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38)
제138화. 첫 클랜전
아쿠마를 붙잡은 흑인이 기어코 설명을 시작했다.
“저 검은 머리 새끼가…!”
퍽!
“억!”
하지만 아쿠마가 정강이를 까버리는 바람에 그는 설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고통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그를 향해 아쿠마가 이를 악문 채로 말했다.
“내가 일할 때 떠들지 말라고 몇 번을 경고했나, 어?!”
“그, 그게 아니라 저놈이… 악!”
“입 안 닥쳐?!”
또 한 번 정강이를 깐 아쿠마가 분노에 찬 얼굴을 흑인의 코앞까지 들이밀었다.
“시체처리반 주제에 지금 감히 대드는 건가? 어?! 지금 누구 앞이라는 걸 잊었어?!”
“죄, 죄송합니다!”
“안 되겠어. 너희들은 오늘 있을 ‘클랜전’ 때 전원 선봉으로 배치하겠다.”
“……!”
셋의 안색이 변했다.
전투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자신들을 선봉으로 내보낸다는 얘기는, 고기 방패로 쓴다는 말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끔찍한 결말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1분 안에 짐 다 싣고 이 자리로 집합한다. 1초라도 늦을 시 전원 정찰병으로 배치할 줄 알아!”
“!!”
이젠 안색이 변하다 못해 하얗게 탈색되는 셋의 얼굴.
선봉으로 싸우는 건 그나마 주변 동료들의 도움을 받으면 운 좋게 살아남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소수로 움직이는 정찰병은 그런 도움도 기대하기 어렵다.
자신들보다 훨씬 강하고, 은신 및 잠복 등의 정찰 특화 능력을 보유한 이들도 심심치 않게 죽어 나가는 위험한 병종이 바로 정찰병 아닌가.
아무 능력도 없는 그들이 정찰병으로 배치되는 순간, 십중팔구 죽어 나갈 것이 분명하다.
“뭐 하고 있어?! 당장 움직여!!”
이어진 아쿠마의 일갈에 셋은 전광석화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신의 상체만 한 짐들을 들고 네 계단씩 뛰어 내려가는 그들의 모습을, 김진성이 말없이 물끄러미 바라볼 그때.
성큼성큼 걸어온 아쿠마가 김진성 앞에 떡하니 섰다.
“넌 뭐야?”
위압적으로 묻는 모습에도 김진성은 눈썹 하나 흔들리지 않은 상태로 대답했다.
“용병 지원하러 왔습니다.”
그러면서 헌터 시계를 찬 손목을 아쿠마 쪽으로 내밀었다.
시계 스크린 위에 뜬 신상 정보를 아쿠마는 자연스럽게 확인했다.
동시에 그의 눈빛이 갑자기 달라졌다.
“알롭스키? 아까 점심때 블러드소드 앱으로 지원했던?”
“네.”
대답을 들은 아쿠마가 순식간에 밝아진 표정으로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반갑소. 보코하람의 부마스터 아쿠마요. 마계던전 10레벨을 클리어한 강자를 용병으로 맞이하게 되어 영광이오.”
악수하는 아쿠마의 말투와 태도는 매우 친절하고 온화하기 그지없었다.
조금 전 짐꾼 셋에게 보여줬던 모습을 떠올리면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마침 잘 오셨소. 안 그래도 막 용병들을 모아놓고 향후 계획을 발표하려던 예정이었거든. 이리로 오시오.”
아쿠마는 김진성을 강당으로 안내한 뒤 직접 문을 열어주기까지 했다.
둘이 들어간 뒤에 강당 문이 닫혔다.
열심히 뛰어다니던 흑인 셋은 그제야 달리던 속도를 늦추고는 놀란 표정으로 속삭이기 시작했다.
“방금 10레벨이라 한 거 맞지?”
“어. 똑똑히 들었어.”
“어쩐지 보통 실력이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무려 10층을 클리어했을 줄은….”
이곳 B구역에서는 마계던전을 5레벨만 무난히 클리어해도 어떤 클랜이든 손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 10레벨을 클리어하는 인재다?
모든 클랜에서 간부로 모셔가려고 발 벗고 달려들 수준이다.
괜히 아쿠마가 김진성을 친절하게 맞이한 게 아니었다.
“부럽다. 우린 맨날 잡일만 하고 혼나기만 하는데….”
한 명이 중얼거리자 나머지 동료들도 동의한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5레벨 마계던전도 클리어하지 못하는 그들의 수준으로는, 이 보코하람 클랜에서 잡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상황이다.
약한 자는 살아남지 못하는 약육강식의 세상.
그곳이 바로 이곳, 셀레포 대륙이다.
* * *
잠시 후.
수많은 헌터들이 모여 있는 보코하람 클랜 건물 2층 강당.
스피커를 통해 한 남성의 목소리가 그 안을 쩌렁쩌렁 울리고 있었다.
“오늘 아침, B18 구역 북동쪽에 있던 우리 보코하람 클랜 명의의 도박장이 또다시 습격을 당했다!”
단상 위에 서서 마이크를 잡은 채 외쳐대고 있는 중년 남성.
그가 바로 보코하람 클랜의 마스터, 당고테였다.
“누가 습격했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너희들은 다 알 거야! 최근 우리 클랜을 공격하는 곳은 한 군데밖에 없으니까!”
분노에 찬 목소리로 당고테가 외치자, 강당 오른쪽에 정렬한 똑같은 복장의 사내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왼쪽 가슴에는, 보코하람 클랜원인 것을 인증하는 공식 마크- 입 벌린 악어가 그려져 있었다.
“바로 슬러터하우스다!”
당고테는 이번에는 시선을 왼쪽으로 돌렸다.
“이 산 채로 으깨 죽여도 시원찮을 놈들은, 자신들이 지배하고 있는 B17 구역도 성에 안 차는지 자꾸 우리 클랜이 지배하는 B18 구역을 침범하고 있어!”
왼쪽에 정렬한 김진성 등 용병들을 바라보면서 설명을 이어가는 당고테.
지금 한 말은 그의 클랜원들은 이미 다 아는 내용이다. 하지만 용병 중에서는 김진성처럼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도 있기에 굳이 한 번 더 설명하는 것이다.
“심지어 가장 화나는 건, 이 새끼들 역시 트리운포와 하청 계약을 맺은 클랜이라는 점이다!”
‘…뭐?’
김진성의 눈이 동그래졌다.
“이게 무슨 소리인지 알겠나? 같은 하청 클랜인 걸 알면서도 이 새끼들은 우리 클랜을 궤멸시키려 하고 있어! 단지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챙기기 위해서 말이다! 이 얼마나 최소한의 상도덕도 없는 쓰레기 새끼들이란 말이냐!”
이어진 말을 다 들은 김진성은 속으로 헛웃음을 터뜨렸다.
‘이런 식으로 또 하나의 하청 클랜을 알아내게 될 줄이야.’
이러면, 계속해서 보코하람 클랜 소속 용병으로 활동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
‘보코하람 소속으로 슬러터하우스부터 궤멸시키면 되겠군. 동시에 보코하람의 전력도 손실시켜서, 나중에 이어서 궤멸시킬 수 있게끔 만들면 더욱 좋고.’
속으로 그렇게 생각을 이어가던 김진성은, 곧 한 가지 좋은 아이디어를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었다.
‘…아니지. 굳이 두 클랜 때문에 시간을 쏟을 필요가 없지. 만약 이 방법대로 상황이 흘러가기만 한다면….’
혼자서 계속 빠르게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에도 당고테의 연설은 이어지고 있었다.
속으로 그리 생각할 때에도 계속해서 당고테의 연설은 이어지고 있었다.
“이젠 우리도 더는 참을 수가 없다! 계속 이대로 저놈들한테 당하고만 살 수는 없어!
그래서 오늘 밤! 보코하람 클랜의 전력을 모아 슬러터하우스를 공격할 것이다!”
“와아아!”
당고테의 선언에 오른쪽에 정렬한 클랜원들이 일제히 환호로 화답했다.
“휴우… 위쉬안.”
격정적인 연설을 마친 당고테는 숨을 돌리면서 왼쪽에 선 자를 불렀다.
근처에 서 있던 젊은 중국 남성 한 명이 곧장 단상 위로 올라왔다.
그의 어깨를 감싸 쥐면서 당고테가 강당 내 사람들 모두에게 말했다.
“자세한 작전 내용은 보코하람에서 참모직을 맡은 위쉬안이 말해줄 것이다.”
이후 당고테는 단상을 내려갔다.
단상 위에 홀로 남은 위쉬안이 모두에게 공손하게 허리를 숙였다.
“참모 위쉬안입니다. 지금부터 설명할 상세 작전 내용을 잘 숙지하시어, 실전 때 실수하는 일이 없도록 해주십시오. 우선….”
위쉬안이 오른쪽 옆을 돌아보았다.
“아쿠마 님.”
강당 오른쪽에 서 있던 부마스터, 아쿠마가 말없이 그를 돌아보았다.
“오늘 작전에 기용 가능한 용병들의 모든 정보가 기재되어 있는 자료를 저에게 가져다주시겠습니까?”
그 말에 아쿠마는 대답이 없었다.
단지 굳은 표정으로 차갑게 바라보기만 했다. 그런 그에게 위쉬안은 공손한 자세로 말을 이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부마스터님.”
이후에도 한참을 더 노려보더니,
“…기다려라.”
짧게 대답한 후 몸을 돌려 강당을 빠져나가는 모습이었다.
“…….”
위쉬안은 그런 그의 뒷모습을 순간 싸늘한 눈빛으로 노려보다 이내 원래 눈빛으로 돌아왔다.
이후 손에 들고 있는 문서를 바라보며 읽기 시작했다.
“오늘 우리가 공격할 곳은 B17 구역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외곽에 있는 ‘도축장’입니다. 출발 시각은, 해가 떨어지고 난 후 늦은 새벽쯤이 될 예정이며….”
그런 위쉬안의 말을 들으면서 김진성은 시선을 뒤쪽으로 돌렸다.
누가 봐도 화난 걸음걸이로 강당의 문까지 도착한 아쿠마가, 홱 하고 신경질적으로 문을 여는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 * *
위쉬안이 설명한 슬러터하우스 클랜 소속 ‘도축장’ 습격 작전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1. 새벽에 소수의 교란 전문 병력을 꾸려서, 오늘 오전에 빼앗겼던 도박장을 공격하는 척을 해 슬러터하우스 클랜의 시선을 빼앗는다.
2. 같은 시간에 본대는 차량을 이용해 도축장 근처까지 이동하는데, 미리 조사한 대로 CCTV 등 감시 장치가 설치가 안 된 길로만 움직인다.
3. 빠른 속도로 도축장 수비 병력을 처치한 후, 내부 시설을 파괴하고 퇴각한다. 단, 폭파는 금지. 이유는 팔라딘들의 시선을 끌 수 있기 때문.
김진성은 교란 전문 병력이 아닌 본대에 포함되었다.
새벽 2시 반쯤, 김진성을 포함한 보코하람 클랜원과 용병들, 그 외 기타 등등을 태운 수많은 트럭들이 B17 구역 외곽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김진성은, 제일 선두로 달리고 있는 1호 트럭에 탑승한 상태였다.
“…….”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B18 구역에서 벗어나 빛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황무지로 진입한 것을, 김진성은 창밖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내 그는 바로 옆을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그 외 기타 등등’에 속하는 인물들이 앉아 있었다. 아까 아쿠마한테 깨졌던 그 세 명의 짐꾼 말이다.
“…….”
“…….”
말없이 김진성의 눈을 피하면서도, 계속 흘끔흘끔 눈치를 보던 셋 중 한 명이,
“…크흠. 그….”
이내 용기를 내어 김진성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아까는…. 정말 미안했어. 아무리 생각해도 먼저 시비를 건 우리 잘못이 맞는 것 같아. 사과할게.”
나머지 동료들도 이때다 싶어 김진성에게 사과의 말을 건넸다.
“나도 사과할게. 정말 미안해. 과거는 이제 잊고 앞으로 친하게 지내면 안 될까?”
“그래! 곧 같이 목숨 걸고 싸워야 할 동료인데, 계속 서먹서먹한 건 좀 그렇잖아!”
그들의 말을 듣던 김진성은 속으로 콧방귀를 꼈다.
딱 봐도, 훨씬 강한 자신과 어떻게든 친해져서 이번 전투 때 살아남아 보려고 발악하는 모습이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통성명도 안 했네! 난 테렘이야! 얜 무사, 얘는 모피. 넌 알롭스키지? 앞으로 잘 지내보자!”
밝은 표정으로 악수를 위해 손을 내미는 테렘.
정작 김진성은 지금까지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벌써 용서받은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
테렘의 내민 손을 빤히 쳐다보던 김진성은, 끝끝내 악수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슬러터하우스에 대해 알고 있나?”
“나! 나 알아!”
바로 손을 들고 외치는 이는 옆자리의 무사였다.
“예전에 그놈들 밑에서 잠깐 시체처리반으로 일한 적이 있거든. 슬러터하우스는 딱 두 개만 기억하면 돼. 도축장, 그리고 애완 몬스터!”
김진성의 눈동자에 이채가 어렸다.
애완 몬스터?
“일단 애완 몬스터부터 설명하자면… 우왓?!”
말하려던 무사는, 갑자기 김진성이 손으로 자신을 옆으로 밀치는 바람에 꼴사납게 트럭 바닥을 굴러다녔다.
동시에,
콰앙!
정확히 무사가 앉아 있던 자리를 중심으로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