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60)
제160화. 힘이 모자라면 머리가 고생한다
주안이 도착하기 몇 분 전.
김진성은 이미 근방에 도착해서 파타비나와 대치하는 중이었다.
“…저게 보스인 거 같은데.”
김진성이 공중을 부유 중인 거대한 큐브 모양의 보라색 물체를 바라보며 말했다.
혹시 몰라서 방금 전 한 번 더 이 던전 내 마나와 공명을 시도했었는데, 눈앞의 큐브보다 강한 존재는 이 던전 내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느껴지는 기운이 조금 특이하군. 안은 텅텅 비어 있는 느낌인데, 이상하게 뿜어내는 마기는 어마어마해.’
[말했잖은가? 공허도 결국 마계에서 탄생한 존재라고. 강할수록 당연히 마기도 많이 보유하고 있지.]‘…이쪽으로 오는군.’
큐브가 갑자기 빠르게 이쪽으로 다가왔고, 김진성은 바로 전투를 준비했다.
자세를 잡은 그를 향해, 곧 수많은 공허 탄환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이전 공허충들이 사용했던 것들보다 훨씬 빠르고, 두꺼운 탄환들이었다.
김진성은 일단 최대한 피할 수 있는 데까지 피하려고 노력해 보았다.
김진성을 맞히지 못한 탄환들은 그대로 바닥에 꽂혔고, 곧 저항 없이 바닥을 깊숙이 뚫은 뒤 소멸했다.
그걸 목격한 김진성은 속으로 생각했다.
‘한 대 맞으면 즉사하겠는데… 응?’
그때, 파타비나의 보라색 표면이 갑자기 발광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낀 김진성은, 최대한 옆으로 멀리 몸을 날렸다.
거의 동시에, 두꺼운 보라색 레이저가 김진성이 서 있던 자리로 날아왔다.
몸을 날린 후 김진성은 방금 전 자리 쪽을 확인해 보았고,
‘헐.’
자신도 모르게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레이저가 꽂힌 자리에, 대각선 방향의 끝을 알 수 없는 싱크홀이 생겨난 것이다.
이건 김진성의 예상을 뛰어넘는 어마어마하게 강력한 화력이었다.
‘확실히 보스는 보스야. 공허충과는 차원이 달라. 조심해야겠어.’
속으로 생각하면서 꾸준히 날아오는 공허의 탄환들을 다시금 피해내는 김진성.
그때 단틸리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놀란 것치고는 행동에 여유가 넘치는군, 그래.]‘…….’
김진성은 대답하지 않았다.
솔직히, 아까 얻은 공허 특성 때문에 심적으로 여유가 생긴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단틸리온에게 솔직히 말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리고 시청자들한테도 굳이 보여줄 필요는 없지.’
여기서 김진성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저 파타비나를 ‘공허’ 특성으로 처치함과 동시에 시청자들에게 티를 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공허 특성이 먹히나 실험부터 해봐야지.’
생각과 동시에 단틸리온과의 공명을 잠시 끊은 김진성.
‘공허 특성’이라는 단어 자체를 그 누구에게도 들려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김진성은 곧바로 눈앞에 날아오는 공허의 탄환을 옆으로 몸을 젖혀 피했다.
동시에 검지를 펴, ‘공허’ 상태로 만든 뒤 탄환 옆면을 찔렀다.
무(無)로 뒤덮인 손가락은 탄환 안으로 쑥 들어갔다 나왔다.
‘…되는군.’
딱 손가락만 한 구멍이 생긴 것을 김진성은 확인했다.
이러면 ‘공허’ 특성을 이용해서 파타비나를 처치할 수 있는 건 확실해졌다.
‘하나만 더 실험해볼까?’
김진성은 다시금 눈앞에 날아오는 공허의 탄환을 피한 뒤, 공허의 기운으로 뒤덮인 손가락을 탄환 쪽으로 내밀었다.
탄환은 정확히 검지에 명중했고,
‘…읏.’
순간 느껴지는 고통에 김진성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동시에 검지를 반대편 손으로 어루만졌다.
검지가 탄환에 잘려 나갔다거나 한 건 아니었고, 탄환에 실린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검지가 뒤로 꺾일 뻔해서 고통이 느껴진 것이다.
‘잘려 나가지만 않으면 됐어.’
지금은 탄환의 힘을 손가락이 못 버틴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조금 주의하면 되는 문제다.
‘이러면 공허 특성으로 방어도 가능하다는 걸 확인.’
실험을 마친 김진성의 마음은 훨씬 더 여유로워졌다.
공허로 방어가 가능해진다는 걸 깨달은 순간, 이제 파타비나한테 죽을 걱정은 없어진 것이다.
‘자, 이제 어떻게 공격하느냐만 남았는데….’
현재 김진성은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1. 김진성이 보기에도 너무나 좋은 특성인 ‘공허’를 시청자들에게 들키지 않아야 한다.
2. 동시에 파타비나를 처치할 수 있어야 한다.
3. 다른 참가자들보다 한 단계 이상은 뛰어난 모습을 보여줘서 트리운포 클랜원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켜야 한다.
‘…일단 3번부터 생각해보는 게 좋겠군.’
김진성은 속으로 생각하면서 왼쪽을 돌아보았다.
저 멀리서, 한 남자가 빠른 속도로 달려오다가, 김진성을 발견하고는 놀란 표정으로 멈춰 서는 모습이 보였다.
1팀의 막내, 주안이었다.
‘저놈이 현재 10명 가운데 1, 2위를 다투는 실력자라고 했지.’
김진성은 6팀장 리카르도가 설명한 것을 떠올렸다. 1팀의 주안과 2팀의 루카는 이미 이 클랜에 들어오기도 전에 용병계에서 이름을 날렸던 유망주 아닌 유망주라고 했었다.
‘일단 저놈의 경지가 어느 정도인지부터 파악해야겠다.’
김진성이 속으로 그렇게 생각할 때.
주안도 김진성을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어떻게 저 러시안 놈이 나보다 먼저 여기에…?’
주안 본인이나, 아니면 루카 정도만 먼저 파타비나를 발견할 수 있을 거로 예측했던 그였다.
왜냐하면, 현재 보스인 파타비나가 있는 곳까지 그렇게 빨리 도달할 수 있는 실력자는 10명의 선수 중 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저 러시안 놈을 포함한 다른 팀 막내들은 생각도 안 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뭐, 운이 좋은 거겠지.’
주안은 이내 그렇게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절대 실력으로 본인보다 먼저 찾은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지금 그런 사소한 것에 집중하고 있을 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었다.
‘쳇…! 나까지 발견해 버렸잖아!’
김진성 쪽으로만 공격하던 파타비나가, 어느 순간 주안 쪽으로도 공허의 탄환을 발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단은 피하면서 찾아보자.’
주안은 몸을 옆으로 틀거나, 몇 발자국 이동하면서 날아오는 보라색 탄환들을 피해냈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우면서도, 동시에 빠른 속도였다. 그 모습만으로도 주안의 높은 경지를 알 수 있었다.
‘주변에 숨겨져 있는 핵을 찾아야 하는데….’
탄환을 피하면서 주안은 계속 주변을 끊임없이 돌아보았다.
이미 한 번 레이드를 해본 경험이 있는 주안은, 어떻게 해야 파타비나를 더 쉽게 처치할 수 있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저깄다!”
곧 주안은 반갑게 외치면서, 왼쪽 구석의 보라색 나무를 향해 몸을 날렸다.
순식간에 도달한 나무의 뿌리 쪽에서는, 은은한 보라색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놓치기 쉬울 정도로 아주 약한 빛이었다.
주안은 곧바로 검을 휘둘러 나무를 지면 높이까지 잘라내었다.
구멍이 난 나무 밑동 안에 커다란 보라색 구슬이 일렁이고 있었다.
“하앗!”
주안은 손바닥을 뻗어 보라색 구슬을 향해 마나를 뿜어내었다.
곧 뿜어져 나온 마나는 보라색 구슬을 완전히 감싼 후 ‘아공간’을 생성해 내었다.
마나 아공간이 완성되자마자 보라색 구슬은 빠른 속도로 작아지더니, 이내 완전히 소멸했다.
“예쓰!”
쾌재를 부르며 주안은 파타비나를 돌아보았다.
구슬이 사라지자마자, 눈에 띄게 크기가 작아진 보라색 큐브의 모습이 보였다.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제거한 후, 마지막에 완전히 작아진 파타비나만 제거하면 끝이다!’
이것이 파타비나를 처치하는 방법 중 가장 대중적인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 방법을 아는 사람은 현재 참가 선수 중 루카 외엔 없을 것이 분명했다.
인터넷이나 도서관을 뒤져도 나오지 않는 정보라서 직접 던전 안에 들어가서 경험하거나, 정말 절친한 선배 헌터가 알려주지 않는 이상 알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만약 1라운드가 공허 던전이라는 게 밝혀졌으면 다들 미리 공부라도 했겠지만, 막내 대결은 기본적으로 비공개가 원칙이라 사전 예습도 불가능하다.
‘저 러시안도 전혀 몰랐나 보군. 역시 여길 빨리 찾은 건 순전히 운빨이었어.’
주안의 시선이 멀리 있는 알롭스키한테로 향했다.
멍한 표정으로 주안을 계속 주시하는 걸 보면 안 봐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뻔했다.
‘이러면 무난히 내가 1위로 1라운드를 마무리하겠네.’
처치 방법을 아는 주안이 당연히 방법을 모르는 알롭스키보다 가산점을 많이 받을 것이 뻔했다.
거기에 가장 경계하고 있는 라이벌인 루카는 아직 근처에 보이지도 않는 상황.
모든 환경이 지금 주안을 향해 웃어주고 있다.
‘자, 그럼 빨리 다음 핵을 찾아서… 엇?’
다시 주변을 둘러보려던 주안의 시선이 이내 파타비나 근처에 고정되었다.
파타비나 주변에 갑자기 생겨난 세 개의 보라색 선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이다.
‘공허의 눈 소환이다!’
파타비나를 상대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하는 상황.
바로 이렇게 ‘공허의 눈’을 한꺼번에 세 개 정도 소환할 때다.
저건 무조건 헌터가 직접 균열 근처까지 가서, ‘마나 아공간’을 만들어 소멸시켜야 한다. 그게 아니면 다른 방도가 없다.
‘젠장!’
주안은 곧바로 균열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날아오는 모든 공허의 탄환과 레이저를 피하면서 어렵게 접근에 성공한 주안.
“하아압!”
그는 전력을 다해 마나를 최대한 빠르게 뿜어내기 시작했다.
공허의 탄환이 자신에게 또 날아오기 전에 빨리 균열을 처치하려고 하는 것이다.
다행히 그의 전력을 다한 시도는 효과가 있었다.
공허의 탄환이 그의 몸에 닿기 직전에 아슬아슬하게 균열을 제거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우왓!”
제거하자마자 주안은 급하게 몸을 뒤로 날렸다. 덕분에 간신히 탄환이 몸에 닿기 직전에 피해냈다.
“휴우…! 하나 처치했고, 다음은….”
나머지 균열의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던 주안.
곧 그의 눈썹이 꿈틀했다.
저 멀리 있는 알롭스키가, 가만히 서서 머리 위에 거대한 마나 구체를 생성하고 있는 게 보인 탓이다.
‘저 새끼 뭐 하는 거야?’
주안은 어이가 없었다.
상대는 ‘공허’다. 저런 일반적인 공격 방식으로는 어떠한 대미지도 줄 수 없는 특별한 존재란 말이다.
‘진짜 여기까지 순수하게 운빨로 온 건가?’
설마 파타비나를 만나기 전까지 운 좋게 공허의 균열을 하나도 안 만난 건가?
…라는 의문까지 생겨났을 그때.
한참을 마나 구체 생성에 집중하던 알롭스키가, 이내 공허의 눈이 막 생성되려는 보라색 균열 쪽으로 구체를 발사했다.
콰아앙!
이내 굉음과 함께 균열 쪽에서 폭발하는 마나 구체.
주안은 헛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처구니가 없군. 저런 놈과 치열하게 1등 경쟁을 하려고 했다니….’
방금 직전까지 최선을 다하던 자신이 갑자기 한심하게 느껴지려던 그때.
이윽고 폭발 연기가 걷히고, 공허의 균열이 있던 부근이 다시금 주안의 시야에 들어왔다.
“…어?”
동시에 주안이 자신도 모르게 놀란 목소리를 내었다.
‘균열 어디 갔어?’
분명 ‘공허의 눈’으로 바뀌었어야 할 보라색 균열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이다. 공허의 눈이고 뭐고 아예 보라색 비슷한 것도 보이지를 않았다.
곧 상황을 파악한 주안이 경악했다.
‘설마, 방금 공격으로 균열이 사라진 거야…?’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알롭스키를 다시금 돌아보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