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58)
제158화. 무(無)를 죽이는 방법
[…말씀드리는 순간, 6팀 막내 선수 전방에 ‘공허의 눈’이 생성되었습니다.]김진성이 일부러 ‘공허의 눈’이 생성되도록 내버려 둔 장면은, 셀레포 대륙 전용 인터넷인 ‘셀레포넷’을 통해 신대륙 전체에 생중계되었다.
[이렇게 되면 현재 1팀, 2팀, 6팀 선수가 ‘공허의 눈’을 상대하게 되었네요.] [1팀, 2팀은 예상 가능했는데, 6팀 선수는 좀 의외네요? ‘공허의 눈’을 상대하는 방법을 설마 알고 있나요?]캐스터와 해설진은 둘 다 매우 차분했다. 콜로세움 서바이벌 중계 때의 그 열정적인 목소리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유가 있었다.
우선, 중계를 보는 시청자들이 전부 신대륙인이라는 점이 제일 크다.
이 대륙에 사는 사람들은 거의 다 지구에서 한가락 하던 헌터들이다. 던전 쪽으로는 전문가들이라는 소리다.
그래서 굳이 ‘공허’ 정도를 가지고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미 시청자들 모두가 ‘공허’가 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프로들이기 때문이다.
[일단 주안과 루카는, 굳이 균열을 제거하는 데 열을 올리지 않을 거라고 저희 둘 다 예상했었죠?] [둘 다 트리운포에 들어가기 전부터 혼자 18층을 클리어하던 실력자들이었으니까요. 당연히 ‘공허충’을 상대하는 방법쯤은 진즉에 알고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6팀, 알롭스키는 좀 의외인 게, 트리운포 본사에서 제공한 정보에 의하면 최고 기록이 마계던전 10레벨이 전부입니다! 시련의 탑은 뭐, 공략 기록도 없고요.] [흠….]해설자의 표정이 굳어졌다. 기록만 보면 절대 ‘공허의 눈’을 상대할 만한 실력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러면 둘 중 하나의 경우겠죠. 하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공허의 눈’이 생성될 때까지 내버려 둔 경우.] [또 하나는 역시, 지금껏 실력을 드러내지 않은 은둔의 고수겠죠?] [정답입니다! 그런데 사실, 만화나 소설에서 그런 인물이 자주 등장하는 거지, 현실은 안 그렇거든요.] [경험담이시군요…?] [하하하, 맞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6팀의 알롭스키가 소설 속 주인공처럼 은둔의 고수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편이 더 재미있을 테니까요,]어떻게든 최대한 긍정적인 어조로 이야기하는 해설자.
그러한 TV 중계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 인물들이 있었다.
트리운포 6팀이었다.
그들은 훈련을 마친 후 저녁을 먹고, 단체로 휴게실에 모여 앉아 오늘부터 시작되는 ‘막내 대결’의 첫 경기를 관람하는 중이었다.
“아, 씨…. 균열을 보고도 왜 내버려 뒀지?”
“상대하는 법 알고 내버려 둔 거 아냐?”
“설마 당황해서 멍때리다가 내버려 둔 건….”
“에이, 설마! 팀장님이 픽한 놈이 그 정도로 멍청하겠냐?”
웅성대고 있는 팀원들은 모두 한 번씩 팀장, 리카르도를 쳐다보았다.
정작 리카르도는 어떠한 표정 변화 없이 조용히 TV 화면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렌조.”
그때, 아스터가 멀리 앉아 있는 렌조를 불렀다.
“네, 부팀장님.”
“넌 ‘공허충’을 언제부터 제거할 수 있었어?”
“정확히 두 달 전입니다.”
“그러면…. 들어오고 나서 1년 뒤라는 얘기네?”
“네.”
둘의 대화를 듣던 팀원들의 표정이 더더욱 심각해졌다.
6팀 역사상 최고의 유망주로 뽑히는 렌조마저 1년 이상의 가르침을 받은 이후에야 상대가 가능해진 ‘공허충’을, 고작 이틀밖에 안 된 알롭스키가 상대할 수 있을 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하지만 리카르도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분명, 지금 알롭스키는 균열이 열리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내버려 뒀다.’
TV를 시청했던 모든 이들이 알고 있는 그 장면에, 리카르도는 큰 의미를 두고 있었다.
‘그리고 어제 제이슨을 처치한 모습을 보면, 공허충을 상대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였어.’
어제 아침 혼자 네 명을 처치하던 알롭스키의 결투 장면을 보면서 리카르도는 확신한 게 하나 있었다.
어제 알롭스키는, 아직 본인의 전투력 최대치를 보여주지 않았다는 것을 말이다.
‘내 감으로는, 방법만 알면 알롭스키는 공허충을 쉽게 처치하고도 남는다. 문제는 그 방법을 알고 있느냐인데….’
문제는 그 방법을 아느냐, 모르느냐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거다.
방법을 모르면, 현재 알롭스키보다 두 배는 더 강한 자라 할지라도 허무하게 죽어버릴 수 있었다.
‘공허’는 그러한 존재다.
* * *
‘…똑같군.’
눈앞에 보이는 어마어마한 수의 공허충들을 바라보며 김진성은 생각했다.
생긴 모양, 색깔, 심지어 공격해오는 속도가 느린 것까지 저번과 똑같았다.
‘여전히 힘으로는 상대할 수 없는 건가?’
김진성은 혹시나 하고, 느릿느릿하게 날아오는 보라색 탄환 같은 것을 막아보려고 했다.
현재 김진성은, 콜로세움 본선 때와는 아예 다른 존재가 되었다.
그때보다 모든 능력치가 10배 가까이 상승했으며, 보유한 스킬, 특성도 훨씬 더 많아졌고, 또한 강력해졌다.
당연히 검에 불어넣을 수 있는 마나의 양도 이전과 비교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검신 전체에 생겨난 구멍들을 바라보며 김진성은 피식 웃었다.
보라색 탄환을 막아내면서 검에 최대한의 마기를 집어넣어 봤는데, 결과는 예전과 똑같았던 것이었다.
‘힘으로는 안 되는 존재군.’
[아니, 힘으로 해결해야 하는 존재다.]‘……?’
갑자기 들려오는 단틸리온의 목소리에 김진성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콜로세움 본선 때는 다르게 얘기하지 않았던가?
‘예전에 공허 상대했을 때는 특별한 깨달음이 있어야 죽일 수 있다고 하지 않았었나?’
[정확하다. 깨달음이 없으면 힘만으로는 절대 상대할 수 없는 존재지.]‘그렇다면….’
김진성은 생각해 보다가 되물었다.
‘설마 깨달음과 동시에 힘도 있어야 처치 가능하다는 건가?’
[정확하다! 확실히 이해 속도가 빠르군. 자, 그러면 이제부터 그 ‘깨달음’에 대해 설명해 주겠다.]단틸리온이 설명을 시작했다.
[일단 ‘마나 아공간’이라는 걸 먼저 깨달아야 한다. ‘마기’ 말고 ‘마나’ 말이다.]‘왜 마나여야 하지?’
[내가 설명하는 방법을 마기로 사용하면 공허충들이 죽지 않기 때문이지. 기본적으로 저놈들은 마계에서 태어난 몬스터들이라서, 마기에 내성을 가지고 있거든.]단틸리온이 말을 이었다.
[그러면 ‘마나 아공간’을 어떻게 생성하냐면….]‘이렇게?’
[……!!]김진성이 손을 내밀어, 본인의 몸 크기만 한 작은 마나 아공간을 만들어 내었다.
그걸 본 단틸리온은 갑자기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알고 있었던 것이냐?]‘뭐, 어쩌다 보니.’
굳이 ‘마나를 지배하는 자’ 특성에 관해 설명하지 않고 둘러대는 김진성.
곧 단틸리온의 감탄한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역시, 너는 항상 내 예상을 뛰어넘는구나. 그러면 이제 방법만 알려주면 되겠군. 질문부터 하겠다.]김진성은 진지한 마음가짐으로 이어지는 단틸리온의 말에 집중했다.
저렇게 질문부터 시작하는 것이, 단틸리온 특유의 설명 방식이라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었다.
[공허란 무엇이냐?]‘공허? 당시 무(無)라고 얘기했었지 않았나?’
생각해봐라.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고 검을 휘두르고 원소 공격을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당연히 대미지가 안 들어가겠지.’
여기까지는 김진성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반대로 접근해보자. 공허의 반대말은 무엇이냐?]‘반대말…. 충만?’
[그래. 한 글자로 얘기하자면 유(有)라고 할 수 있지. 이것이 근본적인 공허충들의 공략법이다.]‘공략법이라….’
김진성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 모습을 봤는지, 단틸리온도 바로 설명을 잇지 않고 기다려 주었다.
곧 김진성이 입을 열었다.
‘…설마, 공허충을 내 마나로 완전히 잠식시키면 되는 건가?’
[바로 그거다! 역시 내가 선택한 놈답구나! 아주 머리가 잘 돌아가! 하하하!]기쁨에 못 이겨 크게 웃기까지 하는 단틸리온.
그가 그러거나 말거나, 해답을 찾은 김진성은 곧바로 실전에 돌입했다.
‘마나로 가두는 방법이야, 쉽지.’
김진성은 바로 눈앞에 있는 제일 가까운 공허충을 향해 가볍게 손짓했다.
동시에, 김진성 체내의 마나가 손에서 뿜어져 나오더니, 이내 공허충의 사방을 완벽하게 가두었다.
‘…오!’
동시에 공허충의 온몸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김진성은 속으로 놀라면서 계속 마나를 주입하는 데 집중했다.
공허충 주변을 가둔 마나의 ‘질’이 높아질수록 공허충은 점점 더 투명하게 변해갔다.
그렇게 몇 초 뒤, 이윽고 공허충은 완전히 투명해져 버렸다.
그제야 김진성은 뿜어내던 마나를 다시금 회수했다.
[잘했다! 그것이 공허충의 공략 방법이다!]단틸리온이 기쁜 목소리로 축하를 보냈지만, 김진성은 여전히 아리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말 처치한 게 맞나?’
왜냐하면, 몬스터를 처치했을 때 늘 떠오르는 알림창이, 이번에는 계속 기다려도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었다.
[흘흘흘, 체감이 잘 안되나 보는군?]‘…어. 얘가 죽었는지, 아니면 다른 곳에 다시 솟아났는지 알 길이 없잖아.’
대답하면서 김진성은 전방에 득실득실한 공허충들을 쳐다보았다.
방금 가뒀던 공허충이 죽지 않고 저 수백 마리 중 하나로 다시 나타났을 줄 어떻게 안단 말인가?
[의심되면 ‘공허의 눈’을 직접 한번 처치해 보아라. 그땐 체감이 확실히 될 테니.]그 말에 김진성은 ‘공허의 눈’을 바라보더니, 이내 망설임 없이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이후 단숨에 ‘공허의 눈’ 머리 위까지 도달한 김진성은, 곧바로 체내의 모든 마나를 끌어올려 공허의 눈 전체를 뒤덮었다.
‘최대한 빨리 처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근처에 즐비한 공허충들한테 반격을 당해 김진성의 목숨이 위험해질 수가 있었다.
그래서 전력을 다한 김진성의 시도는,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김진성이 내뿜은 마나 안에 갇힌 ‘공허의 눈’이 순식간에 눈에 띌 정도로 투명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조금 전의 공허충과는 확실히 달랐다.
아까 처치할 때 쏟아부은 마나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을 내뿜는 상황임에도, 아슬아슬하게 소멸하지 않고 계속해서 끝까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모습에 김진성은 더욱 이를 악물었다.
“어차피 소멸할 거 그만 버티고 죽어, 이 자식아!”
외치면서 마지막 한 방울 남은 마나까지 전부 내뿜어내는 김진성.
빠르게 줄어들던 MP 바가 딱 0을 찍었을 그때.
공허의 눈이 완전히 투명해졌다는 것을 김진성은 확인했다.
‘처치했나?!’
동시에, 김진성의 눈앞에 반가운 알림창이 하나 떠올랐다.
▶ 악의 존재를 처치하셨습니다.
▶ ‘공허’ 특성을 획득했습니다.
▷ 공허 : 모든 공격과 스킬을 공허 상태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같은 공허의 존재에게 대미지를 입히는 것이 가능합니다.
▶ 다음과 같은 존재가 ‘생명체 분신술’ 스킬 내 변신 가능한 목록에 추가되었습니다.
– 공허충, 공허의 눈.
“됐다!”
김진성은 기쁨에 겨워 큰 목소리로 외쳤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