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19)
제119화. 입국 시험 (1)
‘…1,000억?’
현상 수배지를 본 김진성의 눈썹이 꿈틀했다.
예상보다 금액이 꽤 높았기 때문이었다.
콜로세움 프로그램 때문에 꽤 유명해졌다고는 해도, 아직 신대륙에서는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도 저렇게 많은 현상금이 자신의 목에 걸린 것이다.
‘어떻게든 나를 잡고 싶은 모양인가.’
김진성이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대한 클랜 헌터들은 포스터 안의 사진과 김진성의 얼굴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번갈아 가며 보았다.
그 모습을 본 김진성이 속으로 피식 웃었다.
‘백날 봐도 눈치 못 챌 거다.’
김진성은 현재 본래의 모습이 아닌 다른 인간의 모습이었다.
해적과 싸우던 선박에 등장할 때부터, 김진성은 ‘생명체 변신술’로 겉모습을 바꾼 상태였다.
동물 변신술을 강화하여 만든 스킬이었던 생명체 변신술이 요긴하게 쓰이는 순간이었다.
“…이진환 씨?”
헌터 중 한 명이 김진성의 신상 카드를 보며 질문했다.
“스무 살에 서울 출신…. C+급 헌터라고요?”
“네.”
“처음 듣는 이름인데요? 20살에 C+급이면 내가 못 들어봤을 리가 없는데.”
“한국에서는 활동을 안 했거든요. 어릴 적에 아르헨티나로 팔려가 거기서만 활동했습니다.”
“팔려갔다고요?”
“네. 어떤 노예상인지도 말해야 하나요?”
“아니, 됐고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듯 헌터는 고개를 저은 뒤 재차 질문했다.
“헌터라는 거 증명할 만한 거 있어요? 자격증이나 카드 같은 거요.”
“아뇨. 일부러 안 갖고 왔습니다.”
“일부러? 왜요?”
“신대륙 입국 시험 볼 때 기존에 활동하던 헌터 자격증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해서요. 아닌가요?”
그 말에 따지듯 캐물었던 헌터가 입을 다물었다.
김진성의 말에 틀린 게 없었기 때문이다.
신대륙 입국 시험 때는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오로지 ‘현재 실력’뿐이다.
그래야만 신대륙에서 살아남기 때문이었다. 다른 곳에서의 명성이나 영광은 이곳에서 살아남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신대륙이 ‘기회의 땅’으로 불리는 것은 이러한 이유가 컸다.
“…알겠습니다. 한 가지만 더 검사하겠습니다. 잠깐만 이 카메라를 봐주세요.”
헌터는 곧 옆에 있던 동료에게서 측정기처럼 생긴 물품을 건네받았다.
커다란 렌즈가 달린 그것을 보면서 김진성은 물었다.
“이게 뭐죠?”
“콜로세움 서바이벌 참가자 출신인지 확인할 수 있는 장비입니다.”
“……!”
“최근 콜로세움 도중 도망친 범죄자를 잡기 위한 과정이니, 협조 부탁드리겠습니다.”
놀란 눈을 한 김진성의 눈앞으로 측정기가 불쑥 다가왔다.
곧 측정기에서 뿜어져 나온 초록색 빛이 김진성의 얼굴을 뒤덮었다.
잠시 후, 측정기에서 기계 음성이 들려왔다.
[콜로세움 서바이벌 참가자가 아닙니다.]그 말에 헌터 둘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조금은 미심쩍은 눈빛을 주고받던 그들은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뒤로 물러났다.
“…협조 감사드립니다.”
이후 몸을 돌려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는 모습.
둘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자, 김진성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콜로세움 참가자로 변신했으면 큰일 날 뻔했네.’
현재 김진성은, 파이트 클럽 소각장에서 죽였던 소년 중 하나로 변신한 상태였다.
일부러 가장 알아보기 힘들 것 같은 신분으로 변신했던 것인데, 천만다행인 선택이었다.
“이제 이쪽으로 오세요.”
그때까지 지켜보던 근처 직원이 김진성을 입국 심사 기계 앞으로 불렀다.
통과.
이번엔 별문제 없이 통과한 김진성은 그제야 출구로 걸어 들어갈 수 있었다.
“어, 저기 진 왔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난 너무 오래 걸려서 뭐 잘못된 줄 알았네.”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조엘 등의 동료들이 김진성을 반갑게 맞이했다.
단 한 명, 리오만 빼고 말이다.
그는 다른 데 정신이 팔린 듯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분명 여기 안에서 일한다고 했는데….”
미어캣처럼 고개를 내민 채 사방을 둘러보고 있는 리오는 계속 혼잣말로 중얼거리면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김진성이 그런 그를 ‘왜 저래?’라는 눈빛으로 쳐다보자, 조엘이 대신해서 설명해 주었다.
“리오랑 과거에 같이 클랜 생활을 한 동료가 여기서 직원으로 일하고 있대요. 그래서 만나면 도와주기로 약속했는데, 아직 만나지 못했거든요.”
“…아! 저깄다!”
그때 리오가 환한 표정으로 뒷문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일행들 역시 자연스레 그를 뒤따라갔다.
“…어?!”
막 문을 열고 들어오던 남성이 리오를 발견하고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뭐야, 리오잖아! 온다는 말은 들었는데 진짜 왔네?”
“파블로야말로 어디 있었어요? 한참을 찾았잖아요!”
“아, 나 이제 막 출근했어. 아무튼 반갑다! 신대륙에서도 너를 볼 줄은 몰랐는데.”
리오와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던 파블로는 곧 그 뒤에 서 있던 일행들을 둘러보았다.
“이 사람들이 동료들이야?”
“네. 파블로도 아는 얼굴들이죠?”
“알지. 다들 같은 사관학교 출신들이잖아? …근데, 모르는 얼굴도 껴 있네?”
파블로의 시선이 김진성 쪽으로 향했다.
“아, 여기는 진. 신대륙으로 오는 선박 안에서 만났어요. 중간에 해적을 만났거든요? 이 사람이 혼자서 다 해치우더라고요.”
“혼자서? 신대륙 근처에서 활동하는 해적들은 꽤 강한 편인데…?”
‘약하던데.’
파블로의 놀란 목소리에 속으로 대답하는 김진성이었다.
해적들이 약한 것은 둘째 치고, 그들을 죽여서 얻었던 특성들이 영 별로였다. 그나마 제일 쓸 만한 특성이 힘을 15 늘려주는 거였으니, 말 다 한 것이었다.
“그래서 바로 우리 파티로 영입했죠. 그리고 이쪽은 카렌.”
리오가 이번에는 반대편 끝에 서 있는 날카로운 인상의 사람을 가리켰다.
오른쪽 목에 새겨진 검은 용 문신이 인상적인 날카로운 생김새의 소유자. 그가 카렌이었다.
“조엘이 데려온 친구인데, 최근 아르헨티나 용병 중 제일 잘나가는 헌터였어요. 적어도 A-급은 되는 실력자라고 다들 말하더라고요.”
“A-급? 오…!”
리오의 말에 파블로가 눈을 커다랗게 뜨고는 카렌을 살펴봤다.
“신대륙에 오고 싶다는 말을 듣자마자 조엘이 우리 파티로 데려왔어요. 그래서 같이 오게 됐죠.”
김진성이 리오의 말을 들으며 카렌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이내 미간을 살짝 좁혔다.
‘A-급? 절대 아닌데.’
카렌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최소 A+급 이상이고, 잘 치면 S급 이상으로도 평가할 수 있었다.
확실한 건 결코 A+급 이하는 아니었다.
“그럼 이렇게 10명이 같은 파티라는 거지?”
“네.”
“알았어. 내가 힘 좀 써 볼게.”
“와! 고마워요, 형!”
기뻐하는 리오를 향해 윙크로 대답하는 파블로였다.
* * *
파블로와 대화를 마치고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온 뒤 일행들은 조금 더 기다려야 했다. 생각보다 심사 과정이 복잡한 모양이었다.
잠시 후 직원 몇 명이 두꺼운 문서 뭉텅이를 들고 나타났다.
그중 한 명이 마이크를 들고 입을 열기 시작했다.
“아, 아. 지금부터 제가 말씀드리는 조건에 해당하는 분들은 앞으로 나와 오른쪽 통로로 들어가세요.”
장내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직원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먼저, 몬스터 해부 자격증을 보유하신 분, 앞으로 나오세요. 다음 의사 면허증 보유하신 분이나, 회복 스킬 능력자이신 분. 참고로 본인 말고 다른 사람도 회복시킬 수 있는 능력자셔야 합니다.”
‘…난 해당 안 되는군.’
김진성이 보유한 회복 스킬은 타인에겐 사용할 수 없었다.
“다음, 마정석 제련 자격증 보유하신 분이나 포션 제작 자격증 보유하신 분….”
직원의 말은 계속 이어졌고, 그때마다 한 명씩 오른쪽 통로로 이동했다.
하지만 직원의 말이 다 끝날 때까지 오른쪽 통로로 이동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역시 한 명도 움직이지 않은 김진성 파티원들이 속삭이듯 수군댔다.
“전부 자격증이 필수로 필요한 직업이네.”
“나도 마정석 제련 자격증이나 하나 딸 걸 그랬나? 그러면 쉽게 입국했을 텐데….”
“그래도 돈은 헌터가 더 많이 벌잖아. 공장 구석에 쭈그려 앉아 마정석만 만져봤자 언제 인생 역전하겠어?”
“하긴 그래. 그러려고 신대륙 온 건 아니지.”
기회의 땅으로 불리는 셀레포로 사람들이 건너오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돈이었다.
그리고 돈이 목적이라면 헌터를 선택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신대륙의 던전을 공략해서 인생 역전을 꿈꾸는 사람들은 언제나 신대륙에 넘쳤다.
물론 헌터는 다른 직업에 비해 훨씬 위험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은 전부 그런 위험쯤은 충분히 감수하면서 입국하고자 하는 사람들이었다.
“지금까지 말한 조건에 해당하지 않으신 분들은 모두 헌터 자격으로 입국 시험을 보시게 됩니다. 원하지 않으시는 분은 지금이라도 돌아가시는 걸 추천합니다.”
“…….”
하지만 움직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직원은 예상했다는 듯이 바로 말을 이었다.
“지금부터 나눠드리는 종이를 한 장씩 받으시고, 해당하는 항목을 선택한 후 좌측의 카운터로 가셔서 아까 작성한 신상 카드와 함께 제출하시면 됩니다.”
김진성의 시선이 왼쪽의 카운터로 향했다.
아까 만났던 파블로가 그곳에 앉아있는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곧 직원들이 나눠주는 종이를 받은 김진성이 주욱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 셀레포 대륙에서 헌터 자격증을 얻기 위해서는 다음 입국 시험 중 한 가지를 통과하셔야 합니다. 원하시는 시험을 선택하세요.
– 레벨 1 이상의 ‘마계던전’ 레이드 성공 후 출구 포탈을 통해 귀환.
– 1층 이상의 ‘시련의 탑’ 레이드 성공 후 출구 포탈을 통해 귀환.
– 지정된 장소에서 초대형 몬스터 5마리, 혹은 대형 몬스터 20마리 이상을 사냥하고 전리품을 모아올 것.
모든 시험은 파티 사냥이 가능하며, 파티원은 10명 이하로 제한됩니다.
초대형 몬스터와 대형 몬스터 종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
문서 밑 부분에 적힌 몬스터들의 종류를 읽어보던 김진성.
그런 그를 옆에 있던 조엘이 불렀다.
“진. 여기서 3번 체크하면 된대요.”
김진성은 고개를 끄덕인 후 펜으로 3번 항목에 체크 표시를 했다.
곧 하나둘씩 왼쪽 카운터를 향해 이동하는 모습들이 김진성의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제일 마지막에 이동할 거예요.”
조엘의 말에 따라 김진성은 사람들이 좌측 출구로 빠져나갈 때까지 기다렸다.
그때까지 한참을 기다리던 일행은, 이내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움직였다.
리오를 따라 카운터 앞으로 이동한 일행들.
파블로가 그들을 바라보며 씨익 웃더니, 이내 표정 관리를 하면서 입을 열었다.
“전부 같은 파티이신가요?”
파블로가 주변 직원들 들으라는 듯이 크게 목소리를 높였다.
“대표로 한 명 나오셔서 전원의 이름을 여기다가 적어주세요.”
그 말에 리오가 나와서 문서 밑에 이름을 적기 시작했다.
그때, 파블로가 리오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프랑코 알지? 그 친구한테 연락해놨어. 입국 심사 때 너희 도와주러 올 거야.”
리오가 그 말에 눈을 커다랗게 떴다.
“제가 아는 그 프랑코요?”
“어, 다리 건너자마자 오른쪽으로 쭉 가. 그러면 작은 해변이 나와. 거기서 기다리고 있으면 프랑코가 알아서 찾아올 거야.”
거기까지 말한 파블로가 다시 큰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전부 3번 선택하셨네요? 3번 사냥터는 나가시자마자 왼쪽에 보이는 다리 건너시면 됩니다. 이름 다 적으셨으면 이제 나가셔도 됩니다.”
그 말에 일행들 모두 옆의 출구로 걸음을 옮겼다.
가기 전에 리오는 파블로에게 감사의 인사를 남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고마워요, 파블로! 시험 끝나면 제가 술 한번 쏠게요!”
파블로는 윙크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내 모두가 시야에서 사라진 것을 확인한 파블로는, 안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낸 뒤 통화 버튼을 눌렀다.
“…어, 프랑코. 나야. 애들 그쪽으로 보냈다.”
– 몇 명?
“총 10명.”
– 수준은?
“애송이들인데, 처음 보는 애들이 두 명 있어. 얘기 들어보니 얘네는 한 가닥 치는 놈들 같아.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 그건 우리가 알아서 한다.
“다시 말하지만, 끝나고 계산은 확실히 해야 한다.”
– 걱정하지 마라. ‘트리운포’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지. 그럼.
그렇게 전화가 끊겼다.
파블로는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신경질적으로 내려놓았다.
“클랜 이름을 걸어봤자 뭐 해? 사기 치는 게 일상인 놈들만 모인 집단인 거 신대륙이 다 아는데….”
구시렁대던 그는 이내 다시 표정 관리를 했다.
입국 심사를 마친 또 다른 입국희망자들이 이곳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확인한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