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216
74화 장강 혈전 (3) >
검은 돛을 단 배에서 일어난 폭발.
그것은 아군의 희생조차 작정한 함정이었다.
하마터면 나는 그것에 휩쓸려 목숨을 잃을 뻔 했다.
찰나에 진혈금체를 펼친 후에 진기로 몸을 보호하고서 남천철검이 날아올랐다.
그러나 폭발의 여파에 휘말려 튕겨나가 물에 빠지고 말았다.
한참이나 떠내려가는 나를 남천철검이 찾았고 그렇게 빠져나오고 나니 배 위로 많은 복면인들이 밀려들어와 있었다.
-엄청 많은데.
소담검의 말대로 배 위에 검은 옷들이 더 득실거린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더 큰 사달이 일어났을 지도 모른다.
-중심 잡기는 편한가? 운휘.
이렇게 가는 편이 나아.
발바닥에 내공으로 흡자결을 일으켜 검신에 붙이고 나니 한결 편하다.
검병을 잡고 나는 것은 끌려가는 느낌이라 불편했거든.
-나도 이쪽이 좀 더 안정적이다.
그렇다면 다행이고.
이렇게 이기어검을 타고 나는 것을 어검비행(馭劍飛行)이라고 불린다고 들었다.
검과 경공이 최상승의 경지에 이르러야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옥형의 힘 덕분에 나는 이렇게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운휘야 또 화살 쏘려고 한다.
소담검의 말대로 내가 배를 향해 날아가자 복면인들이 활에 시위를 겨냥했다.
배에 도달하기 전에 떨어뜨리려는 모양이다.
‘소담. 한 번 활개치고 싶다 했지?’
-어 해도 돼?
‘보여줘.’
-히힛!
소담검이 신이 나서 검집을 빠져나왔다.
그러더니 이내 배를 향해 날아갔다.
나를 태우고 날아가는 남천철검보다 당연히 훨씬 빠를 수밖에 없었다.
소담검이 날아가자 배 위에서 내게 활을 쏘려고 했던 복면인들이 당혹스러워하며 이를 피하거나 쳐내려 했다.
-푸푸푸푸푹!
그러나 소담검은 요리조리 피해가며 화살을 들고 있는 복면인들의 가슴을 관통했다.
순식간에 다섯 명의 복면인들을 꼬챙이 꿰듯이 뚫자 난리가 났다.
“이, 이기어검이라니!”
“빌어먹을 잡아!”
복면인들의 우왕좌왕 하는 모습이 소담검의 시선으로 머릿속에 그대로 전달되어 보였다.
소담검은 술래잡기를 하듯이 신이 났다.
그때 누군가가 나섰다.
입가에 흉터가 있는 한 중년인이었는데, 날아가는 소담검을 단숨에 따라잡아 붙잡으려고 했다. 움직임으로 봐서 대단한 고수였다.
‘바닥으로 들어가!’
-알았어!
소담검이 갑판의 바닥을 뚫고 들어갔다.
바닥까지 따라 들어가기는 힘들었는지 중년인의 짜증이 들렸다.
그 사이 나는 배 위로 무사히 도달할 수 있었다.
-팟!
남천철검의 위에서 뛰어내린 나는 선박의 갑판으로 가볍게 착지했다.
착지하기가 무섭게 배에서 귀가 찢어질 듯 한 함성이 쏟아졌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소 대협이다!”
나의 등장으로 배 위에 있던 표사들과 개방의 방도들, 심지어 종남파의 제자들까지 구세주라도 나타난 것 마냥 전의가 살아났다.
반면 복면인들의 눈빛에는 경계심이 가득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어검비행술로 나타난 것도 모자라 주위에 둥둥 떠있는 남천철검과 소담검을 보면서 누가 기가 죽지 않겠는가.
“오래 기다렸어?”
나의 물음에 뒤에 서있던 사마영이 말했다.
“기다리다 지치는 줄 알았어요.”
솔직한 그녀다.
말은 이렇게 해도 내가 무사히 나타난 것이 기뻤는지 얼굴이 밝아져 있었다.
다른 일행들도 마찬가지였다.
조성원도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고 송좌백은,
“저거 일부러 멋있게 나타나려고 저렇게 늦게 온 거요.”
황영 표국의 표두 황혜주에게 저런 말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잘 보이고 싶은 거냐?
물론 이해는 간다.
내가 나타나자 황혜주가 감격스러운지 연신 탄성을 흘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공자님. 맡기신 거요.”
사마영이 등에 매고 있던 목갑을 넘겼다.
목갑 안에는 혈마검과 사련검이 들어 있었다.
“고마워.”
목갑을 받아서 등에 지자마자 녀석들의 불평불만이 들려왔다.
안 그래도 목갑 안에 있어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데, 사마영에게 맡겼다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미안한데 그건 나중에 들어줄게.
나는 녀석들의 불평을 뒤로 한 채 어딘가를 쳐다보았다.
바라보는 곳의 정면에 입가의 흉터가 난 중년인이 보였다.
기감으로도 확연히 느껴질 만큼 굉장한 고수였다.
-강해?
그저 강한 정도가 아니다.
벽을 넘은 고수다.
-뭐? 벽을 넘은 고수라고?
저런 자가 대체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모르겠다.
내 추측이 맞다면 저 자와 복면인들은 금안의 사내가 만든 그 조직이 틀림없다.
나를 함정에 빠뜨렸던 그 자의 말이 틀리지 않다면 말이다.
-아니 대체 뭐하는 것들인데 팔대 고수나 사대 악인 급에 버금가는 괴물들을 이렇게 많이 데리고 있는 거야?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전대 악인인 무악부터 시작해서 섬뢰검 자균, 그리고 저 입가에 흉터가 있는 자까지 벌써 세 번째 벽을 넘은 고수들이다.
-이 정도면 웬만한 무림 단체들이랑 맞먹는 거 아냐?
절세고수를 보유한 전력만 놓고 본다면 그렇다.
수치로만 따진다면 현 무림을 양분하고 있는 무림 연맹이나 무쌍성도 팔대 고수들을 두 명씩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조직은 벌써 세 번째 벽을 넘은 고수가 나타났다.
이렇게 셋만 하더라도 무림의 한 축을 맡을 수 있을 만큼의 전력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한데 이게 이상하다.
-뭐가?
굳이 무쌍성에 무악과 같은 고수를 심을 필요도 없이 순수하게 자신들의 힘만으로도 무림의 웬만한 세력들과 자웅을 겨룰 수 있을 텐데 이해가 가지 않는다.
-왜 그런 걸까?
글쎄.
여기서 추측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뿐이다.
이 조직은 뭔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할 그런 목적을 가지고 있다든지 혹은 대놓고 자신들을 노출시킬 수 없는 상황일 수도 있다.
전자이든 후자이든 이 조직은 위험하다는 건 변함이 없다.
그때 입가의 흉터가 있는 사내가 입을 열었다.
“네놈이 소운휘인가?”
“그렇다면.”
“들었던 정보와는 완전히 딴 판이로군. 아니면 실력을 숨겼던 건가?”
흉터의 사내는 꽤나 흥미롭다는 듯이 말하고 있었다.
적대감과는 사뭇 달랐다.
같은 한패거리인 복면인들조차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를 빤히 쳐다보다 물었다.
“그쪽은 나를 아는데 나는 그쪽을 모르오.”
“알려줄 생각이었다면 이렇게 복면을 쓰고 움직일 리가 없지.”
“그 쪽은 복면을 쓰지 않았는데 말이오?”
그런 나의 말에 입가의 흉터가 있는 사내의 입 꼬리가 비릿하게 올라갔다.
그런데 그 미소가 어찌나 살벌했던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긴장한 나머지 침을 꿀꺽 삼키게 만들 정도였다.
“죽은 자는 입을 열 수 없지.”
“자신만만하군.”
팔을 뻗자 손바닥으로 남천철검이 빨려 들어왔다.
무력 시위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어차피 길게 대화를 나눌 상황이 아니다.
그때 입가의 흉터가 있는 사내가 내게 말했다.
“진기로 검을 다루는 이기어검만큼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도 없지.”
“효율성?”
“한수 한수가 목숨이 오가는 벽을 넘은 자들의 싸움에서 집중력을 요하는 이기어검을 쓸 수 있을 것 같나? 그딴 기술은 하수들에게나 위세를 보이기 위한 용이지.”
자신과 싸우면 이기어검이 통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나는 그에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요?”
“기회를 주지.”
“기회?”
“네놈 정도의 인재를 죽이기는 아깝군.”
그 말에 주위 사람들이 술렁였다.
지금 저 자가 하는 말은 흡사 나를 섭외하려는 것과 같았다.
불안함을 느끼기라도 했는지 부상 당한 종남파의 장문인 도욱 진인이 소리쳤다.
“쿨럭쿨럭…..저들의 말을 들으면 안 되네. 소 소협!”
“안 됩니다! 소 대협!”
혹시나 내가 넘어갈까봐 불안해진 일부 사람들도 나를 불렀다.
하긴 이 상황에서 내가 저 자와 손을 잡는다면 절망 그 자체일 것이다.
입가에 흉터가 난 사내가 내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이쪽으로 와라. 그럼 여기 있는 자들의 목숨을 보장하지.”
역시나 나를 섭외하려 든다.
하지만 방금 전까지와 달리 모두를 살려준다는 말에 일부가 흔들렸다.
대부분이 표사들이었다.
어쩌면 싸움을 끝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이 들어서일 것이다.
그러나 어리석은 판단이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딱 세 가지만 대답해주시오.”
“세 가지?”
그런 나의 말에 입가에 흉터가 난 사내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
나는 이를 개의치 않고 할 말을 했다.
“복면을 쓴 자들은 그렇다 치고 당신 얼굴을 모두가 보았는데 목숨을 어찌 보장한다는 거요?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하지 않았소?”
그런 나의 말에 잠시 흔들렸던 사람들도 이를 깨달았는지 흠칫하는 기색을 보였다.
사내의 입 꼬리가 비릿하게 올라갔다.
“…….보기보다 영리하군.”
“속는 사람이 바보지.”
“그럼 말을 바꾸지. 그 목숨이라도 건지고 싶다면 이쪽으로 오는 게 어떻겠나?”
“꼭 싸우면 무조건 이길 것처럼 이야기 하는군.”
“잘 알아듣는군. 네놈과 내가 싸우는 사이에 어차피 배 위에 있는 자들은 전부 죽는다.그리고 네놈이 죽는 것도 시간문제지.”
놈은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어떤 식으로든 자신이 이길 듯이 말이다.
“현명한 선택을 해라. 이런 기회는 오지 않는다. 소운휘.”
이에 나는 피식하고 웃으며 말했다.
“두 번째로 묻겠소. 댁네 존주가 쓸 만해 보이는 자라면 섭외하라고 시켰소?”
‘!?’
그 말에 사내의 표정이 굳어졌다.
지금까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었는데, 감정의 동요가 확연히 보였다.
심지어 복면인들조차도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잠시 동요하던 그가 말했다.
“……네놈이 어떻게?”
“한 쪽 눈이 금안인 사내가 어째서 존주라 불리는지 아냐고?”
‘!!!’
그 말에 입가에 흉터가 난 사내의 허리에 차고 있던 도집에서 도를 뽑았다.
-스릉!
그의 전신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사내가 내게 도를 겨냥하며 말했다.
“네놈 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이냐?”
“이제 그걸 당신 입으로 이야기 해줘야지.”
“뭐?”
-쾅!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는 바닥을 향해 강하게 진각을 밟았다.
커다란 굉음 소리가 파동처럼 주위로 퍼져나갔다.
사내가 무슨 짓인가 싶어 의아해하는 순간이었다.
-푸푸푸푸푸푸푸푹!
“컥!”
“크억!”
“끄악!”
내 주위를 둥둥 떠다니며 맴돌던 소담검과 손에 있던 남천철검이 엄청난 속도로 배 위를 날아다니며 복면인들의 가슴을 관통하고 지나갔다.
“이게 대체…..”
입가에 흉터가 있는 사내는 이 상황을 전혀 이해할 수가 없어했다.
복면인들이 검을 피하기는커녕 멍한 눈으로 멀뚱히 서서 가슴이 관통당해서야 정신을 차렸는지 비명을 지르고 쓰러졌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갑판 위에 있는 복면인의 절반 가까이가 목숨을 잃었다.
배 위를 사방으로 종횡무진하는 남천철검과 소담검이 지나간 자리로 복면인들의 피가 흩날리며 수많은 붉은 궤적이 생겨났다.
“이노오오옴!”
당황한 흉터의 사내가 내게 신형을 날렸다.
올바른 선택이었다.
이기어검을 펼치는 자를 막는 게 더욱 빠른 해결책이니 말이다.
-슉!
나는 손을 내밀어 바닥에 떨어져 있던 검 한 자루를 허공섭물로 빨아들여 흉터의 사내의 일도를 막아냈다.
-채앵!
“당장 멈추지 못할까!”
흉터의 사내가 내게 맹렬히 도초를 펼쳤다.
-채채채채채채챙!
집중력을 흐트러뜨리기 위해서였다.
나 역시 성명검법의 검초를 펼치며 그가 펼치는 도초를 막아냈다.
그런데도 멈추지 않고 복면인들을 노리는 남천철검과 소담검에 흉터의 사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나와 겨루고 있는데 대체 어떻게 검들을?”
내가 움직이는 게 아니니까 가능한 거지.
그걸 모르는 흉터의 사내에게 나는 괴물처럼 보일 것이다.
검과 도를 맞댄 상태로 나는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세 번째 질문을 하지.”
“뭐?”
“목이 잘리면 죽을 텐데 회복 능력을 너무 과신하는 거 아닌가?”
‘!!!’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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