른 것이 의아했지만 혼날 만한 일을 저지르지 않았기에 걱정하지 않았다.
“앉아라.”
“예.”
“옙. 그런데 저까지 왜 부르신 거예요?”
진중한 기성과 달리 유성은 할 말은 다 하고 사는 성격이었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는 아니다.
적어도 위아래는, 상황에 맞게 처신할 줄 안다.
“끝내지 못한 이야기를 마저 하려고 한다.”
“끝내지 못한 이야기면. 음, 대피소 말씀이죠?”
“그래, 맞다. 네 형이 지금까지 그 일을 주관하고 있었다. 아까 잠시 말이 나왔지만 준공은 4개 이내로 마무리될 거야. 그리고 준공이 끝나면 바로 입주할 예정이다.”
“준공 후에도 2개월의 여유가 있잖아요?”
“그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으니 서두르는 게 좋지. 그리고 그 주변도 익숙해져야 하고. 아까 은성일 보니 조금 달라진 듯해서 다행이지만 그래도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가 그 아이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점도 감안해서 내린 선택이다. 매번 은성이를 기준으로 너희에게 요구하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이번에도 너희가 양해 좀 해줘야겠구나.”
“양해는 무슨, 은성이가 남인가요? 그런데 대피소는 위치는 어떻게 돼요?”
“경기도 의왕시 백운산 자락에 마련했다. 마침 그곳에 350세대 규모의 전원주택 단지 준공이 거의 마무리 단계라 그곳으로 정했다.”
“난 또 대피소라기에 지하에 지은 건 줄 알았는데 전원주택이라면 나쁘지 않네요. 전 준비되면 언제든 내려갈 수 있어요. 참, 이능 계승자는 몇이나 섭외하셨어요?”
“현재까지 검증을 마친 인물은 총 23명이다. 앞으로 더 늘지는 모르겠고.”
김정수 회장을 대신하여 기성이 이번 한풍 대피소에 관한 전권을 쥐고 일하였기에 당연히 궁금증은 유성의 몫이었다.
“생각보다 많지 않네요. 명색이 우리 한풍이 대한민국 5대 그룹인데.”
“인성이 엉망인 자들을 들이느니 수가 적어도 제대로인 사람들을 들이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이 아비도 그렇고 네 형도 같은 생각이다. 그래도 이 아비가 믿는 건 역시 우리 가족뿐이야. 그리고 대피소에서 생활하면 네가 미성이랑 함께 은성일 신경 써 줬으면 싶다.”
“물론이죠. 제 동생인데. 참, 무기는 마련했어요?”
“할 수 있는 선에선 최선을 다했지만 충분할지는 모르겠구나.”
“아버지랑 형이 최선을 다했다면 완벽하겠죠.”
유성이 자신과 장남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모습을 보이자 김정수 회장은 마음이 놓였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지금으로선 짐작할 수 없구나. 하지만 지금처럼 우리가 똘똘 뭉친다면 그 어떤 고난도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고 아비는 생각한다. 그러니 다들 용기를 내자꾸나.”
집안에 이능 계승자가 단 한 명이라도 좋겠다는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한편으론 장성한 자식들이 곁을 지키고 있어 마음 든든한 김정수 회장이었다.
이왕이면 이 상황 자체가 없었으면 싶지만 그건 현실도피였기에 곧 마음에서 털어냈다.
“가볍게 한잔할까?”
“예, 아버지.”
“저도 좋습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