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242)
제242화. Pandora’s Day
“왜 그러세요?”
하지만 그런 용한길의 반응에 오히려 유준호는 웃으면서 되물었다.
“제 능력이 비단 이게 전부가 아닌 거 아시잖아요?”
“그래도 인석아!! 중요한 전투 때 상대가 내 핵심 능력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게 얼마나 큰 차이인 줄 아는 녀석이…!!”
“죄송합니다, 마스터.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
어쩔 수 없다는 듯 허리를 숙여 사죄하는 유준호.
용한길은 그를 계속 노려보며 혀를 몇 번 차더니, 이내 외면하는 것으로 상황을 마무리했다.
그 모습을 본 홍 팀장이 속으로 생각했다.
‘용 마스터가 보기에도 부마스터님의 판단이 옳았던 모양이군.’
사실 홍 팀장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알파 클랜을 괴멸 직전으로 몰고 갈 정도로 강한 괴물을 혼자만의 힘으로 처치한 정체불명의 도인 아니던가.
그런 도인의 공격에 대한 클랜원 전원이 무사할 방법은, 아무리 다시 생각해 봐도 방금 유준호의 동귀어진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끄아악!!”
“이, 이 새끼는 괴물이야! 커헉!”
“누가 좀 도와줘! …아악!”
“끄륵…!”
그때 저 멀리 떨어진 버밍엄 클랜 쪽에서 처절한 비명이 연이어 들려왔다.
그쪽으로 달려든 또 한 명의 도인이 거의 일방적으로 클랜원들을 도륙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촤악!
“부마스터님!”
“안 돼!!”
심지어 부마스터, 헨리까지 도인의 검에 목이 날아가고 말았다.
마치 양 떼 사이에 풀어놓은 늑대처럼 일방적인 학살이 계속해서 이어지던 그때.
다른 도인들이 뒤늦게 클랜원들을 돕기 위해 날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제압해라.”
“죽여도 좋다.”
여섯 명의 도인은 곧바로 폭주하고 있는 도인을 향해 각자의 무기를 휘둘렀다.
폭주한 도인은 반항했지만, 비슷한 경지를 지닌 여섯 명의 합공을 오래 버티지 못했다.
촤악!
결국에는 그 도인의 목 역시 잘려나가 버리는 모습이었다.
“제압 완료.”
“물러난다.”
기계적인 말투로 한마디씩 하면서 도인들은 다시금 알파 클랜 본사 쪽으로 돌아갔다.
남은 것은 싸늘한 주검으로 변한 수십 명의 버밍엄 클랜원들뿐이었다.
“헨리! 헨리!!”
버밍엄 클랜의 마스터, 리치먼드가 헨리의 머리를 부여잡고 오열하듯 외쳤다.
그러다가, 이내 분노에 찬 얼굴로 알파 클랜 본사 쪽을 돌아보았다.
“이게 뭐 하는 짓이냐!! 이러고도 알파 클랜, 너희들이 내 손에 무사할 줄 아느냐!!”
분노로 충혈되어 붉어진 두 눈을 부릅뜬 채로, 목에 핏대를 세우면서 고래고래 소리치는 리치먼드.
그뿐만 아니었다. 뒤에 서 있는 부하들의 표정 역시 리치먼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최강의 메이저 클랜 중 하나인 버밍엄 클랜 전원이 알파 클랜을 향해 적의를 숨기지 않았다.
“망할…!”
듀크는 그러한 리치먼드의 모습을 보면서 난감한 표정으로 어찌할 줄을 몰랐다.
옆에 서 있는 1팀장, 퀸튼의 표정은 더더욱 안 좋았다.
‘하필 헨리가 죽다니! 리치먼드가 그렇게 아끼는 수제자인데…!’
리치먼드와 헨리의 관계를 알고 있는 퀸튼은 순간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다른 곳이 아닌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버밍엄 클랜이, 연합에서 탈퇴할지도 모른다는 예감 말이다.
그런 불길한 예감을 느끼는 이는 비단 퀸튼뿐만이 아니었다.
“…이러면 연합은 완전히 나가리인데….”
상황 파악을 마친 유준호가 버밍엄 클랜원들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왠지 모르게 서로 눈치를 보며 견제하고 있는 연합군들의 모습.
그리고 그들을 통솔해야 할 리더, 알파 클랜은 이번에 괴물들의 습격으로 인해 클랜 전력의 절반 이상을 잃어버렸다.
그 잃어버린 전력을 메우고도 남을 도인이라는 존재들이 다시 등장했지만, 방금 보았다시피 언제 연합군을 공격해도 이상하지 않은 위험성을 가진 존재다.
즉, ‘연합’이라는 측면에서는 절대 좋은 징조가 아니라는 소리다.
‘골치 아프게 됐군.’
유준호는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어떻게든 연합을 만들고, 그 연합의 우두머리로 자리 잡겠다는 그의 계획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반면, 이 상황을 좋아하는 일련의 무리가 있었으니….
“계획대로 된 거 같군.”
옥상에서 연합군들을 내려다보고 있던 박도준이 흐뭇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예상치 못한 도인들의 돌발 행동 때문에, 우리가 원했던 연합군의 와해가 좀 더 수월해지겠어.”
“아마 리치먼드는 이 일을 절대 그냥 넘기지 않을 거예요. 리치먼드한테 헨리는 친아들 그 이상의 존재라고 알려져 있거든요.”
“제가 알기로도 그렇습니다. 심지어 버밍엄 클랜은 예전에 유럽 연합을 탈퇴한 전적도 있었던 만큼 마이웨이 성격이 강한 곳입니다. 어쩌면 이번 사건이 연합군이 와해되는 트리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군요.”
홍현진과 얘기를 주고받는 박도준.
그때 김진성이 그들을 향해 말해왔다.
“일단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으니, 이제 돌아가자고.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으니 말이지.
일단 박도준, 너는 계속 연합군들을 이간질하는 데 힘써줘.”
“오케이.”
“모든 연합군을 이간질할 수 있을 만큼 스파이가 아직 많이 남아 있나?”
“생각보다 이번 작전 때 들키지 않고 살아남은 수가 많아. 그리고 살아남은 이들 대부분이 감시 및 정찰 쪽 능력 보유자라, 충분해.”
박도준의 대답을 들은 김진성은 고개를 끄덕인 뒤 시선을 홍현진에게로 돌렸다.
“당신은 이제 ‘반정부 연합 클랜’의 규모를 키우는 데 집중하세요. 4대 항구 도시를 비롯해 도를 제외한 모든 주요 지점을 장악해서 세력을 불려야 합니다.
그리고 꾸준하게 던전에 드나들면서 경지도 높여야 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안 그래도 반정부 연합에 소속된 클랜들이 자국에 남아 있는 간부들을 계속해서 불러들이고 있어요.
아마 몇 주만 더 지나면,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전력이 강해질 것이라 확신해요.”
“믿겠습니다.”
김진성의 마지막 한마디에 홍현진은 웃으면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모두에게 부탁할 게 있습니다.”
김진성은 이번에는 셋을 같이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저 도인들처럼, 특정 클랜에서 비밀리에 키우고 있는 비밀 요원들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수집하세요.
당연히 얻기 어려운 정보일 테니, 사소한 소문이라도 전부 끌어모으세요. 적어도 놈들이 몇이나 되는지 가늠해 봐야 하니까요.”
김진성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모두의 시선이 이내 동시에 한 곳으로 돌아갔다.
알파 클랜 본사 쪽에 모여 있는 도인들을 향해 말이다.
저 ‘알로본조’ 능력을 보유한 진짜 괴물들이야말로, 앞으로 김진성이 가장 조심해야 할 최종 보스나 다름없다.
‘문제는 몇 명이나 있는지 모른다는 거지.’
과연 얼마나 많은 클랜이 저런 사기적인 능력을 보유한 비밀 요원들을 숨기고 있을까?
확실한 건, 그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않다.
그러면 ‘반정부 연합’뿐만 아니라, 김진성 본인의 목숨도 위험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김진성의 말이 이어짐에, 셋의 고개가 다시금 그를 향해 돌아갔다.
“혹시 유준호의 고유 능력에 대한 정보를 모을 수 있는 대로 모아주세요.”
“아, 그래야지.”
“저도 한번 찾아볼게요. 솔직히, 아까 전 장면을 보고 깜짝 놀랐거든요.”
다들 격하게 동의하는 모습.
일행의 머릿속에는 목이 잘려나간 뒤에도 멀쩡히 살아 움직이던 유준호의 잔상이 아직도 진하게 남아 있었다.
‘분명, 콜로세움 당시에는 저런 능력까지 보유하지는 않았었는데….’
김진성처럼, 유준호도 콜로세움 서바이벌의 우승자 출신이다.
당시 김진성 못지않은 세계적 인기를 누렸기에, 당연하게도 그의 고유 능력을 모르는 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게 벌써 3년 전 얘기라는 거다.
3년이라는 긴 시간이라면, 그리고 그 긴 시간을 보낸 곳이 이곳, 신대륙이라면.
그리고 당사자가 다름 아닌 그 ‘유준호’라면.
충분히 고유 능력 몇 개를 더 새롭게 배우고도 남는다.
김진성은 그렇게 확신했다. 본인 역시, 이곳에 넘어온 이후로 새롭게 얻은 고유 능력이 수도 없이 많지 않던가.
‘항상 느끼지만, 볼 때마다 위협적인 놈이야.’
이상하게 유준호를 볼 때마다 김진성의 마음 한편에는 불편하고, 위협적인 감정이 들었다.
아까 전, 지구 최강의 사나이 헤밍스턴을 상대할 때도 이런 기분이 들지는 않았었는데 말이다.
‘그만큼 내 본능이 위험 신호를 보낸다는 증거겠지.’
김진성은 이러한 몸의 신호를 절대 허투루 넘길 생각이 없었다.
현재 헤밍스턴을 가볍게 처치할 정도로 막강한 김진성의 몸이 경고 메시지를 계속 보낸다?
이걸 그냥 넘어가는 건 그리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유준호, 알로본조, 그리고 연합군…. 이 세 가지만 처리하면, 중간계에서 더는 나를 방해하는 이들은 없어지게 된다.’
속으로 생각하면서 김진성은 옥상 바닥에 차원 이동 마법진을 생성하기 시작했다.
* * *
훗날,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날’, 줄여서 ‘Pandora’s Day’라 기록된 이날의 후폭풍은 컸다.
일단, 알파 클랜의 위치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절대적인 리더, 헤밍스턴을 포함해 병력의 절반을 넘게 잃어버린 알파 클랜은 더는 대놓고 연합팀의 리더 자리를 고수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도인’들에 대한 논란도 컸다. 5년 전, 대한 클랜의 실험실을 탈출한 ‘알로본조’들과 별다른 바 없는 상황이 연출되었기 때문이었다.
큰 피해를 본 버밍엄 클랜 쪽에 알파 클랜은 임시 마스터, 듀크가 직접 찾아가 공식적으로 사죄를 했다.
처음에는 사죄조차 받지 않으려던 버밍엄 클랜의 마스터 리치먼드였지만, 알파 클랜 역시 헤밍스턴을 잃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마지못해 사죄를 받아들였다는 후문이 있었다.
하지만 사죄만 받았을 뿐, 버밍엄 클랜 내에서는 여전히 알파 클랜에 대한 반발이 심했다. 일부 간부들은 이 기회에 연합을 탈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으로 연합이 와해될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었다는 것이 가장 컸다.
헤밍스턴을 포함한 알파 클랜이라는 구심점이 흔들리자, 자연스럽게 연합도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평소에 사이가 안 좋은 클랜들 – 예를 들면 호치민 클랜과 마닐라 클랜 같은 경우에는 이 기회를 빌미 삼아 아예 대놓고 서로에 대한 적의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하나둘 이빨을 드러내는 클랜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정작 그들을 설득해야 할 알파 클랜은 피해를 복구하는 데도 벅찬 상황.
그렇다고 다른 메이저 클랜들이 나설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뭐? 우리 클랜을 테러한 쪽이 알파 클랜이라는 증거가 나왔다고?”
“모스코 클랜이 우리를 테러했어? 에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아니, 누구는 제노바 클랜이 테러한 거라고 그러고, 누구는 나폴리 클랜이 테러한 거라 그러고, 도대체 뭐가 맞는 건데?!”
“근데, 타이완 클랜이 우리 흑사회 클랜을 테러한 건 정황상 맞는 거 같아. 그놈들, 우리 중국인이라면 못 죽여서 안달이었잖아?”
‘Pandora’s Day’ 이후로도 계속되는 반정부 연합의 이간질 때문에, 자신들을 테러한 클랜이 누군지 알아내는 데도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연합이라는 대규모 댐에 어느 순간 물줄기가 새어 나올 정도로 커다란 금이 그어지고 있었다.
* * *
그리고, 그때 김진성은….
“찾았다고?”
[그래.]“오!”
단틸리온의 답변을 들으며 기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드디어, 단틸리온이 ‘알로본조’들을 상대할 방법을 찾아냈다고 말해온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