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221)
제221화. 시련을 극복하면 얻게 되는 보상
천천히 열리는 출구 포탈을 지켜보던 유준호, 그리고 홍연석 팀장.
둘은 마치 짜기라도 한 듯이 동시에 서로를 마주 보았다.
그러곤 자연스럽게 눈빛 교환을 하기 시작했다.
‘출구 포탈이 열렸다는 건, 최종 보스인 사리엘이 잡혔다는 소리다.’
‘다른 보스도 아니고, 45층이나 되는 고레벨 던전의 최종 보스를 몰래 잠입해서 잡을 수 있는 존재라면….’
둘은 서로의 생각이 순간 일치했다는 것을 확신했다.
‘김진성밖에 없다!’
그와 동시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갈라진 차원의 틈을 향해 몸을 날렸다.
지켜보던 6팀장, 이청훈이 너무나 갑작스러운 나머지 당황할 정도로 신속한 판단이었다.
“엇! 모두 부마스터님의 뒤를 따라라!”
“오지 마세요!!”
곧바로 모든 부하를 이끌고 뒤따르려고 하는 이청훈을, 막 출구 포탈 바로 앞까지 도달한 유준호가 멈춰 세웠다.
“잠입한 놈들이 빠져나갈 수도 있으니, 바깥에서 계속해서 감시하세요!”
“알겠습니다.”
이청훈의 대답을 듣자마자, 유준호는 홍 팀장과 함께 포탈 안으로 들어갔다.
둘이 사라지자, 이청훈은 주변을 돌아보며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경계 레벨을 최종 단계인 ‘레드’로 높인다! 사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활성화해! 입구 포탈 쪽에도 내 명령 바로 전하고!”
“네!”
지시를 받은 부하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동안, 이청훈은 마나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그러자 그의 이마에 또 하나의 눈이 생성되더니, 빨간 동공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사방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이청훈의 장기인 감시 능력, ‘삼안(三眼)’이 활성화된 것이었다.
* * *
그리고 이청훈을 비롯한 헌터들의 행동을 모조리 지켜보고 있는 한 여인이 있었으니….
“…진즉에 눈치챘네요.”
바로 홍현진이었다.
“통상적인 감시 병력이라기엔 좀 과한 인원이 투입되었어요. 제 예상으로는, 우리가 보스를 잡기 전에 어떤 방식으로든 눈치챈 것 같아요. 이후 본사의 병력을 더 투입한 결과가 지금이고요.”
말을 이어가는 그녀는 두 눈에 망원경을 댄 자세를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이곳은 그린 구역에 위치한 한 빌딩의 옥상이었다.
그들이 막 탈출한 시련의 탑 45층 던전에서 수십 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는 장소였다.
현재 홍현진이 사용하고 있는 최첨단 망원경 같은 장비를 착용하지 않으면, 절대 육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거리였다.
“무엇보다, 아까 진성 님이 목격했다는 유준호와….”
“홍 팀장.”
“네, 둘이 던전 안으로 들어간 게 확실하다면, 진성 님이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왔을 가능성이 커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부마스터, 유준호가 직접 움직였다면 그 이유밖에 없겠죠.”
홍현진은 망원경에서 눈을 떼고 바로 옆을 돌아보았다.
김진성은 정확히 출구 포탈 쪽을 두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망원경도 없이 말이다.
‘저걸 맨눈으로 확인하다니….’
심지어 유준호와 홍 팀장이 포탈 안에 들어간 것까지 혼자 확인했다. 정작 홍현진은 망원경까지 사용했음에도 보지 못했는데 말이다.
‘도대체 이 사람은 얼마나 경지가 높은 거지…. 응?’
속으로 또 한 번 감탄하던 홍현진이 인기척을 느끼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막 옥상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검은 양복의 건장한 중년 남성이 보였다.
까만 선글라스가 인상적인 그 남성이 홍현진을 향해 깍듯이 고개를 숙였다.
“어디 다친 곳은 없으십니까, 아가씨?”
“마스터라고 부르랬잖아요.”
“아, 죄송합니다. 마스터님.”
바로 말을 정정하는 남성의 모습을 보며 홍현진은 작게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홍현진이 태어날 때부터 그녀를 보필했던, 지금까지의 성장 과정을 모두 지켜본 가족과도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바로 옆에 비즈니스 파트너가 있는데, 창피하게….’
“진짜…. 인사하세요. 여기는 우코바치 리더, 김진성. 그리고 이쪽은….”
“반갑습니다, 손동건 경호팀장님.”
기다렸다는 듯이 불쑥 손을 내미는 김진성.
손동건은 바로 그의 손을 맞잡았다.
“제 이름을 알고 계시는군요.”
“모를 리가요.”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홍현진과 손동건은 당시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던 김진성이 감히 쳐다볼 수조차 없는 거물 중의 거물이었다.
실제로 헌터를 꿈꾸는 청소년들 모두에게, 눈앞의 둘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아마 한국에선 어지간한 연예인들보다 둘의 인지도가 더 높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난 진짜 짧은 시간 만에 운명이 확 뒤바뀌었구나.’
새삼 자신의 달라진 위치를 깨달은 김진성이 속으로 피식 웃을 그때.
손동건이 둘을 바라보며 말했다.
“던전은 클리어하신 것 같군요. 특히, 마스터님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많이 차이가 나나요?”
“네. 티를 내진 않았지만 솔직히 보자마자 많이 놀랐습니다.”
진심을 담아 대답하는 손동건을 향해 홍현진은 밝은 미소를 지었다.
한국의 수많은 남성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던 그 매력적인 미소와 함께 홍현진은 입을 열었다.
“사실 당연한 결과죠. 다른 곳도 아니고 45층이나 되는 곳을 클리어했는 걸요.”
자랑하듯 말하는 홍현진의 시야 구석에는 알림창이 하나 떠올라 있었다.
45층의 모든 시련을 극복했습니다.
시련을 극복한 모든 이에게 보상이 주어지며, 활약상에 따라 보상의 값어치도 달라집니다.
당신은 이번 시련을 극복하면서 총 51%에 달하는 활약상을 혼자서 기록하셨습니다.
높은 활약을 펼친 당신에게는 1주일 동안 ‘대천사 사리엘의 가호’가 함께합니다.
※ 대천사 사리엘의 가호 : 모든 신체 능력치가 10배 상승하며, HP, MP 회복 속도가 50배 상승합니다. 가호가 함께하는 동안 모든 공격에 ‘천기(天氣)’가 깃듭니다.
(천기가 깃든 상태에서는 마기를 보유하고 있는 존재에게 2배 더 강한 데미지를 줍니다.)
“다 진성 님 덕분이에요.”
홍현진은 시련의 탑 45층을 클리어한 공을 김진성에게 넘겼다.
“진성 님이 항상 뒤에 있다고 생각하니 한결 편해져서, 평소보다 더 좋은 전투를 펼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김진성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고는 화제를 바꿨다.
지금은 45층 던전 내 활약상이 중요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현진 님이 할 일은, 1주일간 사리엘의 가호로 강해진 걸 이용해 하루빨리 새롭게 진출한 클랜들을 규합하는 겁니다.
제가 감히 장담하는데, 현재 사리엘의 가호가 함께 하는 현진 님을 이길 수 있는 타 대륙 헌터들은 거의 없을 겁니다.”
그 말에 홍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지금 몸에 깃든 버프의 위력이 말도 안 되게 높았기 때문이었다.
“왜 진성 님이 굳이 45층 던전을 먼저 깨자고 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아요. 지금의 저라면, 막 진출한 클랜들의 마스터까지도 힘으로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홍현진의 말에 김진성은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여 주었다.
* * *
신대륙에는 두 개의 상성 던전이 존재했다. 땅으로 들어가는 ‘마계던전’, 그리고 하늘 위로 올라가는 ‘시련의 탑’.
마계던전은 타 대륙의 일반적인 던전과 성격이 비슷했다. 하지만 ‘시련의 탑’과 비슷한 던전은 신대륙이 아니면 어느 대륙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당연히 보상도 달랐다.
죽은 몬스터들을 해부해 가죽, 내장, 마정석 등을 얻을 수 있는 기존 던전과는 달리, ‘시련의 탑’ 내에서는 어떠한 전리품도 얻을 수 없었다.
일단 ‘시련의 탑’에서 몬스터 역할을 하는 가디언들이 죽으면 바로 소멸해 버리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하지만 해당 층의 끝에 도달해 보스까지 처치하고 나면, 지금 홍현진처럼 일정 기간 천계와 관련된 버프를 얻을 수 있었다.
그 버프의 질은 평범한 헌터들이 보유한 버프 능력과는 차원을 달리했다.
당장 지금 홍현진이 얻은 ‘대천사 사리엘의 가호’만 하더라도, 이보다 더 좋은 버프를 부여할 수 있는 능력자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세력이 있는 클랜들은 마계던전과 시련의 탑 던전을 항상 동시에 소유하려고 노력했다.
마계던전은 수입 벌이용으로, 시련의 탑은 버프용으로 말이다.
당연히 센터 구역에 자리 잡은 메이저 클랜들은 최소 40층 이상의 시련의 탑 던전을 반드시 하나 이상 보유하고 있었다.
이번에 김진성이 홍현진과 함께 클리어한 대한 클랜의 45층 던전처럼 말이다.
* * *
“이제 돌아가십시오.”
김진성이 홍현진과 손동건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항구 쪽에 진출한 모든 클랜의 마스터들을 만나려면, 당장 움직여도 촉박한 시간입니다.”
김진성의 말에 홍현진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바로 인사를 건넸다.
“그러면 먼저 가볼게요. 연락은 아까 받은 번호로 드릴게요.”
“알겠습니다.”
“그럼…. 아.”
막 몸을 돌리려던 홍현진이, 무언가 떠오른 듯 김진성에게 질문했다.
“혹시 우리가 이곳으로 이동했다는 것을 대한 클랜에게 들킬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행여나 자신들의 뒤에 추격자가 붙을 확률을 물어보는 홍현진에게 김진성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
“1%도 안 될 겁니다. 만약에 다른 차원의 틈을 열어 이용했다면, 남은 흔적을 이용해 좌표를 계산할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우리가 이동한 방식은 ‘차원 이동 텔레포트’입니다.”
김진성은 홍현진을 향해 말을 이었다.
“심지어 기존에 없던, 최근에 제가 만들어낸 신기술이죠. 그래서 아마 흔적을 찾아냈다 하더라도, 좌표까지 찾아내는 건 불가능할 겁니다.”
“좌표까지 찾아낼 만한 기술이 아직 개발이 안 되었다는 말이군요.”
“맞습니다.”
* * *
김진성의 예상은 정확했다.
“분명히 텔레포트를 사용한 흔적인데….”
45층 던전 내부.
신전 근처에 쭈그려 앉은 유준호와 홍 팀장, 두 명이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문제는 이동한 좌표가 계산이 안 된다는 겁니다. 감지기도 소용이 없고, 제 고유 능력을 사용해 봐도 전혀 가늠이 안 돼요.”
땅에 손을 짚은 채로 눈을 감고 있던 유준호가 말을 마치자마자 눈을 떴다.
“이런 경우는 단 하나뿐입니다. 다른 차원으로 이동했을 때뿐이죠.”
“…텔레포트로 다른 차원으로 이동한다고요?”
“말이 안 되죠. 하지만 상대가 김진성이라면 말이 됩니다. 그가 차원 능력자인 그레이엄을 처치한 뒤라는 걸 생각해 보면 말입니다.”
“아…!”
그제야 홍 팀장도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김진성이 흡수 능력자라는 걸 다시금 떠올린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으로서는 도망간 위치를 알아낼 방법이 없습니까?”
“‘지금’은요.”
“……?”
의미심장한 유준호의 대답에 홍 팀장이 궁금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유준호가 그와 시선을 마주친 상태에서 말했다.
“아시겠지만, 이런 좌표를 알아내는 데 특화된 존재가 우리 클랜 내에 존재합니다.”
그 말을 들은 홍 팀장은 고개를 갸웃하며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눈앞의 부마스터님보다 좌표를 잘 알아낼 만한 존재는 없는데…. 잠깐, 존재?’
존재라는 단어를 되새기던 홍 팀장은, 이내 정답을 알아내고 말았다.
동시에 그는 경악했다.
“…서, 설마, 알로본조를…!”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