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59)
제159화. 보스 다이렉트 로드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을 그때.
‘공허의 눈’을 중심으로 생성되었던 ‘공허의 공간’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몇 초 후, 보라색 공간은 그 안에 있었던 공허충들과 함께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제야 김진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슬아슬했다.’
솔직히 몇 초만 더 늦게 공허의 눈을 처치했다면, 공허충들의 공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면 마나를 주입하는 데 집중하지 못했을 것이고, 결국에는 공허의 눈을 소멸시키기 힘들었을 것이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군.]그때, 단틸리온의 뜻을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뭔 예상?’
[너의…아니다. 이건 지금 말하는 것보다 나중에 말하는 게 낫겠어.]“…?”
[나도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거든.]김진성 입장에서는 이해가 전혀 안 되는 말들만 늘어놓는 단틸리온.
하지만 이후 그는 더 말이 없었고, 김진성은 어쩔 수 없이 다시금 보스가 있는 방향 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는, 눈앞에 떠오른 알림창을 다시 한번 집중해서 읽기 시작했다.
‘모든 공격과 특성을 공허 상태로 사용할 수 있다고? 그렇다면 무(無)의 경지로 공격 가능하다는 거잖아?’
생각해보니, 이건 정말 엄청나게 좋은 특성이었다.
공허충과 똑같은 무(無)의 경지로 공격한다면, 김진성 본인과 비슷하거나 약한 존재들은 아예 방어조차 불가능할 테니까.
‘게다가 같은 공허의 존재에게 공격 가능하다면….’
김진성의 눈이 순간 반짝였다.
‘이거, 생각보다….’
어쩌면 이번 마계던전을 매우 쉽게 클리어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 * *
김진성이 공허의 눈을 소멸시켜 버린 순간, 여러 곳에서 각기 다른 반응이 터져 나왔다.
[어어어…?! 소멸했습니다! 알롭스키가 ‘공허의 눈’을 처치했어요!] [허허허…. 뭐죠? 진짜 제가 아까 말씀드렸던 은둔의 고수였던 건가요?]일단 중계진들은 매우 놀란 반응을 보였다.
사실상 거의 기대를 안 하던 와중에 일어난 극적인 상황이라 그런지, 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흥분한 모습을 보여주는 둘이었다.
그리고, 가장 기뻐하는 반응을 보이는 이들은 바로 휴게실에 모여 있던 6팀원들이었다.
“와아아!”
“처치했어!”
“바로 그거야! 잘했다, 막내야!”
이들 역시 살짝 절망적인 기분으로 중계를 지켜보고 있던 터라, 지금 느끼는 기쁨이 훨씬 클 수밖에 없었다.
특히, 팀장인 리카르도가 그 누구보다 기뻐하고 있었다.
“봤어? 내가 어떤 애를 픽해서 데려왔는지 봤냐고! 어?!”
주변 팀원들과 연신 하이 파이브를 하면서 크게 외쳐대던 리카르도.
그는 이내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다시금 TV 화면 속 김진성을 바라보았다.
‘내 감이 맞았어. 알롭스키, 저놈은 충분히 공허를 처치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실력자였다고!’
아직 알롭스키의 한계를 보지 못했다고 느꼈던 그의 감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던 것이었다.
이렇게 6팀 전원이 기뻐하던 그때,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일단, 1팀장 프란시스코가 그랬다.
‘…이건 예상치 못한 변수인데.’
유유히 걸음을 옮기는 알롭스키의 모습을 자택 TV로 시청하고 있던 프란시스코의 표정은 심각하기 그지없었다.
‘공허를 처치 가능하다는 건, 우리 1팀의 주안과 2팀의 루카랑 경지가 비슷하다는 이야기다.’
아니, 오히려 경지가 비슷하면 다행이다. 어쩌면 더 강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주안과 루카의 경지는 이미 완벽히 파악한 상태지만, 알롭스키의 경지는 어느 정도인지 아직 파악이 덜 됐기 때문이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저 알롭스키가 만약 주안보다 훨씬 강하다면….’
그러면 높은 확률로 ‘막내 대결’의 승리는 6팀이 차지하게 된다.
즉 6팀이 첫 번째로 하청 클랜을 고를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된다.
‘만약에 리카르도가 내 소유인 ‘엠버 문’을 가져간다면….’
거기에 만약에 루카가 2등을 차지해서, 2팀이 기존 자신의 하청 클랜인 ‘요르바 클랜’을 그대로 선택한다면?
그 순간 1팀은 비상이다.
엠버 문과 요르바 클랜, 이 두 곳과 나머지 클랜에서 벌어들이는 수입 차이가 하늘과 땅만큼 크기 때문이었다.
즉 1팀의 장비 수급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얘기고, 그것은 결국에는 1팀 전투력의 하락을 뜻한다.
‘그렇게 돼서는 안 돼. 1팀은 언제나 트리운포 클랜에서 최고로 강한 팀으로 남아야 한다.’
소속팀의 전력이 밀리는 순간, 프란시스코 본인의 권력 역시 밀려난다.
그럴 수는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라미로, 그 새끼한테 밀리는 건 절대 안 돼!’
현재 트리운포 내 그의 최대 경쟁자, 2팀장 라미로의 얼굴을 떠올린 프란시스코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대책을 세워야 해. 이번 1라운드 경기는 어찌할 수 없지만….’
아쉽게도 던전 안에 들어간 이상, 현재 1라운드 경기 도중에 그가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불가능하다.
2라운드 이후를 미리 대비하면서, 이번 라운드 때 주안이 저 알롭스키한테 밀려서 2등 이하의 성적을 기록하지 않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 * *
이곳은 던전 입구에 설치된 현장 야외 모니터실.
“현재 1팀, 2팀, 6팀, 10팀 선수가 ‘공허의 눈’을 만났습니다.”
PD가 이어폰과 연결된 마이크를 통해 보고하고 있었다. 그의 보고는 트리운포 본사의 공식 모니터실의 직원들을 통해 최종적으로는 중계진에게까지 전달될 것이다.
“이중, 1팀, 2팀, 6팀 선수는 ‘공허의 눈’을 처치하는 데 성공. 반면 10팀 선수는 처치 실패 후 도망친 상태입니다.”
“멍청한 새끼…!”
보고 중간에 평가단장, 세르지오의 분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10팀장이기도 한 그의 시선은 제일 마지막 모니터에 고정되어 있었다. 거기엔 10팀 막내인 챠노의 모습이 송출되고 있었다.
끝을 모르고 확장되어 가는 ‘공허의 공간’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력을 다해 도망치고 있는 챠노.
“제거할 거면 제거하고, 도망칠 거였으면 빨리 도망칠 것이지 왜 중간에 망설이는 거야?”
그가 조금 전 모니터로 본 광경은, 이동하다가 공허의 균열을 만난 챠노가 약 5초 동안 우왕좌왕하며 망설이던 모습이었다.
그 5초라는 시간은, 지금처럼 챠노가 걸음아 날 살려라며 전력으로 도주하는 볼썽사나운 장면을 만들어내고 말았다.
“넌 끝나면 뒤졌다.”
눈에 불을 켠 채로 노려보며 중얼대던 세르지오가, 곧 이어폰과 연결된 마이크에 대고 외쳤다.
“아직도 도착 안 했어?!”
[지금 도착했습니다! 바로 공허의 눈 제거 작업에 들어가겠습니다.]“빨리 제거해! 자칫 잘못하다가 던전 전체가 공허의 공간으로 뒤덮이게 생겼다!”
저 공허의 공간을 계속 놔두면, 결국에는 던전 전체로 확장되게 된다. 한계가 없이 커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다급히 진화하기 위해 평가단 중 한 명이 긴급 파견을 나간 상태다.
“10팀 선수 장면이랑 1팀, 2팀, 6팀 선수 장면 계속 교차해서 내보내. 무슨 소린지 알지?”
“…….”
PD의 작은 목소리를 들은 세르지오는, 자동으로 그쪽으로 고개가 돌아가려던 걸 꾹 참아내었다.
PD는 지금 프로페셔널하게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그를 노려보면 본인만 밴댕이 소갈딱지처럼 보일 뿐이다.
‘후… 그래. 챠노만 약한 게 아니야. 공허를 처치 가능한 저 세 놈이 비정상인 거지.’
이내 크게 숨을 몰아쉬면서 감정을 다스리는 세르지오.
초인적으로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는 그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PD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교차 송출 끝나면, 현재 선수들 위치가 모두 표시된 전체 지도 한 번 송출해주고. 동시에….”
PD는 정면 대형 스크린의 지도를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현재 1팀과 6팀 선수가 정확히 보스 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정보도 잊지 말고 제공하고.”
* * *
우우웅-!
가늘게 공기가 진동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나가 뿜어져 나올 때의 소리다.
동시에, 점점 커지던 보라색 차원 균열이 빠른 속도로 작아지기 시작했다.
마나에 완전히 갇힌 상태로 작아지던 ‘공허의 균열’은, 이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졌다. 소멸해버린 것이다.
“후…!”
작은 한숨과 함께 주안이 뿜어내던 마나를 그대로 회수했다.
“좋아. 지금까지는 문제없이 잘 진행되고 있어.”
혼잣말과 함께 주안은 사방을 둘러보더니, 이내 한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분명 식물들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는 쪽으로 걸어가면 된다고 하셨지.’
속으로 생각하는 주안의 시야 정면에는, 다른 데보다 유난히 크기가 작은 보라색 풀들과 나무들로 즐비했다.
심지어 저 멀리 보이는 식물들의 크기는 더 작았다.
현재 바로 눈앞에 보이는 나무는 주안의 키와 비슷한데, 저 먼 쪽 나무는 주안의 가슴 정도밖에 안 자랐기 때문이다.
‘저렇게 식물이 계속 작아지는 쪽으로 가다 보면, 보스인 ‘파타비나’를 만날 수 있다고 하셨었다.’
생각을 이어가는 주안의 머릿속에, 어젯밤 프란시스코가 몰래 불러서 한 말이 다시금 떠올랐다.
– …그쪽으로 계속 가다 보면 파타비나를 만날 수 있다. 파타비나는 주변 식물들의 양분인 토양 속 ‘공허’까지 전부 먹어치우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주변의 식물들의 크기가 작을 수밖에 없다. 이해했느냐?
– 네, 팀장님.
– 이 정도까지 몰래 알려줬으면, 내일 어떻게 해야 할지는 잘 알고 있겠지?
마지막 프란시스코의 물음에 대한 대답을, 주안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반드시 1등으로 보답해야 한다.’
주안. 그는 트리운포에서 가장 강한 1팀의 최고 유망주로 뽑히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고작 2팀인 루카 따위에 밀려서 2등으로 이번 라운드를 통과하는 건, 프란시스코를 비롯한 1팀원들뿐만 아니라 주안 본인도 용납할 수 없는 수치다.
‘그러려면 최대한 빨리 파타비나를 찾아서, 루카보다 먼저 처치를 해야… 응?’
그때, 주안의 눈동자에 이채가 돌았다.
갑자기 저 멀리 평야 끝 지평선 쪽 하늘이 보라색으로 뒤덮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장면을 보자마자 주안은 깨달았다.
‘파타비나다!’
동시에 주안은 전력을 다해 보라색 하늘 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분명 이전에 파타비나를 마주쳤을 때, 주변 하늘이 온통 보라색이었어!’
이전 레이드 때 경험을 떠올리며 점점 달리는 속도를 높이던 주안은, 이내 익숙한 광경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방이 온통 보라색으로 물들어버린 드넓은 공간.
그 중앙에, 정팔면체 모양의 거대한 큐브 같은 것이 공중에서 회전하면서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주안이 익히 알고 있는 ‘파타비나’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존재가 한 명 더 있었다.
‘……!’
파타비나 바로 근처에 서 있는 누군가를 확인한 주안의 눈이 커졌다.
‘저놈은, 분명…!’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인물이라 이름을 기억해 두지는 않았지만, 얼굴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10팀의 막내 중 러시아인은, 6팀 소속 한 명밖에 없었으니까 말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