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Sword Sense RAW novel - Chapter 343
109화 종장 (完) >
-우우우웅!
공간이 일렁이며 어두운 동굴 속에서 피투성이가 된 반인반사의 존재가 나타났다.
그는 인간 시절에 뇌장이라 불렸던 요물이었다.
반인반사의 존재가 비틀거리다 이를 악물더니 벽을 내리쳤다.
-쾅!
“하아….하아….이노오오오옴! 검선의 후예!”
놈으로 인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다.
수백 년 동안이나 준비했던 모든 게 허무하게 끝나버린 것이다.
설마 신수라고 마저 불리는 교룡을 죽일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빌어먹을.”
교룡이 죽고나자 기세가 살아난 무림인들과 황군은 요물들을 몰아붙였다.
더 이상 요물들을 이끌 수 없다고 판단한 반인반사의 존재는 결국 선택해야만 했다.
이들을 버리고 훗날을 기약하자고 말이다.
어차피 같이 그곳에서 죽어봐야 개죽음에 불과했다.
-까득까득!
‘어차피 시간은 얼마든지 있다.’
지금 당장에는 패했지만 다시 일어나면 된다.
놈에 대해서 전보다 자세히 알게 되었으니 그걸 바탕으로 더욱 치밀해 질 것이다.
그렇게 여기고 있던 찰나였다.
“흉측스럽군.”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에 반인반사의 존재가 고개를 돌렸다.
그곳을 보니 어둠 속에 한 아름다운 여인이 바위에 걸터앉아서 자신을 지켜보는 것이 보였다.
그녀를 본 순간 반인반사의 존재가 눈살을 찌푸렸다.
“철수련?”
그녀는 다름 아닌 악심파파 철수련이었다.
이곳은 자신이 숨겨둔 몇 안 되는 안가 중 하나였다.
그런데 어떻게 이곳을 찾은 건지 의문이었다.
“원래의 육체를 보존하고 있었나?”
그런 그의 물음에 철수련은 동문서답을 했다.
“육신을 옮겨 다니는 것을 비난하던 네놈이 그런 흉측스러운 미물의 몸에 들어가다니 참 우습기 짝이 없군.”
“…….나를 알아보았나?”
“네 혼을 알아보는 거다. 뇌장.”
역시 그녀는 자신의 본질을 알아차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녀가 자신의 숨겨진 안가에 나타난 것이 당혹스러워하던 반인반사의 존재는 순간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 다시 원점부터 시작하기에는 벅찼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녀의 도움만 있다면 다시 새롭게 시작하기 좋을 듯 하다.
“잘됐군. 철수련. 그렇지 않아도 도움이…..”
-흠칫!
반인반사의 존재가 이질적인 기운들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수백여 명에 이르는 눈을 꿰맨 반시들이 천천히 그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반시들의 입은 꿰매있지 않았다.
‘하!’
부상을 입고 있었는데다가 인간과는 다른 기감에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었다.
“…….이게 뭐지?”
그런 그의 물음에 철수련이 앞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대가를 치러야지.”
그 목소리에는 깊은 한이 느껴졌다.
“대가?”
“주인님께서 그러더군. 자경정이라는 놈의 백(魄)을 통해서 봤는데, 네놈이 내 아이를 죽였다고 했다더구나.”
‘!?’
순간 반인반사의 존재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사실이었다.
술법에 능한 그녀를 이용하기 위해 가졌던 아기를 죽여 금상제와의 불신을 조장했던 그였다.
“잠깐……철수련.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오해?”
철수련이 피식 웃었다.
그러더니 이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닥치고 죽어.”
-딸랑딸랑!
철수련이 방울을 흔들자 이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반시들이 달려들었다.
“비, 빌어먹을!”
축지를 펼치고 싶었지만 더 이상 그럴 여력이 없었다.
광인처럼 달려드는 반시들이 마치 자신을 먹잇감으로 여기듯이 마구 물어뜯기 시작했다.
남은 여력으로 놈들을 물리치려 해도 소용없었다.
-콰득! 콰득!
“끄아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먹히고 있는 그를 철수련이 매서운 눈으로 계속 지켜보았다.
* * *
“후우. 끝인가.”
우두머리인 교룡이 죽고 난 후에 전쟁은 일사천리와도 같았다.
한결 수월해졌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그 많던 요물의 군세는 정도 무림 연맹과 혈교 및 사파, 그리고 중도 세력인 무쌍성, 마지막으로 황도 정규군의 연합에 의해서 모조리 전멸하고 말았다.
“저길 봐! 날이 밝고 있어.”
전쟁이 끝날 무렵 아침 해가 떠올랐다.
동쪽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모두가 살아있음을 만끽했다.
“와아아아아아아!!!”
“이겼어! 우리가 이겼다고!”
“살아남았다아아아!”
이 값진 승리를 모두가 목청껏 환호하며 즐겼다.
수많은 이들의 희생이 있었지만 이 전쟁으로 인해 중원 대륙의 더 많은 사람들이 두 발을 뻗고 잘 수 있게 되었다.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싸움에 임했던 모든 세력들은 처음으로 웃으면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훈훈하기 짝이 없었다.
딱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말이다.
“뭐야!”
어디선가 들려오는 날카로운 외침 소리.
-웅성웅성!
이제 위기가 끝났다고 여겼는데 또 다른 문제에 봉착했다.
한 곳으로 몰려든 무림 연맹의 수뇌부들, 그리고 혈교의 존성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 우리 무림 연맹의 맹주님이신 천하제일검 소운휘 대협께서 있으셨기에 이 전쟁을 무사히 끝낼 수 있었는데.”
“우리 맹주?”
무림 연맹과 정파인들은 이 모든 것이 천하제일검으로서 내 공로라고 극찬했다.
그런데 이것이 혈교인들의 심기를 자극했나보다.
계속 되는 그들의 자화자찬에 이를 참지 못한 혈교인들이 비밀을 폭로하고 만 것이다.
“하! 이것들이 뭘 잘못 처먹었나. 저분이 누구신줄 아느냐? 본교의 교주님이신 혈마이시다. 너희 무림 연맹은 결과적으로 본교의 산하에 들어온 것이나 다름없다.”
“뭐?”
“혈마? 지금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기껏 죽어가는 걸 살려줬더니 아무 것도 모르는 주제에 어딜…..”
어느 순간 좌중이 살벌한 분위기로 돌변했다.
진실을 아는 이들이 이 상황을 난감해하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 역시도 이 사태를 예견하지 못했다.
‘…….미치겠네.’
그나마 두 세력만 난리칠 때는 괜찮았다.
어느새 무쌍성의 몇몇 유파장들과 각 종파의 수뇌부들도 끼어들어 있었다.
“혈마라니? 아니 저들이 왜 소성주를 혈마라고 하는 겁니까?”
“성주! 뭔가 이상합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이런……”
아버지인 무정풍신 진성백이 머리가 지끈거리다는 듯이 이마를 짚으며 이들을 회피했다.
아니 이들을 통제하지 않으시면 나보고 어쩌란 말인가.
어느새 삼대 세력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로 향하고 있었다.
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 해명하라는 듯이 말이다.
이들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나는 깊게 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나는…….”
‘!!!’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모두의 어안이 벙벙해졌다.
혼란 그 자체였다.
전 무림이 하나로 뭉친 기념비적인 이 날이 모두를 황당한 충격으로 내몬 날로 돌변하는 순간이었다.
* * *
“풋.”
백혜향과 많이 닮아있지만 좀 더 선한 눈매를 가진 여인이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바로 백련하였다.
만사신의의 치료를 받고서 많이 쾌차하게 된 그녀였다.
요양을 하면서 많이 건강해진 그녀에게 백혜향은 종종 찾아와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제는 서로를 대하는 것이 제법 자매다워진 그녀들이다.
백련하가 웃으며 말했다.
“정말 그분다우시네요.”
“골 때리는 녀석이지. 그 상황에 뜬금없이 나는 진운휘다라는 말은 왜 해.”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훤하다.
진실에 대해 해명부터 하지 않고서 그것부터 대뜸 이야기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결국 자신의 진짜 성을 세상에 밝혔네요.”
“그러게.”
백혜향이 피식하고 웃었다.
그 난리가 난 상황 속에서도 그 말을 하고서 뭔가 후련하다는 표정을 짓는 진운휘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분은 어쩌면 그 순간만을 기다렸을 수도 있겠네요.”
그런 백련하의 말에 백혜향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이야기만 해주었을 뿐인데, 진운휘의 본심을 꿰뚫고 있는 모습에 내심 의아했다.
그녀를 빤히 쳐다보던 백혜향이 이죽거리며 말했다.
“너 아직 좋아하지?”
그녀의 물음에 백련하가 잠시 멈칫하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아니긴 뭐가 아니야.”
“이젠 정말 아니에요. 저는 대제사장으로서 남은 삶을 본교를 위해 헌신할 거에요.”
몸은 나았지만 마음의 짐은 아직 남아 있었다.
그것을 천천히 되갚아나가고 싶을 뿐이었다.
“대제사장이라고 혼인을 치르지 말라는 법이 있나?”
그런 그녀의 말에 백련하가 난처하다는 듯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러더니 냉큼 화제를 돌렸다.
“언니는 조만간에 결단을 낸다고 하더니 아직인가요?”
“해결 봐야지. 흥.”
그 말에 백혜향이 콧방귀를 뀌더니 아직 식지 않은 찻잔을 들고서 단숨에 들이켰다.
엄청 뜨거울 텐데 말이다.
눈이 휘둥그레져서 괜찮냐고 물으려던 그녀는 이내 손을 내렸다.
‘얼굴이 빨개졌는데 저걸 억지로 참다니. 어휴.’
가끔씩 이렇게 철없어 보이는 언니와 그때는 뭐가 그리 밉다고 서로 죽이려 들며 싸웠던 걸까?
그런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왜 웃어?”
“아니에요. 응원할게요.”
“오늘이야 말로 누가 위가 될지 끝장 봐야지. 망할 얼음 계집 같으니라고.”
그 말과 함께 백혜향이 들고 왔던 죽립을 눌러 쓰고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따라서 일어나려는 그녀에게 백혜향이 고개를 저었다.
“앉아 있어. 아직 요양 중인데.”
“새로운 교주께서 나가시는데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어요.”
“됐어. 교주가 별거 있나.”
“네?”
교주의 자리가 별 게 아니라니.
그녀가 그렇게 바라왔던 자리가 아니던가.
“어느 누구씨가 감투가 넘친다며 선심 쓰듯이 내놓은 자리가 뭐가 좋다고. 쯧쯧. 아무튼 몸조리 잘해라. 나 간다.”
그 말과 함께 백혜향이 귀찮다는 듯이 손을 흔들며 나가버렸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백련하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녹음으로 가득한 창밖 후원을 쳐다보며 혼자 작게 중얼거렸다.
“당신이 많은걸 바꾸어 놓았네요. 운휘.”
* * *
-챙! 챙! 챙!
망치질 소리가 들리는 대장간.
그곳을 하염없이 나는 쳐다보고 있다.
벌써 해가 지려는지 하늘이 조금씩 붉게 물들고 있었다.
-기다리면 어련히 안 알려줄까? 너도 참 어지간하다. 여기서 죽치고 앉아서 두 시진이 넘게 기다리고 말이야.
혀를 차는 소담검의 말에 나는 피식 웃었다.
오늘 검이 완성된다고 하는데 기다려지는 걸 어떡하냐.
-흥. 망할 아기 놈이 종일 울어대는 걸 듣는 것 보다 훨 낫다.
혈마검의 말에 나는 인상을 찡그렸다.
망할 아기 놈이라니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냐?
내 딸한테 말이야.
-크흠.
너 계속 그러면 무엇이든 들어가는 주머니에 다시 집어넣는다.
-허참. 말이 그렇다는 거지. 나도 네 딸 많이 좋아한다.
태도 돌변이 빠른데.
예전에 처음 보았을 때보다 한결 분위기가 가벼워진 혈마검이다.
누가 녀석을 희대의 요검 중 하나로 보겠는가.
소담검이 키득거리며 말했다.
-아님 사련검처럼 네 첫째 부인인 사마영에게 맡기든가. 하루 종일 아기 울음소리로 정신수양을 해서 그런지 걔 말수가 엄청 줄었잖아.
오.
그거 참 좋은 방법인데.
이런 나의 생각에 혈마검이 미친 듯이 소담검을 욕했다.
시끄러워져서 이내 녀석의 목소리를 차단했다.
-어? 망치 소리가 안 들린다.
그러고보니 어느새 대장간에서 망치질 소리가 안 들렸다.
설마 검이 완성된 것일까?
얼마 있지 않아 대장간에서 아송이 뭔가를 들고 뛰어왔다.
그것은 완성된 검 자루였다.
투박하게 낡은 천으로 둘둘 말아놓은 검 자루를 넘기며 아송이 말했다.
“도련님, 아니 성주님. 완성됐습니다요.”
“그냥 편한 대로 불러.”
“에이. 그래도 직위 체계라는 것이 있는데, 어찌 그럴 수 있겠습니까? 아무튼 여기 있습니다요.”
“고생했다.”
나는 아송에게서 막 완성된 검 자루를 받아들었다.
검집에서 아직 검을 뽑지 않았는데, 왠지 모르게 긴장 된다.
머릿속에 소담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운휘야. 만약 안 되더라도 너무 실망 하지마.
…….알고 있어.
그래도 만약이라는 게 있으니까.
나는 흠이 많이 나있는 검병을 쳐다보았다.
이 안에는 부서진 남천철검의 조각을 모아 녹여서 다시 만든 검이 들어있다.
다행스럽게도 이 검을 복원시켜준 이는 전에 무림 연맹의 성밖 대장간 거리에서 남천철검의 본을 떠서 고쳐주었던 대장장이였다.
그때 맞춰두었던 틀이 남아있을 거라 누가 알았겠는가.
덕분에 나는 희망에 부풀어 올라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다.
-탁!
나는 검병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속으로 녀석을 불렀다.
‘남천.’
검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막 탄생한 검에 자아가 생기려면 약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이 검은 더 이상 남천철검이 아닌 건가.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이 나의 새로운 주인인가?
아아…….
나는 내심 실망을 금치 못했다.
역시 녀석이 되살아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
바로 그때였다.
-아니지. 두 번째 주인이로군.
‘!?’
순간 눈이 휘둥그레진 나는 남천철검을 쳐다보았다.
“너?”
설마 나를 기억하는 건가?
놀라워하고 있는데 다시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어찌 너를 잊을 수 있겠나. 운휘.
반가운 녀석의 말투에 나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다시는 못 볼 거라 여겼던 벗이 돌아왔다.
“하아……”
목마저 메인 나는 말없이 남천철검의 검 자루를 소중히 품안에 끌어안았다.
저무는 석양이 오랜 해후를 축복하듯 따스하게 비추었다.
끝
ⓒ 한중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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