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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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접근
본성 안.
대기실의 중앙 테이블 앞에 앉아 있는 한 청년이 눈을 감은 채로 집중하고 있었다.
그의 귀에선 이어폰을 통해 양중근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야, 조경훈. 확실해? 왜 김진성이 섬 북서쪽에 갔다는 건데?]조경훈이라 불린 사내가 바로 대답했다.
“김진성이 변신하던 개 몬스터 한 마리가 사람 한 명을 물고 북서쪽으로 빠르게 달려가는 걸 ‘감시의 눈’ 스킬을 통해 확인했었거든요.”
[몬스터?]“네. 포르기네이를 상대할 때 김진성이 변신했었던 그때 그 몬스터였어요.”
[오, 그랬지. 그걸 봤단 말야?]이해했다는 듯한 양중근의 감탄사가 들려왔다.
[근방에 그런 몬스터는 없으니 그건 김진성이 맞겠네.]예선 1차 때 김진성이 포르기네이를 상대한 장면은 한동안 인터넷에서 큰 화제였다.
그 전투에서 김진성이 다크 하운드로 변신했던 사실을 모르는 이는 이 섬에 있는 참가자 중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김진성이 물고 갔던 사람이 나머지 남은 도둑일 가능성이 커요. 확실히 개 몬스터로 변신했을 때 김진성의 도주 속도는 엄청나게 빨랐거든요.”
[음···.]“김진성한테 ‘감시의 눈’ 붙이자마자 터뜨려서 정확한 위치는 확인이 안 되지만, 다시 한 마리 더 생성해서 북서쪽으로 보냈으니 이제 곧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발견할 수 있는 거 맞아? 한 번 터뜨린 ‘감시의 눈’을 두 번 못 터뜨리라는 법 있냐고?]“제가 아까 설명하지 않았었나요?”
되묻는 조경훈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감시의 눈’ 스킬은 숨어있는 상대방의 마나까지 감지할 수 있다는 거?”
[알아, 인마! 내가 뭐 단세포 아메바인지 알아?!]“김진성 정도로 강한 기운을 뿜어내는 존재면 터지기 전에 반드시 발견할 겁니다. 확실해요. 믿으셔도 됩니다.”
[하, 이 새끼 너무 자신만만해서 불안한데···?]미심쩍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양중근이 재차 물어왔다.
[일단 좋아, 나머지 8명의 위치는 확실하게 알고 있는 거지?]“나머지는 현재 ‘감시의 눈’이 하나씩 붙은 상태예요. 지금 지도에 8명 있는 위치 표시해놓고 있으니까, 와서 확인해보세요.”
[알았어. 가서 자세히 얘기하자.]“네.”
짧게 대답한 조경훈은 이어폰을 귀에서 빼냈다. ‘감시의 눈’ 스킬을 운영하는 데 시끄러운 건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더니 펜을 들고는 테이블 앞에 펼쳐져 있는 지도 한쪽을 원으로 그렸다.
참가자들에게 지급한 서바이벌 섬의 지도인데, 도둑들이 받았던 지도와는 달리 지상만 표시되어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었다.
“···정확히 8개.”
지도에 표시된 8개의 검은 원을 바라보며 그는 확신했다.
“이제 북서쪽에 있는 둘의 위치만 체크하면 돼.”
도둑 한 명이 콰그미어한테 죽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조경훈 입장에서는 그렇게밖에 판단할 수 없었다.
* * *
양중근과 조경훈의 통신을 전부 들은 김진성의 표정이 바뀌었다.
‘마나를 감지할 수 있는 탐지 스킬이라···.’
김진성은 저 멀리 하늘을 바라보았다.
눈으로는 보이진 않지만, 분명 하늘 위에 있는 무언가가 이쪽으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것이 ‘위치 감지’를 통해 느껴지고 있었다.
저게 분명 조경훈이라는 자가 말한 ‘감시의 눈’일 것이다.
‘오면서 무언가 거슬리는 느낌에 베어버렸는데, 그게 탐지 스킬이었구나.’
만약 아까 ‘감시의 눈’을 제거하지 않았다면 많은 것이 골치 아팠을 것이다.
지금 숨어 있는 위치는 물론, 스마트폰을 뺏어서 적의 통신을 도청한다는 사실도 들켰을 테고 말이다.
‘문제는 앞으로 조경훈, 그 인간이 계속 ‘감시의 눈’을 활용할 예정이란 말이지.’
감시의 눈을 부수는 건 김진성에겐 문제가 아니었다. 당장 김진성은 보이지 않더라도 마나 감지를 통해 부순 적도 있으니까.
그러나 조경훈이 저 스킬을 한꺼번에 다수 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다른 참가자들의 위치도 모두 파악되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술래들이 다른 참가자들의 위치를 모두 빼버리고 남은 곳을 수색하다 보면, 결국 김진성의 위치도 서서히 유추될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안전하게 숨을 수 있는 곳은 없다고 봐야 한다.
어떻게 보면 이 섬 자체가 조경훈의 눈 안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우선은 조경훈부터 제거해야겠군. 그래야 앞으로 움직이는 게 편해지겠어.’
일단 상대방의 눈부터 제거해야 한다. 김진성은 그렇게 마음을 먹고서 본성을 향해 움직이기로 했다.
‘접근하려면 감시의 눈에 안 걸리는 상태로 이동해야겠지.’
즉, 마나를 아예 감지할 수 없는 상태로 접근해야 한다는 소리다.
김진성은 곧바로 스킬 융합 시스템을 활성화했다.
그리고는 ‘은신’과 영구 저장 스킬인 ‘살금살금’을 선택했다.
그러자 이런 알림창이 떠올랐다.
▶ 해당 스킬들은 ‘스킬 융합’이 가능한 스킬들입니다. ‘스킬 융합’을 할 시, 아래와 같은 새로운 특성을 얻습니다.
▷ 은밀한 접근 : 은신 상태에서 평상시의 10% 이하 속도로 이동할 시, 사용자보다 약한 적이 사용하는 탐지 스킬에 걸리지 않습니다.
▶ ‘은밀한 접근’ 특성을 획득할 시 ‘살금살금’ 스킬은 소멸합니다. 융합하시겠습니까?
‘이 융합 스킬이면 마나 감지에 대한 걱정 없이 본성까지 접근할 수 있지.’
물론, 조경훈이 김진성보다 약한 경우의 이야기다. 그럴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말이다.
속으로 생각하면서 김진성은 융합을 선택했다.
그러자 알림창이 새롭게 바뀌었다.
▶ 스킬 융합을 통해 ‘은밀한 접근’ 특성을 획득했습니다.
▶ ‘살금살금’ 스킬이 소멸했습니다.
▶ 스킬 융합 비용으로 비스 크리마 포인트를 5,000 사용했습니다.
▶ 남은 비스 크리마 포인트 : 4813
김진성의 시선이 알림창의 제일 밑줄로 향했다.
‘융합하기 전 포인트가 만 가까이 됐었구나? 하긴 아까 콰그미어를 많이 때려잡긴 했지.’
한 마리당 350포인트나 주는 콰그미어를 10마리나 잡았고, 거기에 콰그미어로 변신한 후 싸웠을 때 술래를 수십 명을 죽이기까지 했었다.
그걸 생각하면 순식간에 4,000포인트 가량이 모인 건 당연한 결과였다.
‘가는 길에 몬스터 몇 마리만 더 때려잡으면 스킬 융합을 하나 더 사용할 수 있겠어.’
김진성은 곧바로 은신 스킬을 사용했다.
그리고는 새로 얻은 ‘은밀한 접근’ 특성을 이용하기 위해 최대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곧 김진성은 본성 쪽에서 날아온 ‘감시의 눈’의 바로 밑을 지나갔지만, 발견하지 못했는지 그대로 김진성의 머리 위를 지나쳤다.
* * *
“···북서쪽 끝자락에서 시체 하나 발견했어요.”
눈을 감고 있던 조경훈이 입을 열었다.
본성으로 돌아온 양중근이 물었다.
“시체? 뭔데, 도둑이야?”
“···아닌 것 같아요.”
사실 조경훈이 ‘감시의 눈’을 통해 보고 있는 시체는 김진성이 거미줄로 포박한 상태로 데려왔던 그 술래 포로였다.
“온몸이 꽁꽁 묶여 있는 채로 죽은 모습을 보니, 술래가 납치당한 모습 같아요.”
“김진성은?”
“···아직 발견 못 했어요.”
“뭐야? 분명 북서쪽으로 이동했다며?!”
“그건 확실해요. 그래서 이쪽으로 이동하면 발견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눈을 감은 채로 고개를 갸웃하는 조경훈의 모습.
그 모습을 인상을 찡그린 채로 쳐다보던 양중근은 이내 지시했다.
“야야, 됐어. 시간 없으니 김진성은 나중에 찾고, 나머지 8명 위치부터 확인해 봐. 어차피 김진성은 제일 마지막에 처치할 계획이었으니까.”
그 말에 조경훈은 다른 8명의 도둑에게 붙인 감시의 눈 시야를 확인해봤다.
“···다들 지도에 표시한 위치에서 많이 안 벗어났어요. 그대로 진행해도 될 것 같아요.”
“좋아. 야, 추채수!”
양중근이 대기실 바로 앞의 드넓은 마당 쪽을 바라보며 외쳤다.
추채수라 불린 남성이 그를 쳐다보자, 양중근은 바로 지시했다.
“바로 워프 홀 생성해!”
* * *
“1번 도둑입니다. 여러분들 이제 슬슬 머물던 자리에서 이동하시기 바랍니다.”
본성 쪽으로 걸어서 이동하던 김진성이, 한 폐가 안으로 들어가서 조용한 목소리로 통신을 하고 있었다.
“한 자리에 오래 머물면 좋지 않다고 제가 말씀드렸었죠? 다들 움직이세요.”
[네.] [전 오른쪽으로 움직이겠습니다.] [전 뒤쪽으로 물러날게요.]곧 각자 이동할 위치를 브리핑하기 시작하는 도둑들의 모습.
김진성도 말해주었다.
“전 다시 지하로 이동하겠습니다. 저를 제외한 분들은 지하에는 오지 마세요. 아직 몬스터들이 많아 위험한 지역이니까요. 이상.”
여기까지 통신을 마친 김진성은 마나를 주입해 이어폰 마이크를 껐다.
다시 은신 상태로 폐가 밖으로 나오면서 그는 생각했다.
‘감시의 눈 존재는 아직 얘기하지 말자. 지금까지 눈치 못 챈 걸 말해 봤자 소용없어.’
차라리 그들에게 지속적으로 위치를 바꾸라는 지시를 내리는 게 낫다는 것이 김진성의 판단이었다.
다들 근처에서 빤히 지켜보고 있는 감시의 눈의 존재조차 모르는 걸 보면, 알려준다고 해서 제거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조차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김진성이 조경훈을 처치하는 것이 더 확실하게 감시의 눈들을 제거하는 방법일 것이다.
‘그럼 이쯤에서···.’
김진성은 다시 두 손바닥을 모아 하늘을 가리켰다.
곧바로 소환된 검은 마나 매가 빠른 속도로 하늘 위로 솟구치더니, 이내 본성 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너만 위치를 알고 있는 건 불공평하잖아.’
김진성이 다시금 본성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직 본성까지는 다소 거리가 남아있었지만, 마나 매는 어느새 본성 바로 위까지 도달한 모습이었다.
* * *
“저 새 진짜 대놓고 거슬리네.”
본성 앞 드넓은 마당으로 나온 양중근이 하늘 위에서 배회하는 검은 마나 매를 보며 짜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안 그래도 술래들 중 몇이 마나 새를 맞추기 위해 원거리 공격을 간간이 날리는 중인데, 워낙 속도가 빠르다 보니 격추하기가 힘들었다.
“야야, 됐어! 그만둬!”
양중근은 결국 또 한 번 스킬을 사용하려는 근처의 술래들을 향해 손을 내저었다.
“저거 어차피 잡아봤자 또 소환하면 끝 아냐? 그냥 내버려 둬.”
“어···. 근데 내버려 두면, 도둑 측에서도 전부 우리 움직임을 알지 않을까요···?”
한민수가 어눌한 말투로 물어왔다.
“아까 말씀하셨잖아요. 도둑 쪽도 우리처럼 통신 가능한 장비가 분명 있을 거라고···.”
“당연하지! 240명 전원한테 각각 스마트폰도 줬는데 설마 고작 10명한테는 안 줬겠어? 생각을 좀 해라, 이 식충아!”
“아니, 그냥 물어본 건데···.”
억울해하는 한민수를 한심하게 쳐다보던 양중근은 이내 시선을 다시 모두에게 돌렸다.
“다 생각이 있으니까 일단 넘어가! 야, 추채수! 아직 멀었어?”
“다 돼갑니다.”
추채수는 마당 바닥에 생성된 검은 블랙홀 같은 구멍에 두 손바닥을 내민 채로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옆에서 조경훈이 눈을 감은 채로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직 목표 도둑이 발견 못 했어요. 하지만 바로 근처까지 다가왔습니다. 조금만 더 다가오면 이곳이 들킵니다···!”
‘감시의 눈’을 통해 워프 홀의 출구가 생성되는 쪽을 정찰하고 있던 그의 목소리가 점점 다급해지던 그때.
절묘한 타이밍에 추채수가 두 손바닥을 블랙홀 구멍에서 떼어냈다.
“완성입니다!”
“좋아! 들어가자!”
양중근의 외침에,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던 100여 명 정도의 술래들이 일제히 검은 블랙홀 안으로 뛰어들었다.
* * *
“헉···?!”
섬의 동쪽 끝자락에서 조심스레 주변을 살피며 걷던 3번 도둑이 기겁하면서 헛바람을 들이켰다.
갑자기 앞에 생성된 거대한 블랙홀 구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튀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특히 가장 선두에 서 있는 사람이 유난히 낯이 익었다.
“저기 있다!! 잡아 죽여!!”
크게 외치는 양중근의 모습을 보자마자 3번 도둑은 곧바로 뒤를 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고유 스킬인 ‘민첩 증가’를 사용한 그의 도주 속도는 어마어마하게 빨랐다.
그 상태로 그는 통신을 연결해서 외쳤다.
“3번이에요!! 여기 술래들이 단체로 순간 이동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