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37)
제137화. 내부자가 되는 길
“뭐?”
흑인 중 한 명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알면서 지금 우리를 죽이려고 했다고? 트리운포 클랜의 보복이 두렵지도 않은 거냐?!”
“난 가만히 있었는데? 죽이려고 단검 들이민 건 너희들이잖아?”
“시끄러워!!”
빽 소리친 중앙에 선 놈이 곧 팔로 동료의 옆구리를 툭 쳤다.
“야, 트리운포 클랜원한테 빨리 연락해!”
“…어?”
당황한 표정으로 되묻는 동료의 모습에 가운데 놈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뭐 해?! 연락하라니까!”
가운데 놈이 버럭 외치면서 동시에 동료에게 눈빛으로 얘기했다.
‘눈치껏 연기 좀 해라, 이 눈치 없는 새끼야!’ …라고 말이다.
“아! 알았어.”
동료는 그제야 눈치채고는 전화를 꺼내 번호를 찾는 시늉을 하기 시작했다.
동료의 모습을 본 가운데 놈이 김진성을 향해 경고했다.
“전화로 말만 하면, 이 근처에 있는 트리운포 클랜 헌터들이 다 뛰쳐나올 거다! 그 전에 순순히 가진 거 다 내놓고 도망치는 게 좋을걸?!”
협박하면서 눈을 부라리는 그의 칼끝은 김진성에게도 보일 정도로 덜덜 떨리고 있었다.
‘제발 도망쳐 주세요’라고 온몸으로 얘기하고 있는 그를 쳐다보면서 김진성은 살짝 고민했다.
어떻게 이놈들을 처리해야 할까?
‘이놈들이 어디 클랜 소속인지 알아내려면 한 명은 살려놔야 하는데….’
일단 형편없는 실력을 보니, 절대 메이저 클랜인 트리운포에 소속될 만한 깜냥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김진성과 카렌의 몽타주가 그려진 포스터를 갖고 있었다는 건, 트리운포의 하청 클랜 소속일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셋 중 한 명에게 ‘능력 봉쇄’ 스킬을 걸어놓은 뒤 살려 보낼 생각이었다. 이후 뒤를 쫓아가면, 자연스럽게 어떤 클랜 소속인지 알아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냥 두 명을 죽여서 알아서 겁에 질려 도망가게 만들까? 근데 그러기엔 방금 10억 블랑을 쓴 게 아까운데….’
김진성의 시선이 옆 차도 근처에 설치된 CCTV로 향했다.
정확히 렌즈가 김진성 쪽으로 향해 있는 저것 말고도, 차도에는 아주 촘촘한 간격으로 CCTV가 연이어 설치되어 있었다.
이 차도에서 대놓고 둘을 죽이면, CCTV 때문에 분명 팔라딘들한테 쫓기게 될 것이고, 그러면 10억 블랑을 주고 헌터 시계의 신상 내용을 수정한 게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그냥 셋 다 살려 보내자.’
이내 마음을 정한 김진성이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너희가 트리운포랑 엮여 있다는 이유만으로 가진 걸 다 내놓으라고?”
“그렇다! 뭐 어쩔 건데?!”
“내가 어디 소속인지는 알고 이러는 거냐?”
그 말에 셋의 표정이 변했다.
일제히 당황한 얼굴로, 서로 시선을 교환하는 모습.
‘…뭐, 뭐지?’
‘저렇게 말하는 걸 보니 좀 큰 곳 소속인 것 같은데…?’
‘어쩐지 실력이 예사롭지 않더라니….’
예상치 못한 발언에 어찌할 줄을 모르던 셋. 그때였다.
“…어? 잠깐만!”
가운데 놈이 퍼뜩 떠오르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누가 봐도 러시아 사람이 확실해 보이는데, 뛰어난 실력에, 트리운포 소속이라는 말을 들어도 전혀 겁먹지 않을 만한 단체에 소속되어 있다…?’
곧 그가 나머지 동료들을 향해 속삭였다.
“설마 저 새끼, 모스코 클랜 소속 아냐?”
그 말에 동료들의 두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최강의 클랜, 모스코 소속 헌터 소속이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모스코는 현재 트리운포보다도 훨씬 전력이 강한 곳으로 평가받는 메이저 중 메이저이기 때문이다.
“에이, 설마… 모스코 놈들이 B 구역을 왜 돌아다녀?”
“근데 만에 하나라도 모스코 소속이면?”
“…….”
어느 순간 속삭임을 멈춘 셋은, 이내 말이라도 맞춘 것처럼 동시에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우, 우린 선약이 있어서 이만!”
“너, 운 좋은 줄 알아!”
“다음번에 만나면 가만 안 둬!”
한마디씩 남긴 이후 몸을 돌려 줄행랑을 치기 시작하는 셋의 모습.
말없이 지켜보던 김진성의 눈앞에 알림창이 하나 떠올랐다.
▶ 보유 스킬인 ‘능력 봉쇄’를 사용했습니다.
▷ 이제부터 목표물은 마나와 고유 능력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 이제부터 목표물의 현재 위치와 행동거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운데 놈에게 ‘능력 봉쇄’ 스킬을 쓴 김진성은, 이내 들고 있던 포스터를 갈기갈기 찢어 구석에 버렸다.
이후 그들의 뒤를 쫓지 않고 가던 길을 계속 걸어가기 시작했다.
‘용병 길드 가서 의뢰까지만 받고 난 후에 도망간 놈을 쫓아가야지.’
기왕 여기까지 걸어온 거, 외출한 목적은 달성한 후 뒤를 추격할 계획이었다.
* * *
이후로 별문제 없이 무사히 B15 구역에 도착한 김진성은, 곧장 블러드소드 용병 길드가 있는 45 스트리트로 이동했다.
도착한 뒤 눈으로 확인한 블러드소드 본점의 모습은, 김진성의 예상과는 아주 달랐다.
“…네, 신원 확인되셨습니다. 가입 처리해드릴 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5평도 안 될 법한 아주 작은 평수의 사무실.
그 안에 홀로 있는 여성 직원이 책상 앞에 앉아 타자를 두드리고 있었다.
맞은편에 김진성이 앉으니 빈틈없이 꽉 찬 것 같은 이 작은 사무실이 블러드소드 용병 길드 본사였다.
‘난 판타지 소설처럼 커다란 건물 안에 우락부락한 근육질 남성들이 몰려 있는 모습을 떠올렸는데….’
김진성이 그런 모습을 예상했던 것은 하필 처음 의뢰를 받았던 장소가 아날로그 감성이 진하게 풍겼던 ‘아드리아’였던 이유가 컸다.
손으로 서류 파일을 넘기며 의뢰를 골랐었던 그때처럼, 이곳 용병 길드 역시 비슷한 분위기일 것으로 예측했었던 것이었다.
“다 되셨어요~.”
곧 그의 생각을 끊는 여성 직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헌터 시계를 다시 김진성에게 돌려주며 말을 이었다.
“이제 앱 스토어에서 ‘블러드소드 용병 길드’ 검색하고 다운로드하신 후에 로그인하시면 됩니다. 로그인은 헌터 시계 스크린 안의 고유 코드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인식하시면 되세요. 그리고….”
이어진 모든 설명을 들은 뒤에야 김진성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길을 걸어가면서 직원이 말한 대로 앱을 다운로드한 후 로그인을 했다.
이후 ‘추천 의뢰’ 버튼을 누르자, 화면이 바뀌고 상단에 문구가 떠올랐다.
– ‘알롭스키’ 님을 위한 맞춤 의뢰들을 추천해 드립니다.
그 밑에는 끝도 없이 많은 의뢰가 좌르륵 나열되어 있었다.
대충 보니, 대부분 그가 마지막으로 공략했던 레벨 10 마계 던전과 비슷한 수준의 의뢰들뿐이었다.
‘…이래서 한 번만 방문하면 된다고 했었던 거였군.’
방문해서 가입만 하면, 이후에는 앱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의뢰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일단 밥 좀 먹으면서 골라볼까?’
어느새 점심시간이 된 것을 확인한 김진성은, 가장 가까이 보이는 커다란 중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볶음밥 하나를 시킨 후, 요리가 나올 때까지 계속 스마트폰을 바라보면서 의뢰를 신중하게 골랐다.
‘…어라?’
그러다 어느 순간 계속 앱 화면 스크롤을 내리던 그의 오른손 검지가 멈췄다.
멈춘 화면 안에 적혀 있는 의뢰를 김진성은 자세히 읽기 시작했다.
모집하는 곳 : 보코하람 클랜
목적 : 클랜전
참여조건 : 마계던전 레벨 5 이상 클리어.
모집인원 : 제한 없음
모집 기간 : 무제한.
보수 : 주급 5억 블랑부터 시작. 2주 차부터 협의 가능.
셀레포 시티 최강의 클랜! 트리운포와 공식적으로 하청 계약을 맺은 B18 구역의 지배자 ‘보코하람’ 클랜에서, 수시로 공격해오는 침략자들을 같이 무찌를 용감한 인재를 상시 모집합니다!
트리운포 이름 아래에서 함께 영광을 누리고 싶으신 분들은 지금 바로 지원하세요!
‘…대놓고 트리운포 하청 클랜이라고 밝혔네?’
이건 김진성에겐 꽤 의외였다.
대부분 네이처 애니멀처럼 관계를 숨기고 있을 것이라 예상했었는데, 이렇게 쉽게 하청 클랜을 알아낼 줄은 상상도 못 했었던 것이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간에 김진성한테는 큰 이득인 상황이다.
‘이러면 무조건 이 의뢰를 선택해야지.’
그는 고민도 없이 바로 ‘의뢰 수락’ 버튼을 눌렀다.
트리운포를 돕는 하청 클랜 한 곳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면서 정보를 캐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동시에 돈까지 벌어들일 수 있는 일거양득의 기회다.
– 의뢰를 수락하셨습니다. ‘보코하람’ 클랜 담당자에게 소식이 전해졌으며, 늦어도 오늘 안에 ‘알롭스키’ 님의 번호로 연락이 올 예정입니다.
버튼을 누르자 이런 메시지가 스마트폰 화면에 떠올랐다.
* * *
보코하람 쪽에서 전화가 온 것은 수락 버튼을 누른 지 30분도 채 안 되어서였다.
식사를 딱 마친 시점에 전화를 걸어온 담당자는 일단 김진성한테 본사로 오라고 얘기했고, 동시에 문자로 보코하람 본사의 위치까지 알려주었다.
곧바로 출발한 김진성은 얼마 지나지 않아 본사가 있는 B18 구역 18 스트리트에 도착했다.
‘…정말 대놓고 장사하는군.’
정면의 3층 상가 건물 입구에 걸려 있는 대문짝만 한 간판에, ‘트리운포의 하청 클랜, 보코하람’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는 것이 김진성의 시야에 들어왔다.
‘근데…. ‘능력 봉쇄’ 스킬을 걸었던 놈이 이 건물 안에 있는데?’
아까 그를 공격했던 흑인 셋 중 한 명이, 정확히 건물 안에서 바삐 움직이고 있는 게 ‘능력 봉쇄’ 스킬로 보였다.
이렇다면 그놈들 모두 보코하람 클랜원일 가능성이 컸다.
‘트리운포 밑에서 일한다는 말은 거짓은 아니었군.’
김진성은 이내 입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경계를 서고 있던 덩치 큰 헌터 복장의 흑인 둘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들을 향해 김진성은 말했다.
“용병 지원하러 왔습니다.”
“신분증 보여줘라.”
한 명이 말하면서 측정기를 집어 들었다.
김진성이 내민 손목 위 헌터 시계를 측정한 그는, 측정기 안 신상 내용과 반대편 손에 들고 있던 파일을 번갈아 가며 확인했다.
“오케이. 2층 강당으로 바로 올라가시오.”
건물 안으로 들어온 김진성은 곧장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2층에 도착하자마자, 익숙한 얼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어!”
“너는…!”
땀을 뻘뻘 흘리며 짐을 나르던 아까 전 그 세 명의 흑인이, 김진성을 확인하고는 놀라며 행동을 멈췄다.
그들을 본 김진성이 피식 웃었다.
“트리운포 휘하에서 일한다고 해서 뭐 대단한 위치에 있는 줄 알았더니, 그냥 허드렛일 담당이었잖아?”
“이익…!”
“닥쳐, 이 새끼야!”
발끈해서 주먹을 움켜쥔 채로 당장이라도 후려칠 듯한 자세를 취하는 셋.
하지만 차마 달려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까 전 김진성이 그들보다 훨씬 더 강하다는 걸 깨달은 직후이기 때문이었다.
“여긴 무슨 일로 온 거냐?!”
“용병 지원하러.”
“뭐? 그럼 아까 모스코 클랜에 소속되었다는 말은 뭔데?”
“난 그렇게 말한 적 없는데? 니들이 멋대로 짐작한 거지.”
“어….”
순간 할 말이 없어져 입을 다물고 마는 셋.
하지만 이내 깨닫고는 다시 화를 내기 시작했다.
“잠깐만! 그럼 이 새끼 어디 소속도 안 된 놈이었잖아?!”
“우릴 적으로 돌려놓고도 여기서 용병으로 뛸 수 있을 것 같아?!”
“가만있어 봐! 내가 당장 담당자를 찾아가서 한마디….”
쾅!
그때 강당 쪽 문이 거칠게 열리면서 헌터 복장의 건장한 흑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누가 자꾸 밖에서 시끄럽게 떠들어?!”
2m는 될 법한 장신의 호통에, 흑인 셋은 본능적으로 움츠러들었다.
‘히익…!’
‘아쿠마다! X됐다…!’
후다닥 차렷 자세로 정렬해서 서는 흑인들.
아쿠마가 성큼성큼 발을 옮겨 그들 바로 앞까지 걸어왔다.
“아쿠마 님!”
그때 흑인 한 명이 그를 불렀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말하면서 김진성을 흘끔 쳐다보는 모습.
그는 아까 전 김진성과 있었던 일을 말하려고 입을 연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