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249)
제249화. 유준호의 세상을 만들려면
용한길이 죽었다.
대한 클랜을 넘어, 센터 지역에 있는 모든 이들이 소스라치게 놀랄 만한 일이 터져버렸다.
사인은 잠입 살인.
범인은 클랜의 마스터실 안에 몰래 들어와, 방심하고 있던 용한길을 급습해 살인한 후 건물을 부수고 탈출했다.
그리고 그 범인은 다름 아닌 김진성으로 밝혀졌다.
부마스터인 유준호가 직접 발표한 이 내용에 대해, 남북으로 갈라져 있는 양측 연합의 평가는 엇갈렸다.
일단 북측의 에클라 연합은 해당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센터 구역에 진입한 이후, 김진성은 연합 내를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다고 그들은 설명했다.
하지만 남측의 기존 메이저 클랜 연합에 속한 헌터들 대부분은 유준호의 발표에 동의했다.
왜냐하면, 범인으로 지목된 인물이 다름 아닌 김진성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똑같은 방식으로 핀레이와 그레이엄을 살해한 전적이 있는 인물 아니던가?
그래서 오히려 철통같은 방어망을 뚫고 몰래 잠입했다는 유준호의 발언이 사람들에겐 더 신빙성 있게 느껴졌다.
별다른 설명도 필요 없었다. 오로지 김진성, 세 글자만으로 충분했다.
* * *
“어제, 대한 클랜을 지탱하던 든든한 기둥이 쓰러졌습니다.”
대한 클랜 본사 내 야외 경기장.
클랜원 전부가 모인 이곳의 단상에 선 유준호가, 무거운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연설하고 있었다.
“마음이 찢어질 듯이 아픕니다. 당장이라도 주저앉아 통곡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지금 저에게 주어진 임무와, 닥친 상황이 얼마나 막중한지 잘 알기 때문입니다.”
말을 이어가는 유준호의 두 눈은 붉게 충혈되고 부어 있었다. 장례식 때 너무 많이 운 탓이었다.
“지금 우리는 에클라 연합이라는, 거대한 침입 세력과 모든 걸 건 최후의 일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지금쯤 하늘에서 지켜보고 계실 마스터님께서도, 당장 눈앞에 닥친 이 상황을 내버려 둔 채 본인을 애도하는 것을 원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마스터님의 죽음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 애도의 시간, 이외 수많은 정식 절차들은 저 북쪽의 침입자들을 몰아내고 난 뒤로 미뤄도 결코 늦지 않습니다.”
굳은 표정으로 경청하는 헌터들을 향해 유준호는 계속 연설을 이었다.
“저는 마스터님이 돌아가신 지금, 이 긴박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대한 클랜을 일시적으로 이끌어갈 임시 마스터 자리에 오르려고 합니다.
그리고, 현재 1팀장인 홍연석 님이 부마스터의 자리를 대행하실 것입니다.”
헌터들의 시선이, 강당 뒤쪽에 앉아 있는 유난히 굳은 얼굴의 홍연석으로 향했다.
이 발표에 그 누구도 반대하는 이는 없었다. 사실상, 용한길이 죽었을 때 둘이 각각 마스터와 부마스터 자리에 앉는 것은 정해져 있는 순서였기 때문이었다.
“한 시간 전, 에클라 연합이 전 병력을 이끌고 중앙 방어선 근처까지 진출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정찰병들의 보고에 따르면, 진군이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때문에, 우리 대한 클랜은 곧바로 전력을 가다듬은 뒤 전군 방어선 쪽으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헌터들의 눈빛이 바뀌었다.
당장 목숨을 건 생사의 혈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눈앞에 닥친 현실의 막중한 무게감은, 순간적으로 마스터를 잃은 슬픔을 덮어버리기 충분했다.
“임시 마스터로서 대한 클랜 전원에게 첫 번째 명령을 하달하겠습니다.
두 시간 뒤, 전원 모든 전투 준비를 마친 후 이 자리에 다시 모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잠시 중간에 텀을 준 유준호는 한층 힘이 실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앞으로 임시 마스터로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후 정중히 고개를 숙이는 것을 끝으로 유준호는 연설을 마쳤다.
* * *
연설 후.
유준호는 부마스터실에 들어와 장비를 갈아입기 시작했다.
“마스터님의 죽음에 대한 클랜 내 여론은 어떻습니까?”
방어구를 착용하면서 유준호는 바로 앞에 서 있는 홍연석에게 물었다.
이미 완전 무장을 한 상태인 홍연석이 대답했다.
“확실한 물증이 없어서 미심쩍어하는 반응이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저희 둘의 증언을 믿는 추세입니다.”
“다행이군요. 예상은 했습니다만.”
실제로 용한길의 죽음에는 의문점이 많았다.
마스터실에 놓인 수많은 CCTV가 일순간 하나도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
항상 문 앞에 경비를 서던 경호 전문 헌터들이 이상하게 그 시간만 자리를 비웠다는 점.
수상한 점이 많았지만, 모두가 둘의 증언을 믿는 것은 이유가 있었다.
증인이 다름 아닌, 용한길이 평소에 가장 아끼던 수제자인 유준호, 그리고 항상 중대사를 함께 하던 ‘믿을맨’ 홍연석이기 때문이었다.
평소 용한길을 향한 둘의 충심이 얼마나 깊은지 모두가 알고 있었기에, 그들의 같은 증언을 믿고 따를 수밖에 없었다.
즉, 둘은 절대로 용한길을 배신할 사람이 아니라고 모두가 믿는 중이라는 것이다.
“이게 모두 홍 팀장님…. 아니, 부마스터님 덕분입니다. 부마스터님이 저를 선택해 준 덕분에, 아무런 잡음 없이 대한 클랜의 마스터 자리에 오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유준호의 칭찬에도 홍연석은 굳은 표정으로 대답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가 진실을 함구하는 이유는 유준호를 선택해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진실이 밝혀지면 대한 클랜은 분명 분열된다.’
홍연석이 진실을 밝히는 순간, 분명 유준호는 홍연석이 거짓을 고했다고 몰고 갈 것이 뻔했다. 그래야 자신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 테니까.
그 순간 대한 클랜은 유준호파와 홍연석파, 둘로 나뉘고 하나만 남을 때까지 길고 긴 싸움에 돌입할 것이다.
그러는 동안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발생할지는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그래서는 안 된다. 지금은 하나로 뭉쳐서 에클라 연합을 상대해도 모자랄 판국이야.’
임시 마스터인 유준호를 중심으로 뭉쳐서, 전력으로 기존 연합을 돕더라도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인 판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클랜 내 분열이 생기는 건 자멸하는 길과 마찬가지라는 것을, 홍연석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홍연석이 사실을 함구하는 것은, 오로지 클랜을 위한 선택이었던 것이었다.
‘지켜보겠다, 유준호. 앞으로 대한 클랜을 위해서가 아닌 본인만을 위해서 행동한다면, 절대 마스터님을 배신한 사실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속으로 생각하는 홍연석의 두 눈동자에 순간 살기가 돋았다가 사라졌다.
그때였다.
“아직도 제가 원망스러우신가 보군요.”
홍연석의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이 유준호가 말해왔다.
“뭐, 어제 제가 한 일에 대해서 이제 더는 어떠한 변명이나 설득도 하지 않겠습니다. 그렇다고 부마스터님의 심정이 달라질 것 같지도 않고요.”
“…….”
“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약속드리겠습니다. 절 따르겠다고 선택해 주신 부마스터님께는, 그만큼 확실한 보상도 같이 드리겠습니다.”
유준호는 이내 양복이 걸려 있는 옷걸이로 향하더니, 그곳의 안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었다.
이후 홍연석에게 건네주었다.
“받으세요.”
“…이게 뭡니까?”
홍연석은 물어보면서, 자신의 손바닥 위에 올려져 있는 두 개의 물건을 바라보았다.
작은 카드키 하나. 그리고 특정 마법이 새겨져 있는 붉은빛의 어비스 마정석 하나.
유준호가 대답했다.
“알로본조들이 봉인된 공간의 출입 카드키입니다.”
“……!”
“또 하나는 알로본조들을 조종할 수 있는 마정석이고요.”
놀란 눈이 된 홍연석을 향해 유준호는 말을 이었다.
“저를 믿고 따라주신 부마스터님께, 알로본조를 직접 조종할 수 있는 권한을 드리고자 합니다.”
“…이걸, 임시 마스터님이 아닌 저한테 왜…?”
“이 정도는 드려야 부마스터님의 신뢰를 조금이나마 얻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되묻는 유준호의 얼굴에는 어느새 따뜻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아시다시피, 알로본조들은 대한 클랜의 모든 전력과 맞먹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그리고 위험한 무기입니다.
즉, 부마스터님은 당장이라도 저를 암살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를 손에 쥔 셈이지요.”
“…!!”
“하지만 전 부마스터님을 믿습니다. 누구보다 클랜을 생각하시는 부마스터님이라면, 그걸 맡겨도 언제나 제 곁에서 함께 현명한 선택을 하시리란 걸 알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놀란 기색이 가시질 않는 홍연석을 향해 유준호는 이내 지시를 내렸다.
“2시간 뒤, 저는 대한 클랜 전원을 데리고 중앙 방어선으로 출발할 겁니다.
출발한 뒤, 아무도 없는 틈을 타 알로본조가 봉인된 곳으로 향하십시오. 그리고 봉인을 깨운 뒤, 알로본조와 함께 대한 클랜 병력의 뒤를 쫓아오시면 됩니다.”
* * *
2시간 30분 뒤.
유준호가 대한 클랜원 전원을 끌고 본사 밖으로 이동했을 그때.
홍연석은 본인과 유준호, 둘만 알고 있는 알로본조 봉인 장소 앞에 서 있었다.
“후우….”
자신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크게 내뱉는 홍연석.
30대라는 젊은 나이치고는 꽤 많은 경험을 쌓은 홍연석이었지만, 그런 그도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소문으로만 들었던 그 괴물들의 봉인을 푸는 순간이 아닌가.
‘…하지만 망설일 시간조차 없어.’
상황이 상황인지라, 홍연석은 곧바로 카드키를 출입기 앞에 갖다 대었다.
곧 삑. 소리와 함께 봉인 장소의 두꺼운 철제문이 미닫이 형식으로 천천히 열렸다.
홍연석은 열린 공간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고,
“…정말 봉인되어 있군.”
동시에 두 눈에 들어오는 광경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공간 전체에 깔린 크고 튼튼한 투명 캡슐. 그 안에 온몸이 근육질인 젊은 성인 남성들이 눈을 감은 채로 잠들어 있었다.
누가 봐도 그들이 알로본조 실험체들인 것을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여기에 마나를 불어넣으면, 봉인이 해제된다고 했지.’
홍연석은 곧바로 어비스 마정석에 마나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얼마 후, 캡슐 안에 있던 실험체들이 하나둘 눈을 뜨기 시작했다.
와장창!
동시에 주먹으로 캡슐을 부수면서 걸어 나오는 알로본조들.
전원이 눈을 뜨고 캡슐을 깨고 나와, 홍연석의 주위를 포위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채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이놈들, 진짜 장난 아니군….’
자신을 둘러싼 알로본조들이 내뿜는 기운에 홍연석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왜, 5년 전 이 몇 안 되는 실험체들이 대한 클랜을 멸망 직전까지 몰고 갔는지 바로 이해가 되었다.
‘여기에 마나를 불어넣은 채로 내 이름을 말해야 날 주인으로 인식한다 했었지.’
아까 유준호에게 들었던 설명을 다시금 떠올리면서 홍연석은 마정석에 계속 마나를 불어넣었다.
그 상태로 그는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홍연석이다. 이제부터 너희들의 주인이 될 사람이다. 똑똑히 기억하도록.”
거기까지 말한 순간.
갑자기 그를 포위한 알로본조들이 마나를 폭발적으로 뿜어내기 시작했다.
전원 전력으로 마나를 끌어 올린 모습을 본 홍연석은 순간 당황했다.
‘뭐지…?’
“홍연석. 홍연석이라 했다.”
“우리가 죽여야 할 자다.”
“당장 죽여라!”
갑자기 홍연석을 향해 전력으로 달려드는 알로본조들.
“뭐, 뭐야?!”
홍연석은 경악한 채로 바로 검을 뽑아 들었다.
하지만 그때 이미, 수많은 알로본조들의 주먹이 그의 코앞까지 다가온 상태였다.
* * *
잠시 후.
[홍연석 제거 완료.]중앙 방어선을 바라본 채로 서 있던 유준호의 품 안에서 이러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준호는 품 안에 손을 넣어 마정석을 하나 꺼내었다.
아까 전 홍연석에게 주었던 그것과 똑같이 생긴 마정석.
유일하게 다른 것은, 유준호가 들고 있는 마정석은 푸른색이라는 점이었다.
유준호는 그 마정석에 마나를 불어넣은 채로 조용히 말했다.
“흔적을 완벽히 제거한 후 내가 있는 위치까지 이동하도록.”
[확인.]다시금 마정석을 품 안에 넣은 유준호는 생각에 잠겼다.
‘설명서 그대로군. 혹시나 부작용이 있을까 걱정했는데 다행이야.’
반드시 제거하고 싶은 사람을 흔적도 없이 처리하고 싶다면, 이 붉은색 마정석을 건네주어라. 알로본조들이 알아서 그를 처리할 것이다.
알로본조의 봉인 장소에 남겨져 있던 설명서 일부였다.
어제, 용한길을 죽인 후 먼저 봉인지에 들어갔었던 유준호는, 이 설명을 보자마자 바로 계획에 착수했다.
홍연석을 제거할 계획을 말이다.
‘내가 범인인 걸 아는 유일한 사람을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완전 범죄를 위해서는 불씨를 확실히 제거해야 하는 법.
유준호에게 있어 홍연석은 가장 위험한 불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이로써 대한 클랜은 온전히 내 것이 되었다. 홍연석의 죽음은, 이번 전투 중간에 대충 비슷한 시체 하나 갖다 놓고 전사로 처리하면 되고.’
이미 홍연석의 뒤처리 계획까지 완벽하게 세워놓은 유준호였다.
‘더불어, 감시 스킬에 걸린 가장 유력한 용의자 두 명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군.’
실제로 유준호는 용한길 다음으로 홍연석을 적들의 감시 스킬에 걸린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하고 있었다.
특히, 이인자 회의 장소까지 들킨 걸 보면 회의의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계획한 유준호 본인과 홍연석, 둘 중 하나가 스파이인 것이 확실했다.
‘이제 남은 건 에클라 연합, 너희들이다. 이번 전투만 이기면 돼. 이번 전투만….’
중앙 방어벽 너머에 정렬해 있는 에클라 연합의 헌터들을 바라보며 유준호는 눈을 빛냈다.
이번 전투에서 대승만 거둔다면, 유준호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 그는 믿었다.
헤밍스턴이 죽고 알파 클랜 전체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유준호가 세상의 중심에 우뚝 설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였다.
‘그러려면 김진성, 그 자식을 이번에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에클라 연합의 상징이자 중심. 그리고 현재 지구 최강의 사나이로 불리고 있는 남자.
김진성, 그놈만 해치우면 된다. 반대로 말하자면, 그놈이 살아 있으면 유준호의 계획은 성사될 수가 없다.
이번 전투 때 반드시 제거하리라. 알로본조를 포함, 금지된 능력자들을 모두 동원해서라도!
유준호의 두 눈동자에 이내 살기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