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82)
제182화. 천계던전
이곳은 3라운드 경기장 입구 포탈 앞.
“1분 뒤 포탈 안으로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장비 점검을 하도록 한다!”
어느새 다시 돌아온 세르지오 단장이 선수들을 향해 크게 외쳤다.
모두가 분주하게 움직이며 포탈 안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는 상황.
그중,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친 김진성은 전방에 보이는 하얀 빛의 포탈을 바라보았다.
‘저게 천계던전이라고 했었지.’
정식 명칭은 ‘시련의 탑’이라고 한다. 이 던전을 만든 천계의 신들이, 레벨이 아니라 층으로 던전을 분별해 놨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긴 던전 전체가 천기(天氣)로 가득한 곳이라 그랬는데….’
김진성은 살짝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다.
마기와 극상성이라는 천기로 가득 찬 이 던전에서 자신의 온전한 힘을 다 발휘하지 못할까 하는 우려였다.
수많은 스킬과 원소를 활용한 마법 등등, 다양한 능력을 지닌 김진성이지만, 그래도 가장 대표적인 능력은 ‘신마합일’ 상태로 싸우는 육탄전이다.
‘단틸리온 말로는 무조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거라 했었는데.’
이전에 1라운드 경기를 펼칠 때 중간에 한번 물어보긴 했었다.
‘시련의 탑’은 어떠한 곳이냐고. 그리고 거기서도 본인이 아무렇지도 않게 활약할 수 있냐고.
그때 단틸리온은 이렇게 대답했었다.
[당연히 힘들지! 마기의 유일한 천적이 천기고, 그 천기로 가득 찬 곳이 천계인데!]‘…그러면 거기선 어떻게 싸워야 해?’
[마기만 안 쓰면 된다! 그러면 절반은 먹고 들어가!]이후로는 더 설명해 주지 않았다. 재수 없는 위선자 새끼들에 대해서는 오래 떠들고 싶지도 않다나, 뭐라나.
‘마기가 특기인 나한테 마기만 사용하지 말라는 것도 좀 그런데….’
“자, 모두 입장!”
그때 들려오는 세르지오의 외침에, 김진성을 포함한 선수들은 일제히 하얀 빛의 포탈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포탈에 들어가자마자,
‘…음.’
김진성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이 나오려던 걸 참아내었다.
갑자기 온몸에 모래주머니를 찬 듯한 답답함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기분 탓만도 아니었다. 눈앞에 이런 알림창이 뜬 걸 보니 말이다.
▶ 사용자의 주변 환경이 천기로 충만합니다.
▶ 마기를 활성화할 시 모든 능력치가 2분의 1로 줄어듭니다.
▶ 마기를 활성화할 시 비스 크리마 포인트가 평소보다 더 많이 소모됩니다.
‘…마계던전에 들어갔을 때와는 완전히 정반대로군.’
알림창을 읽으면서 김진성은 온몸의 근육을 풀었다. 최대한 ‘시련의 탑’ 내 환경에 적응하려고 노력한 것이었다.
반면, 김진성과 정반대의 기분을 느끼는 참가자가 한 명 있었으니….
‘으음…! 그래, 바로 이거야!’
주안이 눈을 감은 채 온몸으로 상쾌함을 만끽했다.
천기(天氣)를 사용할 수 있는 그에게 이곳은 홈그라운드나 마찬가지인 곳이었다.
‘그래, 이 시련의 탑 안에서의 경기라면 무조건 1위를 되찾을 수 있어!’
기분이 좋아진 주안의 가슴 속이 급격히 자신감으로 가득 차오를 그때.
“주목! 지금부터 3라운드 경기 규칙에 대한 설명이 있겠다.”
세르지오가 앞으로 나서면서 선수들 전원을 돌아보며 설명을 시작했다.
“이곳은 시련의 탑 30층이다.”
“…!”
선수들의 눈이 커졌다.
30층?
“원래는 25층에서 3라운드를 진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2라운드 때 여러분들의 활약상을 본 마스터께서 조금 더 던전 수준을 높이라는 지시를 내리셨다.
그만큼 너희들의 실력이 뛰어나다는 증거이니, 자부심을 품어도 좋다.”
실제로 2라운드 이후, 클랜 내에서는 역사상 최강의 유망주 라인인 것 같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주안, 루카, 기안 등 기존의 최상위권 유망주들의 활약상이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 데다가, 알롭스키 등 하위 팀 유망주들의 활약상이 현재 그들을 뛰어넘는 상황이니 말이다.
“시련의 탑이 어떤 곳인지는 다들 알 것이라 믿는다. 그런 기본적인 것도 모르는 놈이 트리운포라는 메이저 클랜에 들어올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큰일 날 뻔했군.’
설명조차 안 해주는 세르지오의 모습에 김진성은 속으로 헛웃음을 터뜨렸다.
어젯밤 스마트폰으로 미리 정보를 검색하지 않았다면, 아무 지식도 없이 3라운드를 진행할 뻔했다.
‘그나마 이번 라운드가 시련의 탑일 가능성이 크다고 다들 말해줘서 다행이지….’
2라운드 때 친해진 레드팀 선수들이 같이 저녁 식사를 할 때 똑같이 입을 모았었다.
보통 막내 대결에서 시련의 탑과 마계던전은 한 번씩 꼭 입장한다고.
그래서 미리 공부한 게 정말 다행이었다.
‘공부한 내용에 의하면, 시련의 탑은 초반부터 보스를 잡아야 하는 곳으로 알고 있는데.’
초반에는 졸병들이 나오고 점점 강한 놈들이 등장하면서 마지막에 보스가 등장하는 일반적인 던전과는 흐름이 정반대라고 들었다.
처음부터 보스와 싸우며, 중간부터 조무래기들이 등장하는 곳이 시련의 탑이라고 한다.
‘그런데 초반부터 보스랑 싸우는 거면, 개인전으로 진행하기에는 힘들지 않나?’
김진성의 예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이곳, 시련의 탑 30층에서 진행되는 3라운드 경기는, 단체전으로 진행된다.”
세르지오가 규칙 설명을 이어갔다.
“10명이 합심해서 시련의 탑 30층을 무사히 통과하는 것이 이번 3라운드 목표이다.
3라운드가 끝난 후, 던전에서 얼마나 많은 활약을 펼쳤는지에 대해 평가단들이 점수를 매긴다. 그리고 3라운드 순위와 막내 대결 최종 순위를 동시에 발표할 것이다.
시련의 탑 중간에 낙오되거나, 마지막에 최종 보스를 처치할 때 같은 자리에 있지 않은 사람은 자동 탈락 처리된다.”
‘같은 자리에 있지 않은 사람’이라는 말이 유난히 신경 쓰이는 김진성이었다.
어젯밤, 한스에게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라서 더더욱 그랬다.
“질문 있나?”
“….”
“없으면 이제부터 3라운드를 시작하겠다. 모두 건투를 빈다.”
할 일을 마친 세르지오는 다시 입구 포탈 쪽에 마련된 임시 모니터링 공간으로 걸어갔다.
그렇게 김진성이 서 있는 공간 주변에는 참가 선수들만이 남게 되었다.
“자, 다들 하나로 뭉쳐서 열심히 해보자! 30층이나 되는 곳을 무사히 클리어하려면, 10명이 하나가 되지 않으면 힘들다고.”
자연스럽게 먼저 나서서 일행들을 향해 말하는 주안이었다.
“이번 3라운드는 내가 리더 자리를 맡는다. 1팀 소속이기도 하고, 시련의 탑 30층 경험이 있기도 하니까. 혹시 반대하는 사람?”
주안은 질문하면서 정확히 두 명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루카, 그리고 알롭스키였다.
“….”
루카는 못마땅하다는 표정이었지만, 딱히 반대 의견을 꺼내지는 않았다.
다른 이유를 떠나서, 그가 주안을 제치고 리더 자리에 설 수 있는 명분 자체가 없다는 걸 본인이 제일 잘 알기 때문이었다.
‘2라운드 그때 거대화 스킬만 제대로 사용됐어도….’
갑자기 2차 타워 앞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거대화 스킬이 먹통이 되지 않았다면, 지금쯤 앞으로 나서서 떠들고 있는 이는 주안이 아닌 루카, 본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김진성은 애초부터 리더 자리에 별 관심이 없었다.
‘대신 길 안내해 주면 편하고 좋지, 뭐.’
속 편하게 생각하면서 무언으로 긍정을 표하는 김진성.
둘이 대답이 없자, 주안은 고개를 끄덕인 후 모두에게 외쳤다.
“자, 그러면 모두 전투할 준비를 한 뒤 전진한다. 조금만 걸어가면 바로 보스가 등장할 거야.”
그에 주안을 선두로 한 선수 10명은 각자 무기를 뽑아 든 채로 주변을 경계하면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안의 말대로 금방 보스가 등장했다.
– 욕심 많은 중간계 생명체 놈들이 또다시 내 땅에 발을 내디뎠구나!
어느 순간, 갑자기 하늘 위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커다랗게 울려 퍼졌다.
– 그래, 어디 한번 나 멜라헬을 상대로 너희들의 자격을 증명해 보아라!
외침이 끝남과 동시에 일행들의 눈앞에 눈부신 하얀 빛과 함께 거대한 천사 하나가 소환되었다.
거대한 검과 두꺼운 방어구를 착용하고 있는 아름다운 천사….
‘저게 이번 던전의 보스인 멜라헬인가 보군.’
처음부터 보스가 등장하는 시련의 탑 특성상, 이번 라운드의 보스는 저 멜라헬이 확실했다.
“자!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멜라헬이 등장하자마자 주안이 일행들을 향해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는 이어폰에 연결된 마이크를 통해 말을 끊임없이 이었다.
“일단 멜라헬의 공격 패턴에 익숙해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 그래야 마지막에 손쉽게 멜라헬을 잡을 수 있어.”
거기까지 주안이 말했을 때, 멜라헬이 일행들을 향해 공격을 시작했다.
거대한 검을 연신 빠른 속도로 휘두르기 시작한 것이다.
“일단 저 검 공격의 속도에 익숙해져야 한다!”
“우앗!”
“속도 장난 아닌데…?”
주안이 외치지 않아도 일행들은 멜라헬의 검을 피하기에 급급한 상황이었다.
그만큼 공격 속도도 빨랐고, 공격 범위도 엄청나게 넓었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록 멜라헬의 검에 공격을 허용해 크게 다치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괜히 다들 메이저 클랜 소속이 아니라는 것을 재빠른 몸놀림으로 보여주는 중이었다.
‘생각보다 공격 속도가 엄청 빠르지는 않네.’
오히려 김진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여유마저 생겨가고 있었다.
초반에는 천기로 가득한 던전 내 환경 때문에 온몸에 모래주머니를 찬 기분이라 전투 때 힘들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직접 맞서 보니 기우에 불과했던 것이었다.
‘마기만 안 쓰면 큰 문제는 없군.’
‘마나를 지배하는 자’ 특성을 이용해 평범한 마나만 활용해서 움직이니까 큰 문제는 없었다.
아직은 말이다.
‘피하는 건 이 정도면 됐고, 공격이 먹히는지도 확인해 봐야겠는데.’
슬슬 멜라헬의 공격 패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한 김진성은, 공격을 피함과 동시에 두 손 위에 거대한 화염 구체를 만들어 냈다.
2라운드 마지막 때처럼, ‘드래곤 브레스’를 구체로 뭉쳐서 발사하려는 계획이었다.
“뭐 해?!”
그걸 본 주안이 버럭 외쳤지만, 김진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구체를 멜라헬을 향해 발사했다.
콰앙!
굉음과 함께 멜라헬의 몸에서 거대한 화염 폭발이 일어났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
“이 돌대가리 새끼야! 멜라헬은 원소 공격이 전혀 먹히지 않는다고! 그것도 모르고 어떻게 트리운포에 들어왔냐?!”
그런 김진성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치는 주안. 갑자기 쌍욕을 쏟아내는 모습이, 그동안 쌓여 있던 한을 한 번에 푸는 듯한 모습처럼 보였다.
물론 그가 떠들거나 말거나 김진성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원소 마법이 안 통한다면 순수 육탄전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소린데….’
까앙!
‘윽…!’
생각과 동시에 멜라헬의 공격을 막아보려고 한 김진성은, 곧바로 후회했다.
방어하자마자 엄청난 충격이 온몸에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역시 평범한 마나를 사용한 상태로는 막아내기 힘들겠어.’
김진성은 바로 판단을 내렸다. 동시에 걱정했다.
‘그러면 어떻게 멜라헬을 상대로 육탄전을 벌이지?’
마기도 절반의 힘밖에 낼 수 없는 환경이고, 일반 마나를 활용해도 방어조차 힘겨운 상황이었다.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해야 멜라헬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 그래. 그게 있었지.’
곧 잊고 있었던 걸 떠올린 김진성은, 다시금 날아오는 멜라헬의 검을 피하지 않았다.
누가 봐도 다시 방어하려는 자세였다.
“이 병신 새끼야!”
그 모습을 본 주안은 또 한 번 버럭 소리쳤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피하기만 하란 말이야! 나중에 패턴 다 파악하면 내가 알아서 작전을 짜서 상대하는 방법을…!”
까아앙!
– 윽…!
“…?!”
주안의 외침은 다 이어지지 못했다.
그의 경악한 두 눈동자는, 충격을 받은 듯 살짝 인상을 쓴 멜라헬의 얼굴에 고정되어 있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