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94)
제94화. 신마합일
김진성의 말이 끝난 순간.
주변을 가득 뒤덮었던 검은 물결이 빠른 속도로 김진성의 몸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곧 주변을 뒤덮었던 ‘마기가 지배하는 공간’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동시에, 김진성의 몸 위를 뒤덮었던 얇은 마기 막조차 완전히 사라졌다.
사실 사라졌다기에는 부족한 표현이었다. 사라진 게 아니라 김진성의 몸에 완전히 흡수된 것이다.
‘…뭐지?’
한미르는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했다.
주변의 검은 물결을 흡수한 건 그렇다 치더라도, 몸 위를 뒤덮은 검은 마나까지 흡수한 건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마나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몸 위에 마나를 끌어올려야 한다. 이것이 각성하자마자 깨닫는 첫 번째 단계다.
즉, 지금 한미르의 눈에 김진성은 지금 마나를 활용할 생각이 아예 없어 보였던 것이다.
‘근데… 이 꺼림칙한 기분은 뭐지?’
한미르는 김진성에게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위기감에 긴장의 끈을 놓칠 수가 없었다.
분명 마나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아예 기세를 뿜어내고 있지 않은 상황인데…. 왜 더 위험해진 느낌이 드는 걸까?
“…뭐야?”
“왜 갑자기 평범한 모습으로 돌아갔지?”
“저 모습은 너무 약해 보이는데…?”
관중들조차 김진성의 모습을 보고 의아한 얼굴로 웅성대고 있던 그때.
VIP석의 일부 손님은 김진성의 상태를 깨닫고는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있었다.
그중에 포함되어 있던 백준과 장승욱도 김진성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며 입을 열었다.
“대표님… 저거, 그거 맞죠?”
“그래.”
장승욱의 떨리는 목소리에 백준이 놀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신기합일(身氣合一) 경지야.”
말 그대로 몸과 마나가 한 몸이 되는 경지.
마나를 가장 효율적으로, 그리고 극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단계이며, 따라서 다른 차원에 피해를 주는 것까지 가능한 경지.
더불어 신대륙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단계에 지금 김진성은 진입한 것이다.
“허, 허허허…저 나이에 신기합일 경지를 깨닫는다고?”
“놀랍군요. 이건 정말 예상치도 못 했는데….”
4대 클랜의 마스터인 오병국과 강경권조차 자리에서 일어서서 놀란 표정을 감추지를 못하고 있었다.
근처의 홍현진은 크게 충격 받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말도 안 돼…! 나도 최근에야 이룬 경지를 저 어린 나이에…?’
홍현진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최고의 유망주 중 하나다.
20대 중반의 나이에 신기합일 경지에 들어섰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녀가 최고의 재능을 가졌다는 것을 입증하기 충분했다.
그런데 김진성은 불과 스물이 채 되기 전에 깨달았다.
‘그것도 누군가한테 가르침을 받지도 않고서…!’
4대 클랜의 장녀로 태어나 어릴 적부터 매일 클랜 내의 고수들에게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고, 꾸준히 마나와 혈 상태를 관리 받고, 몸에 좋은 영약이란 영약은 다 섭취하면서 지금이 경지에 도달한 홍현진이었다.
그런데 김진성은 훨씬 더 어린 나이에,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의 힘으로 그녀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그렇게 지켜보던 고수들을 하나같이 놀라게 만든 당사자인 김진성은, 눈앞에 떠오른 알림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 ‘신마합일(身魔合一)’ 상태로 전환하였습니다.
▷ 신마합일 : 신체가 마기와 하나가 됩니다. 마기로 사용하는 모든 능력이 사용자의 능력치에 비례해 월등히 상승합니다. 다른 차원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지금 김진성은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전부 마기로 변한 듯한 느낌이었다.
‘신웅이 사용하는 걸 보고 따라 해봤는데, 생각보다 쉽게 성공했어.’
예선 2차가 끝난 직후, 숙소로 돌아온 김진성은 가장 먼저 신웅에 대한 영상부터 찾아봤다.
아이튜브에서 쉽게 신웅에 대한 분석 영상을 찾아볼 수 있었는데, 모든 채널이 입을 모아 신웅을 ‘신기합일’ 경지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그때 이후로 신기합일 경지에 대해서 알아봤고, 그것이 마나가 몸에 완전히 흡수된 상태라는 것을 연구 결과 깨달았다.
그래서 예선 3차가 시작하기 전까지 남은 일주일 동안 수련실에서 피나는 노력을 했었고, 결국에는 원하는 경지에 도달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비록 신기합일이 아닌 ‘신마합일’이라는 다른 이름의 경지지만 말이다.
‘확실히 설다운을 죽여서 얻은 마나 관련 특성들이 큰 도움이 됐어.’
만약 설다운의 ‘마나를 조종하는 자’ 특성이 없었다면 불과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이런 경지까지 도달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럼 얼마나 강한지 확인해볼까?’
김진성은 그대로 전방의 한미르를 향해 크게 검을 휘둘렀다.
마나가 전혀 일렁이고 있지 않은 평범한 모습의 검에서, 거대한 검은 반월이 생성되는 모습이었다.
“……!!”
한미르의 눈이 부릅떠졌다.
김진성의 검에서 생성되고 있던 반월이 어느새 바로 코앞까지 날아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얼마나 속도가 빠르면, 현재 ‘버스터’ 모드인데도 불구하고 한미르가 아무 반응조차 못 할 정도였다.
퍼엉!
“크악…!”
곧 굉음과 함께 한미르의 오른팔에서 거대한 폭발이 터졌다.
동시에 엄청난 고통이 느껴져 한미르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오른팔을 바라보았다.
어비스 슈트의 기계 팔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피투성이가 되어 기형적으로 꺾여 있는, 평범한 인간 팔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지금까지 그렇게 잘 버텨왔던 튼튼한 어비스 슈트가, 이번에는 공격 한 방에 박살이 나버린 것이다.
‘이럴 수가…!’
경악하는 한미르의 눈앞 스크린에 알림창들이 떠올랐다.
[오른팔 부위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습니다.] [현재 ‘버스터’ 모드이기 때문에 손상 부위를 복구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알림창을 본 한미르의 두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버스터 모드일 때 회복이 안 된다는 사실을 이제야 기억해낸 것이다.
‘회복도 안 되면 이제부턴 전부 피해야 한다는 소리 아냐?!’
한미르는 순간 절망적인 기분이 들었다.
방금 전의 공격도 아예 반응조차 못 했는데, 이어지는 공격은 또 어떻게 피하란 말인가?
‘…헉!’
그때, 또다시 김진성이 검을 휘두르는 모습이 보였다.
그걸 보자마자 한미르는 옆으로 전력을 다해 몸을 날렸지만,
퍼엉!
“아악!”
완전히 피하지 못하고 옆구리에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또다시 살점이 드러난 옆구리 쪽에서 피가 철철 흘러내렸다.
그걸 본 김진성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마치 기계처럼 계속해서 검을 휘둘러 검은 반월을 날려댔다.
퍼엉! 퍼엉! 퍼엉!
연이은 세 번의 검은 반월 공격 역시 모조리 한미르의 몸에 맞아 폭발했다.
그렇게 총 다섯 번을 맞은 한미르는,
“…으으….”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바닥에 쓰러져서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이미 그의 몸을 보호하던 어비스 슈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단지 그의 몸 군데군데 붙어 있는 몇 개의 기계 조각들만이 한때 어비스 슈트를 착용하고 있었다는 걸 증명해줄 뿐이었다.
그런 한미르를 향해 김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대로네.”
그리곤 마무리를 짓기 위해서 다시 검을 휘두르기 위한 동작을 취했다.
서걱.
깔끔하게 베이는 소리와 함께, 지금까지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던 김진성의 신형이 바로 한미르를 지나쳐 반대편에 나타났다.
동시에 한미르의 몸이 좌우로 갈라지는 모습이 관중들의 눈에 들어왔다.
“와…!”
“이렇게 허무하게 끝난다고?”
“초반에 치열했던 모습을 생각하면 너무 비교되는데…?”
“쯧쯧…! 보면 모르냐? 딱 봐도 김진성이 초반에 봐준 거잖아!”
“아니, 저런 슈트까지 입고도 압도적으로 처발리면 이제 김진성은 누가 막냐…?”
관중 모두가 김진성의 경지에 놀라는 것을 넘어 이제 대회 밸런스를 걱정하는 수준까지 도달했을 그때.
VIP석의 두 마스터, 오병국과 강경권은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신기합일 경지로 상대하는 이상, 아무리 어비스 슈트를 입고 있어도 이길 가능성이 없었지.”
“어비스 슈트도 결국 사용자의 경지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도구에 불과하니까요.”
둘뿐만 아니라, 신기합일 경지를 넘어선 주변 고수들은 다들 둘과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는 중이었다.
“이러면 김진성을 영입할 수 있는 확률은 이제 제로라고 봐야겠군요.”
“하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오병국의 말에 웃으면서 동의하는 강경권.
저 어린 나이에 신기합일 경지에 들어선 자가 굳이 왜 다른 이의 밑에서 일을 하겠는가? 그것이 설사 천하의 4대 클랜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이제 김진성의 선택지는 딱 두 가지다.
신대륙으로 넘어가거나, 아니면 본인이 직접 클랜을 차려 대한민국에서 상주하거나.
‘아마 신대륙으로 넘어갈 확률이 높겠지.’
근처에 앉아 있는 홍현진은 김진성을 바라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보통 젊은 나이에 신기합일 경지에 도달한 천재들은 대부분 원대한 목표를 품고 신대륙으로 향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홍현진도 처음 신기합일 경지에 도달했을 때 똑같은 생각을 했었고 말이다.
‘그래서 더 탐이 나.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손에 넣고 싶어.’
홍현진의 김진성을 바라보는 눈빛이 또다시 빛나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눈앞의 김진성은 백두 클랜을 한 단계 이상 더 성장시킬 수 있는 최고의, 그리고 최적의 인재였다.
* * *
그 시각.
백준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표정으로 통화를 하고 있었다.
“헌터부 요원들 남아 있는 애들 전부 경기장 안에 투입하세요. 족쇄 채울 때까지 절대 긴장 늦추지 마세요. 조금이라도 방심했다간 큰일 납니다! 명심하세요.”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가득한 목소리로 지시하면서 경기장을 내려다보는 백준.
어느새 순식간에 김진성 주위를 포위한 헌터부 요원들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곧 한 명이 조심스럽게 족쇄를 들고 김진성을 향해 다가갔고, 이내 아무 일 없이 족쇄를 양손에 채운 모습을 본 뒤에야 백준은 긴장을 풀 수 있었다.
‘후… 진짜 미치겠군.’
백준은 골이 아파지는 기분에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썼다.
가뜩이나 신웅을 철저히 감시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이젠 김진성까지 똑같은 신기합일의 경지에 들어서다니.
이러면 현재 감시 병력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이 되었다.
‘장군급 감시 병력을 또 한 명 더 부탁해야겠군.’
백준은 어쩔 수 없이 탁남규의 연락처를 찾아 통화 버튼을 눌렀다.
신기합일 경지의 참가자를 안전하게 감시하려면, 같은 경지의 감시자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단지 그 정도 경지에 오른 이는 최소 장군급 이상에 앉아 있다는 사실이 문제일 뿐이었다.
* * *
시간이 흘러 늦은 저녁 시간이 되었다.
첫 경기였던 김진성은 이미 숙소인 콜로세움 호텔 스위트룸으로 돌아온 지 오래였다.
그곳에서 김진성은 룸서비스로 시킨 햄버거 세트를 먹으면서 편안한 자세로 TV를 시청하고 있었다.
[이번 대결의 승자는, 신 웅!]곧 신웅의 승리를 알리는 장내 방송이 TV 스피커를 통해 들려왔다.
김진성은 조금 남은 햄버거를 모두 입 안에 넣으면서 혼잣말을 했다.
“역시 상대가 안 되네.”
예상대로 신웅은 경기가 시작한 지 1분도 되지 않아 상대의 목을 베어버렸다.
김진성과 비슷한 경지의 신웅. 하지만 신웅의 상대는 후원금을 적게 받아 어비스 슈트 같은 최고 수준의 장비조차 착용하지 못한 상황.
이미 싸우기 전부터 결과는 정해져 있는 상황이었다.
‘이제 3라운드 상대가 누군지만 확인하고 끄면 되겠다.’
김진성은 이내 먹고 남은 쓰레기들을 치우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쓰레기를 버린 후 화장실에 가서 이까지 닦고 나오던 그때.
[…그러면 바로 지금, 내일 있을 예선 3차전 3라운드 경기의 대진을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오.”
때마침 들려오는 캐스터의 목소리에 김진성은 바로 TV 앞으로 달려왔다.
곧바로 TV 화면에 60개가 넘는 많은 숫자의 대진이 떠올랐다.
김진성은 자신의 이름을 확인하기 위해 위에서부터 차근차근 밑으로 내려갔다.
계속 내려가던 그의 시선은, 대진 마지막 줄에 고정되었다.
– 61경기 : 김진성 vs 신웅.
(다음 편에서 계속)