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ility Succession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248
이능 계승잔데 특성이 있다 248화
아스모데우스와의 전투에서 승리한 은성은 막대한 보상을 손에 쥘 수 있었다.
그중 가장 큰 가치를 지닌 건 의식과 관계된 능력이었다.
샤아아아.
은성은 자신의 방에 앉아 의식을 펼쳤다.
의식이란 제3의 눈 아래 한반도 구석구석이 들어왔다.
마치 자신이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았다.
외부와 내부를 격리하는 공간, 즉 건물 같은 경우에는 밖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창문이 있어야만 그 안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굳이 해당 장소로 공간 이동하지 않더라도 인형 병을 바로 투입하는 것으로서 그 안을 조사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소환 사거리의 의미 상실이다.
이것은 매우 좋은 의미의 상실이었다.
꾹.
꽉 말아 쥔 은성의 주먹이 들뜬 마음을 대신하였다.
은성의 표정은 신기한 장난감을 손에 넣은 어린아이처럼 들떠 있었다.
은성의 의식은 한반도를 가볍게 지나 역외 요새 도시 절반에 해당하는 지역까지 넓어졌다.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수백, 수천 킬로미터 밖의 상황을 실시간 CCTV 보듯 볼 수 있었다.
참으로 멋진 능력이다.
이거 하나만 빼면.
‘독순술을 익히고 싶군.’
화면에 소리가 담겨 있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이 웃고 떠드는 모습을 봐도, 누군가를 향한 원망으로 몸부림치는 이들을 봐도 그들이 웃는 이유를, 그들이 몸부림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악마의 영혼이 더 필요해.’
심오의 완성을 위해서도 어차피 필요한 게 악마의 영혼.
웨이브가 진심 빨리 왔으면 하는 마음이 은성의 마음속에서 더욱 커지고 있었다.
* * *
은성의 바람과 달리 4년 차 웨이브는 2번으로 끝이었다.
그렇게 해는 바뀌어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됐다.
새해 첫날 풍년을 예고하듯 많은 눈이 내렸다.
인공 강우를 통해 수자원을 충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폭설은 원망이 아닌 환호의 대상이 되었다.
아이들이 거리로 나와 신나게 뛰어다니며 눈싸움도 하고 눈사람을 만들었다.
지붕과 도로에 쌓인 눈을 치우는 어른들 입장에선 고된 시간이었지만 그 고된 시간도 아이들의 까르르 넘어가는 웃음소리 앞에선 금방 녹아내렸다.
“은성아, 제설작업에 마법사들 투입하면 안 되겠니? 누나 죽을 것 같아.”
하지만 그런 폭설이 보름 내내 계속되고, 앞으로도 끝날 것 같지 않자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그건 왕성 역시 마찬가지였다.
왕성 수비대 대장을 맡고 있는 미성, 그녀는 왕족이자 고관임에도 불구하고 부하들과 함께 제설작업에 참여했다.
하루 이틀 정도 하다가 그만둘 생각이었지만 어쩌다 보니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었다.
중간에 그만두고 싶었지만 지금껏 한 말이 있었기에 차마 그만둘 수도 없었다.
“기후에 관여하는 건 나도 내키지 않지만 이번은 예외로 했으면 한다.”
미성에 이어 기성까지 거들었다.
웨이브 이후에 산적한 일거리의 해결을 위해 기성은 철야를 마다하지 않고 매달려 결국 해냈다.
그 일을 끝내고 아내와 오붓하게 여행을 다녀올 계획까지 세웠던 기성은 그 계획을 시작하기도 전에 폭설로 인해 다시 철야의 늪 속으로 빠져 있었다.
남편 잘 만난 덕분에 기성의 아내 하영 역시 고된 사무업무에 매일 지쳐가고 있는 중이었다.
누나의 애걸(?)과 큰형의 점잖은 요청 그리고 형수의 무언의 눈빛이 은성을 향하고 있었다.
눈구름을 없애는 거야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또 어떤 기후 재난이 닥칠지 모를 상황에서 또 그 일을 한다는 게 내키지 않았다.
악마 하나만 더 잡으면 멸망의 손길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종 결전을 앞당길 수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은성은 돌다리도 두들겨 가는 심정으로 은인자중하고 있었다.
이는 막연한 조심성만은 아니었다.
격의 상승으로 인해 전보다 더 날카로워진 직감의 경고였다.
그러니 오늘 하루 편하자고 어찌 창창한 미래를 제물로 쓰겠는가.
“두 사람에겐 미안하지만 제설작업에 마법사를 동원할 생각은 없어요.”
기성과 미성은 은성의 단호한 태도에 적이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들이 부탁하면 합당한 이유가 있지 않은 이상 지금껏 모두 들어주었기 때문이었다.
기성의 두 눈에 이채가 스친다.
“이유가 있어?”
“이쯤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멸망의 손아귀에서 이른 시간에 벗어날 수 있는 최종 결전!
은성은 누구에게도 이를 밝히지 않았다.
자신이 가려는 곳이 악마계, 다른 말로 지옥이기 때문이다.
“잘 먹었습니다. 먼저 올라가 볼게요.”
수저를 내려놓은 은성이 바로 일어섰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가족들의 얼굴엔 의문이 가득했다.
* * *
폭설은 일주일을 더 내린 뒤 그쳤다.
그쯤엔 어린아이들조차 눈이라면 학을 뗄 정도였다.
이번 폭설로 137명이 사망했다.
물적 피해는 현재까지 집계가 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기성은 사무실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냈다.
하영도 그런 남편을 도왔다.
그래서 은성도 요즘 아침저녁으로 형네 내외를 보기 힘들었다.
식사 때를 빼고는 하루 종일 심상 도서관에서 지식을 축적하고 있던 은성은 인형 병의 의념을 받고 바로 심상 도서관에서 나왔다.
그런 그의 앞엔 오희연이 서 있었다.
‘여왕이군.’
이면 세계가 안정을 취한 이후 오희연, 아니 슈리티아 여왕은 가끔 오희연에게 빙의하여 은성을 방문하곤 했다.
뜬금없이.
진짜 오희연 입장에선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지만 슈리티아 여왕은 오희연에게 그만한 대가를 이미 지불했다.
슈리티아가 지불한 대가는 바로 오희연의 이능과 SS라는 등급이다.
거기다 스탯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초반에 높인 것 역시 슈리티아가 오희연에게 빙의하여 이룬 것이니 이 또한 빙의에 대한 대가라고 해야 할 것이다.
정작 오희연은 이로 인해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지만.
“이번엔 용건이 있어서 방문한 거겠지?”
슈리티아는 몸을 훌쩍 날려 소파에 엉덩이를 붙였다.
“우리 사이에 꼭 용건이 있어야 돼?”
되묻고 싶다.
우리가 어떤 사이냐고.
실제로 몇 번 그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때마다 슈리티아는 한결같이 이리 대답했다.
-연인할래?
농담도 한두 번이지 자꾸 그런 말을 하자 아예 이 질문은 머릿속에서 지워 버렸다.
“한가로운가 봐.”
“우리 국왕님 덕분이지. 그나저나 볼 때마다 점점 달라지는 것 같네. 대체 어떤 수련을 하면 그렇게 달라질 수 있는 거지?”
“설마 그거 때문이었어? 뜬금없는 방문의 이유가?”
의식의 힘은 드래곤의 심상 도서관에서 지식을 축적할 때마다 조금씩 강화되고 있었다.
처음엔 미미한 성장이라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4번째 악마 대공인 아스모데우스의 영혼을 흡수한 뒤부터 이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은성 입장에서도 이 일은 나쁜 일이 아니었기에 최근엔 수련장에 가는 것도 잊고 심상 도서관에 집중하고 있는 중이었다.
“작은 물방울이 개천이 되고, 그 개천이 강이 되고, 다시 그 강이 바다가 되어가는 과정은 수천수만 년의 시간이 필요한 이적이야. 그러한 이적이 지금 네 몸에서 일어나고 있어. 그러한 이적이 내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너라면 무시할 수 있어?”
“네 일도 아니잖아.”
“그래 내 일은 아니지. 하지만 그 변화의 과정을 지켜봄으로써 얻는 이득이 적지 않거든. 솔직히 이것 때문에 자주 오는 거였어.”
“연애하자는 말은 빈말이었군.”
“실망했어? 나는 연애도 좋아. 지금의 널 율라가 보게 된다면 더는 반대하지 않을 거야.”
생선 가게 앞 고양이처럼 슈리티아의 두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남의 몸 갖고 장난치지 마.”
“누가 이 몸으로 그런데 나중에 이 세계의 주민으로 승인이 떨어지면 그때 연애라는 것도 해보자는 거지. 그리고 날 갖게 되면 아그나스족도 함께 거느릴 수 있어. 어때? 마음이 기울지 않아?”
“굳이 지구를 고집할 필요 있어? 너희에게 지구는 격이 갖춰지지 않은 낮은 세계잖아?”
“지금의 지구는 그래. 하지만 멸망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순간 세계의 격이 오를 거야. 그렇다고 당장에 큰 변화가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마. 수 세기 후부터 천천히 진행될 거야. 우리 역시 지구의 주민으로 승인되면 그러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지. 한마디로 지구는 우리 종족에게 영약이라고 할 수 있어. 그러니 지구를 선택할 수밖에.”
“수 세기가 흐른 후의 일이라……. 나완 상관없네.”
“상관없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수 세기를 사는 인간은 없잖아.”
“아하! 너 아직도 자신을 인간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그건 무슨 뜻이지?”
“욕하는 거 아냐. 나도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네 격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그리고 대부분은 높아진 그 격에 맞게 수명이 조정돼. 내가 볼 때 지금의 너라면 족히 5천 년은 살 수 있을 거야. 이건 우리 아그나스족에도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엄청난 수명이지. 네 성장을 보면 그것도 조만간 뛰어넘을 것 같아. 대체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는지.”
은성을 향한 슈리티아의 두 눈엔 호기심과 부러움이 담겨 있었다.
은성은 그녀의 말이 귀에 와닿지 않았다.
5천 년을 살 수 있다는 그 말이 귀에서 웽웽거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 *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왔다.
짧은 봄이 가고 여름이 한반도를 뒤덮었다.
후끈후끈한 날씨에 모두가 지쳐갈 때쯤 하늘이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10개월 만이군.’
모든 사람들이 하늘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듯 은성 역시 그런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최종 결전!
이번 웨이브를 끝으로 전장을 지구에서 악마계로 바뀔 것이다.
그곳에서 자신이 승리한다면 자신의 가족은 두 번 다시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목숨을 걱정하는 일이 없게 된다.
번쩍-
온 세상이 섬광으로 뒤덮였다.
지금까지 보아온 뭍 광선보다 더 많은 광선이 쏟아져 내렸다.
그간 참았던 힘을 이번에 다 분출하는 것 같았다.
엄청난 숫자의 광선에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공습경보를 알리는 사이렌이 왕도 전체를 뒤흔들었다.
지상에 속속 떨어지는 광선은 이내 던전이 되었다.
던전 입구 머리 타이머를 본 사람들은 비명처럼 소리쳤다.
던전 브레이크 타임 이전 62시간에서 24시간으로 바뀌었다.
“마, 말도 안 돼! 이건 너무하잖아!”
“광선도 엄청 많이 떨어졌는데 그걸 어떻게…….”
사람들이 받은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인형 병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던전으로 몸을 날렸다.
그들 모두 근방에 없던 인형 병들이었다.
“이, 인형 병들이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거야?”
사람들은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사람들의 반응은 비단 한풍국에서만 국한되지 않고 바다 건너 일본에서도 발생했다.
던전이 생성되자마자 인형 병이 갑자기 나타날 수 있었던 것일까?
아무도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이것이 은성이 가진 또 다른 힘이란 걸.
* * *
인형 병들의 발 빠른, 아니 미래를 예측한 그 움직임 덕분에 한풍국의 던전은 물론 일본의 던전들까지 속속 귀환문으로 바뀌었다.
국내는 물론 일본의 던전이 발생하고 닫힌 시간은 1시간 20분을 넘지 않았다.
전보다 더 많은 수의 던전이 출현한 걸 감안하면 이는 터무니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모두가 흥분했다.
하지만 이 놀라운 업적을 이룩한 당사자는 한풍국에서 모습을 감춘 채 세계 곳곳을 누비며 의식의 확장과 회수를 반복하고 있었다.
심오의 마지막 조각이 될 제물인 악마 대공을 찾기 위한 행위였다.
그렇게 세계를 대상으로 수색에 나섰던 은성은 원하던 악마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입꼬리가 잠시 슬쩍 올라갔다.
안도와 반가움이었다.
반면 악마계에도 흉흉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은성을 보게 된 악마는 눈앞이 캄캄했다.
“빌어먹을 계약! 망할 루시퍼!”
악마들에게 인간이란 손가락만 가져가도 죽일 수 있는 연약한 벌레였다.
그러한 벌레에게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한편으론 치욕스러웠지만, 악마는 자신의 이익이 최우선인 종족답게 목숨이 위태로운 이 상황을 견딜 수 없었다.
그것이 자신의 잘못이면 어느 정도 수긍할 테지만 그것이 악마 왕의 독단으로 맺은 멸망과의 계약으로 인한 것이었기에 악마 대공 아리오치는 자신의 처지를 이렇게 만든 자를 향해 극심한 분노와 원망을 품고 있었다.
아리오치는 천적을 피해 달아나는 피식자처럼 겁에 질려 도주했다.
하지만 놈은 알지 못했다.
도주가 문제의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