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54)
제154화. CENTER
“우앗!!”
“뭐, 뭐야?!”
창고 밖에서 초조하게 대기하고 있던 양측 클랜원들이 놀란 눈으로 그쪽을 바라보았다.
창고에서 터진 거대한 폭발은, 강력한 보호 마법이 활성화된 창고를 날려버리는 것으로도 모자라 근처에 서 있던 클랜원들까지 뒤덮었다.
“와, 씨! 타죽을 뻔했네…!”
“다친 사람 아무도 없나?”
“다행히 모두 무사합니다!”
다행히 다들 반사적으로 뒤로 훌쩍 물러선 덕분에 다친 이는 아무도 없었다. 명색이 그래도 신대륙에서 활동하는 헌터들이라, 반사 신경은 다들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떻게 된 거지?”
“안에 있는 간부들은 괜찮나?”
“이 정도 폭발이면 간부들이라도 위험했을 것 같은데….”
걱정스러운 말들을 한마디씩 꺼내면서 폭발 안개로 뒤덮인 창고 안쪽을 바라보는 클랜원들.
곧 안개가 걷히면서 자세한 상황이 모두의 눈에 들어왔다.
일단, 중앙에는 두 명의 남성이 서 있었다.
김진성, 그리고 리카르도였다.
“미친 새끼…!”
리카르도가 분노한 얼굴로, 제이슨의 시체‘였’던 기계 조각들을 내려다보며 혼잣말을 했다.
“결투하라고 했더니 죽은 뒤 자폭 설정을 해놨어?”
이건 대놓고 혼자는 못 죽겠다고 선언한 거나 다름이 없다.
만약 리카르도가 제이슨 시체 주변에 조금만 보호막을 형성하는 게 늦었다면, 제이슨의 마지막 목표가 성공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나저나, 대단하군.”
리카르도가 바로 옆의 김진성을 돌아보며 말했다.
“온몸으로 동료들을 지킬 생각부터 먼저 하다니…. 당고테가 괜찮은 녀석을 한 명 얻었군, 그래.”
말없이 미소만 짓는 김진성은, 정확히 보코하람 간부 쪽을 막아선 위치에 서 있었다.
방금 폭발하기 직전에 실제로 김진성은 보호막을 생성하는 대신 보코하람 간부를 온몸으로 보호하는 포지션을 잡았던 것이었다.
‘아마 리카르도의 도움이 없었어도, 가호의 장막 때문에 피해 없이 살아남긴 했을 거야.’
가호의 장막을 믿고, 일부러 리카르도한테 잘 보이기 위한 행동을 했던 김진성.
예상과는 조금 다른 결과가 나왔지만, 어찌 되었든 간에 리카르도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데는 성공했다.
“자! 이로써 결투가 모두 끝났다! 결과를 지금부터 발표하겠다!”
곧 리카르도가 창고 바깥의 클랜원들 모두가 들을 수 있게 커다란 목소리로 외쳤다.
“원래는 같은 참관인인 파블로도 같이 선언해야 하지만…. 그는 개인 사정상 자리를 비웠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 혼자 발표하도록 하겠다.”
리카르도는 파블로가 앉아 있던 빈 의자를 슬쩍 바라보았다.
그는 알고 있었다. 화장실에 가겠다고 창고를 나갔던 파블로가, 밖에서 몰래 마지막 전투 상황을 지켜보다가 제이슨이 죽자마자 뒤도 안 돌아보고 바로 자리를 떴단 사실을 말이다.
마지막 전투 때 제이슨의 마나 미사일 때문에 창고 여기저기 구멍이 많이 났었기 때문에, 밖에서 몰래 살펴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곧 리카르도가 모두를 향해 선언했다.
“총 전적 4 대 1로, 보코하람 클랜이 승리했음을 선언한다!”
“와아아!”
보코하람 클랜원들은 일제히 환호했고, 슬러터하우스 클랜원들은 머리를 감싸 쥐며 절망하는 모습이었다.
“이로써 현재 양측 클랜의 점령한 구역 그대로 유지하겠다. 그리고 이후, 양측 클랜끼리의 전투는 전면 금지다. 명심하도록!”
“네!”
크게 대답하는 당고테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아져 있었다.
‘전투 금지고 뭐고 상관없어! 제이슨이랑 이삭이 없는 슬러터하우스는 더는 클랜이라고 볼 수가 없으니까.’
이번 결투로 슬러터하우스는 중심을 잡아줄 간부를 모두 잃고 말았다.
자연스레 리더를 잃은 슬러터 쪽 클랜원들은 분열되기 시작할 것이고, 그러면 슬러터하우스가 아닌, 다른 이름의 소규모 클랜으로 나눠질 확률이 높다.
‘그렇게 분열된 클랜들을 잡아먹기만 하면, B17 구역도 결국 내 손 안에 들어온다! 흐흐흐…!’
리카르도는 분명 ‘슬러터하우스’ 클랜과만 싸우지 말라고 지시를 내렸다. 그러면, 분열되어 이름을 바꾼 소규모 클랜과는 싸워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소리와도 같다.
당고테는 그 맹점을 제대로 이용할 계획이었다.
‘이어서 아직 주인이 없는 B16 구역도 빨리 먹어버리는 거야. 그러면 우리는 B구역 동쪽에서는 누구보다 크고 강대한 클랜으로 자리 잡을 수 있어!’
희망찬 미래를 떠올리는 당고테의 시선은, 리카르도 옆에 서 있는 김진성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저렇게 뛰어난 실력을 지닌 충직한 부하와 함께라면, B구역 동쪽은 물론, B구역 전체를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알롭스키라고 했나?”
그때 리카르도가 김진성을 부르는 소리가 당고테의 귀에 들어왔다.
“네.”
“실력 잘 봤네. 솔직히 놀랐어. 다른 놈도 아니고, 제이슨을 이렇게 쉽게 잡아낼 줄은 몰랐거든. 그래도 한때 트리운포 클랜원이었던 놈이었는데….”
감탄하던 리카르도가 곧 김진성을 향해 제의했다.
“혹시 나를 따라 트리운포 클랜에 들어올 생각은 없나?”
“……!”
“……!!”
김진성과 당고테의 두 눈이 동시에 커졌다.
하지만 둘의 생각은 완전히 달랐다.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진성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고,
‘안 돼…!’
최고의 부하를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 당고테는 절망감으로 울상 짓고 말았다.
* * *
김진성은 오래 고민하지도 않고 바로 승낙했다.
그가 보코하람에 들어온 목적은 두 가지가 있었다. 간부 자리에 올라 두 클랜을 상잔시켜 결국에는 멸망시키는 것.
나머지 한 가지는 뛰어난 활약으로 결국에는 트리운포 클랜에 들어가는 것.
이 중 두 번째 목적을 달성하게 되었으니, 김진성 입장에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었다.
‘원래는 천천히 B구역의 하청 클랜부터 잡아먹으면서 트리운포의 힘을 약하게 만들려 했는데, 들어오고 나서 마음이 바뀌었어.’
보코하람 클랜에 들어와서 전방위적으로 활약하게 되면서 김진성은 한 가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본인이 생각보다 아주 강하다는 사실. 즉, 최소한 B구역에 머물러 있을 실력은 절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오늘 간부 결투까지 해보니 확실히 알겠어. 트리운포 안에 들어가서 활약해도 충분히 눈에 띄겠어.’
그의 악인들을 잡아먹고 성장하는 능력만 있다면, 트리운포라는 메이저 클랜 내의 인재들을 해치우고 빠르게 성장해서 간부 자리까지 충분히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메이저 클랜이라면 오늘 얻은 것들보다 훨씬 더 좋은 능력들을 보유하고 있을 거 아냐? 그러면 훨씬 더 빨리 강해지겠지.’
오늘 전투로 다시금 깨달은 사실은, 강한 놈들이랑 붙어서 이겨야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콜로세움 서바이벌 때에도 난적이었던 강민혁, 설다운, 신웅 등의 강자들을 힘겹게 잡아내면, 그만큼 김진성을 강하게 만드는 훌륭한 보상이 따라오지 않았던가.
오늘 역시 신대륙에 들어온 이래 제일 좋은 능력들만 얻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트리운포 안에 들어갔을 때는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빠르게 강해질 것이 확실했다.
‘한번 이 대륙 내에서도 최고가 되어보자. 대한 클랜 전체가 덤벼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까지 말이야.’
마음속으로 다짐하면서 김진성은 걸음을 옮겨 리카르도의 뒤를 따라갔다.
그의 리무진으로 향하는 김진성을, 보코하람 간부와 클랜원들이 마지막으로 배웅했다.
다들 그리 표정이 좋지는 않았다. 슬러터하우스를 거의 혼자만의 힘으로 물리쳐서 보코하람을 일으킨, 일명 ‘하늘이 내려준 전사’를 잃게 되었으니….
특히 당고테의 표정이 볼만했다.
절망감, 우울함, 상실감 등으로 잔뜩 표정이 어두워진 그는, 툭하고 건들면 바로 눈물을 펑펑 쏟아낼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와중에 유일하게 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가 한 명 있었다.
“잘 가게나! 가서 멋진 활약으로 보코하람의 이름을 널리 알려줘! 자네라면 더 높은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을 거야! 하하하…!”
김진성의 손을 맞잡고 흔들면서 크게 웃기까지 하는 위쉬안.
사실상 그의 입장에서는 최상의 결과를 맞이한 셈이다.
숙명의 라이벌이었던 아쿠마도 죽은 와중에,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던 김진성까지 보코하람을 떠나게 되었으니 말이다.
기쁜 감정을 숨기지를 못하는 위쉬안을 보면서 김진성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이런 속 좁은 새끼가 2인자라니…. 보코하람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구나.’
더 안타까운 사실은 이제 위쉬안을 위협할 만한 비슷한 실력의 간부도 없다는 점이다.
그나마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받던 1팀장은 김진성에 의해 스파이로 발각되어 죽어버렸으니 말이다.
“어서 타라!”
리카르도의 목소리에 김진성은 마지막으로 일행들에게 손을 흔든 뒤, 리무진에 탑승했다.
곧 리무진은 빠른 속도로 포션 제조소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 * *
트리운포 클랜 본사는 셀레포 시티 내에서도 가장 중심부인 센터 구역, 즉 C구역에 있었다.
즉, 김진성은 가장 외곽인 B구역에서 단숨에 도시의 가장 중심부로 진입한 것이다.
‘…보이는 풍경이 아예 차원이 다르군.’
C구역에 들어선 후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김진성은 속으로 생각했다.
빌딩은 물론 가로수, 도로 등 무엇 하나 최신식, 최첨단이 아닌 것이 없었다. 마치 미래 도시에 온 것 같았다.
‘그리고 팔라딘들이 원래 이렇게 많았었나…?’
B구역에서는 구경하기도 힘든 팔라딘들이, C구역에서는 곳곳마다 보였다.
이 정도면 범죄는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여기 있는 팔라딘의 10분의 1만 B구역에 갖다 놔도, 치안 수준이 아예 달라질 것 같은데 말이지….’
“…응? 뭐야?”
그때, 옆에 앉은 리카르도가 창문 밖에서 누구를 발견했나 보다.
그는 곧 차를 세우더니, 창문을 내리고 걸어가는 행인을 불러 세웠다.
“로드리고! 혼자 어디 가십니까?”
“어? 뭐야!”
로드리고라고 불린 이가 반가운 표정으로 리카르도의 손을 잡았다.
“나야 본사 가는 길이지. 6팀장도?”
“네. 잠깐 외부에 일이 있어서 다녀왔죠. 타실래요?”
“에이, 됐어. 바로 앞인데. 근데 옆에는 누구야? 처음 보는 얼굴인데.”
김진성을 가리키며 묻는 로드리고의 물음에 리카르도가 대답했다.
“저희 팀 막내가 될 놈입니다. 인사해라. 5팀장인 로드리고다.”
“안녕하십니까!”
공손히 인사하는 김진성을, 로드리고는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막내라고? 6팀에서 막내 데려오는 거 진짜 오랜만의 일 아냐?”
“그랬나요…?”
“몇 달 됐을 거야. 자네 팀원 뽑는 기준이 보통 깐깐해?”
“하하하….”
로드리고가 김진성을 유심히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그러면 이제 ‘막내 대결’ 한번 해야겠는걸? 그동안 6팀만 막내가 없어서 못 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아, 참. 그랬었죠? 저야 언제나 환영이죠.”
둘의 대화를 듣던 김진성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막내 대결? 그게 뭐지?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