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223)
제223화. Controller
애애앵~!
정문이 파괴되자마자,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가 팔라딘 관청 전체를 울렸다.
경보음을 듣고 대기하고 있던 팔라딘들이 총알같이 정문 쪽으로 달려 나왔다.
동시에 그들은 김진성의 얼굴을 확인했고….
“…허억?! 기, 김진성이다!”
“김진성이야!! 김진성이라고!!”
“사, 살려줘!!”
“으아아악!!”
그대로 몸을 돌려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다.
공포에 질려서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지는 부하들의 모습에, 지휘관은 극도로 당황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당장 수비 대형으로 집결하지 못해?! 도망치는 놈은 군법대로 즉결 처형하겠…!”
콰아앙!
하지만 지휘관은 자신의 마지막 유언조차 마무리 짓지 못했다.
김진성의 연이은 공격과 함께 본청의 입구를 반월 마나 공격 한 방으로 붕괴시켰기 때문이었다.
거의 유일한 억제기라고 할 수 있었던 지휘관마저 허무하게 죽어버리자, 이제 그 누구도 도망치는 팔라딘들을 제지하지 못했다.
심지어 본청 건물 옥상에 올라와 있는 이곳의 청장, 트레이마저도 마찬가지였다.
“쯧쯧, 저리해서 어떻게 팔라딘으로 먹고살겠다고….”
걸음아 날 살리라 도망치는 부하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트레이가 한심한 표정으로 혀를 찼다.
왜냐하면, 무슨 수를 써도 저들을 다시 데려올 수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래, 너희들이라도 살아라.”
콰아앙!
다시 한번 굉음과 함께 본사 건물이 3분의 1 이상 박살이 났다.
이젠 팔라딘뿐만 아니라 직원들조차 전력을 다해 도망치고 있는 상황.
사실상 본사에 남은 이는 트레이 외엔 아무도 없었다.
“허, 참.”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서도 헛웃음을 터뜨리는 트레이.
“저놈 하나 때문에 조 단위로 돈을 들인 보안 시설이 이렇게 쉽게 박살이 나다니….”
김진성이라는 존재 한 명에 대비하기 위해 이곳, G-1 구역 팔라딘 관청에 쏟아부은 새로운 보안 비용이 얼마였던가.
그 비싼 보안 장치를 30초도 안 돼서 전부 파괴하다니.
“심지어 꼼수도 안 쓰고 대놓고 힘으로 박살을 냈잖아?”
트레이가 김진성의 능력에 경악하는 사이, 김진성은 어느새 본사 입구 바로 앞에서 옥상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정확히, 트레이와 두 눈을 마주치고 있는 모습이었다.
“…저런 괴물을 상대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지. 이해는 한다.”
도망치는 팔라딘들에게 말하듯이 혼잣말을 한 트레이는, 이내 김진성 쪽으로 손을 내민 후 까닥였다.
올라오라는 신호였다.
김진성은 트레이의 손짓에 화답하듯, 단번에 뛰어올라 옥상에 착지했다.
“왜 도망가지 않았지?”
트레이를 향한 김진성의 첫 질문이었다.
트레이는 덤덤하게 대답했다.
“신대륙의 질서를 책임지는 팔라딘의 간부가, 범죄자가 무섭다고 도망치면 쓰겠나?”
이후 결연한 표정으로 김진성을 쳐다보는 트레이.
하지만 그의 양손은 공포로 아주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씨발. 나도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다, 이 새끼야.’
이제는 꽤 멀어진 그의 부하들의 틈바구니에 섞여서 줄행랑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그는 도망칠 수 없었다. 그에게 걸려 있는 제약 때문이었다.
‘그레이엄, 이 개새끼! 죽기 전에 내 저주는 풀고 죽던가 하지…!’
사실 그는 이전에 지금과 비슷한 상황에서 한 번 도주했던 적이 있었다.
이후 그레이엄의 손에 잡혔던 그는, 두 번 다시 도주할 수 없게 심장 쪽에 저주 마법이 새겨지고 말았다.
[이제 너는 평생 이 G-1 구역 관청에 종신해야 한다. 이곳에서 반경 5km 밖으로 벗어나는 즉시, 저주 마법 발동으로 인해 네 심장은 터지고 말 테니까.] [……!] [앞으로 잘 해. 하는 거 봐서 마법을 풀어주든가 할 테니까.]하지만 그레이엄은 죽었다. 눈앞에 서 있는 김진성의 손에.
그래서 저주를 풀기 위해 트레이는 사방에 수소문을 하며 해결 방법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방법을 찾기 전에 김진성이 이곳에 들이닥친 것이다.
‘하늘은 나의 편이 아니었던 모양이군.’
자신의 운명을 예감한 트레이는, 이내 등에 메고 있던 두 자루의 칼을 빼어 들었다.
검의 정중앙에 손잡이가 달려 있고, 손잡이의 양쪽에 날카로운 날이 장착된 특이한 검을 양손에 집어 든 트레이가 입을 열었다.
“정식으로 다시 내 소개를 하지. 내 이름은 트레이 행맨. 신대륙으로 넘어오기 전 미국 ‘텍사스 클랜’의 1팀장이었고, 당시 ‘컨트롤러(Controller)’라는 별명으로 이름을 날리던 S등급 헌터였다.”
최대한 길게, 그리고 느린 속도로 자신의 소개를 하는 트레이.
이유가 있었다.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서 지원군이 도착할 때까지 살아남아야 한다.’
어차피 그가 김진성을 1 대 1 상대로 이길 가능성은 0에 가까웠다. 이전에 그가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했던 그레이엄을 1 대 1로 처치한 괴물을, 그가 무슨 수로 이기겠는가.
하지만 지원군들이 도착한다면, 그리고 그 지원군 안에 그레이엄 못지않은 최상위 랭커가 한 명 이상 섞여 있다면?
그러면 살아남을 수도 있는 일이다. 그것마저도 퍼센티지가 두 자리를 넘지 않는 희박한 확률이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0보다는 한 자리 확률이 낫지.’
라고 생각하면서 트레이는 계속해서 설명을 느릿느릿 이어갔다.
“신대륙에 넘어온 이후에도 나는 계속해서 승승장구했다. 모종의 사건으로 팔라딘들의 포위망에 갇히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개인전, 단체전 등 모든 전투에서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던 무패의 사나이였어.
왜냐면 내 사기적인 능력 때문이지! 참고로, 내가 왜 컨트롤러라는 별명으로 불렸냐면….”
푹.
“……!!”
갑자기 등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소리에 트레이의 눈이 부릅떠졌다.
이내 그의 시선이 천천히 밑으로 내려갔다.
등 뒤에서부터 자신의 심장을 뚫고 튀어나온 한 자루의 검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알아.”
그때, 등 뒤에서 김진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본체가 아닌, 분신이었다.
‘완전투명화’ 스킬을 이용하여 몰래 트레이의 등 뒤로 접근한 분신이, 검으로 심장 부위를 관통시킨 것이다.
김진성보다 경지가 낮은 트레이는 아예 분신이 등 뒤에 접근할 때까지 그 기척을 전혀 눈치챌 수 없었다.
“지정한 무기를 손으로 잡고 있지 않아도 마음대로 방향을 조종할 수 있는, ‘이기어검’과 비슷한 능력자.”
김진성의 분신은, 트레이가 말하려고 했던 내용을 대신해서 말했다.
이후 그는 한쪽 입꼬리를 올린 채 물었다.
“지원군이 올 때까지 어떻게든 시간을 끌려는 생각인 모양인데, 너무 티가 많이 났어.”
“……!”
트레이의 두 눈동자가 크게 흔들린 그 순간.
서걱, 하고 깔끔하게 베이는 소리와 함께 트레이의 머리가 허공으로 날아갔다.
분신이 심장에 꽂은 검을 그대로 목 부근까지 사선으로 그은 것이었다.
▷ 웨폰 컨트롤러 : 사용자가 지정한 무기를 손에 잡고 있지 않아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의 경지가 높을수록 조종 가능한 범위가 넓어지며, 조종 가능한 무기 숫자도 많아집니다.
현재 사용자가 조종할 수 있는 무기의 개수는 최대 127개입니다.
“…어디 한번 사용해볼까?”
눈앞에 뜬 알림창을 읽어본 김진성은, 곧바로 트레이가 들고 있던 무기를 양손에 쥐었다.
이후, ‘웨폰 컨트롤러’ 특성을 활용하여 지정한 두 손의 무기를 그대로 전방으로 부메랑 던지듯 날렸다.
원형으로 빠르게 돌면서 날아간 두 개의 무기는 이내 김진성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잠시 후.
촤촤촤촤촥!
“끄아악!”
“뭐, 뭐야? 저게…아악!”
“무기가 날아다닌다! 살려…커헉!”
무기가 날아간 쪽 멀리서, 연이어 베이는 소리와 처절한 비명이 함께 섞여서 들려왔다.
일찍이 도망친 팔라딘들이 비명의 주인일 것이리라.
“…괜찮군.”
이내 만족한 듯이 한마디 한 김진성은 다시 전방으로 양손을 뻗었다.
곧 다시 돌아온 두 개의 양날 검이 마치 자석처럼 김진성의 양 손바닥 위로 돌아오는 모습이었다.
“1 대 1 상대로는 좀 그렇고, 잔챙이들 처리하기에는 괜찮겠어.”
거기까지 혼잣말을 한 김진성은, 귓가에 들려오는 익숙한 소리를 듣고는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서 사이렌 소리와 함께 김진성이 있는 쪽으로 전속력으로 달려오고 있는 팔라딘 기동대 차량이 보였다.
‘지금 내 경지라면, 저 기동대도 수월하게 전멸시키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과거 그레이엄이 반기를 든 메이저 클랜 하나를 혼자서 전멸시킨 적이 있다고 했다.
마스터를 포함해 천 명에 가까운 헌터들을 말이다.
그리고 지금 김진성은 그러한 그레이엄의 능력을 흡수했고, 그래서 그레이엄과 붙었을 때보다 훨씬 더 강해졌다.
‘그리고 저 기동대 안에 나를 위협할 만한 존재는 없다.’
그의 예민한 감각과, ‘위치 추적’ 등을 포함한 각종 감시 특성들로 알 수 있었다.
지금 당장 맞부딪혀도 쉽게 쓸어버릴 수 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김진성은 감각에 따르는 대신, 냉정한 이성이 내리는 판단을 따르기로 했다.
만에 하나 저 기동대 안에, 김진성의 기감이 알아챌 수도 없는 강자가 탑승하고 있다면, 그 순간 김진성의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넓고 강자는 많아. 그리고 보유한 능력도 다양하고.’
그러던 중 김진성의 머릿속에 문득 떠오르는 인물이 하나 있었다.
신웅.
콜로세움 예선 3차전 때, 콜로세움 경기장에서 치열하게 싸웠던 존재.
콜로세움 내에서 가장 김진성을 위기로 몰아넣었던 유일한 인물.
‘그 신웅이 보유했던 ’알로본조‘같은 능력자가 또 존재하지 말라는 법이 없잖아?’
생명을 깎아서 자신의 경지를 영구적으로 끌어올리는 특성 ‘알로본조’.
그것과 비슷한 능력자가 신대륙에 한 명 이상은 반드시 존재한다고 김진성은 확신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굳이 예선 3차가 끝나자마자 백준 대표가 그런 질문을 하지 않았을 거야.’
[신웅의 능력을 흡수했나? 얻었다면, 어떤 능력인지 자세하게 설명해줄 수 있나?]당시 예선 3차 종료 후 따로 호텔 내 비밀 호실로 부른 김진성에게, 백준 대표는 다짜고짜 이런 질문부터 했었다.
이후 김진성이 아니라 대답하자, 더 묻지도 않고 김진성을 돌려보냈었다. 당시 부른 목적이 그것뿐이었다는 걸 증명하는 태도였다.
그 당시 백준의 질문과 태도, 그리고 반응을 김진성은 아직도 한시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었다.
‘분명 신웅의 ’알로본조‘의 능력에 대해 어느 정도 눈치를 채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질문이었어.’
즉, 백준 정도의 대한민국 최상위권 헌터들은 ‘알로본조’ 특성에 대해 알고 있다는 소리다.
그리고 대한 클랜의 간부인 용한길, 유준호, 홍연석 등등도 대한민국 최상위권 헌터 중 한 명이고 말이다.
‘혹시 언제 어느 상황에 적인 대한 클랜 쪽에서 ’알로본조‘와 비슷한 능력자로 나를 기습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게 지금일 가능성이 아예 없지도 않고.’
물론 지금 기동대에 탑승하고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김진성도 그건 알고 있다.
하지만 김진성이 쳐들어왔다는 보고를 받고 출동한 기동대 아닌가? 그렇다면 가능성은 또 0%는 아니라는 소리다.
‘항상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내 목숨은 하나뿐이니까.’
아쉽게도 그가 얻은 특성 중 부활과 관련된 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항상 조심한다고 나쁠 건 없다.
김진성은 슬슬 뒷걸음질을 치면서, 기동대가 도착하기 전에 이곳을 떠날 준비를 했다.
“그 전에 마무리할 건 마무리해야지.”
김진성은 양날이 피범벅이 된 무기를 공중부양시킨 뒤, 두 손바닥 위에 각각 천기와 마기 구체를 생성하기 시작했다.
잉크루시오 현상을 만들어 내려는 목적이었다.
잠시 후,
콰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G-1 구역 팔라딘 관청이 완전히 폭발에 뒤덮였다.
기동대가 도착하기 직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