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220)
제220화. 문이 열리고
“설마 정문을 힘으로 뚫고 들어갔다는 소리인가요?”
“그건 아니고, 감시망을 피해 잠입한 모양입니다. 순찰반이 안으로 들어갔을 때, 이미 입구 쪽 가디언들은 모두 소멸당한 상태였다 합니다.”
“잠입이라…. 지금 45층 경비 총책임자가 누구죠?”
유준호의 질문에 홍 팀장이 바로 대답했다.
“6팀장입니다.”
“이청훈 팀장이요?”
이름을 들은 유준호의 표정이 더욱 심각하게 변했다.
“이청훈 팀장은 다른 건 몰라도 보안 쪽으로는 클랜 내 최고 능력자 아닙니까?”
“맞습니다. 감시 쪽 고유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니까요.”
“그런 이 팀장이 누군가 입구 안으로 잠입할 때까지 눈치를 못 챘다는 건 말이 안 돼요.”
유준호의 의견에 홍 팀장도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아마 차원의 틈을 열어 잠입했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만약 그렇다면, 45층 던전 내 좌표는 어떻게 알아낸 거죠?”
유준호가 핵심을 짚었다.
다른 곳도 아니고, 45층 시련의 탑 던전은 대한 클랜이 ‘독점’하는 곳이었다. 즉, 이곳 좌표는 대한 클랜의 고위 간부들만 알고 있다는 소리였다.
그런데 외부인이 알아냈다는 것은….
“…이건, 대한 클랜 내에 스파이가 있다는 말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군요.”
유준호의 말을 들은 홍 팀장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지금 부마스터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눈치챘기 때문이었다.
‘용 마스터가 스파이라고…?’
그레이엄의 작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하게 알고 있었던 자.
그리고 대한 클랜 내 독점 던전의 좌표를 알고 있는 자.
이 두 가지가 들어맞는 사람은 현재 용한길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용 마스터가 왜? 다른 사람도 아니고 김진성을 도울 이유가 없는데…?’
용한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 중 하나인 홍 팀장의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여러 가지 정황상, 김진성을 가장 증오할 만한 사람인 용한길이 오히려 김진성을 돕는다고?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마스터님이 스파이라는 건 말이 안 돼요.”
유준호가 홍 팀장의 생각을 읽은 듯이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누군가 용 마스터에게 몰래 탐지 관련 감시 스킬을 걸어놨다는 것밖에는 답이 없습니다.”
“…그것도 말이 안 되긴 합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용 마스터님 정도의 랭커가 스킬에 걸렸다는 걸 지금까지 눈치채지 못할 리가 있겠습니까?”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마스터가 스파이라는 것보다는 그게 더 확률이 높습니다.
이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능력을 보유한 각성자가 존재하니까요. 그중에 상대방의 경지와 상관없이 감시 스킬을 걸 수 있는 능력자가 존재할 수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
유준호의 설명을 들은 홍 팀장은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 틀린 말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럴 확률은 아주 낮았다. 하지만 유준호의 말처럼 절대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었다.
“실제로 그런 식으로 이용당했던 메이저 클랜 마스터들이 몇 명 존재했었고요.”
“…그건 맞습니다.”
한때 랭커였던 인물 중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스킬에 걸려 비명횡사했던 사람도 분명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마스터와 면담할 때는 앞으로 더더욱 조심해야겠습니다. 어쩌면 암호문의 방식도 새롭게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암호문을 접어 안주머니에 넣은 유준호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일단, 45층 던전으로 같이 가봅시다. 혹시 차원의 틈을 연 흔적이 아직 남아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아, 그건 제가 혼자 처리하겠습니다. 마스터님의 명령대로 부마스터님께서는 본사에 남아서….”
“빨리 따라오세요!”
홍 팀장의 말을 완전히 무시하면서 유준호는 급히 호텔 방을 나섰다.
유준호가 아예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 걸 확인한 홍 팀장은,
“…….”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뒤, 이내 유준호의 뒤를 따라 방을 나섰다.
* * *
그 시각.
김진성과 홍현진은 45층 던전의 마지막 관문 바로 앞에 서 있었다.
“저 거대한 천사가 마지막 보스인 모양이군요.”
전방을 바라보면서 홍현진이 말했다.
구름 위를 뚫고 올라올 정도로 드높은 산꼭대기.
그곳의 정상에 지어진 화려한 신전의 중앙에는 거대한 천사가 고고히 서 있었다.
“대천사 사리엘….”
신대륙에 관해 이론적으로는 통달하다시피 한 홍현진은, 눈앞에 있는 보스의 정체마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제힘으로는 도저히 상대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이어지는 홍현진의 말에 김진성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돌아보았다.
담담하게 말했지만, 그녀의 손가락은 아주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두려움에 떨고 있군.’
이 정상까지 올라오는 동안 단 한 번도 힘든 내색을 보이지 않던 홍현진이, 지금은 멀찌감치 서서 보는 것만으로도 공포에 떨고 있다.
그만큼 눈앞의 대천사, 사리엘과의 경지 차이가 크게 벌어져 있다는 뜻이었다.
“그래도 한번 싸워보세요. 지금까지 열심히 모은 영체들, 이때가 아니면 언제 쓰겠습니까?”
김진성의 시선이 홍현진의 뒤편으로 향했다.
홍현진이 소환한 천사 영체들 15마리가, 주인인 홍현진 주변을 에워싼 대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한번 최선을 다해보고, 안 되면 말하세요. 그땐, 제가 나설 테니.”
“…알겠어요.”
김진성의 말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 홍현진은 이내 결심한 듯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녀는 곧바로 온몸의 마나를 최대한으로 끌어모았다.
그로 인해 착용한 슈트가 점차 푸른빛으로 물들어 갈 그때, 주변에 있던 천사 영체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 모두가 일제히 홍현진과 합체하더니, 이내 대천사 사리엘에 버금갈 정도로 거대한 천사 영체를 형성했다.
‘영혼 합체.’
지금 홍현진이 사용한 스킬은, 모든 영체를 흡수하여 사용자의 능력치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능력이었다.
“일격 필살로 갈게요.”
김진성에게 선언하듯 말한 홍현진이 공격 자세를 취하더니,
“하아아압!!”
커다란 기합과 함께 전력을 다해 전방의 대천사, 사리엘을 향해 총알처럼 쏘아져 날아갔다.
들고 있던 창을 찌르면서 엄청난 속도로 돌진하는 홍현진의 모습에,
[흥!]사리엘은 코웃음을 치더니, 왼손에 들고 있던 방패로 방어 자세를 취했다.
그 방패에 창끝이 닿는 순간,
콰아아아앙!
귀를 찢는 듯한 굉음과 함께 커다란 폭발이 신전 전체를 뒤덮었다.
폭발의 여파로 인해 신전 내부의 모습은 육안으로 확인이 아예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김진성은 폭발 이후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털끝조차 건드리지 못했군.’
거기까지 속으로 생각했을 때였다.
“흐윽…!”
괴로운 신음과 함께, 폭발 여파에서 비틀거리면서 빠져나오는 홍현진의 모습이 보였다.
김진성의 근처까지 다가온 홍현진의 몰골은 처참했다. 최신 슈트의 여기저기가 부서지거나 찢긴 상태였던 것이다.
“역시, 무리였네요…. 아, 걱정하지는 마세요. 다친 곳은 없으니까요.”
그녀는 힘겹게 말하면서도 김진성에게 손을 내저으며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김진성이 보기에도 홍현진의 신체 자체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아무래도 슈트가 대부분의 충격을 흡수한 듯했다.
“죄송하지만, 더 이상의 전투는 무리예요. 영체들도 모두 소멸했고, 거기에 슈트마저 망가진 이상….”
“뒤로 물러서요.”
김진성은 짧게 홍현진에게 말한 뒤, 신전에 들어오고 처음으로 허리춤의 검을 뽑아 들었다.
그러고는 폭발의 여파가 사라져 가는 신전 안쪽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고작 이 정도 실력으로 45층까지 올라온 것이냐!]곧, 대천사 사리엘의 커다란 외침이 신전 안에서 들려왔다.
동시에 폭발 여파가 완전히 사라지고, 멀쩡한 모습의 사리엘이 홍현진 시야에 들어왔다.
[이 정도로는 나 대천사, 사리엘을 꺾을 수 없다! 그리고 시험에 실패한 자의 최후는 죽음뿐이다!]홍현진은 사리엘의 커다란 외침 때문에 신전 전체가 가늘게 떨리기 시작한 것을 느꼈다.
동시에 사리엘의 전신에 하얀 마나 물결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물결이 점점 커지면서 거칠게 일렁이는 모습을 보니, 마나를 최대한으로 끌어모으는 중인 듯했다.
그걸 본 홍현진은 작게 충격을 받았다.
‘설마, 전력을 다한 게 아니었던 거야…?’
아까 홍현진의 공격을 막을 때와 지금 사리엘에게서 느껴지는 경지는 아예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조금 전에는 홍현진의 손가락이 가늘게 떨리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사리엘의 기운에 압도되어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강할 줄이야…!’
역시, 이론으로 배운 것과 실제로 겪는 것은 하늘과 땅보다 더 큰 차이가 났다.
현재 사리엘이 내뿜는 기운은, 평상시 홍현진이 상상했던 기준을 한참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저 괴물을 혼자서 상대하는 게 가능하긴 한 거야?’
홍현진은 태연하게 계속해서 걸어가고 있는 김진성의 안위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때, 김진성이 자세를 바꿨다.
검을 하늘 위로 높이 들어 올리더니, 이내 수직으로 내리찍듯 휘두른 것이다.
동시에 생성된 거대한 반월 모양의 검은 마나가 빛과 같은 속도로 사리엘을 향해 날아갔다.
[흥! 어림없다!]사리엘은 다시 코웃음을 치면서 방패를 들어 올렸다.
조금 전과는 달리 두꺼운 마나에 감싸인 방패 표면에서 하얀 마나 물결이 거칠게 일렁이고 있었다.
사리엘의 마나가 뒤덮여 있는 방패에, 이내 검은 반월이 닿았다.
그리고….
반월은 그대로 방패를 관통했다.
“……!!”
지켜보던 홍현진이 눈을 부릅뜨면서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지금, 사리엘보다 더 큰 충격에 빠진 표정을 짓고 있는 이는 이곳에 없었다.
[…마, 말도 안 돼! 한낱 중간계 생명체가 어떻게…!]말을 더듬으며 입을 연 사리엘의 외침은 채 끝을 맺지 못했다.
왜냐하면, 말하는 중간에 사리엘의 전신이 정확히 수직으로 갈라졌기 때문이었다.
검은 반월에 의해 좌우로 양단되어 버린 사리엘은, 곧 빛과 함께 빠른 속도로 소멸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사리엘이 완전히 소멸한 뒤에야 홍현진의 멈췄던 두뇌 활동이 재개되었다.
‘저 괴물을, 단 한 방에 죽인 거야…?’
홍현진이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자연스럽게 김진성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정작 시선을 받는 김진성은 태연했다.
검을 다시 검집에 집어넣은 뒤, 고개를 돌려 홍현진에게 말을 거는 모습은 처음 만났던 때와 전혀 다른 점이 없었다.
“일단 자세한 이야기는 이동한 뒤에 합시다.”
“…네?”
“포탈이 열리기 전에 이곳을 빠져나가야 하니까요.”
홍현진은 김진성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신전 뒤편의 허공이 갈라지기 시작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보스를 처치한 후 열리는 전형적인 포탈의 모습이었다.
* * *
그 시각.
“부마스터님!”
중년의 남성이 다급하게 유준호와 홍 팀장을 향해 뛰어왔다.
그의 정체는 45층 던전을 총괄하는 6팀장, 이청훈이었다.
“지금 출구 포탈이 열리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외침에 유준호와 홍 팀장의 고개가 동시에 전방으로 돌아갔다.
정말로, 그들이 서 있는 45층 출구 포탈 위치 중앙 부근에 하얀 차원의 틈이 생성되는 모습이 둘의 시야에 들어왔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