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ility Succession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91
이능 계승잔데 특성이 있다 91화
안양시 전체에 비하면 협소한 지역이다.
하나 그 협소한 지역에 몰려 있던 몬스터의 숫자는 협소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많았다.
그래서 은성은 이곳엔 생존자가 아예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한데 웬걸, 본격적인 몰이사냥을 시작하자 숨어 있던 생존자들이 하나둘 은신처에서 나왔다.
그렇게 모인 인원이 남성 142명, 여성 96명이었다.
히포그리프를 타고 날아올 땐 상관없지만 육로를 통해 의왕시로 가야 하는 지금은 살얼음판 위를 걷듯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지금까지 살아남은 사람들이에요. 큰 파도는 견딜 수 없겠지만 자잘한 파도에 쓸려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것도 못 견디면 그땐 어쩔 수 없고요.”
한지영의 말은 의외였다.
한 명의 희생자도 없이 꼭 살려보자고 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서였다.
마냥 호구는 아니란 건가?
쭉 함께해야 할 생각인 동료의 이 생각에 은성은 소리 없이 지지를 보냈다.
“동감입니다.”
은성과 한지영이 있는 곳으로 1남 1녀가 다가왔다.
이십 대 중후반 사이에 나이가 걸쳐 있는 오두석이란 남자와 이십 대 초반의 한이슬이란 여자였다.
참고로 오두석은 경찰대 출신 전직 경찰관이고, 한이슬은 평범한 대학생으로 이곳에서 도보로 한참 걸리는 관산 대피소의 생존자들이다.
관산 대피소는 이곳 안양의 여러…… 아니, 대다수의 대피소처럼 20일 전 두 번째 웨이브에 당해 대피소는 박살 나고 소수의 사람들만 겨우 빠져나왔다.
그렇게 빠져나온 사람들도 지금은 고작 두 명만 살아남았다.
오두석과 한이슬 저 두 사람이 관산 대피소의 유일한 생존자였다.
물론 저들 말에 의하면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 관산 대피소의 입주자들이 전부 죽었는지의 여부는 알 수 없다.
애당초 직접 오기 전엔 생존자가 없을 것이라 판단했던 이곳에서 무려 238명의 생존자가 있었던 것처럼.
“사람들이 작성한 대략적인 인적사항입니다.”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한 영화나 소설에서 흔히 등장하는 인간의 탈을 쓴 짐승 같은 자들은 아직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그랬던 청정한 귀가 여기서 더럽혀졌다.
자신의 쾌락과 폭력성을 허리띠 풀 듯 풀어버린 자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여기 모인 생존자들 중에서 그들에게 당한 사람들도 몇 명 있었다.
그들은 운이 좋았다고 한다.
놈들에게 걸리면 백이면 백 다 죽는데 자신들은 사지육신 멀쩡하게 살아 있다며.
물론 그 말을 하는 그들의 표정은 평생 안고 가야 할 상처가 있는 듯 보였다.
마음의 상처 말이다.
남의 아픈 상처를 굳이 들쑤실 필요는 없었기에 깊이 들어가지 않았다.
이런 세상에서 사연 없고, 상처 없는 자가 오히려 이상한 세상이 되어버렸으니까.
오두석으로부터 노트 5권을 받아든 은성은 첫 장만 살펴본 뒤 곧장 인벤토리에 넣었다.
허공으로 사라지는 노트를 본 오두석과 한이슬은 크게 놀랐다.
저와 같은 이능은 듣도 보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긴 저들이 던전 기여도 1위 한정으로 지급되는 인벤토리를 어찌 알 수 있으랴.
이능 계승자도 오늘 처음 보았는데.
“두 분 수고하셨습니다.”
“아, 아닙니다. 그런데 정말 의왕시는 안전…… 한가요?”
오두석은 자신에게 선택지가 없다는 걸 인정한 순간 의구심이란 감정을 자신의 마음에서 치워 버렸다.
그편이 마음 편했기에.
반면 한이슬은 오두석과 달리 의구심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끝내 이 의구심을 억누르지 못한 한이슬은 두려움을 무릅쓰고 내내 입가에 맴돌던 질문을 던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조마조마한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애써 웃어 보였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속담을 떠올리며.
“가서 보시고 아니다 싶으면 떠나도 좋습니다.”
“기, 기분 나쁘게 해드렸다면 죄송합니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끔찍하고 잔혹한 현실로 찌들어 버린 한이슬의 자존감은 대폭 떨어진 것으로 보였다.
당연한 의구심이요, 당연한 질문인데도 구걸하듯 사과하는 것으로 보아서 그리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한이슬의 반응에 은성은 당혹감을 느꼈다.
그런 그를 대신하여 한지영이 나섰다.
“대장님은 한이슬 씨를 탓하려는 의도로 한 말이 아니에요. 그저 딱딱한 단어를 선택했을 뿐이지. 그렇죠? 대장님?”
“아…… 예.”
“들으셨죠? 그러니 마음 놓아도 돼요.”
그제야 한이슬의 표정이 한결 풀렸다.
물론 걱정을 완전히 내려놓기에는 그간 보고 들은 게 있다 보니 경계심마저 내려놓진 못했다.
이러한 태도는 비단 한이슬만이 아니었다.
여기 모인 생존자 모두 그 마음 깊은 곳엔 상대에 대한 의심과 경계심이 잘 벼른 칼처럼 숨어 있었다.
“가, 감사합니다.”
“우린 좀 더 이야기를 나눌 테니까 두 분은 돌아가서 쉬세요.”
자신들의 눈치를 살피며 돌아선 남녀를 일별한 한지영은 참았던 한숨을 그제야 뱉어냈다.
그리곤 은성을 향해 돌아보았다.
“사람들이 예민한 것 같죠?”
“저들이 원한 건 비행선이지 우리가 아니잖아요.”
“그래요 그래서 더 신경이 쓰이네요. 이동 중에 희생자가 나오면 심각한 패닉 상태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이에요.”
“몬스터와 안 마주칠 수는 없겠지만 이동을 포기해야 할 수준의 몬스터는 없을 겁니다.”
상공은 최고의 몰이꾼이 버티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실시간 정보 역시 제공받을 수 있다.
여기다 자신과 한지영 그리고 두 인형 기사도 있으니 사람들이 혼란에 빠질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저야 당연한 일이지만 저들은 우리를 처음 보는 거라 신뢰라고 할 만한 것이 없어서 걱정이에요.”
“우리가 사냥하는 모습을 보여주죠. 쿨타임 돌아왔죠?”
“쇼?”
“예.”
“아! 나쁘지 않네요. 좋아요. 그렇게 해요.”
마침 적당한 규모의 몬스터 무리를 발견했다는 기수의 보고도 있었기에 은성은 놈들을 이용하기로 했다.
* * *
“끄어아아아아!”
“캬르르르르르-!”
성난 몬스터들이 은성 일행이 있는 공터로 쳐들어왔다.
사전에 놈들이 올 것이라는 말을 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이는 동요의 파도는 컸다.
곧 저 파도는 잠잠해질 것이다.
“한지영 씨.”
“예, 맡겨 주세요.”
한지영은 즉시 불의 비를 시전했다.
비가 내리듯 불꽃이 하늘에서 떨어지자 이를 본 사람들은 크게 놀랐다.
그 감정의 크기만큼 동요의 감정은 급격히 가라앉았다.
‘이, 이능 계승자가 저런 사람들이라고?’
‘어떻게 사람이 저런 힘을!’
‘저 몬스터가 녹는구나 녹아!’
‘저런 사람들이 있는 의왕시라면 정말 안전할지도 몰라.’
‘바로 옆에 안전한 지역이 있었다니.’
진작 알았다면 사람들도 죽지 않았을 텐데.
멈출 것 같지 않던 불의 비가 그치고, 눈앞을 어지럽히던 몬스터 역시 모조리 사라지자 사람들은 환호대신 눈물을 터트렸다.
아픈 기억들이 밀물처럼 몰려왔기 때문이었다.
“흑흑.”
“아버지!”
“엄마.”
“성혜야…….”
각자 사랑했던 이들을 생각했다.
* * *
“여기선 제가 대장님보다 더 사랑 받는 것 같은데 질투나지 않으세요?”
한지영의 강력한 불의 비를 목격한 사람들은 그녀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이비 교단의 탄생을 보는 듯했다.
실제 어떤 이는 그녀를 불의 여신이라고 불렀다.
그 말에 부끄러움을 느낀 건 이 자리에 딱 한 명이었으니.
“안 부끄러우세요?”
“여신이라고 불린 거요?”
“예.”
“그게 부끄러울 일인가요? 자랑스러운 일이지. 호호.”
여신이라는 용어는 여자에게 보내는 최고의 찬사다.
완벽하게 아름다운 여자를 뜻하기도 하니 어찌 이를 싫어할 여자가 있겠는가.
그러나 여기서 한지영이 하나 착각하고 있는 게 있다.
완벽하게 아름다운 여자여서 사람들이 그녀를 여신으로 부른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은성은 이를 지적할까 잠시 고민하다 그만두었다.
행복하다면야 평생 착각의 늪 속에 사는 것도 나쁜 인생은 아니니까.
그리고 여기서 지적하면 질투하는 모습으로 오해받을 것 같았다.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한지영의 열혈 추종자 중 일부 남성들이 그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는 그를 도끼눈으로 보았다.
눈빛으로 살인이 가능하다면 은성은 산산조각이 나 버렸을 것이다.
‘김보석 대원이 그립군.’
이 자리에 김보석이 있었다면 저들의 눈빛을 세 치 혀로 확실하게 혼내 줬을 텐데.
개똥도 약에 쓸려고 찾으면 없다더니.
“대장님.”
“정예 전사 좀비네요.”
대로를 가로막고 정예 전사 좀비가 서 있었다.
한때 던전 보스로 잘나가던 녀석이지만 지금은 그저 필드 몬스터에 불과하다.
2회 차 던전에선 일반 몬스터고.
하지만 그런 정예 전사 좀비의 출현에 사람들은 바짝 긴장했다.
하급 스탯석 영역에 발을 디뎌야 안정적인 대응이 가능한 놈이니 아직 최하급 스탯석 영역에 머물고 있는 저들의 입장에선 당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칼이라도 박혀야 없는 용기라도 짜낼 텐데 녀석의 갑옷에 죄다 막혀 버리니, 그들에게 있어 저놈은 불사의 전차로 인식될 수밖에 없었다.
‘마침 잘됐네.’
이번 기회에 자신의 뒤통수를 눈빛을 마구 찍어대는 자들에게 경고도 해줄 겸 은성은 직접 처리하기로 했다.
하나 그가 나서기 전.
“지영 님을 지켜라!”
“물러서지 마라!”
광신도(?)들이 선수 쳤다.
그렇다고 고이 양보할 은성이 아니다.
자신의 입지 때문에? 그러한 이유는 아니다.
희생자가 나올 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서려는데.
이번엔 한지영이 그보다 한발 빨랐다.
스팟!
서걱!
툭, 데구르르르.
한지영은 단 일검에 정예 전사 좀비의 목을 베어 버렸다.
“와아아아-!”
“한지영! 한지영! 한지영!”
“불의 여신 만세! 만세!”
유치하다, 유치해서 더는 못 봐주겠다.
은성은 고개를 홱 틀어 버렸다.
그런 그의 눈에 한이슬이 들어왔다.
한이슬은 그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그전까지 눈도 마주치지 못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왜 눈을 피하지 않지?
한이슬이 보는 건 사실 그가 아니라 멋진 동작으로 납검을 마친 한지영이었다.
그제야 한이슬이 한지영을 바라보고 있는 걸 알아차린 은성은 계면쩍은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하나 그 기분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한이슬의 어깨너머 가로로 서 있는 차량과 벽 사이의 부서진 문짝 그 너머에서 흐릿한 광채를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은성은 홀린 듯 그 광채를 향해 다가갔다.
마침 그를 향해 다가오던 한지영도 무심코 뒤따라 걸었다.
그렇게 도착한 곳에서 한지영의 입이 서서히 벌어졌다.
“더, 던전이네요?”
“운이 좋네요.”
“아뇨, 이건 운이 아니에요. 착한 일에 대한 보상이라고 해야죠.”
은성은 그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결과가 눈앞에 있었으니까.
‘적극적으로 좋은 일을 해야 하나?’
* * *
던전을 확인한 이상 지체할 필요가 없었다.
은성은 한지영을 히포그리프에 태워 한풍 대피소로 보냈다.
그제야 사람들은 히포그리프와 그 기수를 대면할 수 있었다.
히포그리프의 위압적인 체구와 강맹한 생김새는 사람들을 크게 당황시켰다.
그러나 이보다 더 그들을 당황하게 만든 건 그 대단한 괴물이 소환물이란 사실이었다.
한지영을 보낸 지 3시간이 흘렀다.
영문도 모른 채 기다리던 사람들은 점점 불안감을 느꼈다.
그들의 불안감이 더는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현장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한지영 씨에게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역시, 대장님은 행운의 남자십니다.”
“한풍 2군도 함께 왔군요.”
“생존자들의 안전한 이송을 위해 부소장님께 보고 드렸더니 파견해주시더군요. 일처리 하나는 대장님이나 부소장님 모두 확실해서 좋습니다.”
“전에 말한 것처럼 세 명만 데려가겠습니다.”
기여도를 통해 얻는 전리품은 던전에서만 구할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하급 스탯석 수급에서도 던전만 한 곳이 없다.
그래서 이능 계승자에게 있어 던전은 보물창고다.
그러나 이젠 전처럼 우르르 들어갈 수 없었다.
일전 섬 던전에서 제대로 곤욕을 치렀기 때문이었다.
밖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때문에 던전 공략 파티는 5인으로 제한했다.
기여도 1위와 2위는 인벤토리를 받느냐 받지 않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무작위로 받는 보상은 동일하다.
이능 & 무기(방어구) 강화권 각각 1장, 포션 1병, 염원의 수정 1개이다.
3위부터 5위까지는 무작위 보상 중 하나를 손에 넣을 수 있다.
포션을 제외하곤 확률이 적용되지만 성공만 하면 대박이기에 던전은 이능 계승자가 가장 가고 싶은 장소 부동의 1위가 될 수밖에 없었다.
동행 확정인 한지영을 제외한 한풍 1군의 눈빛엔 기대와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모두가 주목하고 있던 은성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이번엔 1, 2, 3조 조장이 갑니다.”
안양시 생존자들을 정순철 부대장에게 인계하여 보낸 은성은 파티원들과 함께 귀한 던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슈아아아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