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20)
제120화. 입국 시험 (2)
파블로가 알려준 다리는 바닷가를 가로지르는 널찍하고도 단출한 다리였다.
김진성 일행들은 다리를 따라 건너가며 주변을 둘러봤다.
“3번 시험은 섬에서 펼쳐지나 보네.”
마이코의 말대로였다.
현재 그들은 셀레포 대륙을 완전히 등지고서 다리를 건너는 중이었다. 다리의 끝에는 숲이 무성해 보이는 섬이 하나 어렴풋하게 보이고 있었다.
‘또 섬이네.’
김진성은 자신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이번까지 합하면 벌써 네 번째였다.
잠실 콜로세움 투기장에서 열렸던 예선 3차를 제외하면 지금까지 모든 미션을 섬에서 치른 것이다.
곧 다리를 건넌 일행들은 파블로가 말한 대로 오른쪽으로 쭉 이동했다.
곧 작은 해변에 도착한 그들은 주변을 돌아보았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는데…. 아!”
사방을 둘러보던 리오가 무언가를 발견한 듯 손을 번쩍 흔들었다.
그쪽을 바라보니 풀숲을 헤치며 등장하는 건장한 체격의 남미인이 보였다.
“프랑코!”
리오가 곧바로 그를 향해 달려가 반갑게 맞이했다.
“이게 얼마 만이에요!”
“오랜만이다.”
프랑코가 씩 미소 지으며 리오에게 악수를 건넸다.
리오는 여간 반가운 게 아닌 듯 프랑코의 손을 두 손으로 맞잡아 흔들었다.
“근데 금방 왔네요? 좀 오래 걸려서 기다려야 할 거라고 파블로가 그랬는데….”
“너 온다는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왔지.”
“정말요?! 근데 어떻게 이렇게 금방 왔어요? 섬이라서 진짜 달려오신 건 아닐 테고.”
“다 방법이 있지. 끝나고 갈 때 알려줄게. 그런데 우리끼리만 너무 오래 대화하는 거 같은데….”
“아! 이리로 오세요.”
리오는 그제야 프랑코를 데리고 일행에게로 되돌아갔다.
“소개할게, 프랑코라고, 이전에 같은 ‘트리운포’ 클랜 안에서 한솥밥을 먹던 사이야. 나는 막내였고, 프랑코는 팀장이었어.”
“아~ 트리운포 내 최고 유망주 출신이라는 그 사람이구나?”
“나도 들었어! 신대륙으로 이사한 이후에도 활약상이 대단하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하하하… 그 정도는 아닙니다.”
민망한 표정으로 겸손하게 대답하는 프랑코.
그 모습을 뿌듯하게 보던 리오가 말을 이었다.
“확실한 건 프랑코와 함께면 우리 입국 시험은 아예 걱정할 필요가 없어. 그렇죠, 팀장님?”
프랑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섬 몬스터 정도는 쉽게 처치할 수 있지. 그러면, 이제부터 제가 안내를 해도 될까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자, 프랑코는 몸을 돌리며 손짓했다.
“이쪽으로 따라와요.”
* * *
첫 사냥감을 만나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섬 전체에 몬스터가 즐비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우워어어어!
괴성과 함께 김진성을 향해 거대한 주먹을 휘두르는 거대한 몬스터.
김진성은 뒤로 한 발짝 이동해 그 공격을 피해내면서 몬스터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그의 눈에는 너무나도 익숙한 몬스터의 생김새.
‘이게 트윈 헤드 오우거라고?’
바로 예선 1차전 때 수도 없이 잡았었던 그 트윈 헤드 오우거와 겉모습이 똑같았던 것이다.
단, 겉모습만.
눈앞에서 공격해오는 몬스터는, 그동안 김진성이 봐왔던 트윈 헤드 오우거보다 키가 두 배 이상은 컸다.
그리고 힘과 속도, 신체에서 풍기는 마기까지 모두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해 보였다.
‘이 정도면 아예 다른 몬스터라고 봐도 무방한데….’
김진성은 옆으로 한 걸음 이동하며 다시 트윈 헤드 오우거의 주먹을 피해내었다.
쿵! 하고 김진성이 서 있던 자리가 깊게 파였다.
김진성은 연달아 공격이 빗나가자 씩씩거리는 트윈 헤드 오우거를 힐끗했다.
‘하지만 오염자보다는 약하군.’
몇 번 공격을 피하다 보니, 눈앞 몬스터의 경지가 어느 정도인지 쉽게 가늠이 되었다.
콜로세움 본선 때 만났던 오염자, 아드족보다 약하다는 걸 확인한 김진성이 다시 한번 주먹을 피하면서 몸을 돌려 검을 휘둘렀다.
서걱.
단 한 번에 오우거의 두 머리 중 하나가 분리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고통스러운 괴성과 함께 트윈 헤드 오우거가 주먹을 붕붕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김진성이 빠르게 품에 파고들어 주먹들을 피해낸 후 또 한 번 검을 휘둘렀다.
서걱.
마지막 남은 머리까지 잃어버린 오우거의 거대한 육체가 힘없이 앞으로 기울었다.
육중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쓰러지는 순간, 김진성의 눈앞에 알림창이 하나 생성되었다.
▶ 몬스터를 처치하셨습니다.
▶ 비스 크리마를 130포인트 얻었습니다.
▶ 이미 상대 몬스터의 특성인 ‘변이 오우거의 괴력’을 획득한 상태입니다.
알림창을 본 김진성의 눈동자에 이채가 어렸다.
‘뭐야? 진짜 그냥 트윈 헤드 오우거였어?’
눈앞의 알림창 내용은, 예선 1차전 때 중복으로 트윈 헤드 오우거를 잡을 때 떠오르던 그것과 별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비스 크리마 포인트를 훨씬 많이 얻었다는 것 한 가지뿐이었다.
‘같은 몬스터인데 왜 이렇게 강한 거지? 신대륙이라는 환경에서 자라면 이렇게 강해지는 건가?’
김진성이 알림창을 보며 그리 추측을 하고 있을 때.
“오~!”
뒤쪽에서 프랑코가 박수를 치며 감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프랑코가 놀란 표정으로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진이라고 했죠? 엄청 강하시네요! 트윈 헤드 오우거를 이렇게 쉽게 잡으시다니.”
“…다른 트윈 헤드 오우거도 이 정도입니까?”
“네. 셀레포에선 평균적인 오우거예요. 왜요? 훨씬 강해서 다른 몬스터인 줄 알았어요?”
김진성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프랑코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트윈 헤드 오우거뿐만 아니라 셀레포 대륙의 모든 몬스터들은 다른 대륙에 사는 같은 동족보다 훨씬 크고, 강해요.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어요. 단지 마계던전이나 시련의 탑에서 흘러나오는 천기와 마기 영향 때문이라고 추측할 뿐이죠.”
그의 말에 김진성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아까 전 추측이 정답이었던 것이었다.
우워어어어!
그때 옆에서 커다란 괴성이 들려왔다.
나머지 일행들이 아직 남아 있는 두 마리의 트윈 헤드 오우거와 치열한 전투를 펼치는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잠깐, 잠깐. 도와주지 마요.”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려 했던 김진성을 프랑코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나머지 놈들은 본인들 힘으로 처치하게 내버려 두자고요. 이럴 때 실전 경험을 쌓도록 도와줘야, 나중에 던전에 가서도 긴장하지 않거든요.”
처절한 싸움을 바라보며 프랑코가 계속 설명을 이었다.
“이럴 때 경험 쌓게 도와주지 않으면 던전 안에서 100% 죽어요. 거기 몬스터는 이 트윈 헤드 오우거와는 비교도 안 되게 강하거든요.”
마지막 말은 김진성도 동의하는 부분이었다.
당장 마계의 하수인도 저 트윈 헤드 오우거보다 처치하기 까다로운 편이었다. 물리 공격이 아예 통하지 않아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한 김진성이었다.
촤악!
그때 살점이 날카롭게 베어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카렌이 휘두른 검이 트윈 헤드 오우거의 왼쪽 허벅지에 제대로 들어갔던 것이다.
우워어어!
고통스러운 괴성과 함께 두 주먹을 연이어 휘두르는 트윈 헤드 오우거.
카렌은 그 모든 공격을 재빠른 몸놀림으로 모조리 피해내고 있었다.
이제 보니 사실상 카렌 혼자서 트윈 헤드 오우거와 1 대 1로 싸우는 중이었다.
‘…곧 잡겠는데.’
온몸이 크고 작은 상처들로 가득한 피투성이의 트윈 헤드 오우거와는 달리, 카렌은 단 한 대도 맞지 않은 완전히 멀쩡한 상태였다.
게다가 전혀 지친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이정도라면 안 봐도 전투의 결과가 뻔히 보였다.
‘역시, 확실히 A-급 수준은 절대 아니야.’
단지 전투력이 뛰어나서 그렇게 판단하는 것이 아니었다.
전투 내내 침착함과 능숙함이 돋보이는 저 몸놀림.
저 노련한 움직임은 수많은 경험을 통한 자신감이 없으면 절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것이었다.
‘이 파티와는 어울리지 않는 실력자인데….’
김진성은 고개를 돌려 나머지 파티원들을 바라보았다.
쿵!
“윽…!”
“아니, 방패로 막지 말고 피하라니까!”
“포위망 유지해! 물러서지 마!”
야단법석을 떨고 있는 나머지 여덟 명은, 나머지 한 마리의 트윈 헤드 오우거를 상대로 고전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트윈 헤드 오우거의 상태가 아주 멀쩡한 걸 봐서는 아무래도 여덟 명만의 힘으로는 잡기 힘들어 보였다.
‘…아무래도 당분간 같이 다니려던 계획은 수정해야겠군.’
생각보다 심각한 파티원들의 실력에 김진성이 미리 짜놨던 계획을 수정하기 시작할 그때.
뒤쪽에 서 있던 프랑코는 김진성과 카렌을 번갈아 쳐다보며 고민하고 있었다.
‘파블로 말이 맞았어. 저 둘이 문제군. 둘 중 한 명은 파티에서 떨어뜨려 놔야 할 것 같은데….’
이내 프랑코의 시선이 김진성에게서 멈췄다.
‘이놈을 떨어뜨려야겠다. 딱 봐도 카렌보다 훨씬 강해 보이는 놈이야.’
카렌도 예상보다 꽤 강한 편이지만, 그래도 이미 혼자서 트윈 헤드 오우거를 해치운 김진성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프랑코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김진성의 뒷모습을 빤하게 노려봤다.
* * *
이후에도 프랑코는 계속 일행들을 데리고 섬 전체를 누볐다.
워낙 김진성과 카렌이 손쉽게 대형 몬스터들을 해치우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아예 둘의 사냥을 중지시킨 프랑코였다.
“둘이 다 때려잡아서 나머지 팀원들이 경험을 못 쌓고 있어요. 이제부턴 둘은 나서지 마세요.”
이후부터 프랑코는 둘을 제외한 나머지 여덟 명만 사냥을 시켰다.
다소 위험한 순간이 있으면 프랑코가 나서서 도와주어 몬스터를 처치하는 식이었다.
쿵!
또 한 마리의 트윈 헤드 오우거가 피투성이가 되어 바닥에 쓰러졌다.
“헥, 헥, 헥…!”
“아이고, 죽겠다…!”
기진맥진한 모습으로 숨을 헐떡이는 여덟 명의 헌터들의 모습.
그들을 향해 프랑코가 박수를 보냈다.
“잘했어요! 이제 내 도움 없이도 잘 잡네!”
대견하다는 듯이 외친 프랑코는 칼을 뽑아 들고는 트윈 헤드 오우거의 배꼽 부분을 절단한 뒤 들고 있던 자루 안에 집어넣었다.
그리곤 자루 안에 몇 개가 들었는지 확인했다.
“음… 총 14개네요. 이제 여섯 마리만 더 잡으면 되니까….”
잠시 주변을 돌아보며 머리를 굴리던 프랑코가 이내 무언가 생각난 듯이 핑거 스냅으로 딱! 소리를 내었다.
“아, 그래. 그 동굴이 있었지! 자, 다들 따라와요.”
그렇게 프랑코가 일행들을 데리고 향한 곳은 섬의 동북쪽 끝이었다.
커다란 동굴의 입구 앞에 도착하자 프랑코가 걸음을 멈추고선 뒤를 돌아보았다.
“이제 다들 슬슬 대형 몬스터에 익숙해진 것 같으니, 이번엔 대규모 파티 사냥을 해보죠.”
“대규모요?”
“저 동굴 안으로 들어가면 트윈 헤드 오우거들의 서식지가 있습니다. 적어도 열 마리 이상은 있을 거예요.”
그 말에 지금껏 트윈 헤드 오우거들을 힘겹게 사냥했던 여덟 명의 일행들이 움찔했다.
“열 마리가 넘는다고요…?”
“그건 좀 많이 위험하지 않을까요…?”
“이 정도로 겁을 먹으면 어떡합니까!”
일행들이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자 프랑코가 버럭 호통을 쳤다.
“앞으로 만날 던전 안의 몬스터들은 지금껏 만난 대형 몬스터보다 훨씬 강하고, 숫자도 훨씬 많아요! 고작 열 마리 정도로 벌벌 떨 정도면, 지금이라도 당장 아르헨티나로 돌아가요!”
“…….”
입을 꾹 다문 채 아무런 반박을 하지 못하는 일행들의 모습을 보던 프랑코가 이내 김진성과 카렌을 돌아보았다.
“이번에는 단체전이라 훨씬 위험하니, 둘도 같이 참전하세요. 저도 같이 싸울 겁니다.”
둘이 고개를 끄덕이는 걸 확인한 프랑코는, 이내 모두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러면 제가 먼저 들어가서 정찰을 해보겠습니다. 제가 들어오라고 할 때까지 잠깐 여기 대기하고 있어요.”
이후 먼저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프랑코.
한참을 걸어 들어간 그는, 일행들과 충분히 멀어지자 우뚝 멈추어 섰다.
그리고 혹시나 하고 뒤를 한 번 돌아본 후 스마트폰을 꺼내더니, 빠르게 문자를 입력했다.
– 동굴 안으로 들어왔다. 작전 시작해.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