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36)
제136화. 한 줄기 희망
김진성은 외출 준비를 마친 뒤 아지트 건물 밖으로 나왔다.
루이스라는 해커가 있는 31 스트리트 쪽으로 걸어가면서, 혹시나 주변에 CCTV가 달려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골목길에는 하나도 없군.’
31 스트리트까지는 꽤 거리가 있어 정말 한참을 걸었는데도, CCTV와 비슷하게 생긴 물체조차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골목길을 벗어나 대형 상가가 있는 차도에 들어서니 그제야 CCTV가 보였다.
‘아지트에서 여기까지 걸어오는 골목길에는 CCTV가 하나도 없었다. 확인.’
속으로 생각하면서 김진성은 대형 상가를 지나쳐, 바로 옆의 허름한 3층 상가 건물로 들어갔다.
‘여기 2층 210호라고 했는데….’
계단을 올라간 김진성은 아무런 간판이나 글씨도 적혀 있지 않은 210호 문 앞에 섰다.
안에서 누군가의 인기척을 느낀 김진성은 노크한 후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한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갈색 머리의 서양인이, 김진성이 들어오거나 말거나 책상 앞에 앉아 열심히 타자를 두드리고 있었다.
김진성이 책상 바로 앞까지 걸어가자, 그제야 모니터에 고정되어 있던 시선을 김진성 쪽으로 흘끗 돌렸다.
“무슨 일이요?”
여전히 타자 치는 데 집중하면서 건성으로 묻는 남성에게 김진성이 물었다.
“루이스 맞소?”
“맞소. 무슨 일이냐니까?”
김진성은 자신의 손목에 찬 헌터 시계를 풀어서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신상 수정 한 번에 10억 블랑. 맞소?”
그 말에 루이스는 다시 한번 김진성을 훑어보았다.
그러더니, 또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리면서 대답했다.
“사람 잘못 보셨소. 난 평범한 프로그래머지, 그런 쪽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오.”
이후 입을 다문 채 타자에 집중하는 루이스.
그런 그를 잠시 지켜보던 김진성은, 이내 허리춤에 찬 단검을 검집째로 꺼냈다.
이후 검집에서 단검을 아주 살짝 뽑더니, 조용히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곧 루이스의 시선이 단검 쪽으로 한 번 흘끗 향했다.
그의 시선이 칼날 쪽으로 이동한 그 순간.
“……!”
드디어 끝없이 타자를 치던 루이스의 두 손이 멈췄다.
그러더니, 단검을 뽑아서 제대로 칼날 쪽을 바라보았다.
불타는 해골 마크가 섬세하게 새겨진 모습을 자세하게 확인한 그가 이내 김진성을 올려다보았다.
지금까지 무감정했던 눈빛이 아닌, 여러 감정이 섞인 눈빛으로 말이다.
놀람, 의외, 그리고 반가운 감정이 뒤섞인 눈빛으로 응시하던 그는,
“…오랜만이군.”
이라고 입을 열어 말했다.
“우코바치는 몇 년 전 그때 사건 이후로 전부 죽은 줄 알았는데.”
“다들 그렇게 알고 있더군.”
김진성은 자연스럽게 루이스의 말을 받아쳤다.
“반갑군. 바로 수정해주지.”
루이스는 곧 헌터 시계를 집어 들더니, 컴퓨터 옆의 검은 기기 안에 집어넣곤 뚜껑을 덮었다.
이후 다시 키보드로 두 손을 옮기면서 물었다.
“어떻게 바꾸면 되오?”
“이름은 알롭스키. 나이는 27. 국적은 러시아로.”
막힘없이 술술 대답하는 김진성의 겉모습은, ‘생명체 변신술’로 인해 예전에 아르헨티나 여객선을 공격했던 해적 중 하나로 뒤바뀐 상태였다.
김진성의 말대로 수정하는 루이스를 향해, 김진성은 스마트폰 화면을 내밀며 물었다.
“입금은 여전히 이 계좌로 하면 되오?”
스마트폰 화면에는 은행 앱이 켜져 있었고, 계좌번호도 하나 적혀 있었다.
노트 안 유의사항에 적혀 있던 그 계좌번호였다.
시선을 돌려 은행 앱 안의 계좌번호를 확인한 루이스는 이내 피식 웃었다.
“딱 우코바치 클랜원들이 활동하던 시절에 썼던 계좌번호군. 지금은 바뀌었소. 이리로 입금하면 되오.”
대답과 함께 루이스는 계좌번호가 적힌 명함을 한 장 내밀었다.
명함을 받은 김진성이 앱에 계좌번호를 받아 적은 후 ‘이체’ 버튼을 누르던 그때.
수정을 마친 루이스가 키보드에서 두 손을 떼어낸 후 입을 열었다.
“예전에는 수정하는 데 20분 정도 소요됐소. 기억나오?”
쳐다보는 김진성을 향해 루이스는 편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이었다.
“알다시피 시계 내부 정보만 수정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팔라딘 쪽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정보도 해킹해서 수정해야 하니까 말이오.”
‘…그런 거였어?’
겉으로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속으로는 놀라는 김진성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3분이면 수정 가능하오. 최근에 팔라딘 쪽 내부 직원 한 명을 스파이로 만들었거든. 덕분에 굳이 해킹할 필요가 없어졌소. 그놈이 알아서 다 처리해 주니까.”
술술 설명하는 루이스의 얼굴에는 경계라는 감정이 아예 사라진 상태였다.
김진성이 우코바치 출신인 걸 확인한 이후부터 확연히 긴장이 풀렸었고, 특히 계좌번호를 본 후에는 아예 경계심이 사라져 지금과 같은 상태가 되었다.
김진성은 그의 말에 맞장구를 쳐 주었다.
“유지비가 꽤 많이 들겠군그래.”
“후후후….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 이런 일로 먹고살려면 보안을 위한 비용은 필수나 다름없거든.”
거기까지 루이스가 대답했을 때, 헌터 시계를 넣은 기계에서 삑-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 다 됐소.”
루이스는 바로 뚜껑을 열어 헌터 시계를 김진성에게 내밀었다.
손목에 다시 찬 뒤, 스크린을 켜서 한 번 확인하는 김진성.
완벽하게 바뀐 걸 확인한 김진성은 바로 루이스에게 손을 내밀었다.
“오랜만에 고마웠소. 앞으로 자주 찾아오지.”
루이스가 그의 손을 맞잡은 상태로 흔들면서 대답했다.
“부디 죽지 마시오. 당신들은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있어 한 줄기 희망의 빛이니까.”
‘…희망?’
김진성은 바로 그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일단 악수를 마친 후 등을 돌려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상가 계단을 내려가면서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조만간 우코바치에 대해 조사를 좀 해봐야겠어.’
안 그래도 처음부터 어떤 클랜인지 궁금했었는데, 여기저기 다니면서 점점 더 정체가 궁금해지고 있었다.
상가 건물을 나온 김진성은 다음 스케줄을 확인했다.
“이번엔…. 용병 길드로 갈 차례군.”
그는 아까 전 노트 안에 적혀 있던 내용을 다시 한번 머릿속에 떠올렸다.
※ 블러드소드 용병 길드
전투 위주 의뢰를 주로 취급하는 용병 길드로, B 구역 서쪽을 대표하는 곳 중 하나. 보수도 후한 편.
위치 : B15 구역 45 스트리트
직통번호 : XXXX-XXXX-XXXX
유의사항 : 첫 의뢰를 받을 시 직접 방문해야 함. 이후에는 굳이 방문할 필요 없음.
‘클랜전’ 의뢰를 받을 시, 후환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음. 그러므로 의뢰를 받기 전 미리 조사할 것.
‘…첫 의뢰라 직접 방문을 해야 한다고 했었지.’
김진성은 곧바로 B15 구역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걸어가면서 그는 생각을 이었다.
‘세자로가 카렌과 개인적으로 연락만 안 했다면 계속 아드리아를 이용했을 텐데 말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함정을 파는 데 일조한 세자로를 계속 믿고 의뢰를 받기에는 너무 꺼림칙했다.
심지어 의뢰가 끝난 후, 보상금을 입금해야 할 당사자인 김진성보다 카렌에게 먼저 연락하지 않았던가.
– 살아 있나? 살아 있으면 바로 연락 주게.
이렇게 카렌에게 문자로 연락한 이후, 몇 분 동안 답장이 없자 그제야 김진성에게 100억 블랑을 입금하면서 이렇게 문자를 보냈었다.
– 의뢰가 완료된 것을 확인했소. 이번에 거의 혼자서 활약했다고 들었소. 앞으로 자주 찾아주시오.
만약 카렌이 살아서 답장을 먼저 했으면, 과연 김진성한테 이런 문자를 남겼을까?
아니, 100억 블랑을 제대로 입금하긴 했을까?
‘다른 건 몰라도, 카렌이 무사히 살아서 도망쳤다면 계속 둘이 연락하면서 내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했을 거야.’
한번 이렇게 합을 맞춘 이상 또다시 둘이 김진성을 죽이기 위한 합을 짜지 않을 리가 없었다.
‘신대륙에서는 그 누구도 믿지 마라’라고 했다.
이렇게 꺼림칙한 느낌의 상대는 더는 안 마주치는 편이 낫다. 보상금 몇 푼 더 벌려다가 목숨이 날아가는 수가 있다.
* * *
김진성은 평소와는 다르게 택시를 타지 않고 B15 구역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딱히 급할 게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겉모습도 바꿨고, 헌터 시계까지 조작한 마당이라 굳이 습격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돈도 90억 가까이 통장에 꽂혀 있고, 비밀 아지트라는 숙소도 공짜로 얻었다.
‘시간도 많은데, 주변에 CCTV 어디 설치되어 있나 확인이나 하자.’
앞으로 아지트가 있는 B19 구역에서 계속 살 예정이기 때문에, 주변 환경이 어떤지를 외워둬야 앞으로 활동하기 편할 것이다.
무엇보다 번화가인 B15 구역은 자주 드나들 것이 분명하므로, 그곳까지 가는 길 주변 환경도 알아두는 편이 좋다.
‘지난번처럼 중간에 무장 강도만 안 만난다면….’
“이 새끼가!!”
그때 전방에서 갑자기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왔다.
확인해보니, 마치 할렘가에서나 만날 수 있을 법한 흑인 세 명이, 무장한 상태로 한 사람을 무참히 짓밟고 있었다.
“누가 지갑에 돈 이것만 넣고 다니래?! 다음부터는 묵직하게 들고 다녀! 알았어?!”
“냉큼 꺼져, 이 자식아!”
“야, 거기 쳐다보는 너! 이리 와 봐!”
그들 중 한 명이 김진성을 발견하고는 손짓을 하기 시작했다.
‘…젠장.’
어떻게 속으로 딱 생각을 하자마자 정말로 무장 강도를 만날까.
곧 건들거리며 다가온 흑인 셋이 김진성의 코앞에 섰다.
“잠깐 검문이 있겠다. 우리가 말이야, 어제 동료의 공장을 폭파한 범인을 찾고 있는데….”
중앙의 흑인이 껄렁대는 말투로 말하면서 손에 든 포스터를 김진성의 눈앞으로 내밀었다.
“……!”
김진성의 눈이 커졌다.
포스터 안에는 김진성의 몽타주가 그려져 있었던 것이었다.
여기까지는 놀랄 일이 아니었다. 문제는 몽타주 밑에 적힌 금액이었다.
‘200억 블랑? 이전에 봤던 포스터에는 금액은 안 적혀 있었는데…?’
속으로 놀라던 그때, 흑인들이 자기들끼리 떠드는 소리가 그의 귀에 들려왔다.
“잠깐만! 이 새끼, 카렌이란 놈이랑 닮았는데?”
“그러게? 좀 많이 수상한데…?”
“야. 신분 증명할 수 있는 거 다 꺼내 봐. 지갑이랑 폰 꺼내라고, 인마!!”
전혀 닮지도 않은 카렌의 몽타주랑 비교하면서 으름장을 놓는 모습. 딱 봐도 닮았다는 걸 핑계로 돈을 강제로 뜯으려고 하는 게 분명했다.
아까 밟혔던 그 사람도 똑같이 당했을 것이리라.
“이 새끼가 사람 말하는데 반응이 없…어?”
아무 대답도 없는 김진성을 향해 험악한 인상으로 다가가던 흑인이 순간 당황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김진성이 어느 순간 자신이 들고 있던 포스터들을 자연스럽게 빼앗아 뚫어져라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모습에 결국 그는 폭발했다.
“이 자식이!!”
이내 전력을 다해 주먹을 김진성의 관자놀이 쪽으로 휘둘렀다.
뻑!
“아악!!”
동시에 비명을 지르며 고통스러워하기 시작했다.
김진성이 아니라, 주먹을 휘둘렀던 흑인이 말이다.
“…뭐 하냐?”
“쯧쯧, 한심한 새끼….”
아파하는 동료를 한심하게 쳐다보며 중얼대던 나머지 둘은, 이내 품속에서 단검을 하나씩 꺼내 들었다.
“뭐 어디서 피부 강화 약물 주사라도 맞았나 본…?”
“……!”
하지만 둘 역시 아까 동료처럼 당황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김진성이 눈에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둘이 들고 있던 단검을 빼앗았기 때문이었다.
이후 단검들의 칼날 쪽을 한 손으로 움켜쥔 김진성은 살짝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으드드득! 하고 으스러지는 소리가 모두의 귀에 들려왔다.
이후 김진성이 손을 털자, 조각으로 변해버린 칼날들이 바닥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
“…….”
칼날들이 모두 바닥에 쏟아질 때까지 그 광경을 멍하니 쳐다보던 셋은, 이내 정신을 퍼뜩 차리더니,
채채챙!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검을 뽑아 들면서 마나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그중 한 명이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외쳤다.
“이, 이 새끼가! 우리가 누군지 아느냐! 우린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메이저 클랜, 트리운포 휘하에서 일하고 있는 헌터들이다!”
그의 외침을 끝까지 듣고 있던 김진성이 이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알아.”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