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34)
제134화. 아지트
“…….”
족쇄에 시선을 둔 채로 말없이 움직이지 않는 김진성.
“빨리 안 차?!”
자콥이 그에게 큰 목소리로 외쳐 재촉했다.
동시에 인질인 아이의 목에 대고 있던 칼날을 더욱 깊숙이 누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이의 목에서 핏방울이 한 줄기 흐르는 게 보였다.
“으… 흐흑….”
아이가 급기야 겁에 질리다 못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김진성이 그 모습을 보다가 이내 족쇄를 들고는 자신의 손목에 차기 시작했다.
그걸 본 자콥이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흐흐흐…! 좋아! 빨리 찬 후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머리 위로 들어올….”
퍼퍽!
“끄아아악!!”
자콥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연이어 살덩이가 터지는 소리가 그의 양쪽 어깨 쪽에서 들려왔다.
자콥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쓰러져 굴러다녔다.
그 옆으로 찢어진 양쪽 팔이 나뒹굴고 있었다.
자연스레 풀려난 아이들이 바닥에 주저앉아 자콥의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러다 자콥을 공격한 사람을 올려다보았다.
‘…어?’
‘뭐지…?’
아이들이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눈을 커다랗게 떴다.
무표정한 얼굴로 자콥을 내려다보고 있는 김진성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홱 공장 입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족쇄를 풀고 있는 또 다른 김진성이 보였다.
‘어… 어떻게 된 거지?’
‘혹시 쌍둥인가?’
혼란스러운 얼굴로 두 명의 김진성을 번갈아보고 있는 것은 아이들뿐만이 아니었다.
장내 사람들 모두가 레이싱 경기를 보듯 계속 고개를 휙휙 저어대고 있었다.
퍽! 퍽!
“끄아아…!!”
또 한 번 살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자콥의 비명이 들려왔다.
이번엔 족쇄를 풀어낸 김진성이 손으로 자콥의 허벅지를 내려친 것이다.
“으… 으아아…!”
사지가 모두 잘려나갔는데도 죽지 않은 자콥이 흔들리는 목소리로 신음을 흘렸다.
약물을 통해 강화한 신체로 B16 구역을 지배했던 네이처 애니멀의 마스터가 바닥으로 추락하는 순간이었다.
감정이 없는 듯한 눈으로 그를 내려다보던 김진성이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이 새끼가 너희들 노예로 부린 주인이지?”
모두 고개만 끄덕일 뿐 두려움에 제대로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김진성이 다시 사장실로 고개를 돌리며 말을 이었다.
“팔라딘이 도착할 때까지 대략 30분.”
“……?”
“복수할 시간은 지금밖에 없다는 소리야.”
“……!”
발걸음을 뗀 김진성의 뒤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자콥을 순식간에 포위한 그들이 쌓였던 분노를 풀어내려고 하는 순간.
“아, 알진 모르겠지만 그 새끼는 피부가 좀 많이 튼튼해.”
분신과 함께 사장실로 향하던 김진성이 문득 생각났다는 것처럼 말했다.
“눈, 혀, 찢어진 피부 틈. …그런 데는 일반인이랑 똑같이 말랑말랑하지만 말이지.”
그 말을 끝으로 사장실 안으로 김진성이 사라졌다.
“…아, 안 돼! 눈을 찌르지 마! 제발…! 아아악!”
곧 들려오는 자콥의 처절한 비명을 듣기 싫었던 김진성은, 이내 쾅! 하고 소리 내어 사장실 문을 닫아버렸다.
* * *
“헉, 헉, 헉, 헉…!”
카렌은 가쁜 숨을 내쉬며 주택가의 골목길을 달리고 있었다.
이미 숨이 턱까지 올라오고 두 다리는 감각이 없어진 지 오래지만, 그는 달리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헤이스트 마법이 풀린 지도 이미 한참 되었다. 그래서 현재 그의 달리는 속도는 일반인보다 조금 빠른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만일 김진성이 눈치채고 쫓아오고 있다면 거의 근처까지 도달했을 것이 분명했다.
카렌은 그 전에 아지트로 몸을 숨길 계획이었다.
‘다행히 바로 쫓아오지는 않은 것 같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아지트에 도착할 때까지는 안심해서는 안 돼…!’
지금 카렌은 B19 구역의 주택가였다.
조금만 더 가면 ‘우코바치’ 시절에 만들어 놓았던 그만의 아지트가 나올 것이었다.
‘헉, 헉, 이 근처인데…. 아, 여기다!’
곧 익숙한 상가 건물을 발견한 그는 곧장 건물 입구로 달려 들어갔다.
곧바로 지하로 내려간 뒤, 낡은 철문 앞에 서서 빠르게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삑.
문이 열리자 카렌은 곧바로 들어가 문을 닫고 3중 잠금장치를 모두 채웠다.
보안 장치 버튼을 눌러 아지트 전체에 보호막 기능을 활성화한 뒤에야 카렌은 숨을 돌릴 수 있었다.
“후아! 드디어 살았다…!”
그리곤 환호성을 내뱉으며 한쪽 벽에 있는 침대에 몸을 던졌다.
오랫동안 사람이 사용하지 않았던 곳이라 먼지가 자욱이 피어올랐지만, 카렌은 그 어느 때보다 편안했다.
드디어 자유를 찾았다는 행복한 기분 때문이었다.
‘…아, 참. 아직 누울 때가 아니지.’
양쪽 발목에 찬 헌터용 족쇄의 감각을 느낀 그는, 억지로 다시 몸을 일으켰다.
이후 서랍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어딨더라…. 여깄다.”
곧 그는 자주 사용했던 ‘만능열쇠’를 집어 든 후, 족쇄의 구멍에 집어넣은 뒤 열기 위해 애를 썼다.
달칵.
잠시 뒤 잠금장치가 열리는 소리와 함께 드디어 족쇄가 풀렸다.
“예스! 아직 실력 죽지 않았어!”
그렇게 양쪽 족쇄를 모두 다 푼 카렌이 그것들을 보기도 싫다는 듯이 방 한쪽 구석에 집어 던졌다.
‘이제 드디어 마나를 사용할 수 있…. 어?’
마나를 끌어 올리던 카렌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체내의 마나가 전혀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설마 아직도 진, 그 새끼가 건 마나 봉쇄 스킬에 묶여 있는 거야?’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카렌은 이내 실망감에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쥘 수밖에 없었다.
거리가 멀어지면 자연스레 스킬도 풀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었다.
아무래도 거리와 상관없이 계속 유지되는 고급 스킬인 모양이었다.
‘…아니야. 실망할 거 없어. 디스펠 전문가를 찾아가서 돈 주고 풀면 끝이야.’
물론 남아 있는 10억 블랑 정도의 돈으로 해결 가능할지는 미지수였다.
셀레포는 시세가 종잡을 수 없이 바뀌는 곳이었다.
그새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가격이 올랐을 수도 있었다.
‘괜찮아. 위치 추적 마법도 아니고… 어?’
순간 카렌의 얼굴이 얼음처럼 굳었다.
만에 하나 위치 추적 마법이 걸려 있으면, 본인만 알고 있는 이 비밀 아지트로 숨은 게 아무 소용이 없어지는 것이었다.
‘…한번 확인해 보자.’
카렌은 몸을 돌려 아지트의 한쪽 구석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성인 남성 크기만 한 캡슐이 하나 있었다.
‘디버프 마법 검사 캡슐’이라 적힌 기계 앞으로 다가간 카렌은, 곧장 전원 버튼을 눌렀다.
말 그대로 사용자 몸에 걸린 디버프 스킬을 탐색하는 기계였다.
최근 개발된 마법이나 스킬만 아니면 거의 다 찾아내며, 아주 단순하면서도 쉬운 마법이나 스킬은 자체적으로 지워주는 고가의 물품이었다.
‘마나를 사용하는 모든 건 다 찾아주는 놈이다. 이거 사느라 전 재산을 다 썼었지.’
당시 이 기계를 구매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금액의 돈을 지불했던 것이 카렌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가 태어나서 산 물품 중 가장 비싼 물품이었다.
– 준비 완료.
카렌은 캡슐 안으로 들어갔다.
이후 내부에 있는 ‘검사 시작’ 버튼을 눌렀다.
이후 5분 정도의 검사 시간이 흐르자 카렌이 밖으로 나왔다.
곧 전면 스크린에 검사 결과가 떠올랐다.
– 어떠한 디버프 마법 및 스킬도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어?”
카렌의 입에서 당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카렌은 떨리는 목소리로 저도 모르게 읊조렸다.
“마나 봉쇄는 왜 발견 못 하지…?”
아직 카렌이 김진성의 마나 봉쇄 스킬에 걸려 있는 게 맞다면, 검사 결과에 반드시 검출돼야 했다.
‘설마 안 걸린 건가? 그러면 마나가 굳어진 게 말이 안 되는데…?’
카렌의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설마 이 기계가 검출을 못 한 건가? 최근 만들어진 스킬이라? 그렇다기엔 마나 봉쇄 관련 스킬은 꽤 흔한 편인데…?’
생각하면 할수록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었다.
‘혹시 기계가 고장이 난 건 아니겠지?’
급기야 오래 사용하지 않은 탓에 잘못된 결과가 나온 거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전문가 불러서 수리를 받아 볼까? 근데 이 기계를 어디서 샀더라…?’
카렌은 이내 스마트폰을 꺼낸 후, 신대륙에서 사용하는 인터넷 브라우저인 ‘셀레포넷’을 켰다.
이후 기계 제조사가 어디인지 검색에 몰두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
갑자기 주변이 어두워지는 듯한 느낌에 그는 고개를 들었다.
“……!”
카렌이 믿기지 않는 얼굴로 주위를 돌아봤다.
아지트 내부 전체가 갑자기 온통 검은 블랙홀처럼 새까매진 것이다.
“…이게 …뭐지?”
“워프 홀.”
“…!!”
바로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카렌의 몸이 석고상처럼 굳어버렸다.
진.
이 순간 가장 듣기 싫었던 목소리였기 때문이었다.
‘어, 언제…?’
서걱.
“아아악!!”
깔끔하게 베이는 소리와 함께 카렌이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이후 다시는 일어설 수 없었다. 두 다리가 절단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으… 으으….”
그가 고통스러워하며 바닥에서 신음만 흘리고 있을 그때.
김진성은 카렌이 떨어뜨린 스마트폰을 집어 든 후, 바로 문자의 앱을 확인했다.
이내 세자로와의 문자 내용을 확인한 김진성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화장실에서 왜 그렇게 스마트폰을 두드리나 했더니, 이유가 있었군.”
“……!”
쓰러져 신음하던 카렌의 두 눈동자가 급격히 흔들렸다.
‘설마, 문자 보내던 걸 알고 있었던 거야…?’
카렌을 내려다보는 김진성의 눈앞에는 알림창이 하나 떠올라 있었다.
▶ 스킬 강화를 통해 ‘마나 봉쇄’ 스킬을 ‘능력 봉쇄’ 스킬로 강화합니다.
▷ 능력 봉쇄 – 목표물 한 명의 마나뿐만 아니라 마나 없이도 사용할 수 있는 고유 능력 및 스킬도 봉쇄합니다.
– 능력 봉쇄가 걸린 목표물의 생동 및 위치를 사용하는 항상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목표물의 능력 봉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마나가 소모됩니다.
▶ 스킬 강화 비용으로 비스 크리마 포인트를 10,000 사용했습니다.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능력 봉쇄 스킬 덕분에, 김진성은 카렌이 공장에서 멀리 떨어진 이 B19 구역의 아지트까지 도망친 걸 알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굳이 바로 쫓지 않고, 의뢰를 마친 후에야 워프 홀을 사용해 이동한 것이었다.
“말도 안 돼…! 어떻게… 윽!”
믿을 수 없다는 듯 연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카렌의 목에 김진성이 칼을 겨눴다.
“너 같은 놈을 죽이는 방법은 아주 잘 알고 있지.”
김진성은 뇌가 반쯤 부서졌는데도 살아 있던 카렌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예전에 콰그미어를 처치했을 때를 이어서 떠올렸다.
“잘게 조각낸 다음 불로 태워버리면 되거든.”
“……!”
“이전에도 비슷한 놈을 그렇게 처리했는데, 재생하지 못하고 죽어버리더라고.”
거기까지 말한 김진성이 검을 고쳐 잡았다.
그 모습에 카렌은 다급하게 김진성의 다리에 매달려 애원하기 시작했다.
“사, 살려줘! 제발! 그동안 네 말 잘 따랐잖아! 말하지 않았던 정보도 열심히 알려 줬고! 또…!”
“알아.”
대답하는 김진성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다.
“근육 돼지들을 불러서 날 함정에 빠뜨리지만 않았어도 고민 정도는 했을 거야.”
김진성이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본인 혼자 살겠다고 자신을 함정에 빠뜨린 것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김진성은 한번 뒤통수를 친 놈에게 기회를 줄 만큼 자비롭지 못했다.
“신대륙에서는 그 누구도 믿지 마라. 오로지 나의 실력만을 믿어라.”
“……!”
“너도 이 생각으로 작전을 짰겠지. 이해는 한다만, 실패했으니 책임을 져야겠지.”
그 말을 끝으로 김진성은 다시금 검을 고쳐 잡았다.
“잠깐만! 내 말을 한 번만…!”
촤촤촤촤촥!
마지막으로 항변하려던 카렌의 말은, 김진성의 검이 빠르게 움직임과 동시에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