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83)
제183화. 초살(秒殺)
‘왜 아파해? 설마…?’
주안의 시선이 자연스레 알롭스키에게로 향했다.
그의 몸짓을 본 주안의 눈이 더 커졌다.
‘검을 휘둘렀어…?’
당연히 주안은 김진성이 방어 자세를 취했을 것으로 생각했었다. 아마 주안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가 똑같은 생각이었을 거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알롭스키는 마주 검을 휘둘렀던 것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온 거지?’
분명 아까 직전에는 공격 한 번 막았다고 눈에 띄게 고통스러워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지금은 어째서 역으로 멜라헬을 힘으로 이겨낸 거지?
생각할수록 지금 상황이 더더욱 말도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은 주안의 가슴 속 놀람이 점점 더 커져갈 그때.
정작 당사자인 김진성 역시 속으로 놀라고 있었다.
‘공허 능력이 통하네?’
‘공허의 지배자’.
1라운드 때 보스 파타비나를 제거한 후에 김진성은 공허와 관련된 스킬과 특성을 얻게 되었다.
공허 레이저 스킬인 ‘공허의 심판’과 탄환 스킬인 ‘공허의 탄환’. 그리고 ‘공허의 눈’ 소환 능력까지.
쉽게 말해 ‘공허’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얻은 것이다.
‘그래서 검 안에 공허의 힘을 담아 휘둘러 봤는데, 이 정도로 완벽하게 통할 줄이야.’
솔직히 어느 정도 통할 거라 예상은 했었다. 20레벨의 보스를 잡고 얻은 고위 능력이 하나도 먹히지 않는 것도 문제가 있으니까.
그래서 방어 대신 대놓고 마주 검을 휘둘러 봤던 건데….
‘이러면 이번 3라운드는 무난히 1위로 통과할 수 있겠군.’
갑자기 자신감이 붙은 김진성은, 곧바로 땅을 박차고 멜라헬을 향해 먼저 달려들었다.
충격보다는 놀란 감정을 더 많이 얼굴에 드러내고 있던 멜라헬은, 김진성이 달려들자마자 바로 반응했다.
– 힘이 조금 강하다고 겁도 없이 달려드는구나!
크게 외치면서 멜라헬은 검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동시에 검의 끝에서, 빛의 기운이 빠른 속도로 모이기 시작한 것이 일행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빛의 심판’이다!”
그걸 본 주안이 크게 외쳤다.
“모두 뒤로 물러서! ‘빛의 심판’ 스킬은 넓은 범위 안의 적에게 강력한 충격파를 터뜨려 데미지를 주는 기술이야!
지금 우리 수준에서 ‘빛의 심판’을 맞으면 바로 즉사할 수도 있어!”
외치면서 본인이 먼저 뒤로 멀찌감치 물러나는 주안.
다른 일행들도 뒤따라 뒤로 물러서던 그때.
“알롭스키는요?!”
5팀의 한스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모두가 물러서는 가운데, 정작 알롭스키는 혼자 계속해서 멜라헬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이미 시간상 늦었어! 포기해.”
주안은 단호하게 그리 대답했다. 이미 피하기 늦은 건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병신! 멋대로 나대다가 최소 걸레짝 신세로 변하겠구나!’
그는 알롭스키의 등 뒤를 보면서 통쾌하다는 듯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조금 전 순수하게 힘으로 멜라헬의 검을 받아친 건 정말 놀라웠지만, 그래도 멜라헬은 멜라헬이다.
트리운포 입장에서도 팀 전체가 파티를 짜서 레이드를 해야 간신히 잡을 수 있는, 무려 시련의 탑 30층의 지배자란 말이다.
– 빛이여! 우매한 생명체들을 심판하라!
곧 멜라헬의 외침과 함께, 검 끝에 모여 있던 빛의 구체가 폭발했다.
굉음과 함께 달려들던 알롭스키의 온몸을 순식간에 뒤덮어 버린 하얀 빛의 폭발.
일찌감치 뒤로 물러나고 있던 나머지 선수들은 다행히 아무도 폭발 범위 안에 휩쓸리지 않았다.
“윽…!”
“와, 씨…!”
“너무 강한데? 이 정도면….”
일행들은 놀람과 동시에 김진성 쪽을 걱정스레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빛의 심판’ 스킬의 폭발력이 어마어마해서, 천하의 알롭스키라 할지라도 치명상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다들 속으로 확신한 것이다.
그때였다.
“…어?”
루카가 뭔가를 발견한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거 알롭스키 아냐?”
일행들 모두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잦아드는 폭발의 여파 위로 무언가가 솟구친 것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
“왓 더…!”
일행들 모두 눈을 부릅떴다.
멀쩡한 모습의 알롭스키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계속해서 멜라헬을 향해 날아가는 것이었다.
‘아니, 어떻게…?!’
주안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앞의 장면을 바라보았다.
▷ 가호의 장막 : 적이 입히는 공격 및 제어 스킬을 ‘가호의 장막’이 반드시 보호해서 무효화시킵니다. 이후 가호의 장막은 잠시 사라지며, 0.25초 후 다시 재생됩니다.
김진성이 ‘가호의 장막’ 특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상, 주안 등 다른 선수들은 방금 상황을 죽을 때까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 …!
심지어, 멜라헬조차 놀란 눈으로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김진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 방 먹어봐라!”
김진성은 외치면서 멜라헬의 오른쪽 어깨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 보유 스킬인 ‘살(殺’)을 사용했습니다.
▶ 이번 공격에 상대방의 모든 방어력 및 방어 스킬을 무시합니다.
‘살’ 스킬까지 포함된 김진성의 필살 일격이 멜라헬의 어깨를 갈랐고,
– 아악!
비명과 함께 멜라헬의 검을 쥔 오른팔이 그대로 절단되었다.
“!!”
“와!!”
절단된 부위에서 빛을 뿜어내며 빠른 속도로 소멸 중인 오른팔의 모습에, 지켜보던 다른 선수들은 경악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직 놀라기는 일렀다.
“시련의 탑 천사들은 이마의 보석이 심장과도 같다고 했지?”
김진성이 말하면서, 휘두른 검의 회전을 이용하여 멜라헬의 이마를 향해 연이어 찌르기 공격을 시전했다.
너무나 완벽한 연속 동작. 심지어 속도도 빨라서, 순간 온몸이 고통에 휩싸여 괴로워하던 멜라헬이 차마 반응조차 못 할 정도였다.
누가 봐도 김진성의 검이 멜라헬의 이마 쪽 보석을 파괴하기 직전의 상황.
– ?
– 와
– 헐?
– ㅁㅊ
[어어?!] [설마?!]시청자들뿐만 아니라 중계진도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고,
“!”
“어?!”
“어어어?!”
회의실에서 다 같이 지켜보던 마스터를 포함한 간부들조차 모두 놀란 표정으로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이대로 경기가 끝날 수도 있다!
지켜보던 모든 이의 머릿속에 똑같은 생각이 떠오르던 그때였다.
‘안 돼!’
주안은 속으로 외치면서 본능적으로 김진성을 향해 스킬을 사용했다.
주안 체내의 천기가 급속도로 최대한 활성화되었을 그때.
갑자기 김진성의 달려드는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
놀란 김진성이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다.
얇은 하얀 빛의 껍질 같은 것이 자신의 온몸을 뒤덮은 것이 보였다.
‘누구지?’
자신에게 스킬을 건 이를 찾기 위해 김진성은 고개를 뒤로 돌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 전에 멜라헬이 반응했다.
– 하아아압!
간신히 고개를 틀어 김진성의 공격을 피해낸 그녀가, 기합과 함께 남은 왼손을 김진성을 향해 내민 것이다.
그 손바닥에서 이내 거대한 빛의 레이저가 발사되었다.
콰아아아!
공기를 찢어발기는 듯한 소리와 함께 레이저가 10팀 선수, 챠노를 향해 엄청난 속도로 날아왔다.
“우악!”
놀란 챠노가 아슬아슬하게 몸을 날려 간신히 레이저 공격을 피해내었다.
멀리 떨어진 챠노조차 간신히 피할 정도인데, 바로 앞에서 공격을 맞은 김진성은 당연히 피할 방법이 없었다.
심지어 누군가가 건 속도 제어 스킬에 걸린 상태라서 더더욱 말이다.
“휴….”
하지만 예상외로 김진성은 멀쩡했다.
본능적으로 분신술을 사용하여 간발의 차이로 레이저 공격 범위에서 벗어났기 때문이었다.
‘분신술 쓴 거 아무도 눈치 못 챘겠지?’
분신술을 사용했다는 유일한 증거인 작은 허수아비도 레이저에 파묻혀 생성되자마자 바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니, 방어구 안에 심어놓은 무선 카메라에도 잡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나저나 껍질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네?’
자신의 온몸을 뒤덮었던 빛의 껍질이 없어진 걸 확인한 김진성은 바로 뒤를 돌아보았다.
자신도 모르게 주안의 얼굴을 쳐다보게 되는 김진성.
‘남은 9명 중에서 빛의 능력을 사용할 만한 놈은 주안, 저 새끼뿐인데….’
속으로 그렇게 의심하게 있을 그때.
– 제법이구나, 도전자들이여!
멜라헬의 목소리가 들려옴에 김진성은 다시금 그녀를 쳐다보았다.
어느새 다시 오른팔이 멀쩡하게 생겨난 그녀가, 김진성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 좋다! 너희들의 도전을 받아주겠다! 나의 모든 ‘가디언’들을 물리치고 결투장까지 와 보도록!
거기까지 말한 멜라헬의 신형이 빛을 내뿜더니, 이내 감쪽같이 일행들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휴우…! 이렇게 1차 대결이 끝났군.”
이후 주안이 왠지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입을 열었다.
“이제 이 던전 내에 즐비한 가디언들을 물리치면서 결투장이 있는 신전까지 가야 해. 그래야 다시 멜라헬과 결투를 벌일 수 있어.”
설명하던 주안이 곧 앞으로 나서면서 모두에게 외쳤다.
“자! 나를 따라와! 결투장이 있는 장소까지 가는 지름길을 나는 알고 있어.”
이후 계속 앞으로 걸어가던 주안은 이윽고 김진성 옆을 스쳐 지나쳤다.
김진성이 계속 쳐다보건 말건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앞만 보며 걸어가는 주안의 모습.
“….”
그의 뒷모습을 굳은 표정으로 말없이 쳐다보더니, 이내 그 역시 주안의 뒤를 따라 걸어가기 시작했다.
* * *
[…이렇게 해서 아쉽게 알롭스키가 멜라헬을 처치하는 데 실패하고 맙니다.] [정말 아쉽네요! 결투장이 아닌 첫 만남 때 초살(秒殺)을 내버리는 진귀한 장면을 볼 줄 알았는데 말이죠.] [만약 ‘초살’을 냈다면 막내 대결 역사상 전무후무한 장면이 연출될 뻔했네요. 지금까지 ‘시련의 탑’ 안에서 경기를 치를 때 보스를 초살 했던 참가자는 단 한 명도 없었거든요.] [어찌 되었건 알롭스키는 아깝게 실패했고, 결국에는 평소대로 결투장이 있는 신전까지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네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신전까지 거리는 굉장히 멉니다. 게다가 중간에 그들을 방해할 수많은 가디언들도 있고요.과연 결투장까지 가는 과정에서 누가 최고의 활약을 펼칠 것인지, 그래서 3라운드 때 대역전을 일궈낼 수 있을 것인지, 여러분 함께 끝까지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토마스 캐스터가 거기까지 말했을 때였다.
선수들의 이동하는 모습을 송출하던 TV 화면이 갑자기 바뀌었다.
바뀐 화면을 주시하던 다니엘 해설이 입을 열었다.
TV 화면에는 미리 설치된 강단과 양옆의 꽉 찬 관객석이 보였다.
[보시면 최종 순위 1, 2, 3위를 위한 단상도 미리 준비되어 있습니다. 3라운드가 끝나면, 바로 현장에서 점수를 합산하여 최종 순위를 매기게 됩니다.] [그런데…. 저 단상 뒤쪽 건물에 있는 분, 혹시 유준호 아닌가요?]그 말에 캐스터가 TV 화면 속 단상 뒤쪽 건물을 확인해 보았다.
2층에 있는 작은 커피숍 창문 쪽에, 익숙한 얼굴이 비치는 것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맞습니다! 대한 클랜의 부마스터, 유준호네요!]곧 다니엘 해설이 모두를 대신해서 질문했다.
[유준호가 이곳에는 무슨 일로 찾아온 거죠?]* * *
놀란 것은 간부 회의실에서 지켜보던 마스터, 에스테반도 마찬가지였다.
“왜 유준호가 저기 앉아 있어?”
설마 했는데, TV 카메라가 대놓고 찍을 수 있는 저런 위치에 유준호가 있을 줄은 에스테반도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