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202)
제202화. 우코바치
김진성은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그것을 무언의 긍정으로 해석한 핀레이가 말을 이었다.
“역시. ‘공허’의 능력을 사용하는 놈이 또 있을 리가 없지.”
벽 속에서 쇠로 이루어진 팔이 튀어나오더니, 분신의 신체 위에 일렁이고 있는 아지랑이를 가리켰다.
‘공허’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상징하는 저 보라색 아지랑이. 지금까지 저걸 보여준 이는 지구 역사상 ‘알롭스키’ 한 명뿐이다.
“네가 우코바치 멤버였었나? 알롭스키. 아니…. 김진성.”
자신의 본명을 부름에도 김진성은 전혀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미 며칠 전, 대한 클랜 측에서 발표한 내용을 TV로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 ‘알롭스키’로 변장했던 김진성을 공개 수배합니다.
이번 수배에 걸린 김진성의 현상금은 무려 1조 원에 가까웠다.
심지어 이번에는 대한 클랜 단독이 아닌, 팔라딘을 통해 수배했다. 즉, 김진성은 신대륙의 공식적인 수배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 트리운포에 몰래 가입해 일부러 하청 클랜끼리 싸움을 붙여 수많은 죄 없는 이들을 죽게끔 상황을 만들었다.
– 같은 대회에 참전한 동료들을 절명할 위협을 받지도 않았음에도 모조리 베어 죽였다.
이외 기타 등등 말도 안 되는 죄명을 뒤집어씌운 채 말이다.
‘내가 우코바치로 활동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지.’
김진성이 속으로 그렇게 생각할 때, 핀레이의 목소리가 이어서 들려왔다.
“이제 알겠군. 왜 오만하게 혼자서 이곳을 쳐들어올 생각을 했는지.”
상대는 PCC 클랜의 마스터, 뒤몽을 포함해 1팀장, 2팀장 등 정예 멤버를 혼자서 전부 해치운 괴물이다.
현재 주요 정부 주요 인사들 사이에서는, 신대륙 역사상 최고의 유망주인 유준호를 이미 넘어섰으며, 잘하면 용 마스터의 수준에 도달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고작 갓 성인이 된 청년이 이런 평가를 받은 적이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그럴까? 정체를 깨달은 핀레이의 표정이 급격히 진중하게 변했다. 잔뜩 긴장했다는 표시였다.
“하지만 그래도 여긴 내 홈그라운드다.”
말이 이어짐과 동시에 지하실의 6면 전체가 갑자기 붉은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김진성은 흠칫했다.
‘내부 공기가 이상해졌다.’
갑자기 지하실 내부의 공기가 완전히 사라졌고, 대신에 숨을 쉴 때마다 철분이 몸 안에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내부 중력도 한층 강해져, 움직이는 속도가 두 배 이상은 느려진 기분이었다.
말 그대로 지구 안이라고 볼 수 없는 공간으로 변한 걸 확인한 김진성은 생각했다.
‘마치 PCC 클랜이 점령한 다른 차원으로 넘어간 기분이다.’
그때도 지금과 같이 마시는 공기도 달랐고, 중력도 지구와는 차이가 났다.
‘설마 아공간 마법진 같은 다른 차원을 형성해 낸 건가?’
김진성의 예측은 정확했다.
“공허도 결국에는 다른 차원의 힘일 뿐이다. 그러므로, 다른 차원의 능력으로 상대하면 된다!”
핀레이의 외침이 끝남과 동시에, 갑자기 공허 능력을 활성화한 분신 주변에 철로 이루어진 감옥이 생성되었다.
분신은 재빨리 공허 마나를 뒤덮은 주먹을 휘둘렀지만,
텅!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힘없이 주먹이 튕겨 나오고 말았다.
“오.”
김진성이 그 모습을 보고는 살짝 놀랐다.
‘공허’ 특성을 활용한 공격이 막힌 적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 사이, 분신을 가뒀던 감옥의 창살 사이가 점점 강철로 뒤덮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완전히 분신을 가뒀다.
그 상태로 빠른 속도로 작아지던 강철은, 이내 분신과 함께 완전히 소멸해 버렸다.
‘이렇게 상대할 수 있었군.’
지켜보던 김진성은 속으로 생각했다.
무적인 줄 알았던 공허도, 차원끼리의 대결에서는 결국 평범한 일반 능력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PCC 클랜의 정예를 혼자 처치했다고 자만했군, 김진성.”
김진성의 반응을 당황한 것으로 읽었는지, 핀레이가 도발하기 시작했다.
“내가 PCC 클랜 정예들보다 약하다고 생각했나? 적어도 이 홈그라운드 안에서는, 설사 알파 클랜 정예가 몰려오더라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다!”
“그럴 것 같다.”
김진성은 순순히 인정했다.
“사실 처음부터 그 생각을 했었어. 우코바치 멤버들이 어떻게 너한테 당했는지는 생존자들의 증언을 통해 잘 알고 있거든.”
사실 카렌이 수첩에 적어 놓은 일기를 통해 알게 된 거지만, 어찌 되었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래서 고민해 봤는데, 아예 너의 홈그라운드 자체를 없애버리면 된다는 해결책이 나왔어.”
“뭐? 그게 무슨….”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핀레이가 되물을 그때였다.
끼이이익…!
갑자기 천장에서 강철이 움직이는 마찰음이 들려왔다.
자연스럽게 핀레이는 고개를 들어 올렸고,
“……!”
동시에 눈을 부릅떴다.
그 엄청나게 튼튼한 마나 억제용 강철이,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찌그러지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마치 땅바닥에 강력한 자석이 붙어있듯이, 밑으로 잡아당기는 듯한 모양으로 구부러지는 모습.
‘도대체 어떻게…. 잠깐만!’
그제야 핀레이는 깨달았다.
갑자기 건물 주변의 중력이 눈에 띄게 강해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얼마나 강하냐면,
끼이익-!
“윽…!”
핀레이가 안으로 들어간 철벽 역시 조금씩 건물 중앙 쪽을 향해 구부러지기 시작할 정도였다.
“중력장 마법진이다. 얼마 전 PCC 클랜원 한 명을 잡아서 얻었지.”
괴로워하는 표정의 핀레이를 향해 김진성이 설명을 시작했다.
“당시 기안을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드는 중력장 마법진을 보고 깨달은 게 있지. 아, 이걸 내가 사용하면 그 어떠한 강한 존재나 건물도 전부 땅속에 파묻어 버릴 수 있겠구나, 라고 말이야.
그래서 건물 안에 들어오기 전부터 지하에서 작업하기 시작했어. 너와 치고받고 싸우는 동안 내가 원하는 크기의 마법진이 결국에는 완성되었고.”
이 건물 안에 ‘유령화’로 들어오기 직전.
김진성은 ‘그림자 숨기’와 ‘완전 투명화’를 통해 핀레이가 전혀 알 수 없도록 셀세청 건물의 깊은 지하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뒤몽을 죽여 얻은 특성인 ‘크리핑’을 사용했고, 점점 뿌리를 넓혀 범위를 넓혀감과 동시에, 핀레이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분신들을 지하실로 보낸 것이다.
핀레이가 김진성의 분신들에 정신을 뺏겨 있는 사이 ‘크리핑’ 범위는 완전히 셀세청 건물 전체를 뒤덮을 만큼 넓어졌다.
그때 김진성은 크리핑 범위 전체에 중력장 마법진 스킬을 사용했고, 결과는 지금과 같다.
끼기기긱!
핀레이가 안에 들어가 있는 철벽이 곧 중력을 버티지 못하고 기괴한 모양으로 찌그러지기 시작했다.
비명과 함께 핀레이는 급하게 벽 안에서 빠져나왔지만, 그게 더 큰 문제를 초래하고 말았다.
“크아아악…!”
중력으로 인해 핀레이의 몸 역시 빠르게 찌그러들기 시작한 것이다.
순식간에 김진성의 허리 부근까지 온몸이 찌그러진 핀레이를 바라보며 김진성은 한마디 했다.
“그래도 나름 재밌었어. ‘아이언 마스터’라는 능력 또한 앞으로 나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고.”
“아악! 사, 살려…!”
“셀레포 대륙 역사상 마지막 셀세청장이라는 명예는 남겨주도록 하지. 잘 가라고.”
거기까지 말한 김진성의 본체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사실, 지금까지 핀레이와 대화한 존재 역시 본체가 아닌 분신이었다.
와르르르…!
곧 거대한 셀세청 건물 전체가 완전히 무너져 내리면서, 한밤중에 굉음과 함께 자욱한 먼지를 사방에 뿜어내기 시작했다.
* * *
팔라딘들이 다급하게 출동한 것은, 안타깝게도 셀세청 건물이 완전히 무너져 버린 직후였다.
아니,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는 게 맞는 표현이었다.
“이게 설마 셀세청 건물이었던 흔적이야?”
“그런 거 같은데….”
땅바닥에 완전히 눌러붙어 버린 철판들을 만지면서 팔라딘들이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다.
“누가 힘으로 짓누른 것처럼 찌그러졌군.”
“중력장 마법진이라도 사용한 건가?”
“에이, 설마. 셀세청 건물 전체를 다 뒤덮을 정도면 어마어마하게 크게 생성해야 하는데, 그 전에 핀레이 청장이 눈치를 못 채겠어?”
“하긴….”
“혹시 모르니까 생존자부터 빨리 찾자고.”
“안 그래도 대장님이 병력 증원 요청하러 갔어.”
그때였다.
“모두 이리로 와 봐!!”
팔라딘 동료 한 명이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에 모두의 고개가 돌아갔다.
충격받은 얼굴로 바닥을 바라보는 그를 향해 모두가 몰려갔다.
“무슨 일인데 그래?”
몰려간 이들은 자연스레 대답이 없는 그의 시선을 따라 바닥을 바라보았다.
맨 처음 그들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바닥에 수직으로 꽂혀 있는 단검 한 자루.
이어서 그들이 시선이 움직이는 곳은, 단검에 그려져 있는 불타는 악마 해골 문양이었다.
문신을 본 순간, 모두의 안색이 변해버렸다.
“헉…!”
“우, 우코바치다!”
* * *
셀세청 건물을 폭파한 범인은 우코바치다!
이 소식은 순식간에 신대륙 전체에 퍼졌다.
당연하게도, 다음 날 헌터들의 최고의 안줏거리는 바로 셀세청 폭파 사건이었다.
“와, 우코바치 새끼들도 대단하다. 한 번 실패한 셀세청을 기어이 또 도전해서 폭파해 버리네.”
“확실히 이전보다 훨씬 강해졌나 봐. 이전에는 상처 하나 못 냈던 셀세청장 핀레이까지 이번에 죽여버린 걸 보면 말이야.”
“근데 소문으로는, 이번에 셀세청을 폭파한 우코바치 인원이 굉장히 소수라던데?”
“소수?”
“어. 5명이라는 소리도 있고, 어떤 미친놈은 한 명이 했다는 소리도 하더라고.”
“에이, 한 명은 말도 안 되고…. 솔직히 다섯 명이 했다는 말도 안 믿기는데?”
“그러니까. 그런데 만약 다섯 명이 했다고 하면, 그 다섯 명 전원의 경지가 얼마나 높다는 거야?”
“그러게? 최소 메이저 클랜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 수 있는 실력자여야 되지 않을까?”
“쉽게 말해서 랭커는 돼야 한다는 거잖아?”
“그치.”
“그런데 전혀 들어보지도 못한 랭커가 갑자기 튀어나올 수가 있나? 솔직히 그 유명한 유준호나, 최근에 시끄러웠던 김진성 같은 케이스도 굉장히 드물잖아?”
“그렇긴 한데…. 그 말이 아니면 설명이 안 되잖아?”
“즉, 소수가 셀세청을 폭파한 건 말이 안 된다는 결론이 나오네?”
“하하하, 그렇네?”
* * *
하지만 많은 이들의 예상과는 달리, 범인이 소수라는 소문은 정말로 사실이었다.
“일단 우코바치에 관해 설명해 드리고자 합니다.”
넓은 회의실 안.
이름만 들어도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강자들이 앉아 있는 이곳에 유일하게 마이크를 들고 서 있는 인물이 하나 있었다.
팔라딘 간부 중 한 명이자, 대한 클랜 소속 팔라딘들을 대표하는 대장인 이성춘이었다.
“우코바치란, 현재 신대륙의 전권을 책임지고 있는 메이저 클랜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반정부 집단’입니다.
지금까지 메이저 클랜들을 테러하기 위해 창설된 ‘반정부 집단’은 역사적으로 매우 많았지만, ‘우코바치’는 그 수많은 ‘반정부 집단’ 중 가장 규모가 크고 개개인의 실력도 강하다고 알려져 있으며….”
“시간 없으니까 본론부터 들어가, 빨리!”
그때 들려오는 용한길의 호통에 이성춘은 바로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바로 이번 사건의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발견된 CCTV 파일을 검색한 결과, 이번 셀세청 폭파사건의 범인은 단 한 명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대형 스크린의 화면이 바뀌고, CCTV 캡처 사진이 떠올랐다.
그 중앙에 서 있는 남성을 가리키며 이성춘은 설명을 이었다.
“그는 바로 김진성입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