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63)
제163화. 밸런스 붕괴
주안과 루카가 같은 팀이 되었다.
이게 얼마나 밸런스 붕괴인지는, 같은 트리운포 내 소속 헌터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어어어?!”
“잠깐만!”
“에이, 이건 아니지!”
그래서 반대편인 레드 팀 쪽 팀원들은, 대부분 지금 6팀원들과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놀라 벌떡 일어선 이들도 있었고, 화를 내는 이도 있었다. 일부는 심각한 표정으로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리카르도처럼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아니, 왜 저렇게 팀을 짰지? 누가 봐도 밸런스가 안 맞는데…?”
그러면서 리카르도는 스마트폰을 들어 올렸다. 화면에는 팀장들이 모여 있는 단체 토크 방이 떠올라 있었다.
– 4팀 : ?
– 5팀 : ???
– 7팀 : 헐….
– 4팀 : 아니 팀 왜 저렇게 짜졌어요?
– 8팀 : 진짜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 4팀 : PD 저 새끼 정신이 나갔나?
레드팀 소속 팀장들만 격하게 반응하고 있고, 블루팀 소속은 한마디 말도 없는 걸 보면 다들 똑같은 생각을 하는 듯했다.
“이건 나중에 PD 불러서 자체 법정에 넘겨야 하는 수준 같은데….”
이제는 PD가 다른 누구한테 돈 받은 게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드는 리카르도.
하지만 그의 생각은 틀렸다.
그 시각, 1팀장 프란시스코는 집에서 혼자 어비스 20년산을 한잔하면서 TV를 시청하는 중이었다.
“…괜찮게 팀이 짜졌군.”
혼잣말과 함께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는 프란시스코.
그러한 그의 머릿속에는, 오늘 아침 메인 PD와 통화했던 기억이 다시금 떠오르고 있었다.
‘다른 놈도 아니고 저 PD 놈은 내 말을 무조건 따를 수밖에 없지. 나 아니었으면 도축장에 끌려갔을 놈인데.’
현재 메인 PD는 원래 미국에서 유명한 시사 고발 프로그램인 ‘셀레포를 알고 싶다’의 현장 PD였다.
당시 트리운포 클랜이 유통하는 불법 강화 약물을 몰래 촬영하다가 걸려서 도축장에 끌려갈 뻔했었다.
하지만 프란시스코가 PD의 정체를 알아보고는 바로 풀어준 다음, 트리운포의 메인 PD로 영입했다.
‘그냥 죽이기에는 경력이나 실력이 너무 아까워서 살려뒀는데, 결과적으로는 그 선택이 맞았어.’
이후 트리운포 관련된 모든 프로그램을 이 PD가 담당하기 시작했고, 단 한 번도 실패한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았었다.
트리운포 클랜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으며, 이번에 프란시스코의 말을 따라 팀도 유리하게 짜줬으니, 그의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PD를 살려둔 게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팀이 짜졌으면 절대 지지는 않겠지. 여기에 이번 라운드에 대한 자세한 팁도 알려준 상황이고.’
혹시 몰라서 주안에게 이번 라운드가 펼쳐질 ‘몬스터의 협곡’에 대한 자세한 정보까지 알려줬다.
팀도 유리한 데다가 사전에 정보까지 습득한 지금이라면, 절대 블루팀이 질 수가 없다고 프란시스코는 확신했다.
‘알롭스키가 혼자 말도 안 되는 일당백의 활약을 펼치지 않는 이상에야 말이지.’
하지만 이번 라운드 규칙상 그건 불가능에 가깝다.
왜냐하면, 이번 라운드 때는 ‘그 슈트’를 입고 경기에 임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 * *
그 시각.
김진성을 포함한 10명의 선수들은 바로 ‘그 슈트’를 착용하는 중이었다.
10명 모두 착용하는 전신 슈트는 성능은 동일했지만, 색깔은 달랐다. 블루팀은 슈트가 모두 파란색이었고, 김진성을 포함한 레드팀은 슈트가 모두 붉은색이었다.
“다들 전신 슈트를 착용하신 후 명치 쪽의 동그란 버튼을 누르시면 됩니다.”
PD의 설명을 따라 김진성은 전신 슈트의 버튼을 눌러보았다.
동시에, 눈앞 스크린에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 트리운포 클랜 전용 ‘특별 훈련 슈트’를 완벽하게 착용하셨습니다.
– 현재 사용자의 능력치를 아래와 같이 표시해 드립니다.
사용자 : 알롭스키
현재 레벨 : 1
경험치 : 0%
HP : 100
MP : 100
※ 현재 실제 신체 능력치를 억제 중입니다. 평소의 6%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6%만 사용 가능하다라….’
김진성은 혹시 몰라 마나를 활성화한 상태로 움직여 보았다.
…정말이었다.
평상시보다 말도 안 되게 행동이 굼떠진 게 느껴졌다.
‘이 정도면 거의 콜로세움 서바이벌 처음 예선 1차 시작했을 때 수준인데.’
답답하리만치 느리게 나가는 주먹 속도를 보면서 김진성이 생각할 그때.
그 모습을 본 PD가 설명을 이었다.
“현재 여러분이 착용하신 전신 슈트는, 곧 2라운드가 펼쳐질 ‘몬스터의 협곡’ 환경에 맞게 여러분의 능력을 억제하고 있습니다.
게임에 들어가셔서 레벨이 오르면, 자연스럽게 억제된 능력치의 퍼센티지도 오르게 됩니다.”
“1레벨당 얼마나 오르나요?”
루카의 질문에 PD가 대답했다.
“1레벨당 HP와 MP는 100씩 늘어나며, 그리고 신체 능력치 억제는 1%씩 풀리게 됩니다. 참고로 최대 레벨은 20이 한계입니다.”
‘…그렇다면 최대 25%까지 풀린다는 소리군.’
25%면 그래도 지금보다는 훨씬 낫다. 현재는 평균 능력치가 200도 안 되는 상황인데, 25%면 대략 1000 가까이 올라가니까.
참고로 평균 능력치가 1000 근처면, 신대륙에 들어오기 직전의 능력치와 거의 비슷하다.
6%인 지금과는 아예 차원이 달라지는 수준이었다.
‘이러면 빨리 레벨을 올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겠군.’
속으로 그렇게 생각할 때쯤 PD가 다시금 일행들을 향해 말해왔다.
“전부 착용이 끝나신 것 같으니, 10분 뒤 바로 2라운드를 시작하겠습니다.
다들 각자 대기실로 이동하시면, 10분 뒤 자동으로 ‘몬스터의 협곡’으로 워프됩니다.”
그 말에 블루팀과 레드팀 선수들은 각자 반대편에 있는 본인 팀 대기실로 걸어갔다.
대기실로 들어간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어떻게 적들을 상대할 것인지 작전 회의에 돌입했다.
“설명해줄게. 이번 라운드는 각 라인에 서는 애들이 제일! 중요해.”
블루팀은 1팀의 주안이 대표로 회의를 진행했다.
그는 탁자 위에 놓인 ‘몬스터의 협곡’ 지도로 손가락을 옮겼다.
탑, 미드, 바텀.
이렇게 세 개로 나뉜 길을 가리키면서 주안은 말을 이었다.
“이 세 라인에 서는 애들이, 정글을 도는 애들보다 훨씬 경험치를 빨리 먹어. 그래서 레벨이 훨씬 더 빨리 올라.”
“그걸 형이 어떻게 알죠?”
까칠한 목소리로 물어오는 이는 그의 라이벌, 루카였다.
“아까 설명 못 들었어? 각 라인을 따라 끊임없이 공격해오는 미니 몬스터들 소환 속도가 정글 몬스터들 다시 소환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고?”
“그 미니 몬스터가 정글 몬스터보다 경험치를 얼마나 많이 줄지 어떻게….”
“내 말 들어!”
주안은 큰 목소리로 루카의 말을 끊었다.
“네가 나 싫어하는 거 알아.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 마음 잠시 접어 둬. 하나로 뭉치지 않으면 저 알롭스키를 포함한 레드팀을 이길 수가 없다고.”
“…….”
“나도 지금 블루팀 전원이 잘되라는 의미에서 설명하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중간에 말 끊지 말고 일단 들으라고. 알았어?”
“아니, 그걸 떠나서 라인에 서는 애들이 경험치를 빨리 먹는 걸 어떻게 증명할 건데요?”
“내기할까?”
주안이 루카를 똑바로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내 말이 맞으면, 앞으로 넌 나를 만날 때마다 공손하게 허리를 숙이면서 극진히 선배 대접을 해야 한다. 평생.”
“…뭐라고요?”
“만약 내 말이 틀렸다면, 막내 대결이 끝나는 즉시 트리운포 클랜을 탈퇴하지.”
“!!”
“주안이라는 이름을 걸고 맹세한다. 원한다면 당장 각서도 쓸 수 있다.”
그 말에 루카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조차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고작 막내 대결에서 클랜 탈퇴를 내기 조건으로 걸겠다고?
“어때? 할 거면 지금 대답해.”
이어지는 주안의 물음에 루카는 선뜻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지금 루카의 눈빛, 표정, 목소리, 그리고 말한 내용 모두에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대답 없으면, 이제부터 전원 이번 라운드는 내 말에 따르는 것으로 간주하겠다.”
“…….”
“계속 설명하지.”
그렇게 자연스럽게 블루팀의 리더 자리를 꿰찬 주안은, 계속해서 작전 회의 진행을 이어갔다.
“다시 말하지만, 이 세 길을 따라 공격해오는 미니 몬스터를 처치하는 게 가장 빨리 경험치를 먹을 수 있어.
경험치를 빨리 먹으면 그만큼 레벨도 높아지고, 그만큼 빨리 강해진다는 소리야. 그렇게 강해진 애들이 정글에 개입하기 시작하잖아?
그때부턴 무조건 우리 쪽으로 분위기가 넘어와. 무슨 소리인지 이해 가?”
그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기존에 ROL 게임을 해봤던 이들이라,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그러므로 즉, 우리 팀에서 제일 강한 세 명이 각 라인에 한 명씩 선다. 나는 미드, 루카는 바텀. 그리고 3팀의 기안은 탑을 맡아.”
주안의 시선이 이내 남은 9팀, 10팀 막내 둘을 향해 돌아갔다.
“너희 둘은 각각 왼쪽, 오른쪽 정글을 맡아. 안의 정글 몬스터를 수시로 잡으면서 내 지시에 따라 움직이면 돼. 이해했어?”
주안의 말에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블루팀의 작전은 완성되었다.
라인마다 한 명씩, 그리고 정글에 두 명이 배치되는 식으로 말이다.
* * *
레드팀 역시 작전 회의에 돌입한 상태였다.
이곳의 회의를 대표로 진행하고 있는 이는 4팀의 막내, 단테였다.
“일단 냉정하게 상대편 팀과 우리 팀 전력을 비교해보면….”
심각한 표정으로 화이트보드에 마커를 가져가는 단테.
그는 화이트보드에 블루팀과 레드팀 전원의 이름을 적은 뒤, 선을 그으면서 설명을 이어가고 있었다.
“일단 주안과 단테 중 한 명은 알롭스키가 담당한다고 칩시다. 그리고, 3팀의 기안은 제가 담당이 가능해요. 기안과 저는 실력이 비슷하다고 평가를 받고 있거든요.”
주안, 알롭스키, 기안, 단테 본인의 이름을 줄로 그어서 없앤 단테.
남은 여섯 명을 바라보며 단테는 팔짱을 꼈다.
“남은 2팀, 9팀, 10팀과 우리 쪽의 5, 7, 8팀과의 밸런스가 너무 안 맞는단 말이죠. 솔직히 말하자면, 7, 8, 9, 10팀은 실력이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거든요. 어떻게 보세요?”
“…….”
“뭐….”
7팀, 8팀 막내들은 딱히 부정하지는 않았다.
“이러면 이제 남은 건 2팀 루카와 5팀의 한스뿐인데…. 상대할 수 있겠어요?”
“…….”
5팀의 한스 역시 대답을 못 했다.
사실, 한스가 아니라 단테가 루카를 상대한다 하더라도 역부족이라는 걸 여기 있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여기서 밸런스가 붕괴된다는 거죠. 결국에는 주안 혹은 루카 쪽을 상대하는 쪽에서 반드시 사고가 날 게 분명해요. 흠….”
“제가 상대하면 되겠네요.”
그때, 치고 들어오는 알롭스키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단테가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혼자서 주안과 루카, 둘을 상대한다고요?”
알롭스키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5명 다요.”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